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 45주년 기념여행을 떠난다. 일본큐슈로. 부산친구 서울친구 울산친구 43명이,여행경비와 사전준비를 위하여 물심양면 협조하고 수고한 집행부도 다 같이, 작은놈 큰놈 모두가 고교시절을 회상하며 약간의 일탈(逸脫)을 즐기기 위하여 소주 몇병 씩 가방에 넣고 여행을 떠난다. 겉으로 표현은 안 해도 속으로는 즐거우리라, 기쁨을 느끼고 있으리라. 바다가 험하다고 멀미약을 먹고 붙이고 준비 단단히 한다.
부관페리의 하마유호(시모노세키시의 市化가 하마유, 우리말로는 문주란)를 타고, 선내
방 配定이 끝나자마자 안내방송이 나온다. 부산고등학교에서 오신 분은 식사하시라고, 우리 영감 일행을 수학여행 가는 학생이라고 여긴 모양이다. 배 타자 마자, 다른 여행사 제켜놓고, 따로 마련된 방에서 선착순으로 소고기가 약간 든 시락국밥을 먹는다. 인원수 많은 단체가 우선권을 갖는다. 헌데 문제는 식사시간이 음주시간으로 변하면서 끝없이 길어진다. 좀 넘어서는 배 사무장이 와서 방 빼란다. 술도 회도 많이 남았는데.
방 없어서 술 못 먹겠나. 첫날부터 아주 뽕을 빼고 있다. 밤 두시가 넘었는데 술이 취해서 “야 우리 친구들은 코도 안 골고 자네, ⅩⅩ야 나는 코골고 자도 되겠나” 하고 큰소리로 떠든다. 술이라는 요상한 도깨비국물이 육십 중반의, 그리고 집에 가면 근엄한 할아버지인, 영감들을 고교시절의 학생으로 되돌려 놓았나 보다.
그런데 우리 회장님은 한 잠도 안 주무신다.
7일 오후8시에 출발한 배는 이때(8일 새벽 2시) 벌써 시모노세키 외항에 도착하여 내일 새벽 입항 수속할 때까지 기다린다.
※ 釜關페리 : 1905년에 개설된 關釜連絡船을 그 起源으로 한다. 1910년 韓日合邦으로 인하여 일본국내노선으로 되었다가 2차대전후 약 20년동안 한일간 교통이 두절, 1970년6월에 關釜페리주식회사(일본측)가 설립되어 隔日制로 운항되다가 1969년에 釜關페리(한국측)주식회사가 설립되어 매일 운항되고 있다.
한국배; 聖姬호,일본배; 하마유
※ 시모노세키시(下関市) : 인구29만명 관문해협의 북쪽해안에 닿아 있는야마구치현(山口県)의 市.국가로부터 중요시(中核市)로 지정 받고 있다. 釜山, 中国의 青島, 蘇州, 太倉에 就航하는 国際旅客航路를 가지고 있다(日本国内最多). 관문대교의 완성으로 通過都市化하고 있으며 造船業과 水産業의 衰退로 都市機能低下와 人口流出이 深化되고 있다.
4월8일목요일 맑음( 버스승차)
배 위지만 모두 세수 잘하고 에 미역국에 밥을 먹는다. 어제의 과도한 음주에도 불구하고 아침 밥 잘 먹어내는 친구들이 존경스럽고 부럽다.대단하다 대단해!!
입국 검사대를 통과하려 하니 어제 저녁에 각 방마다 자기네들끼리 먹으려고 숨겨놓은 생선회가 스티로폴 박스로 세 박스나 된다. 어떻게 검역 검사를 통과 할 것인가. 버리자. 하는데 까지 해보자. 의견분분. 통과 안 될 경우 어디다 버릴래? 그래도 집행부는 용감하였다. 운 좋게 통과 했다. 전염병이라도 만연하는 시기 같으면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의 용감한집행부는 한국에서 가져 간 회로 점심시간(일본식 우동 정식, 상호;미카사(三笠))에 일본소주와 함께 여러 친구들 입을 즐겁게 해 주었다.
가이드포함44명이 관광버스 1대에 올라 구마모또(熊本)로 이동한다. 버스좌석의 간격이 좁다. 다리 긴 친구들은 고통스러운가 보다.
