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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업무 효율 제고를 위한 개선점 소고
천태봉
나는 평소에 내가 타는 배 아닌 다른 배들은 어떨까 하고 궁금해 한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면 남의 배에 올라가서 기관실 구경도 하고 그 배 선원들로부터 얘기를 듣기도 한다. 해기 연수원이나 학원이나, 그리고 개인적으로 만나는 선원들과도 배와 일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곤 한다. 이렇게 선박 기관에 관해서 보고 듣고, 또 내가 일하면서 느낀 개선을 필요로 하는 점들을 업무효율 제고의 관점에서 한 번 제안해 보고자 한다.
그 개선 요하는 점들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불편함이지만 선주측에는 맨아워의 효율 저하가 된다. 맨아워, 곧 인력과 시간의 문제는 비용 절감을 위해서도, 선원과 선박의 안전을 위해서도 냉정하고 진지하게 검토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안전과 관련하여 선박의 설비나 업무의 안전절차 등에는 관심을 쏟고 선원이 바쁘고 지치는 것에는 별로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업무의 과중 탓이거나 그 개인 능력의 문제이거나 사람이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설비나 제도도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선원의 업무 부하는 업무가 질적으로 복잡해지고 양적으로 팽창한데서 비롯된다. 선박의 업무가 증가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근래 선박 발전의 특성은 대형화와 고속화이다. 선박이 크고 빨라지는 내면에는 그것의 유지를 위한 많은 업무량이 배증된다. 물류의 발전에 따라 항만과 부두의 설비가 발달하여 선박의 정박기간이 단축되어 간다. 이것을 선박 관리의 측면에서 보면 정박기간이 줄어드니 정비할 시간은 적어지는데, 상대적으로 항해일수가 늘어나니 선박 각 기기의 사용시간이 늘어나서 정비 업무가 증가한다. 선박법이나 ISM, 그리고 해양오염방지법 등이 강화됨에 따라서도 인력의 수요가 증가되었다. 선박의 모든 설비가 규정에 맞게 정비되어야 하고 그 정비의 업무도 한 단계 한 단계 규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수행돼야 한다. 게다가 ISPS에 따른 업무와 해적 당직 등으로도 업무량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업무량이 증가하고 보니 정비하는 사람의 관점은 일을 얼마나 세밀하고 철저하게 잘 하느냐는 질적인 업무수행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다. 주어진 시간 안에 많은 일을 다 해내야 하는 양적으로의 업무수행으로 옮겨가고 있다. 업무효율을 높이는 자체가 시간을 벌여주어서 서두르지 않고 안전하게 작업을 하게 할 뿐 아니라, 모든 기기나 장비를 보다 더 철저하게 정비해 놓을 수 있게 한다. 또 한 일하는 과정에서의 안전수칙과 절차를 보다 확실하게 지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업무량을 합리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기와 그 운영의 개선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물론 여기서 제기하는 문제들 대부분이 신조선가의 절약에서 야기된 것이고, 그 때 이미 이런 운전상의 불편은 예견된 것이기에 더 이상 논의의 여지가 없는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나의 이런 이야기는 신조를 담당하는 분들에게는 매우 외람되고 죄송하다. 그럼에도 일선 기관사로서 적은 비용으로 개선을 하면 많은 선무 효율을 높이거나 안전을 강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것들이 발견된다. 주기, 발전기, 보일러 등의 주요 기기는 보다 더 전문적인 분들에게 맡기고 여기서는 몇몇 보조기기들과 그 부속물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선무 운영부분에 대해서 몇 자 언급하고자 한다.
1. 비슷한 용도 용량의 기기는 호환이 가능하도록 동일한 사양으로 설치해 주기 바란다.
선박의 가장 큰 특성 중의 하나가 육지와의 격리성일 것이다. 그래서 기기가 고장이 나면 본선에서 수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예비 부품이 꼭 필요하다. 선박에는 수많은 종류의 기기가 다양한 용도와 크기로 설치되어 있는데, 그 모든 기기들 다 예비 부품들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가령 펌프나 모터들의 용량이나 용도 등의 사양이 조금만 달라도 제각기 다른 예비 부품을 보유해야 된다. 이것을 사양이 동일한 것으로 설치하면 기기는 여럿이라도 예비 부품은 한 대 분만 있으면 된다. 가령 5.0KW와 5.5KW 두 대의 모터가 있다면 예비 부품도 각각 다 있어야 하는데, 5.5KW로 통일해서 설치하면 한 대 분만 가지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선내 기기들을 살펴보면 이렇게 설비 규격을 통일할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생각된다.
