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이 덜 깨어선지 시야는 흐릿하고 정신은 몽롱합니다. 녹을 것 같지 않던 산기슭과 강가의 얼음이 풀리면서 시린 물이 대지를 적시기 시작합니다. 이 시린 물에 깜짝 놀라 대지가 깨어나고 땅속의 씨앗들이 눈을 뜰 것입니다. 저 또한 흐릿하고 몽롱함을 눈 녹은 물로 씻어 정신 번쩍 들게 하려 합니다. 눈 녹은 물로 씻는 법은 정호승 시인이 알려주었습니다. 3월 25일 7시 30분 늘 그랬던 것처럼 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이달의 초대 작가는 문명호 화가입니다.
2013년 3월 김원중
3월의 그림: 문명호 사진: 리일천
4월주제 : “푸른 하늘을 본지도 참 오래되었지.”
골목길 어귀에 핀 목련 한그루가 동네 전체를 환하게 밝히고 뒷산 능선에 자리 잡은 벚꽃이 산 천체를 환하게 합니다. 지구 대기권 밖으로 나간 우주선들이 보내온 사진을 보면 우리가 사는 지구는 참 아름다운 푸른 별입니다. 1970년에 이 아름다운 별을 지키자고 ‘지구의 날’을 제정하였는데 그 해에 팝 음악계에는 기타의 신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가 사망하였고 비틀즈가 마지막 앨범을 내고 해체하였습니다. 그리고 사이먼과 가펑클은 ‘Bridge Over Troubled Water’(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를 히트시킨 해이기도 합니다. 지구의 날이 들어 있는 4월에 이 아름다운 풍경이 늘 우리 곁에 머물러 있기를 기원하며 공연을 준비합니다. 이달의 초대 작가는 강동권 화가입니다. 4월 29일 월요일 오후 7시 30분 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 뵙겠습니다.
2013년 4월 김원중
4월의 그림: 강동권 사진: 리일천
5월주제 : “님을 위한 행진”
밤길을 나섰습니다. 어느 아파트 단지를 지나는데 연산홍인지 철쭉인지 어둠 속에 하얗게 무더기로 피다 못해 철재로 만든 울타리를 무너뜨릴 듯 밖으로 밖으로 꽃들을 피워 내고 있었습니다. 오래전 바리케이트 앞에서 그것을 넘어가려던 모습이 보여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손을 내밀어 꽃들을 만져보았습니다. 손에 전해지는 연하고 부드러우며 적당히 차가운 꽃의 느낌이 눈물겹게 사랑스러웠습니다. 오늘은 햇살 좋은 낮 시간에 걸었습니다. 바람도 좋았습니다. 햇살 속으로 걸어가면 조금은 덥고 그늘로 들어가면 시원했습니다. 그렇게 조금은 덥고 시원하기를 반복하며 걷습니다. 공사를 마친지 얼마 되지 않는 보도블록이 군대가 지나간 듯 울퉁불퉁합니다. 그 울퉁불퉁해진 보도블록 틈새마다 떨어진 이름 모를 풀들이 여기저기 작은 꽃을 피워 잡초가 아니라고 우깁니다. 햇볕을 피할 곳이 별로 없는 광주천변 길을 따라 걷는 나의 걸음은 울타리도 넘지 못하고 보도블록도 뚫지 못합니다. 그 걸음으로 사직공원에 도착했는데 순간 머리가 띵할 정도로 진한 향기가 나를 때립니다. 눈을 들어보니 몇 송이 안 되는 아카시아 꽃이 피었습니다. 그 향기 너머로 무등산이 보였습니다. 이번 달 달거리는 5월 27일 오후 7시30분입니다. 초대 손님은 ‘님을 위한 행진곡’ 작곡가 김종률 님이고, 무대미술 참여 작가는 화가 김영태 님입니다. 이번 달만 장소가 바뀝니다. 빛고을시민문화관 별관 ‘빛고을아트스페이스 5층’입니다.(옛 수궁갈비 자리)
2013년 5월 김원중
5월의 그림: 김영태 사진: 리일천
6월 주제 : “고다이바 부인(Madam Godiva)”
11세기 영국의 중부지방 코번트리(Coventry)를 지배하던 영주의 부인 고다이바는 남편의 과도한 세금에 고통스러워하는 주민을 위해 세금을 깎아 달라 남편을 조릅니다. 그냥 흘려듣던 영주는 “당신이 발가벗고 거리를 돌면 세금을 줄이겠다.”고 제안합니다. 이에 부인은 옷을 벗은 채 말을 타고 거리를 도는데 마을 사람들은 모두 문을 닫고 자신들을 위해 나선 고다이바 부인을 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화가 존 콜리어는 이 이야기를 그림을 그렸는데 여인의 눈부신 나신이 백마 위에 붉은 천과 대비되어 에로틱하기까지 합니다. 아름다운 여인의 남을 위한 마음이 여인을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게 하는데 실천하는 용기에 이르러서는 경외감에 소름이 돋습니다. 이번 6월 달거리에서는 이 아름다운 여인의 마음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초대합니다. 6월 24일 월요일 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 저녁 7시 30분에 뵙겠습니다. 이달의 화가는 장현우입니다.
