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기관 평가’를 평가한다. 2탄 >
눈가림 의료기관 평가! 문제는 인력이다.
- 편법 평가,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평가단에 향응사례도 드러나.
- 평가 당일, 반짝 인력 충원, 평소보다 최대 3배나 늘리기도
- 적정 인력 충원 없이는 지금 같은 평가기간 반짝 평가 편법 사례 없애기 어려워
1. 보건의료노조(위원장 홍명옥) 는 지난 19일에 이어 <의료기관 평가를 평가한다 2탄>을 보도한다. 이번에는 편법적인 눈가림 의료기관 평가로 인한 환자피해 사례, 평가단에 대한 향응사례, 평가 당일 인력 추가배치 구체적 사례 등을 집중보도한다.
2. 복지부는 2주기 의료기관 평가를 시작하면서 1기에서 나타났던 문제점을 개선하여 폐렴과 항생제, 중환자, 신생아 등 4개 부분, 14개 임상 질 지표를 처음으로 도입하였고, 의사와 간호사, 의무기록사, 영양사, 행정관리자 등 8명으로 구성된 평가단이 의료서비스 수준을 제대로 측정할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지만 실제 진행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다.
3. 지난 1탄 파행편법 사례는 결국 환자들에 대한 피해로 귀결되고 있다.
의료기관 평가 관련 형식적인 서류 작업에 대해 환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A병원 의 경우 병원 홈페이지 게시판 “간호사가 있는 이유는 싸인 받기 위해서??”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사실인즉슨, ‘수술을 받기위해 입원한 환자 보호자가 이것저것 질문을 했더니 그 답변보다는 환자권리, 금약서약서 등 서류를 다짜고짜 내밀면서 감사 기간이라면서 무조건 사인을 하라고 하더군요’ (중략) ‘환자가 수술 끝나고 입원실로 올라와서 보호자가 또 질문을 하려고하니 설명은 천천히 해 줄테니 무슨 종이를 내밀며 4군데 사인부터 하라고 하더군요. 수술하고 올라와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무조건 싸인부터 하라니.... 간호사는 사인 받으려고 있는 사람들인가요? 감사고 뭐고 좋습니다. 사인 받을게 있으면 사인 받으셔야죠 하지만 그전에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려주는게 순서 아닐까요??’ 란 글이 올라와서 의료기관 평가가 과연 무엇을 위한 평가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게 했다.
2) 눈가림 평가로 인해 환자가 겪는 피해 사례는 여러 병원에서 확인되고 있다.
▷ B병원의 경우 평가 대상자 선정에 있어 치료나 간호에 있어 협조가 잘되는 환자를 선정해서, 정말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은 소외되었고, 대상자로 선정된 환자들에게는 지나치게 과잉서비스를 제공함으로 결과적으로 전체 환자에게 있어 고르게 간호를 해야 하는 시간이 크게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서 전체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갔다.
▷ C 병원의 경우 투약 대상자로 선정된 환자와 미리 짜고 의료기관 평가단이 올 때까지 약을 먹지 않고 기다리느라 투약을 해야 하는 시간을 놓치면서 환자가 제시간에 약을 복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 D 병원의 경우, 평가전후로 의사 및 병원관계자들이 의료기관 평가가 요구하는 형식을 맞추기 위해 의무기록 및 미비 기록을 채우는데 시간을 소비하는 바람에 실제 환자 치료와 간호는 뒷전으로 밀렸다. 환자들은 의사들이 기록 작성에만 전념해 환자들이 의사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불평이 쏟아졌다.
▷ E 병원의 경우, 환자를 대상으로 질의 응답하여 의료기관 평가 도구 내용의 시행여부를 확인하는 평가기준 때문에 병원은 평가 대상이 되는 환자를 매일 교육하며 모범 답변을 숙지시켜왔다. 이로 인해 환자 또한 의료기관 평가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병을 고치러 병원에 왔는데 병원에서는 환자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어 오히려 병을 악화시키는 상황이 벌어졌다.
▷ F 병원의 경우, 평가기간에 환자 식사의 질이 달라졌다. 평소 그냥 식단에 수저가 올라오다가 평가기간에는 식당처럼 수저집 에다가 수저를 넣어서 나왔다.