12시40분 구마모또성 옆에 있는 후지산(富士山)을 모방하여 만들었다는 정원(水前寺所成趣園)을 보는 코스인데 입장료가 아깝다. 깨끗하기는 하다. 여기서 한 시간 소비.
여행사실 증명용 단체 사진, 가이드가 대 여섯 번 셔터를 눌러야 한다. 우리는 모델료도 못 받는 초짜 모델들이 된다.
가이드가 참하다. 나이 사십에 애까지 딸린 대구 출신 아줌마. 일본 유학경력 1년이지만
공부 많이 했다. 발음도 상당히 좋고 손님 비위 맞추어 가며 자기 실속 차릴 줄 아는 베테랑이다.
오후1시35분에 가라구니타케(韓國岳)를 잘 볼 수 있는 에비노高原을 향해 출발하여 4시에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 에비노高原; 에비(海老)는 새우의 일본말이다. 노는 들판을 뜻하는 노(野)인듯 한데
한자 이름을 찾을 수가 없다. 가을이 되면 억새잎의 색깔이 새우빛깔로변한다고 해서 이름을 붙였단다.
참고적으로는 가라쿠니다케의 부근 카고시마현(鹿児島県)히오키시(日置市)에는 옛날에 끌려간 陶工들이 檀君을 모시던 옥산신사(玉山神社)가 있었으나 1973년에 그 主神이檀君에서 陶磁器神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볼 때 우리의 조상들이 조국을 기리며 올랐던산임에 틀림이 없는 듯 하다.
이곳에서 足浴도 즐기고 또 남의 가방에서 술도 꺼내 먹고,
가방주인 얼굴 붉히고, 내 가방이 버스 적재함 안쪽에 있어서 손 가까이 있는 남의
가방의 술을 먹었다나…
식어빠진 닭꼬지를 사서 맛있게 먹으며 “안주 좋다. 의리 없는 놈은 안 준다”해도 다
한잔씩 하더라.
16시40분 기리시마신궁(霧島神宮)向發
기리시마신궁은 天孫降臨의 신화에 유래하는 자기네들의 황실의 조상신을 모시는 신궁.
※神宮은 神社의 하나이다. 천황이나 황실의 先祖神을 모시는 規模가 큰 神社로 皇室을
나타내는 菊花紋樣이 있다.
※神社는 神道의 신앙을 기초로 하여 만들어진 祭祀施設이다. 주로 木造건축물이다.
이곳에는 아주 오래 된 나무 한 그루가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전망대망원경도 있었지만
돈을 넣어야 되고 단팥죽도 언제 차가 떠날지 몰라 사 먹지도 못한다.
우리나라의 사찰에는 기와불사가 있고 이곳에는 지붕보수에 쓰이는 銅板(구리판)을 사서뒷면에 이름을 쓰고 지붕 얹을 때 그 동판을 사용하는 모양이다.
참고: 지금은 국화문양을 나라를 대표하는 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다.
17시30분 霧島神宮 出發
저녁 해는 기울어가고 배는 고파오는데 호텔까지 이동시간이 꽤나 걸린다.
큐슈 여행은 이동시간이 길다. 관광 자원이 많지 않은데다 그마저도 뚝 뚝 떨어져 있어
차를 오래 타야 한다. 큐슈는 溫泉, 城, 火山, 祝祭가 관광자원의 대부분이다. 그 중에서
도 온천과 화산을 빼면 남는 게 없다. 그렇다고 외국관광객에게 하루 종일 온천만 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이동 중 저녁식사는 바이킹(일본에서는 부페를 바이킹이라고도 부른다).
일본식, 양식, 중국식으로 만들어 진 음식도 있었지만 생고기나 해산물을 기호에 따라
구워먹는 재미도 있었다.
1인당 약24000원정도. 어린이들을 위한 솜사탕 만드는 기계도 있어 이 나이에 체험을
해 보았다. 솜사탕을 젓가락에 돌 돌 마는게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에 다이세이 아넥스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이 도심복판에 있어 밖에 나가
한 잔 하기는 좋으나 방이 좁은 게 흠이다. 그래도 지난 밤을 배에서 잠을 설쳤기에
불만 없이 잘 잔다.몇 시간 자고 나면 또 가방 꾸려 나가야 되는데 ….
