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일부터 11일까지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06 인천 세계주니어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
우리나라는 6개의 금메달 가운데 혼합단체전, 남자단식, 남자복식,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금메달
4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로 역대 대회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작년 주니어대표팀에 이용대라는 초특급 주니어가 있었다 할지라도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내기까지 주니어대표팀을
맡아 훈련과 작전을 진두지휘했던 이득춘 감독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특히 혼합단체전에서 선수들을 믿고 끝까지
기용함으로써 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를 이끌어냈다. 그의 용장다운 두둑한 배짱과 선수에 대한 믿음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올해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열리는 ‘2007 세계주니어배드민턴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이득춘 감독을 만나봤다.
솔직하고 성실한 선수가 되어야
이득춘 감독은 1994년 1월부터 주니어대표팀을 맡아 지금까지 14년 동안 한결같이 주니어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현재 국가대표선수들 그리고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김동문, 하태권, 나경민 등 배드민턴 스타 대부분이
주니어대표시절 이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누구나에게 그렇듯 운동선수에게도 청소년 시절은 중요한 시기이다. 기량을 한껏 끌어 올려 좋은 선수가 될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있는 선수들을 오랫동안 맡아 이끌어온 이 감독은 그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에 책임감 있게 최선을 다해 선수들을 지도한다. 아이들이 예민한 사춘기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된 방법으로
지도를 하면 상처를 받고 자신감이 꺾여 좋은 선수로 성장하지 못하고 주저앉는 수가 생겨 선수들 각자의 개성을
파악해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다정할 때는 한없이 다정하지만 훈련을 게을리 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선수들은 엄하게 다스린다.
인성이 갖춰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성실함과 정직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배드민턴 황제’ 박주봉도 꺾었던 선수시절
1972년, 초등학교 4학년 때 친구따라 배드민턴을 시작한 이득춘 감독은 자신보다 먼저 배드민턴을
시작한 친구들을 한명, 두명 따라 잡으며 초등학교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그래서 고향인 전라북도
임실의 성수초등학교에서 전주 풍남초등학교 배드민턴 유학을 갔다. 그 후 전주서중-전주농림고
(현 전주생명과학고)-원광대를 졸업했다. 10여년간 국가대표로 활동하던 그는 1988년 불의의 사고로
대표팀에서 은퇴하고, 전라도청에서 플레잉코치로 활약했다. 선수생활을 은퇴한 후에는 주니어대표팀
코치,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았으며 1994년 이후로 지금까지 14년 동안 주니어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다.
선수시절 1980년 종합선수권대회(현 최강전) 결승전에서 ‘배드민턴 황제’ 박주봉을 꺾고 남자단식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으며, 정명희와 함께 혼합복식 세계랭킹 1위 2년간 지키며 전영오픈, 일본오픈 등에서 수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또 84년 토마스컵 사상 첫 4강 진출, 86년 서울아시안게임에서는 정소영과 조를 이뤄
혼합복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복식에서는 김문수, 박주봉, 이재복, 김중수, 손진환 등 수많은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크고 작은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선수시절 이득춘 감독은 스매시를 주무기로 게임을 빠르게 진행하는 공격형 선수였다.
제자들 연락 올 때 가장 기뻐
주니어대표 감독으로써 힘든 점에 대해 묻자 그는 자신보다 코치들의 고충을 들려준다.
주니어대표팀 코치는 임기가 없고, 훈련 때마다 바뀔 수가 있어 소속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코치들의 임기와 소속을 보장해줘야 한다. 또 훈련기간이 너무 짧고, 훈련기간
동안 여관에서 생활하다보니 선수관리에도 힘든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을 따로 레벨에 맞게 훈련을 시켜야하는데 그동안 어려운 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다”며 “주니어대표팀을 맡으면서 명절을 집에서 지내본 기억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힘든 점도 있지만 보람될 때가 더 많다며 “가르친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좋은 선수로 성장했을 때 보람을 느끼고, 제자들에게 안부전화나 문자를 받을 때 가장 기분 좋다”며
“해가 갈수록 사제 간의 정이 메말라 연락 오는 제자들의 수가 줄어든다”며 아쉬워했다.
이 감독은 수많은 제자들 가운데 당진군청 김용현, 충남도청 임경진, 대교눈높이 전재연이 기억에 남는다.
김용현은 심장이 좋지 않아 2년 6개월을 특별 관리를 했는데 주니어대표를 거쳐 국가대표에 발탁되어 아직도
선수생활을 잘하고 있으며, 임경진은 지금까지 가르친 선수들 가운데 가장 책임감이 강하고 예의바른 제자로,
전재연은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성실한 제자로 기억하고 있다.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착실히 준비했다
올해 세계주니어배드민턴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이득춘 감독은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7월 28일부터 8월 20일까지 ‘주니어대표선수 하계합숙훈련’을 전북 정읍에서 마치고, 9월 3일부터
9일까지 경남 창원에서 열린 ‘2007 전국가을철배드민턴선수권대회’를 관전하며 주니어대표 선수들의
기량을 체크했다. 가을철 대회가 끝나고 12일부터 17일까지 경남 밀양에서 펼쳐진 ‘2007 한·일
우수청소년 배드민턴교류전’에 참가해 선수들의 기량을 직접 확인했다.
그리고 다시 21일부터 국가대표팀과 함께 전남 화순에서 30일까지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추석은
당연히 훈련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보냈다. 전국체육대회가 끝나자마자 다시 10월 14일부터 20일까지
전북 고창에서 ‘세계주니어배드민턴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최종점검을 겸한 훈련을 마치고 22일 뉴질랜드로 출국했다.
작년 성적이 워낙 좋은 터라 부담감은 있지만, 혼합복식과 여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고,
혼합단체전과 남자복식에서도 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득춘 감독은 “혼합복식과 여자복식에 사활을 걸었다. 혼합복식 신백철·유현영 조와 여자복식
유현영·정경은 조는 우승가능성이 충분하다. 신백철은 단식이 주종목이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복식으로 돌렸다.
신백철은 정의석과 함께 남자복식에도 출전하는데 4강 정도는 충분히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올해도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의 견제가 만만치 않겠지만 착실히 준비해온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출전각오를 밝혔다.
배드민턴 선수로, 지도자로 자신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이 감독은 “앞으로도 계속 선생님들과 동료,
선후배들과 함께 밀고 끌면서 한국 배드민턴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주니어대표팀은 만 18세 이하 남자, 여자선수 각각 30명씩 총 60명이 선발된다. 정기훈련이나 특별훈련이
있을 때마다 소집되어 합숙훈련을 받는다. 대한체육회에서 지원하는 국고훈련은 각각 여름에 24일, 겨울에
24일로 그때마다 최적의 장소를 섭외해서 훈련을 진행한다. 국고훈련 외에도 <아시아주니어선수권대회>나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가 열리기전, 대한배드민턴협회에서 지원하는 특별훈련이 1년에 2~4회 정도 있다.
* 출처 : 월간배드민턴 11월호
글_박민성 기자 / 사진_백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