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8 이른 아침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가다 휴게실에서 아침겸 점심을 먹고
쉬엄쉬엄 가다가 무안인터체인지를 빠져나온 시각이 12 시가 좀 못되었나 싶다.
일행은 2쌍의 남녀, 그리고 메그와 메그의 조력자 1인 합계 6인.
구릉성산지를 따라 간간이 드러나는 바다를 보며 무안군 운남면에 들어서서
슈퍼에서 낫,톱,못, 대형 천막지,
물통과 부식거리 등을 챙겨서 신월리 선착장에 도착한 시간이 약 1시쯤.
대기중인 선박을 타고 목적지인 무인도 해섬에 도착.
해섬엔 주변 양식장에서 사용한 듯한 2대의 바지선이 묶여져 있다.
이번 개척여행의 목적은 여러사람이 야영할 수 있는 캠프지를 구축하고,
시험적으로 뗏목을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만든 뗏목으로 주변 섬을 정찰해보는 것이었다.
하여, 지난주 예비답사시에 대강 닦아놓았던 캠프지를 확장하고 주변 숲에 통로를 내는 일을 맨처음 시작했다.
두대의 승용차에 가득 실어온 짐을 부려놓고, 우선 시원한 미숫가루를 한컵씩 들이켰다.
처음 온 두쌍의 젊은이는 다소 실망한듯 했다.
우선 섬의 크기가 예상보다 몹시 작았고, 낚시를 할 만한 포인트가 마땅치 않아보였으며,
섬 주변에 어지러이 널린 각종 어구와 버려진 그물따위가 눈에 거슬렸기 때문이리라.
이 섬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우선 이 폐어구와 그믈을 제거하는 일이 선행되야 할듯해서,
인근마을 이장과 통화해서 어촌계장 연락처를 알아냈다.
불법폐기된 어구와 그믈을 치우겠다는 약조를 받아냈다.
우선 캠프지를 구축하는 데 힘을 합쳤다. 비교적 편평한 지역을 골라 땅을 10여평 고르는데
주어진 장비가 삽 한자루와 낫 두자루 뿐이라...
게다가 두명의 우아한 여인에게 땀을 흘리게 할 수 없어서....
남자들 넷이서 한바가지의 땀을 흘린끝에 제법 그럴듯한 터가 닦였다.
여기서의 하이라이트는 약 300 키로이상의 커다란 돌덩이를 캐내는 일이었다.
서둘러서 텐트를 치고 일행중 일부는 회를 실컷 먹여주겠다며,
낚시대를 들고 해변으로 갔다.
그러나 3동의 텐트를 치고 주변 통행로를 다 개척하기까지 낚시팀은 꽝이었다.
물때도 안 맞고 주변 수심이 낮아서 자꾸 바닥에 걸린다는 것이었다.
바로 20~30 여미터 앞에 떠 있는 바지선에 앉으면 뭔가 걸리지 않겠냐는 얘기...
흠, 그래...
어차피 뗏목을 만들거니까 그 뗏목을 타고 거기에 데려다주지 ....
자,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섬 주변에 널린 뗏목자재를 모읍시다.
하여 바닷물에 떠밀려온 판자쪼가리, 바닷가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양식장용 대나무, 스티로폴, 로프 등을 한곳에 주어 모았다.
아, 그런데....
설계가 시원찮았나보다.
메그의 생각으로는
뗏목이 안정감이 있으려면 무게중심이 낮아야하므로,
맨 아랫부분에 제법 두꺼운 통나무와 굵은 대나무를 엮고 그위에 스티로폴을 깔고
맨 윗쪽에 대나무를 발처럼 엮어서 만들면 소재전체가 모두 물에 뜨는 소재이므로
부력은 충분하고 상대적으로 무거운 것이 아래에 위치하므로 안정감이 있도록 배치했다.
주변에 널린 밧줄을 끊어서 길게 묶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잘라서 쓰기도 하면서 뗏목을 엮어나갔다.