소주방은 계속 열리고 있고….
4월9일금요일 흐리고 비( 호텔發이브스키(指宿)로)
날씨가 꾸리 꾸리 한 게 요상타.
이틀만에 그럴듯한 아침식사를 양 껏 했다. 모두가 하는 말이 해외여행 끝나면 체중이
늘어 난단다.
모래찜질하러 이브스키로 이동한다. 날씨가 조금 나아지는 것 같다.
이브스키는 한국과 인연이 많은 곳이다. 2004년 대통령이 고이즈미 총리와
만났던 곳이기도 하고 일본 明治 초기에 사이고타카모리(西鄕隆盛)가 征韓論을 주장 했던 그리고 그 征韓論이 빌미가 된 征韓論政變 (明治6年政変이라고도 함, 1873년 군인과관료 약600명이 관직을 버린 사건) 때 관직에서 물러나는 몰락의 단초를 제공했던 곳이기도 하다.
※征韓論 : 日本明治(1968∼1912)初期, 무력으로 朝鮮을 정복하자는 주장.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의 시대적 배경은 위 정한론정변 이후 西鄕가 낙향해 있을
때부터 죽을 때 까지가 된다.
이곳은 지하 1미터만 파면 온천이 나오는 곳.
모래찜질을 위해 입는 유카타 밑에는 아무것도 입지 말라고 가이드가 수 차 강조를 한다. 한번쯤은 체험해 볼 만 했다. 어떤 친구 왈 집에가서 전기 장판 위에 검은 모래 나, 검은모래가 없으면연탄가루를 섞어서 찜질하면 같은 효과가 난단다. 한번 해 보란다. 찜질 끝나고 다시 목욕. 하루에 목욕 세 번 해 보기는 처음이다.
12시53분 이케다(池田)호수 관광후 식당 이케다 파라다이스에서 점심식사.
이케다호는 표고66미터 최대수심233미터의 칼데라호수이다.
이 호수에서 잡았다는 괴물 장어도 구경하고 꽃밭도 거닐고 다 좋았는데 식당 주인이
깐깐하다. 자기집 그릇에 고추장 묻는다고 인상을 쓴다. 그럴 수도 있겠다. 설거지가
귀찮으니까. 하지만 파라다이스란 이름하고는 안 맞다.
신경 쓸 것 없이 사진 박고 사쿠라지마(櫻島)로 이동이다.
이동 중에 비가 내린다. 전번 일본 여행 때 아소산(阿蘇山)도 비 때문에 못 보았는데
화산분화구만보려고 하면 비가 내린다. 사쿠라지마로 들어가는 페리보트에 버스를
싣고 섬에 들어가 자료관 견학과 소개영화 관람으로 만족하고 아리무라(有村)
용암전망소로 이동했으나 비가 뿌려 도중에서 기념사진만 찍고 내려왔다.
“아까 조금 개었을 때 마이 밧따 아이가.”
오후4시30분 호텔 向發
카이세키요리(懐石料理)와 宴會가 기다리는 기리시마 로얄호텔로 이동이다.
오후6시30분
호텔에 도착하니 유카타(浴衣)복장집합이 아니고 하오리(羽織:防寒、礼装용)까지 입고 집합하라는 전갈이다. 덥지 않을까. 하지만 집행부의 지엄한 분부 받잡고 행사참석.
결과적으로는, 너무 잘 하려고 하다가 너무 격식에 억매여, 분란이 일었던 메인 이벤트
였다.유카타 복장에 애국가. 조잡하게 그린 태극기에 대한 배례,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애국가를 4절까지, 다 외우지 못하는 가사를 사회자가 도중 도중에 읽어주니 노래의 박
자도 안 맞는다…. 臨機應變의 妙를 살리지 못하고 같이 공부한 친구들의 의견을 무시한
강한 我執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소주방에서 화해가 이루어 지고… 친구는 좋은 것이여!!.
4월10일토요일 맑음(08시50분 호텔 出發)
관광 마지막 날이며 기리시마에서 후쿠오카(福岡) 거쳐 시모노세키까지 이동시간이 긴
날이다.
