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무대로... 김가영 선수 인터뷰(방기송 사무처장)
지난해 연말 2006년 포켓볼 국가대표 선발전이 모두 끝난 12월 27일 인천의 스포츠당구아카데미(대표 박승칠)에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포켓볼스타 김가영 선수를 만났다. 김가영 선수는 작년 큐-텍 클래식대회 우승과 왕중왕전(토너먼트 오보 챔피언)에서 우승하며 일약 미국에서 유명 스타가 되었다. 이를 보도했던 중앙일보에서 먼저 인터뷰 중이어서 기자는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어릴 때부터 김가영 선수를 지켜봤던 기자는 오랜만에 김가영 선수와 심도 있는 인터뷰를 할 수 있었는데, 과거에 비해 많이 성숙된 모습은 외모뿐이 아니었다. 항상 자신만만하게 거침없이 행동하던 십대 소녀의 티를 벗고 세련된 화술에 상대를 배려하는 행동에서 세계챔피언의 당당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번 인터뷰에는 김가영 선수의 부모님과 동생인 김민정 선수와 자리를 같이했다.
기자: 우선 2006년 국가대표에 선발된 것을 축하합니다. 선발전을 치르면서 우리 선수들에게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습니까?
김가영: 우리 여자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앞으로 아시안게임까지 충분한 경험만 쌓으면 충분히 금메달의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요.
기자: 미국을 주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WPBA(세계프로여자선수협회)의 현재 랭킹이 몇 위이며, 올해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김가영: 2005년 랭킹은 카렌코어와 엘리슨피셔의 뒤를 이어 3위였습니다. 올해 목표는 쉽지 않겠지만 당연히 세계 랭킹 1위입니다. 미국 WPBA(세계프로여자선수협회)의 성적은 8개의 투어대회 성적을 기준으로 하는데, 일단 1차 투어인 노스캐롤라이나 클래식이 2월에 열립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기자: 김가영 선수에게 라이벌이나 장벽으로 느껴지는 선수가 있습니까?
김가영: 지금은 아니지만 과거에는 넘어야 할 태산이라고 느껴지는 선수가 꽤 많았습니다. 몇 년 전에만 해도 대만의 류신메이가 넘어야 할 태산으로 느껴졌었고, 쟈넷리 언니도 한때는 벽으로 느꼈습니다. 요즘에는 제가 류신메이 선수와 쟈넷리 언니에게 거의 승리하고 있기에 일단 한 고비는 넘은 셈입니다. 그리고 미국에 진출한 후에는 엘리슨 피셔에게 항상 부담을 느끼고 있었습니다만, 저번 큐-텍 클래식에서는 통쾌하게 승리했습니다. 이젠 엘리슨 피셔에게도 자신이 생겼습니다. 아직도 엘리슨 피셔나 카렌 코어가 어려운 상대이지만 제가 젊기 때문에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3년까지만 하더라도 엘리슨피셔와 카렌코어가 주요 대회 8개 중 7개는 이들이 휩쓸었는데, 이제는 그렇게는 안 되지요.
기자: 최근 포켓볼의 추세를 살펴보면, 나이가 많은 미국 선수들보다도 대만이나 중국선수들의 상승세가 눈에 두드러지는데 김가영 선수에게 위협이 되지 않습니까?
김가영: 미국에서 최근 떠오르는 신인으로 꼽히는 켈리 피셔 선수도 경계대상입니다. 스누커챔피언 출신이기 때문에 아주 정교한 스트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만이나 중국의 강적들은 저와 비슷한 나이거나 저보다도 어리기 때문에 앞으로 세계무대에서 저와 경쟁을 할 것입니다.
기자: 중국의 판샤오팅 선수나 주멍멍 선수가 본격적으로 국제무대에서 경험을 쌓고 있는데, 지난 11월 일본 오사카 오픈 세계대회에서 판샤오팅에세 패해 입상에 실패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김가영: 오사카대회에서는 제가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는데, 판샤오팅 선수는 최고의 경기를 펼치더군요. 도리 없이 질 수 밖에 더 있겠어요? 누구에게나 질 수 있습니다.
기자: 2004년에는 세계대회 우승과 US오픈에서 우승을 했고, 올해는 왕중왕전과 큐-텍클래식에서 우승했습니다. 그리고 매월 체육연금 수령액이 30만원이던데 올해 총 획득한 상금이 얼마나 되나요?