그런데 이 작업이 뭍에서 이뤄지기에 몹시 번거로왔다. ( 무거운 통나무를 들었다 놓았다하며 엮는 작업)
게다가 실제 경험이 없다보니 줄을 엮는 작업이 보통 시간이 걸리는 게 아니어서
금방 끝날 일이 아니었다.
벌써 어둑어둑 해진데다가 가열찬 노동으로 허기가 져서 서둘러 저녁준비로....
아 ! 그런데..
그대들은 맛보았는가 ?
소나무 숯불에 뒹군 목삼겹살...
구덩이를 파고 그곳에 터를 닦으며 잘라낸 소나무를 손바닥 크기로 짧게 토막쳐서 불을 피워 숯으로 만들어서
그 위에 불판을 놓고 고기를 구워먹으며 소주잔을 비우고.....
은은한 소나무 향기가 섞인 연기에 그슬리면서 배여든 향기가 가히 일품이었다...
모닥불너머로 바라본 하늘엔 별이 총총... 이 애기 저얘기로 밤은 깊어가고...
새벽녁인가... 잠결에 먼곳에서 교회당 종소리를 들은 듯 하고...
머리맡에 바닷물이 밀려드는 소리를 들은 듯도 하고....
간단히 아침을 차려먹고 다시 뗏목만들기에 도전...
여러차례 끈을 풀었다 엮었다를 반복하며 마침내 완성...
썩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미리 준비된 것이 일체 없는 상태에서 주변에서 주은 자재만으로 만들었다는 자부심.....
혹시 여러사람이 타더라도 충분한 부력을 유지하기 위해 양 옆에 기름통을 네개씩 묶었다.
이제는 시험운행할 차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메그가 먼저 시승하다...
그런데 .....
아 !...그런데.....
사진을 잘 보시라.
뗏목을 붙잡아주는 로프가 풀려있어서 바다로 바다로 자기 혼자 스르르 떠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메그가 들고 있는 것은 노가 아니다.
그것은 둥근 대나무에 고무를 입힌 것으로 김 양식장에사용되는 대나무막대다.
약 5 미터길이...
메그 생각으로는 인근이 온통 갯벌지역이므로 4~5 미터 정도의 길이면 바닥을 막대로 짚으면서
섬 주변을 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생각을 얼핏 했었고, ,
또 노를 가져가기는 했지만 미처 뗏목에 실을 새도 없이 바다로 미끄려져 간 것이다.
그런데 해변에서 10 여미터 정도 멀어지자 5미터 길이의 대나무 막대가 물속 허공을 젓는다.
바다의 수심을 5미터로 카바하려했다니.....
허~어 !
이제 배를 조종할 방법이 없어 바람 부는대로 물 흐르는대로 맡길 수밖에....
뗏목은 서서히 섬에서 멀어져가고 졸지에 메그는 표류객이 되었다.
바다를 너무 쉽게 대한 죄에 대한 벌이다.
섬 해변에서 질러대는 일행들의 안타까운 고함과 울부짖음이 서서히 잦아들고
사람들의 형체가 점점 작아지는데...
뗏목 옆에 매단 빈 기름통 하나를 풀어서 깔고 앉으며 깊은 시름에 잠겼다.
이 통을 붙잡고 헤엄쳐 갈 것인가 아니면 휴대폰으로 구조를 요청할 것인가 ?
1.바닷물이 너무 차다.
2.조류의 흐름이 있기때문에 수영을 한다해도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없을 것이다.
3. 좀 있으면 날이 어두워진다.
4. 하루를 투자해서 제작한 뗏목을 이렇듯 허무하게 버리고 탈출하기에는 너무 억울하다.
우선 우리를 실어다 준 배의 선장에게 휴대폰을..
걸핏하면 전화를 꺼놓고 술 마시러 가버리곤 하던 선장이었는데 운좋게 단번에 연결되었다.
우리의 배가 엔진고장으로 표류중이니 신속히 구조바람.
뗏목 위에 하릴없이 앉아서 노래 10곡을 소화시키고 담배 3개피를 소모할 때쯤 배가 나타났다.
배에 멋적게 오르고 우리의 뗏목을 구조선에 비끄러매고 예인해서 섬에 도착.