모든 기기를 총괄하는 부서에서 설치될 기기들을 전체적으로 파악해서 그 사양을 조금 조정하면 많은 기기들을 호환 가능품으로 설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유청정기의 경우도 비슷한 용량의 것은 동일한 것으로 설치하면 예비품의 보유 비용과 관리 인력이 많이 줄 것이며, 각종 펌프와 모터들을 비롯한 전기전자 설비의 소자들, 유압기기의 밸브 등의 부품들이 검토 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2. 빌지저장탱크와 폐유저장탱크 출구에 기름센서를 부착해 해주었으면 줗겠다.
해양환경을 지키려는 인류의 노력이 한층 더 증대되고 있는 요즈음, 선박의 유수분리기는 그 설비는 작지만 중요하고 민감한 기기로 부각되었다. 이 유수분리기의 내부 필터를 6개월에 한 번씩 교환하도록 되어있으나 실제로는 기름이 들어가서 한 번 묻어버리면 사용할 수가 없어서 교환을 해야 한다. 이것의 교환에 따르는 인력과 비용이 작지 않다. 빌지저장탱크 속에는 기름과 물이 비중에 의해 상하로 나뉘어 있다. 이 중 하부의 물만 퍼내고, 상부의 기름은 그대로 남겨둔다. 이 때 빌지저장탱크의 용량이 웬만큼 크지 않으면 어디쯤에서 펌프를 멈춰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워 종종 내부로 기름이 들어가서 필터를 오손시킨다. 그래서 빌지저장탱크의 출구 측에 기름을 감지하는 센서를 부착하고 스위치를 만들어 펌프에 연결해 놓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 물만 나가고 기름이 나올 때는 정지하여 남겨 두었다가 양륙하거나 소각하면 될 것이다.
폐유저장탱크도 하부에는 물이 있기 마련인데 여기에도 그런 식으로 센서스위치를 달아서 물이 흡입되는 것과 기름이 흡입되는 것을 구별할 수 있다면 저장물을 처리하기에 좋을 것이다.
이는 비싸지 않은 부품 하나로 많은 인력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3. SPARE PARTS에 이름을 상세히 써주면 좋겠다.
선박은 선원의 교대 승선근무의 특성상 예비품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항상 인벤토리가 강조되고 있고 신경 써서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각 부품의 숫자가 워낙 많다보니 하나하나 헤아려서 정리하고 기입하는데 많은 인력이 소모된다. 부품의 종류가 워낙 많다보니 배를 몇 십 년 탄 사람도 보기만 해서 어디에 들어가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것들도 많다. 이름표가 있는데 보급업체의 편의대로 이름을 너무 간단하게 적고 부품 번호를 적어 놓는다. 그러면 그것을 리스트에서 번호를 찾아서 확인을 해야 한다. 작정하고 조사에 전념할 때보다는 일하다가 그때그때 필요상 가서 하나씩 확인을 해 볼 때에 더욱 그렇고, 그럴 때가 많다. 이 때 이름표에다 명칭과 번호뿐만 아니라 소속을 적어주면 리스트로 확인하는 일을 덜어주어서 관리가 보다 쉬워 질 것이다. 가령 BEARING이면 'BEARING, PART NO.00-0000'라고 적어 놓는데, BEARING인 줄은 대개 보면 안다. 어디의 BEARING이라고 써 달라는 것이다. 가령 L.O 청정기 수직축의 것이라면 <BEARING FOR VERTICAL SHAFT, L.O PURIFIER>라는 식으로 써주면 그 쓰는 수고에 비해서 얻어지는 관리의 편리함이 크겠다는 것이다.
4. 기관부의 안전모 불착용에 대해서다.