※福岡市 : 인구 약140만, 후쿠오카현의 西部에 위치 한 九州最大의 都市.
산요우신칸센(山陽新幹線)의 종착역이 하카타(博多)에 있어 후쿠오카를 하카타로
부르기도하고, 두 이름을 합쳐서 후쿠하쿠라(福博)고 부를때도있다.
이동 도중 관광은 남장원(南藏院).벼락맞은 나무하고 미얀마가 일본에 보낸 佛舍利를
안치하기 위해 만든 동불상(銅佛像)(길이41미터,높이11미터의 세계최대의 釈迦涅槃像
)이 있는 곳이다.
역사가 오래 되지도 않았을 뿐만 돈으로 급조한 사찰 같아서 불상이 크다는 것 이외는
별로 감흥이 없는 곳.
시내면세점에 들러 기념품 구입하는데 다들 마누라 손자 줄 것을 많이들 구입하고 있다.
힘이나 처지가 옛날 같지 않으니 물량공세, 선심공세로 나가려나?부인들과 손자들이
얼마나 좋아할고.모처럼만에 한국인이 경영하는 식당 한정(韓亭)에서 고추장 넣은
밥을 맛있게들 먹는다. 비빔밥으로 점심식사 마친 후희망자에 한하여 태재부(太宰府)
관광.
※태재부는 옛날 큐슈 전체를 다스리던 큰 관청이다. 500년 동안 그 역할을 담당했다.
저녁무렵 관문대교를 거쳐 배에 승선. 배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었기에 출국검사는 거의
프리패스다. 이것도 가이드를 잘 만난 덕 이라고…글쎄
※관문교(関門橋) : 야마구치현(山口県) 시모노세키시(下関市)와 후쿠오카현(福岡県)
키타큐슈시(北九州市) 모지구(門司区) 사이의 관문해협(関門海峡)을 연결하는 도로교
(道路橋)의 명칭 및 교량을 포함한구간의 고속도로의 총칭.
길이:1068미터, 폭:26미터, 주탑높이:141미터, 주탑간 거리:712미터의 斜張橋.
배의 침대배정을 놓고 말썽이 생긴다. 이 배는 일본 배라서 여러 명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는 점을 감안하면 좀 불편하더라도 참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배
성희호에는 큰 방들이 많다.
또 타자마자 밥 먹으란다. 저녁메뉴는 김치찌개 여기에다 소주.술이 다 떨어졌나?
빨리 방 빼란다. 아 좋아. 방 뺀다. 이 방 아니라도 술 먹을 곳은 많다. 각자 자리에
돌아와서 침대 사이의 비좁은 복도에 또 소주방을 차린다. 지금쯤 바닥이 났으리라고
생각했던 소주 在庫가 많이도 있다. 그 무거운 소주를 며칠 동안이나 가방에 넣고 버틴
친구에게 感心 할 따름이다.
메인 홀에서는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려는 듯, 해운대 아줌마들과 술 내고 안주 내고
오빠 동생 하면서 왁자지껄, 선사측에서 좀 조용히 해 달라고 주의를 주지만 馬耳東風,
가이드까지 불려 내려왔지만 방법이 없다.밖에 나가서는 高聲放歌까지.
나중에는 밤 두 시가 되었는데 이 여자가 오빠야를 찾으러 방마다 돌아다닌다. 뭥미?
도대체 어떤 부류의 무엇 하는 여자냐?
4월11일일요일 날씨관계없음
아침6시에 미역국에 새벽밥 먹고 하선 준비.
로밍 안 했던 전화가 터지기 시작한 때부터 마나님께 도착신고 한다고 바쁘다.
귀국수속을 마치고 페리부두 대합실에 전원 집합하여 회장님의 인사 말씀을 끝으로 해산.
이번 여행 동안 동기생 그대들이 있어 서로가 즐거웠느니.
수고하신 여러분께 감사 드린다.
고맙다. 친구야!!
글쓴이 : 서성조
자료인용 : Wikipedia
여보원(여행자 인권 보장 위원회)
1. 집행부는 술과 안주 배급을 중단하라.
(앉으나 서나 술이다. 이성을 잃는다. 총무가 부엌데기가? 안주심부름에 정신이 없다. 술은 기호 음식이다. 자기 마실 것은 자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