선장에게 사례의 인사를하고. 무진 애를 써서 바지선에 뗏목을 묶어놓고나서
갈증을 풀기 위해 야영지로 올라서 물을 마시는데...
저 바다 멀리 무엇인가가 둥둥 떠나서 흘러가는 것이 보였다.
해변에 바짝 다가가서 바라보아도 형체가 잘 구분이안갔다.
고무보트인 것 같기도 하고 커다란 물놀이 도구인것 같기도 하고....
꽤 빠른 속도로 흘러가더니 이윽고 가물가물해졌다.
그리고...
다시 야영지로 돌아서는 순간..
무심코 바라본 바지선...
분명 묶여있어야 할 우리의 뗏목이 보이지 않았다.
아뿔싸.....
빠른 속도로 우리의 시야를 벗어나던 그 부유물체의 정체는
바로 조금전 비끄러매었던, 하루 온종일 씨름해서 만든 우리의 뗏목이었던 것이다.
허무함이 물밀듯 밀려왔다....
그날밤 별이 무수히 떠있는 하늘아래 모닥불 피워놓고
표류아닌 표류를 했던 무용담 아닌 무용담,....
험난한 노동의 허망한 결말에 대해...
추후 뗏목을 만들 때 개선할 점에 대해서....
난상토론이 이뤄졌다.
결론은 항상 바다를 무겁게 대하라.
성난 바다, 고요한 바다 그것은 우리의 육안에 비친 모습이다.
바다는 조용하고 잠잠한 가운데에서도 도도한 흐름과 거대한 에너지를 간직하고 있으니,
수영실력을 뽐내거나 장비를 믿지말고 겸손하게 대해야 한다.
특히 조류를 조심하라. ( 파도는 육안으로 식별되지만 조류는 조용히 흐르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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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이틀간의 강도높은 노동을 핑계로 늦잠을 자고, 누룽지와 전투식량을( MRE ) 으로 아침요기를 하고
각종 자재와 식량을 갈무리 해둘 비트를 구축하고, 나중을 위해 화장실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길을 추가로 더 내고 비트를 마련해서 짐을 은닉할즈음,
화장실은 따로 내는 것보다는 자연정화 또는 퇴비화를 겨냥한 아이디어를 원용해보기로 하고
잠시 미루기로 했다.
선장과 연락하여 배시간을 정하고
짐을 챙겨 해변가로 옮겼다.
그런데 거짓말같은 광경이 목격됐다.
어젯밤에 아래 바지선에 묶인 줄을 풀고 먼 바다로 떠내려가버렸던
우리의 뗏목이 윗쪽 바지선의 로프에 걸려져 있었던 것이다.
열 몇시간의 표류끝에 원대복귀한 장한 모습.
주인잃은 배가 되어 먼바다를 혼자서 돌아돌아
연어처럼 다시 자기가 태어난 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장한 뗏목에게 기립박수를.....
계속되는 개척여행을 통해서,
지금 제작중인 카누를 시험운영해보고,
합판과 각목 FRP 를 이용해서 작은 움막집을 시험적으로 만들어보겠습니다.
또한 바다낚시터의 포인트를 개척하고 통발을 이용해서 고기를 잡고
현지민들이 하는 방식대로 뻘낙지를 잡는 것입니다.
또, 망루(전망대)도 만들어 보려합니다.
그리고 4개의 섬중 한곳을 선정하여
카누나 보트를 현지에서 제작하는 작업장을 만들어서
모노헐 보트와 요트 뿐만 아니라 카타마란(쌍동선)을 만들어보고,
그리고 소형 바지선도 직접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이 모든 일은 서두르지 않고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진행할 예정이며,
이 개척여행에 동참해 보고 싶으신 분은
언제든지 쪽지를 보내시거나 덧글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참가비용은 당분간(?) 무료이며 여행경비 및 숙식을 제공합니다.
단, 완전한 자유시간이 아니라 하루 3~4 시간정도 작업에 힘을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학생, 노약자, 여성, 숙련, 비숙련 등을 따지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