어느 배에서나 안전교육을 할 때면 기관부 사람들 안전모 안 쓰는 것이 종종 지적되곤 한다. 어느 배나 기관부들은 안전모를 잘 쓰지 않는 것이다. 갑판부는 꼭꼭 잘 쓰는데 기관부는 왜 쓰지 않을까. 몇몇 사람이 쓰지 않는다면 그 사람들 개인의 안전의식이 희박해서 그렇다고 볼 것이다. 그러나 구성원 대부분이 안 쓴다면 여기에는 단순히 쓰라고만 해서는 안 될 구조적인 무엇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기관부가 안전모를 쓰지 않는 까닭을 한 번 살펴보자. 갑판부는 하는 일이 격렬하지 않다. 페인팅이나 치핑, 기타 작업을 할 때 상체와 머리가 급속히 많이 움직이질 않는다. 그래서 머리의 안전모가 그대로 얌전히 얹혀 있다. 이에 비해 기관부는 일할 때 상체나 머리를 이리 휘었다가 저리 꾸부렸다가 좁은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가 뺏다가를 반복한다. 안전모가 자꾸 벗겨지거나 한 쪽으로 밀려서 눈을 가리거나 걸려서 안 들어가거나 안 빠지거나 한다. 그리고 갑판에는 더위가 태양으로부터 내리쯰는 것이라서 안전모를 쓰면 시원해지는 효과가 있지만, 기관실은 그런 효과는 없으면서 더욱 덥고 갑갑하고 걸리적 거린다. 기관실이 좁은 중소형 선박을 타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 안전모를 쓰면 하루에 수십 번씩 부딪히는 데, 쓰지 않으면 한 번도 안 부딪힌다고 한다. 이는 안전모가 이마의 부딪히는 예감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닐까 싶어진다. 안전모의 이마 부분의 구조를 검토해 봐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기관실에서 업무 중에 머리를 다치는 사고를 당하면 보험회사에서는 안전모를 썼었나 안 썼었나를 조사하고 안 썼었을 경우에는 중대한 불이익을 준다고 들었다. 그러나 이렇게 안전모를 쓰기 어려운 업무환경을 고려한다면 그것이 합당한지 생각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고 싶은 것은 기관실과 거주구역에 단열재로 사용되는 석면이다. 일할 때 그것이 분진처럼 비산을 하여 코로 흡입되어 들어오고 얼굴과 몸과 옷에 달라붙어 불쾌할 때가 많다. 암 유발인자라고 하는 이것이 육상에서는 그 사용에 많은 경고와 보완이 따르고 있는데, 선박에는 이미 설비되어 있는 배들이 보통인데 누가 관심을 가지는지 모르겠다.
진지하게 안전을 생각한다면 기관부의 안전모는 갑판부와는 달리 기관실 작업 환경을 고려해서 다른 소재와 디자인을 채택하고, 단열재로 쓰이는 석면의 위험을 줄이는데 대해서 논의가 있어야 할 것 같다.
5. 온도계를 잘 보이는 위치와 각도로 부착해 주기를 바란다.
기관실에는 각처에 온도계가 수 없이 꽂혀있다. UMA 순찰을 돌 때 그 온도계를 하나하나 보고 기록하고, 평소에도 종종 확인하곤 한다. 그런데 이 온도계가 좁은 구석에 꽂혀 있거나 방향이 보기 어려운 쪽으로 꽂혀 있는 것이 이외로 많다. 온도계 하나를 보기 위해서 발받침을 가져와 위험하게 올라서거나 머리를 꼬고 들이밀어야 할 때가 종종 있다. 기기를 제작할 때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을 리 없지만 위치와 각도 선정에 좀 더 신경을 써 주었으면 좋겠다.
6. 신조 선가를 줄이기 위해서 이것저것 빼다보니까 이런 것 아닐까 하고 이해는 되지만 나중에 수리 작업시의 안전과 편의를 좀 더 고려 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각 파이프라인에 밸브들을 줄여 놓아 고장시에 내부 유체를 차단하지 못해서 곤란하거나 위험이 초래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가령 주냉각해수 라인을 수리해야 하는 데, 물을 차단할 밸브가 없어서 SEA CHEST를 잠근다. 그러면 보조해수펌프 SEA SUCTION이 독립되어 있지 않아서 발전기 운전을 위해 비상한 방법을 동원해야 하는 경우 등이다. 선박의 해수 파이프라인 등에는 밸브를 이중 삼중으로 잠가도 물이 누설하는 경우가 많다. 비용 절감을 위해 밸브의 수를 줄일 때 그 하나하나의 기능에 대해서 좀 더 숙고를 해 주었으면 한다.