2013년 6월 김원중
6월의 그림: 장현우 사진: 리일천
7월주제 : “폭염 속에도 바람은 있다.”
무척, 무척 덥습니다. 지난달 갑자기 찾아온 더위가 그냥 성하의 더위가 되었습니다. 광주지역에서는 근래 100년 만의 빠른 더위라고 하니 제가 살면서 처음 맛보는 이른 더위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더위에 지쳐 미동도 없는 듯한 한낮에 갑자기 창밖으로 보이는 나뭇가지와 이파리들이 움직입니다. 보이지 않는 바람이 뜨거운 햇살을 이리저리 흩어놓고 이파리들을 콕콕 찌르던 햇살들을 바람에 몸을 뒤집는 이파리들이 튕겨냅니다. 바람이 시작했지만, 앞, 뒤로 몸을 뒤집는 이파리들이 또 바람을 일으킵니다. 춤이고 노래입니다. 바람이 안무가이고 지휘자인 셈입니다. 보고 있는 제 눈이 시원해지고 같이 노래하게 됩니다. 저도 아마 저 바람에 실려 이 땅 위의 생명으로 찾아왔겠지요. 이번 달에는 저의 오랜 노래 친구인 ‘빙빙빙’의 하성관을 초대합니다. 그리고 화가 이율배 선생의 갤러리로 공연을 꾸밉니다. 7월 29일 월요일 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 저녁 7시 30분 뵙겠습니다.
2013년 7월 김원중
초대손님: 하성관 7월의 그림: 이율배 사진: 리일천
8월주제 : 멈추지 않으리, 평화의 노래를 …
제1회‘평화음악제“ 개막공연“ 일본이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내용을 실었습니다. 그동안은 대부분의 일본 사람들이 독도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았고 몰랐었는데 이제, 이 교육을 받은 일본의 아이들이 자라면 우리처럼 독도가 당근 일본 땅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리고 절대 양보하지 않겠지요. 예상하건대, 대한해협에서 전쟁의 위협이 고조될 것 같네요. 한반도에서는 남과 북이 웬만큼 한 국지전쯤은 각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요, 대한민국은 동과 서로 나뉘어 우리가 이성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저의 경우에, 고속버스와 열차를 타고 가다가 휴대폰으로 사적 대화를 해대는 사람들을 향하여 일어나는 내 마음속 폭력적 분노에 깜짝 놀랍니다.
80년 5월 광주는 무정부적 상태에서 손에 총을 들고 있었음에도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피를 나누고 음식을 나누었습니다. 살인과 약탈방화는 물론 없었구요. 세계 역사상 유래가 없는 공동체의 평화를 지켜낸 위대한 시민정신이라 하는데 이 정신을 씨앗으로 해서 세계의 평화를 지켜낼 수는 없을까 하고 요즘 평화에 대해 깊이 생각하던 차에 '달거리 공연'이 '제1회 평화음악제'의 개막공연으로 초대 되었습니다. 초대손님으로 김선우 시인과 가수 이상은씨가 옵니다. 그리고 화가 홍성담씨가 우리 공연장을 갤러리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8월 26일 월요일 저녁 7시 30분 빛고을 시민문화관을 빈 자리없이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채웠으면 합니다.
이번 달 달거리는 입장료를 받습니다. 입장료는 책 한권 입니다. 모아진 책은 제주도 강정마을로 보낼 것입니다.
