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 이데아의 헤게모니에 대해서...
이 영화를 보고 이데아(이념, 理念, idea)의 헤게모니(지배적, 지도적인 입장, 주도권 Hegemonie)를 논한다는 것은 정말 나에게 고단하고도 어려운 숙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주어진 주제를 논하기 이전에 주제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면서 그 영화를 연결시켜 나가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우선 든다.
이데아의 헤게모니, 이 말을 있는 그대로 풀이해보자면 ‘이념의 지배’ 뭐 이런 소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념이란 것은 국어사전적인 풀이에 의하면 어떤 것을 이상적으로 여기는 생각이나 견해, 경험이나 실상을 초월하여 순수한 이성에 의하여 얻어지는, 모든 경험을 통제하는 근본적인 개념(금성출판사, New ace 국어사전 1995년 판)이라고 한다.
그러면 다시 또 주제를 풀이해보면 ‘어떤 것을 이상적으로 여기는 생각이 사람을 지배한다.’는 그런 말이 된다.
이즈음에서 영화의 한 장면과 연결시켜본다면, 남자 주인공인 할의 이데아는 어떤 것일까? 제일 처음 장면을 다시 되돌려 보면, 아버지는 죽음 앞에서 자신의 어린 아들에게 평범한 것에 만족하지 말고, 쭉쭉 빵빵한 절세미인을 만나라는 유언을 남긴다. 바로 이것, 쭉쭉 빵빵한 절세미인을 만나라는 이것... 이것이 주인공 할이 갖는 첫 번째 이데아가 되어버린다.
그 다음 장면이 나이트클럽에서 주인공과 주인공 친구가 즐겁게 놀고 있는 장면이 연출된다. 그 곳에서 주인공과 주인공 친구는 정말 쭉쭉 빵빵한 여자들만 찾아다니지만 그 여자들은 그 남자들을 거부한다. 그러면서 숏다리 라든지, 신체의 일부분을 비하시키며 우리가 만들어 놓은 외모에 관한 틀에서 그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폄하(貶下)시킨다. (그 여자들도 잘생긴 것에 대한 이데아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그 남자들의 이데아를 변동시키지는 못한다. 그 남자들 역시 여자의 외모만을 보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TV나 각종 대중매체들이 만들어 놓은 대중적인 미인, 미남의 이데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것들에게 사람의 미모, 심성, 하다못해 꿈과 이상까지도 조절당하고 있다.
여성의 50%이상이 자신이 뚱뚱하다고, 못생겼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회가 과연 정상적인 사회일까? 또 미인의 기준에 175cm, 34-24-34의 사이즈에 50kg의 몸무게가 들어간다는 것, 이게 과연 제대로 된 생각일까?
하여튼 영화의 주인공 할은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심리치료사인 토니를 만나서 이데아가 변화되는 일생일대 최대의 변화를 겪게 된다.
토니는 할에게 최면(催眠)을 통해 인간의 내면(內面)을 볼 수 있도록 해준다.
그 이후 할은 모든 사람의 내면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된다. 그가 보는 사람의 내면은 거의 모두가 이상적으로 아름답다.
그러나 이것 역시도 어떻게 보면 인간의 내면은 아름답다는 이데아에 휩싸인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을 하게 된다.
갑자기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 이야기가 어쩌면 인간의 내면은 아름답고 착하다는 이 이데아를 대변해주는 것은 아닐까? 인간의 내면은 아름답고 착하기 때문에 미워하지 말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말인 즉슨 죄를 지은 사람도 죄가 나쁜 것이지 그 사람이 나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 이니까...
다시 또 영화이야기로 되돌아가서 할은 로즈마리, 로즈라고 부르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이 여자는 내면을 볼 수 있게 된 할에게만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부족한 것 하나 없는 완벽한 이상형의 여자이다.