7. 요즘은 IT기기들이 발전하여 PC 카메라 하나에 몇 만원이면 살 수 있을 것이다. 기관실에는 몇 십분 단위로 자주 현장에 가서 어떤 기기의 상태를 확인해야 할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때 이 PC 카메라 한 개 있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다. 선을 길게 해서 자주 관찰 요하는 기기 앞에다 갖다 놓고 원격으로 볼 수 있다면 인력과 안전을 강화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가령, 선저에 있는 바라스트펌프 글랜드 누설의 확인은 몇 십분 단위로 해야 할 경우가 많다. 이럴 때 그 앞에다 카메라를 갖다 놓고 콘트롤룸이나 선설에서 원격으로 확인이 가능하면 맨아워를 많이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주 있는 경우는 아니지만 요긴할 때가 있는데, 역시 이런 카메라를 이용해서 프로펠러 등의 수중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간혹 이유없이 기관의 부하가 증가 하는 등 스크류에 무엇이 걸렸나 확인을 해 봤으면 싶을 때가 있다. 스턴튜브에서 기름이 새어나오는 것이 의심될 때도 있다. 이럴 때 수밀이 되는 이런 카메라가 있다면 간단하게 물 속에 넣어봄으로써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8. 이것도 신조선가와 관련 있을 줄 알지만, 그것이 이익일까 싶을 때가 있는 것이 기관실의 화장실 문제다. 선박이 대형화 되는 데 기관실에는 화장실이 없다. 거주구역에 있는 화장실까지 오르내리는 데 드는 인력 손실 보다 기관실에 그것 설치하는 비용이 많이 드는가 싶다. 기관실에 오물처리장치가 있어서 설치가 용이한 잇점도 있다. 오물처리장치 옆에다 간이 변기라도 하나 설치하면 좋지 않을까.
9. 이것은 운영부분으로, 업무량의 증가에 따라 예민해 질 수도 있는 문제이다. 어떤 곳, 어떤 일이든지 개인 간에, 혹은 부서 간에 업무가 나뉘는 경계가 있다. 이 경계가 확실하지 않으면 은근한 알력이 발생한다. 자기 일을 남이 한다거나 남의 일을 내가 한다는 등이다. 선박에는 업무의 특성과 인적 구조상 조직이 군대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업무분장이 구체적으로 되어 있다. 그 업무 분장이 각 직책에 따라 형평성에 맞게 적절하게 분장이 되어 있는가에 대한 민감한 이야기는 삼가하고, 그 명시에 좀 더 세분화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가령 갑판기기나 타기, 그리고 거주구역 설비의 관리는 누가 하고 정비는 누가 하느냐에 관리는 어디까지고 정비는 어디부터인가 하는 것 등이다. 대체로 적당하게 잘들 하지만, 사람이 몇 개월 단위로 바뀌는 선박의 특성상 사람이 바뀜에 따라 그 경계가 달라지거나 불분명해서 혼선이나 업무의 공백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것에 예민한 사람이 승선하면 이전의 관행과 다른 업무 메뉴얼의 해석이 나와서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신경 써서 헤아리지 않아도 어느 것은 어느 부서, 누구의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그 업무 분장표에 불분명한 요소를 없애고 가능한 작은 일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시스템 속에서 시스템으로 돌아가게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나 명문화에도 한계가 있어 미주알고주알 쓸 수는 없으니, 문제가 생기면 유추해서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그 원칙과 대강을 밝혀놓는 것도 좋겠다 싶다. 그래서 이런 문제로 부서 간에 서로 눈치 보거나 부서 내에 잡음이 발생하지 않고, 무엇 보다 선무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정리가 되어 있으면 좋겠다.
현재도 좋은 회사의 업무 매뉴얼에는 잘 되어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어서 일도 아닌 그런 것으로 일보다 더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선원들이 있다.
10. 외부와 부대끼는 문제들에 대한 것이다.
외부에서 선박에 요구하는 각종 규제나 부적절한 사항들에 대해서 선주협회나 노동조합 등의 권익 단체나 기관에서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 있다.
주로 미국의 항구에서 일어나는 엔진의 배기가스문제는 선박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고 선주단체에서 해결해 주어야 할 문제로 생각된다. 간혹 선박의 배기가스가 부두 하역 크래인 기사에게로 날아가서 그들이 작업을 중지하여 기관부로 해결을 촉구해 오는 경우가 있단다. 불완전연소로 인해 시꺼먼 배기를 내뿜어서 발생하는 스모크폴리스와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상적인 배기가 풍향에 따라 그쪽으로 가는 것인데 이는 선박단위의 문제를 넘어서는 것이다. 엔진의 배기는 흡입되면 매우 고통스럽고 위험하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배기를 배출하는 것은 모든 기관의 구조적인 문제인데, 그 가스의 발생 책임이나 해결을 본선으로 미룬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가스를 조금이라도 줄이겠다고 기계를 조작한다거나 연료유를 바꾼다거나 하고 이리 뛰고 저리 뛰거나, 그들을 찾아가 아량을 구해야 하는 것 등은 사리에 맞는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하역기사가 자장식 산소 호흡구를 쓰던지 하도록 선주협회 등에서 그쪽 단체나 조직에 조치를 취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싶다.