2013년 8월 김원중
8월의 그림: 홍성담 사진: 리일천
9월주제 : “가을이 오면”
평소에 커피전문점에 잘 다니실 것 같지 않은 부부가 아들딸을 거느리고 당당하게. 그리고 여유 있게 좌우를 둘러보며 자리에 앉습니다. 주문은 결혼한 지 얼마 되어 보이지 않는 딸 부부가 하고요. 사위인 듯한 젊은 친구는 계속해서 어머님 아버님 하며 처남을 치켜세우고 장인 장모님을 아주 즐겁게 해드립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어머님이 생과일주스를 엎질렀는데 어머님은 테이블 위에 쏟아진 주스를 향해 무의식적으로 빨대를 입에 문 채 갖다 댑니다. 딸이 얼른 나서서 제지하고요…. 한참을 큰 소리로 즐겁게 얘기하고 나서 일어서 나가는데 들어오실 때처럼 어머니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 있습니다. 자식은 부모님을 그렇게 힘이 나게 하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웬만하면 명절 때만이라도 부모님을 꼭 찾아뵈어야 하는 이유를 후배가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커피유니버시티’에서 발견했습니다. 제가 살면서 가장 더웠던 지난여름이 가을에 자리를 물려주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어깨에 힘 들어가는 추석이 있어 이 가을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9월 30일 7시 30분 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 뵙겠습니다. 이달의 화가는 정명돈입니다.
2013년 9월 김원중
9월의 그림: 정명돈 사진: 리일천
10월주제 : 바람과 바람피우다
마지막 비행기가 사라지며 하늘에 내어놓은 길 너머로 초승달이 지고 있습니다. 공항 옆을 흐르는 극락강 변을 걷고 있습니다. 수많은 억새가 밤길을 환하게 밝혀주는데 별과 가로등 불빛에 싱싱하다 못해 눈부십니다. 구절초인지 쑥부쟁이인지가 하늘의 별처럼 예쁘게 피어있습니다. 언뜻언뜻 보이는 코스모스가 반갑습니다. 억새를 흔드는 바람이 구절초 향을 나릅니다. 코스모스가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며 가을을 뿜어냅니다. 땀이 날 법도 하건만 이 정도 걸음걸이엔 어림도 없는 선선한 밤입니다. 이 가을을 퍼 나르는 바람이 내 몸속으로 들어와 살을 만집니다. 황홀해집니다. 가을이 주인인 바람과 통정하였습니다. 깊어가는 가을을 노래하는 달거리는 10월 28일 7시 30분 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 뵙겠습니다. 이달의 화가는 임근재입니다.
2013년 10월 김원중
10월의 그림: 임근재 사진: 리일천
11월 주제 : 멘토(Mentor)
광주에는 무등산이 있습니다. 그리고 박문옥과 소리모아가 있습니다. 또 오정묵(오창규)이 있습니다. 박문옥은 ‘직녀에게’를 작곡했고 소리모아는 박문옥과 더불어 광주음악의 깃발을 들었으며 오정묵은 십여 년 전 출향 할 때까지 광주에서 살았던 광대입니다. 이 사람들은 무등산과 더불어 음악의 길을 가고 있는 저의 멘토입니다. 11월 달거리는 이 멘토 들과 함께 꾸미려 합니다. 현재 진행형이면서 전설이 되어버린 아티스트들의 무대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 무대를 위해 자리를 양보해주신 기존의 출연진 강윤숙재즈트리오, 주홍, 프롤로그, 진시영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달의 작가는 화가 박선주입니다. 장소는 빛고을 시민문화관 시간은 7시 30분입니다.
2013년 11월 김원중
11월의 그림: 박선주 사진: 리일천
12월주제 : 해도 지고 달도 지고…
춥습니다. 두꺼운 옷을 입어도 춥습니다. 몸이 추운 것은 겨울이기 때문이겠지만 내 마음이 추운 것은 왜일까요 누군가를 따듯하게 대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것을 오늘 알았습니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남에게 따뜻하지 못했던 일 년이 저뭅니다. 자세히 달력을 보니 올해의 마지막은 달이 없는 밤입니다. 그야말로 고요만 남은 한해의 끝입니다. 나무에서 마지막으로 떨어져 뒹구는 낙엽들이 차도와 인도 사이에 고물고물 몰려들어 자기들끼리 체온을 나누고 있습니다. 우리도 모여서 다 같이 송년의 노래를 부르지 않겠습니까? 내년에 다시 떠오르는 해와 다시 차오르는 달을 생각하며 새해의 희망을 기대하는 노래를요…. 12월 30일 빛고을시민문화관 7시 30분 이달의 초대 손님은 ‘광주알핀로제 요델클럽’입니다. 화가는 류재웅 선생님입니다. “Merry Christmas ~~ Happy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