[김학 행복통장(20)]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정말정말 행복합니다. 지난 연말연시에 3주일 동안 미국여행을 하고 돌아왔으니 어찌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이번처럼 장기 해외여행은 처음 일입니다. 고작해야 10여일 안팎의 여행을 다녔기 때문입니다. 출발 전부터 설렜습니다. 20여 년만의 미국여행인데다, 둘째아들네 집을 찾아가는 길이니 그렇지 않겠습니까? 가고 오는 도중에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환승하는 것이 은근히 걱정이었지요. 그러나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둘째아들네 집에 갔을 때 손자손녀가 우리 내외에게 다가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그게 걱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기우였습니다. 여섯 살 난 손자 동윤이와 네 살 난 손녀 윤서가 넙죽 절을 하더니 달려와 품에 안겼습니다. 처음 만났는데도 낯설어 하지 않았습니다. 핏줄이란 게 이런 것인가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3주일 동안 한 지붕 아래서 한 솥밥을 먹으며 둘째아들네 식구들과 동고동락의 생활을 했습니다. 기쁘면서도 한 편으로는 둘째아들 내외의 눈치가 보였습니다. 약간 불편했습니다. 사실 나는 2남1녀를 두었지만 저마다 결혼한 뒤 아들이나 딸네 집에 가서는 하룻밤을 자면 곧장 전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또 그 아이들도 우리 집에 오면 길어야 두어 밤 자면 떠났습니다. 그랬는데 미국에 있는 둘째아들네 집에 가서는 3주일이나 동거를 했으니 놀라운 변화가 아닙니까? 둘째아들 내외는 미리 준비를 잘 했더군요. 아들은 휴가를 내고 우리를 찦차에 태우고 날마다 계획대로 구경을 시켜 주었습니다. 며느리는 날마다 메뉴를 바꿔가며 식단을 짰습니다. 샌디에고에 도착한 다음 날, 아들내외는 우리를 아웃렛에 데리고 가더니 여러 벌의 옷과 나이키신발까지 사주었습니다. 날마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으라고 그런 것이었습니다. 아들은 내 방에 노트북 컴퓨터를 설치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컴퓨터 키보드에는 알파벳만 있지 한글 표기는 없었습니다. 여간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손자손녀들에게 주려고 한복을 한 벌씩 사다 주었습니다. 2014년 정월 초하룻날 그 한복을 입혔더니 참 예뻤습니다. 세배를 받고 달러로 세뱃돈을 주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달러 세뱃돈을 준 것입니다. 그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카카오톡 ‘3남매 사랑방’에 올렸습니다. 한국에 있는 큰아들과 딸이 즉각 찬양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미국 손자손녀들이 한복을 입으니 역시 한국인 같았습니다. 나는 손자에게 윷놀이와 팽이치기, 제기차기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무척 좋아했습니다. 바둑과 장기는 다음에 보내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게 여간 즐겁지 않았습니다. 나는 컴퓨터에서 윤항기가 부른 ‘나는 행복합니다’란 노래를 검색하여 손자에게 들려주었습니다. 몇 번 듣더니 곧잘 따라 불렀습니다. 행복 전도사로서의 소임까지 무난히 마쳤습니다. 이제 둘째아들네 2층 집에도 행복이 차곡차곡 쌓이리라 믿습니다. 나는 이번 미국여행 중에 필라델피아에 사는 초등학교 동창 김형주를 만나러 갔었습니다. 119만 원의 비행기 요금을 들여서 샌디에고에서 필라델피아까지 간 것입니다. 갈 때나 올 때 미네아폴리스공항에서 환승을 했지요. 그때 미국 동부지역에 폭설과 추위가 몰아쳤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한국의 신문과 방송에는 크게 보도가 되었다더군요. 뉴욕과 보스톤공항이 폐쇄될 정도였다는데 필라델피아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 눈 때문에 비행기가 무려 3시간이나 연착하여 새벽 3시쯤 도착했습니다. 그 친구 집에서 4박5일이나 머물면서 두루두루 구경을 했습니다. 김형주의 부인 한상례 여사의 노고가 많았지요. 나는 필라델피아에서 술 한 잔 마시지 않았습니다. 친구는 나를 위해 소주 한 박스, 맥주 한 박스, 양주 몇 병까지 준비했다는데 말입니다. 그 친구는 나와 초중학교 9년이나 함께 다녔습니다. 만리타국에서 그 친구를 만났더니 반가웠습니다. 원체 얽힌 추억이 많으니 소주 한 잔 마시지 않고 물만 마시면서도 대화가 술술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고향친구가 좋다고 한 것 같습니다. 필라델피아를 떠나던 날, 그곳 날씨는 섭씨 영하 16도였습니다. 필라델피아에 머물면서 소 혓바닥 요리와 홍어탕, 조기매운탕, 광어매운탕은 별미였습니다. 아트란타 시 카지노에서 5달러를 넣고 시작하여 50달러를 땄으니 외화벌이도 한 셈이죠. 또 필라델피아박물관을 구경하고 그 박물관 앞 광장에 세워진 미국의 초대 워싱턴 대통령의 말 탄 동상을 만난 것도 추억에 남을 입입니다. 또 장미공원에서 서재필 박사의 기념비를 보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둘째아들 내외도 많은 여비를 들여 고향친구를 만나러 간 내 마음을 이해하리라 믿습니다.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을 것입니다. 나는 이번 3주 동안의 미국여행에서 둘째아들네 집에 행복을 전도하고 돌아왔습니다. 참으로 행복하고 흐뭇합니다. 나는 또 ‘나는 행복합니다’란 노래를 불러야겠습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정말정말 행복합니다. (2014. 1. 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