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오래 그래 기다려왔어 나도 널
나를 기다려주던 너에게 이제야 왔어
너를 외면하면서 나 지워버릴수가 없었던건
내게보여준 너의 그사랑
(중략)
나를 향하여 네가 보여줬던
그많은 사랑과 너의 정성을
매일 같은표정 때론 거짓속에
나는 그저 받았었지 예
내앞을 가로막고 서있던 그 모든 위선들
오 나의 감춰졌던 위선
나에게 씌워진 굴레를 모두다 벗어버리고
이렇게 나에게 펼쳐진 나의 많은 날들을
이제는 그대와 함께하리
나에게 자유보다 더욱 소중한걸 이제야
가르쳐준 너를 난 사랑해 너를
(후략)
1995년에 발표된 [듀스]라는 떼가 부른 [굴레를 벗어나]라는 노래입니다.
제목은 [굴레를 벗어나]라고 되어있는데, 노랫말에는 [굴레를 벗어버리고]
라고 합니다.
'굴레를 벗어나'라는 말은 국어를 공부하는 학자들의 책에서도 흔하게 쓰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굴레는 벗는게 맞을까요, 벗어나는게 맞을까요?
'억압이나 얽매임으로부터 풀려난다'는 뜻의 '굴레를 벗다'는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굴레'부터 살펴봅시다.
굴레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사람의 머리에 쓰는 모자 중 하나입니다.
'굴레'를 검색해보면 다음과 같이 나옵니다.
-방한(防寒)을 겸한 장식적인 쓰개로, 지방에 따라 형태가 약간씩 다르다. 서울의 굴레는
3가닥으로 되었고, 개성의 굴레는 9가닥으로 되었다. 겨울에는 검정 비단으로, 봄·가을에는
갑사(甲紗)로 만들었다. 가닥마다 색이 다르며 수를 놓거나 금박을 박았다. 뒤에는 도투락
댕기를 달고, 정수리 부분에는 구슬·보석 등으로 장식을 하기도 하였다.
전통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저로서는 '굴레를 벗다'라는 말의 뿌리가 이 '굴레'에 있
기를 바래보지만, 아무리 우기려해도 여기에서 나온 말일 것이라는 흔적을 찾기가 어렵습
니다. 왜냐면 이 '굴레'는 조선 후기부터 생겨난 복식문화로 남녀를 가리지는 않았지만
똥 깨나 뀌는 집안의 아이들(돌~너댓살)이 착용하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그 쪽으로 대놓고 설명하려해도 너댓살이 넘어서면 '굴레를 벗었다'고 할 만큼의
사회적 위치나 신분이 바뀌지는 않거든요.
그렇다면 다른 하나의 굴레를 살펴보겠습니다.
또 다른 '굴레'는 소나 말에게 쓰던 것입니다.
지금도 승마 관련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대부분의 승마 관련 인터넷 판매점에서 이 '굴레'를
팔고있습니다.
모양을 살펴보면 목에 걸쳐 고삐에 묶는 것으로, 입에 물리는 재갈까지 붙어있습니다.
사람으로 치자면 오토바이용 헬멧을 씌워두는 것 같은 모습이지요.
이 것만 벗어버리면 사람으로부터 얼마간 해방되는 것이고, 먹이까지도 내키는대로 먹을
수 있겠지요.
'굴레를 벗는다'는 말은 소나 말에게 씌웠던 이 '굴레'에서 왔을 것입니다.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굴레'는 '벗는' 게 맞을까요, '벗어나는' 게 맞을까요?
'벗는다'는 것은 옷이나 모자, 신발처럼 씌워져 있는 것을 떼내는 일입니다.
'벗어난다'는 것은 '도리에 벗어난다'에서 처럼 어떤 경계나 범위가 명백한 일에서 빠져
나오는 것을 말합니다. '국경을 벗어난다' 같은 경우처럼 말이지요.
요약하자면, 씌워진 것을 떼 내는 일은 '벗는' 것이고
명확하게 존재하는 경계나 범위를 넘는 것은 '벗어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말이나 소의 얼굴에 씌워진 굴레는 '벗는' 것이 맞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