▷ 평가를 전후로 갑자기 과잉친절과 기본간호가 증가하자 이런 흐름을 악용하는 환자들까지 발생했다. 평가 때라 모든 요구가 무조건적으로 수용된다는 것을 알아채고, 평소 혼자 가능했던 모든 일들을 간호사에게 시키면서 간호사를 마치 종 부리 듯 하는 환자도 있어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3) 일부병원에서는 의료기관 평가단에 대한 과잉 접대와 향응 사례도 드러났다.
○ G 병원의 경우 의료기관평가단 도착시 의료원장까지 직접 나가서 맞이하는 것은 물론 모든 병원 관리자급 이상이 나가 꽃다발 증정식을 했다. 평가기간동안 인근 최고급 호텔에서 숙식을 제공하고 밤에는 회식을 했다. 의료기간 평가단 품평회때 영양사 출신 평가단원은 "이 병원 평소 음식을 먹고 싶었는데 너무 융숭하게 대접을 해주셔서 기회를 갖지 못했다"라고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병원은 평가단원용 실내 슬리퍼는 물론 개인 선물까지 맞추어 준비했다고 한다.
4) 평가 당일 인력 운영 사례는 이번 평가가 얼마나 눈가림 반짝쇼 인가를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대다수 병원에서 평가당일 평소 근무자보다 많은 인원이 출근하여 일을 하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H 병원의 경우, 평소 4명이 근무하던 병동에서 기본으로 2명이 추가되었고, 이어서 3명의 중간번이 투입되었으며, 오후에 나올 E 번 근무자 4명이 일찍 출근하여 같이 근무하였다. 따라서 평소 4명이 근무하던 이 병동은 평가당일 최대 4+2+3+4 = 13명이 근무하게 되어 평소보다 300%이상 인력이 투입되어 근무하게 되었다.
의료기관 평가 당일 최고의 점수를 받기위해 배치한 인력수준으로 평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근무자 기준으로 300~400%의 인력이 추가로 투입되어야 한다. 투입된 인원의 휴가대체 인력까지 감안한다면 필요인력의 규모는 더욱 더 커질 것이다. 따라서 이런 편법사례는 평소 환자가 최적의 의료서비스에 비추어 1/3 ~ 1/4 밖에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병원 간호인력은 국제적으로 비교해봐도 최저수준이다. 우리나라 급성기병상 1병상당 간호인력은 0.21명(‘05년)으로 OECD 국가중 최저 수준이다. OECD 평균이 0.99명이며, 미국은 1.36명, 영국은 1.7명이다. 우리나라는 3교대 근무형태를 감안할 때 1병상당 담당 간호 인력은 0.07명으로 간호사 1인당 14병상을 담당하는 격이다. 특히 병원급 의료기관의 간호인력이 크게 부족하다. 간호등급 가산제도에서 가산등급이 적용되는 5등급 이상으로 간호사 인력을 확충한 기관은 14%에 불과하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의료기관 평가는 결국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 평가기간 평소보다 3-4배 인력 투입 → 평가 기준에 의거 환자들에게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 머리감기 등 최상의 서비스 제공 → 평가 이후 인력 배치 원위치 → 환자들은 평가기간 받았던 서비스 지속 요구 → 부족한 인력에 대한 근본해결 없이는 환자요구 수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 늘어난 요구를 최소 수용하더라도 병원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는 몇 배 강화 불가피 → 평가 이후 현장에서는 환자불만과 병원노동자 노동강도 강화등 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편법사례에 대해 병원의 도덕성을 질타하기 전에 평가기준을 맞출 수 없는 평소 인력수준에 총체적인 문제제기룰 먼저해야한다.
의료기관 평가당일 수준의 질 높고 수준있는 의료서비스가 평소 제공하려면 단순히 파행편법 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적정인력 확보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적극 마련되어야한다. 즉, 의료법 개정을 통해 병원 인력 기준을 대폭 강화하거나, 간호수가차등제 개선, 수가 협상과정에서 인력과 연동하는 방안 등을 통해 인력충원방안을 적극 모색해야한다. 나아가 국민들이 치료비 다음으로 가장 힘들어하는 가족 환자 간병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보호자 필요 없는 병원’ 을 만들기 위한 인력충원까지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끝>
2007년 11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