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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조가
翩翩黃鳥(편편황조) 펄펄 나는 저 꾀꼬리는
雌雄相依(자웅상의) 짝을 지어 정다운데,
念我之獨(염아지독) 외로운 이 내 몸은
誰其與歸(수기여귀) 뉘와 함께 돌아갈꼬.
▶ 형식 : 4언 4구의 한역시가
▶ 성격 : 개인적 서정시, 삽입 가요
▶ 주제 ; 짝을 잃은 외로움(슬픔)
▶ 표현 : 우의적, 대조, 의태, 선경후정(先景後情)
▶ 의의
① 연대를 확인할 수 있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개인적 서정시
② 집단 가요에서 개인적 서정시로 넘어가는 단계의 가요
▶ 해석
① 고구려의 민요로서 유리왕이 가창한 것이다.
② 남녀가 배우자를 선택할 때 불려진 사랑가의 한 토막이다.
③ 종족간의 상쟁(相爭)을 화해시키려다 실패한 추장의 탄식이다. (서사시)
▶ 배경 설화 및 해설
3년 7월에 골천에 머무는 별궁을 지었다. 10월에는 왕비 송씨가 죽었다. 왕은 다시 두 여자를 후실로 얻었는데 한 사람은 화희(禾姬)라는 골천 사람의 딸이고, 또 한 사람은 치희(雉姬)라는 한나라 사람의 딸이었다. 두 여자가 사랑 다툼으로 서로 화목하지 못하므로 왕은 양곡(凉谷)에 동궁과 서궁을 짓고 따로이 머물게 했다. 그 후 왕이 기산에 사냥을 가서 7일 동안 돌아오지 않았는데 두 여자가 싸웠다. 화희가 치희에게 “너는 한나라 집안의 종으로 첩이 된 사람인데 왜 이리 무례한가?” 하면서 꾸짖어 말했다. 치희는 부끄럽고 분하여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말을 채찍질하며 쫓아갔으나 치희는 성을 내며 돌아오지 않았다. 왕이 어느 날 나무 밑에서 쉬며 꾀꼬리들이 날아 모여듦을 보고 느끼는 바가 있어 노래하였다.
<황조가>는 고구려 제2대 유리왕의 설화 가운에 삽입된 노래로, 왕의 두 계비인 화희(농업)와 치희(수렵) 의 사랑 다툼에서 치희를 잃은 심정을 읊은 것으로서 서정적이며 별리의 한을 형상화하고 있는 시가이다. 짝을 지어 즐겁게 노니는 꾀꼬리와 짝을 잃고 쓸쓸히 돌아가는 자신의 외로운 신세를 대비하여 외롭고 쓸쓸함에 감동을 더하고 있다. <황조가>의 서정의 정서는 고려가요의 <서경별곡>이나 <가시리> 등에 계승되고, 소월의 <진달래꽃>에 계승되어 한국 시가의 전통을 이루고 있다. <황조가>는 현전하는 고구려의 最古의 서정시이며 국문학 발생 초기에 집단 서정 문학에서 개인 서정 문학으로 넘어가는 단계의 가요이다.
이 작품의 성격을 서정시로 보는데 무리는 없다. <구지가>의 배경설화가 신적 영웅의 이야기를 다룬 신화이고 <공무도하가>의 배경 설화가 신적 존재(백수광부)의 이야기와 인간적 존재(백수광부의 처)의 이야기를 함께 다룬 신화와 전설의 복합 형태라면, <황조가>의 배경설화는 인간적 차원의 현실적 사건을 다룬 전설임을 유념할 때 이 작품은 이러한 외부 현실과 서사적 주인공의 지향 사이의 단절에 기반하면서 그러한 단절을 1인칭 서정자아의 내면 세계에서 해소하려는 갈망을 담은 정서를 노래한 것이다.
또한 작가를 유리왕으로 보는 것에 별 무리는 없으나 우선, 그 형식이 4행시의 민요형태를 취하고 있다 는 점, 노래의 내용이 특수한 개인적 정서보다는 일반적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 점 등은 이 노래의 성격을 민요로 볼 수 있게 한다. 즉 형식과 주제가 민요적 성격을 가지고 있고 노래의 표현 방법도 자연물(꾀꼬리) 에 의탁해서 자아의 정서를 단순하고 소박하게 표출함으로써 민요 일반의 성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 자체만을 놓고 볼 때에는 개인의 특수한 경험을 특이한 정서로 표출한 창작가요로 보기보다는 집단의 보편적 경험을 단순, 소박하게 표출한 공동작의 민요로 보는 것도 타당성이 있다.
이 작품은 고구려 초기에 우리 민족에 의해 자생된 고유의 서정 민요로서 그것이 유리왕의 비극적 설화 와 결합함으로써 비극적 정서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소중한 작품이다.
▶ 황조가와 구지가의 비교
문학사적 측면에서 신화 시대에 태동한 고대 가요는 신화적 질서와 무속적 권능에 바탕을 두어 미의식은 숭고미를 추구하였다. 구지가의 유형이 바로 그 예가 된다. 한편 신화적 질서나 주술적 권능이 파괴되는 신화 시대 말기에는 숭고를 이상적으로 추구하려는 지향과, 그 파탄과 좌절에서 비극미가 탄생하였는데, 공무도하가와 황조가가 이에 해당한다.
우선 한역 방법에 있어서 구지가는 정제되지 않았으나, 이 황조가는 중국 시경의 고시에 견주어 손색이 없다. 그 내용에 있어서도 구지가는 주술성을 띤 집단적 의식요임에 반하여, 황조가는 상당히 세련된 감정을 우의적으로 잘 표현한 서정시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