세계의 각 항구에서는 해경이 선박에 올라와서 해양오염방지검사를 한다. 이 검사에서 폐유발생량을 추정계산해서 본선에 보유하고 있거나 처리한 폐유량의 양이 맞지 않으면 유럽과 싱가폴에서는 해당 선원의 처벌 쪽으로 몰고 간다고 한다. “(연료수급량-연료소모량)=(연료잔량+폐유발생량)”이라는 이 추정계산방식 자체는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 각 변수가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적 문제요소가 선박연료유의 수급에서 소모까지의 과정 곳곳에 있다. 그 추정방식은 수급에서 소모까지의 이 실태가 무시된 것이다. 이 부당함에 대해서 여기서 다 쓸 수 없고, 좀 오래되었지만 월간“해기” 1999년8월호에 “PSC의 ORB(Oil Record Book)검사에 대하여”란 본인의 글이 실려 있음을 상기한다. 여기서는 우리들의 대처 방법에 관한 얘기를 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자신들의 재산인 선박과 휘하에서 일하는 선원들이 부당한 일을 당하는 것이다. 선주측이 나서서 그 기관에 부당함을 지적하는 공문 한 장만 보내주어도 될 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 그런 곳에 가면 그러하니 대처를 하라고 본선에다 지시나 하고 마는 것 같다.
선박이나 선원 개별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또 있다. 싱가풀을 비롯해 남미 등의 후진국에서 연료유를 수급하면 기름의 양이 모자라거나 불순물이 섞이거나 해서 본선의 기관사들이 골탕을 먹는 일은 몇 십년 이상 의례히 있는 일로 되어 왔다. 선원들이 이런 일을 그 긴 세월 동안 당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아쉬움을 넘어서 슬픈 일이다. 그나마 최근에 와서 샘플링을 강화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선주협회 차원에서 조치를 취하면 어떻게든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한 가지 짚고 싶은 것이 있다. 해적침탈방지와 ISPS와 관련하여 선박관리자로서 현실적으로 와 닿는 문제는 강탈이나 테러 그 자제 못지않게 이 방지를 위한 업무에 맨아워의 소모가 크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곳의 맨아워 부족을 불러와 또 다른 안전의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11. 승선생활 환경에 관한 것이다.
예전에 건조한 배보다 최근에 건조한 선박일수록 선원거주설비가 열악하다고들 말한다. 선실이 좁아지고 생활공간이 줄어들고 냉난방 등의 설비도 작아져서 춥고 덥단다. 이는 선사간의 선가절감 경쟁에서 야기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모든 선박이 다 비용을 더 들여서 한 등급 위의 자재나 설비를 사용한다면 그 비용은 선사에 머물지 않고 화주의 것으로 넘어가고 결국은 소비자의 부담이 될 것이다. 관련 법규에서 선원생활설비의 기준을 상향시켜 놓으면 이렇게 선사의 부담이 안 되고 선원이 좋아질 것이고 결국은 선사도 이익이 될 것이다. 국제노동기구의 규정에 있는 상선선원 생활설비기준을 강화하고 이를 ISM에 수용되게 해서 이 부분의 PSC 검사를 강화한다면 개선이 용이하지 않을까 싶다. 이것은 선원노동조합이 책임감을 가지고 선주협회와 협력해서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감일 임박하여 원고공모 광고를 보고 준비없이 쓰다보니 진지하지 못하고 가볍게 씌어지는 것 같다. 세상에는 배들이 많고 배의 종류도 다양하고, 또한 선박에는 구성원의 직책에 따라 입장도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승무했거나 구경했거나 얘기 들은 배는 불과 몇 십 척일뿐이고, 또한 내 직무의 관점을 벗어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해운계 전체의 보편적인 얘기인양 씌여지지 않았나 싶다.
( 선주협회 제15회 해상안전 및 해운진흥 관련 원고공모 당선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