김가영: 아마 모두 합쳐서 1억원 가량 되는 것 같아요. 그러나 미국에서는 세금만 30%이구요, 생활비도 워낙 많이 들어요. 그리고 대만, 한국, 미국을 오가는 생활이라 경비가 만만찮아 별로 남지는 않아요. 하지만 앞으로는 좀 더 짭짤할 거라고 생각해요.(웃음)
기자: 오는 12월 카타르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되었는데, 중국과 대만, 그리고 일본 선수들과 대결에서 금메달을 딸 자신이 있습니까?
김가영: 다시없는 절호의 기회로 알고 열심히 연습해서 꼭 금메달을 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빠께서는 제가 금메달을 따야 한국당구가 활성화된다며 자꾸 겁을 주는 바람에 너무 부담이 되요.(웃음)
기자: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김가영: 일단 대만으로 건너가서 대만투어에 참가할 작정입니다. 대만은 시합이 많아서 경험을 쌓기에 아주 적절한 환경입니다. 그리고 저와 비슷한 실력을 갖춘 여자선수들이 많아 연습상대도 아주 많습니다. 연습을 충분히 한 후 2월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클래식에 참가할 것입니다.
기자: 김가영 선수는 대만에서 작은 마녀라는 닉네임으로 불리며 아주 인기가 좋아 TV 오락 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김가영: 예, 대만의 영웅 류신메이를 연파하면서 붙여진 별명인데 아주 맘에 들어요. 대만에서 당구선수는 여느 스포츠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다음으로 포켓볼이 인기 있습니다. 길을 걸을 때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고 사인해 달라는 바람에 기분이 좋아요.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이 생겨요(웃음).
기자: 외국생활을 오래 하면 외롭지 않은가요?
김가영: 외롭지 않을 리가 있겠어요? 처음에는 밤에 엄마 생각이 나서 많이 울었어요. 하지만 이젠 대만에서 동생 민정이와 같이 지내기 때문에 외롭지는 않아요.
기자: 동생인 김민정 선수도 대만에서 선수생활을 하는데, 김가영 선수가 보기에 동생의 실력은 어떤가요?
김가영: 저하고는 9:6의 핸디로 내기 게임을 하는데, 주로 제가 이겨서 민정이는 설거지나 집안 청소를 해야 합니다. 제가 시키는 대로 연습을 잘 하지 않아서 걱정이에요(웃음). 엄마가 포켓볼을 좋아 하셔서 간난 아기인 저를 등에 업고 포켓볼을 치셨대요. 조기교육을 간난 아기 때부터 한 셈이지요. 하지만 민정이는 포켓볼 경력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한참 노력해야 할 거예요. 민정이도 열심히 연습하고 있으니까 곧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겁니다.
기자: 현재 거의 모든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기업체의 후원을 받고 있는데, 김가영 선수를 후원업체는 없습니까?
김가영: 에와 로렌스는 브론스윅, 엘리슨 피셔는 큐-텍, 카렌코어는 팔콘, 판샤오팅은 중국의 성패 등에서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저에게도 후원을 하겠다는 업체가 나서기는 하는데요, 전 꼭 한국회사에서 후원을 받고 싶어요. 당구업체가 아니더라도 제가 후원사의 로고를 가슴에 달고 ESPN을 비롯한 방송대회에서 출전하여 한국에도 후원사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기자: 언제 대만으로 떠나세요?
김가영: 모레 떠나기 때문에 시간이 너무 없어요. 이젠 인터뷰 다 끝났지요? (김가영 선수와 약속이 있다는 동료 선수인 성현선 선수가 인터뷰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자: 마지막으로 지금 한국에는 포켓볼 애니콜게임을 보급하고 있는데, 혹시 들어보셨습니까?
김가영: 맞아요, 우리 집안은 온 가족이 당구를 치잖아요, 엄마가 애니콜게임이 있다고 알려줘서 어떤 게임인지 알아요. 룰이 간단하고 스피디하기 때문에 초보자들에게 아주 재미있는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대만에서도 초보자들은 한국의 애니콜게임하고 비슷한 14-1(포틴원)게임으로 포켓볼을 배웁니다. 한국에서 이런 게임이 진작 나왔더라면 포켓볼의 인기가 식지 않았을텐데... 지금이라도 애니콜게임이 활성화되면 좋을 것 같아요. 국민생활체육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포켓볼 선수의 한사람으로서 감사를 드립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국가대표에 선발된 것을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부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서 한국 당구의 활력이 되어 주기를 부탁합니다. 그리고 항상 건강하세요.
김가영: 당구소식 애독자 여러분 애니콜게임 많이 치세요. 그리고 새해에는 소원성취하시고 늘 건강하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