아름다운 외모에 지적이면서 유머감각도 있고 거기다 돈까지 많은 완벽한 여자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 로즈는 코뿔소와 같이 뚱뚱하고 매력도 전혀 없는 여자이다. 로즈가 가진 내면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는 할의 친구는 자신의 친구가 미쳤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에도 개의치 않고 할은 점점 로즈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도 역시 할은 로즈의 겉모습에 반해서 말을 건다. (자신이 인간 내면의 아름다움만을 본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역시 사람의 이데아란 것은 쉽게 변하는 게 아닌 듯 하다는 생각이 든다. 할은 단지 사람을 보는 시선의 관점이 바뀌었을 뿐이다. 외면의 모습에서 내면의 모습으로 말이다.
아무튼 할은 로즈를 사랑하게 되고 로즈의 부모님을 만나러 간다.
그리고 로즈의 아버지가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상사란 사실도 알게 된다.
로즈의 아버지와 할의 만남에서도 또 우리 사회에 있는 각종 이데아들이 범람한다.
우선 로즈의 아버지가 하는 말에서는 ‘자신의 직위를 이용하기 위해 딸을 만난다는 것이다.’ 라는 이데아가 숨어 있다. 한마디로 ‘빽’을 만들겠다는 심산이라는 이야기이다. 우리 사회에서 그 빽이란 것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한 사람의 아니 여러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 할 수 있을 정도이니까... 그리고 또 우리 딸 같은 애를 왜 만나냐는 식의 말투이다. 뚱뚱하고 못생긴 그녀들은 애인을 만들 수도, 남자를 만날 수도 없다는 또 다른 이데아이다. 두 번째로 할은 아직까지도 그녀가 아름답다는 말을 계속 한다. 자신이 아름다운 여자를 만난다는 그 이데아를 아직까지도 버리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 할의 대사로써 이 각종 나쁜 이데아들을 커버(cover)한다.
“사장님, 사장님도 역시 너무 높은 기준을 세워놓고 만족 못하는 사람이시군요. 자신의 만든 기준에 모든 것을 맞추려고 하지 마십시오.” 라며 이데아를 정면으로 반박(反駁)한다.
이 모습에 사장은 할을 좋게 평가하여 승진을 시키고, 할은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승승장구(乘勝長驅)하게 된다.
아까 말했던 할의 친구 모리쇼는 이런 할의 변화된 모습에 적응하지 못하고 할에게 최면을 걸었던 토니를 찾아가 할을 정상을 되돌려 놓으라고 요구하고, 모리쇼의 원(願)대로 할은 최면에서 풀려난다. 그 이후 할은 모든 것을 원래의 모습대로 보게 된다.
할은 자신이 사랑했던 로즈조차도 알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많은 사람들이 최면이 풀린 지금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 시점에서 할은 자신의 이데아에 관한 여러 가지 혼란을 겪게 된다.
분명히 아름다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과 아름답지 않은 사람들의 내면이 아름다웠다는 사실들... 이것이 그를 혼란스럽게 만든 것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은 물론 해피 엔딩(Happy Ending)이다.
할이 진실한 사랑을 깨닫고, 아름다움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을 대할 때는 그 사람의 외면이 아니라 내면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전달한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들이 가진 이데아를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가진 이데아가 존재하며, 영화 밖에서도, 안에서도 이데아가 존재한다.
어디서 봤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아 출처를 적을 수는 없지만 이런 글을 읽었다.
이 영화는 아름답고, 지적인 미를 가진 기네스 팰트로를 여자 주인공으로 낙점하여 그녀를 뚱녀로 분장시키는 이슈를 만들어 내었다고 한다.
기네스 팰트로는 140Kg의 뚱녀 특수 분장을 하고 실제로 거리를 돌아다니고, 술집에도 가보았다고 하며, 실제로 그녀와 눈길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사회로부터 소외감을 느끼고 있을 추녀, 뚱녀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고, 연기 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점들이 영화 밖에서 존재하는 그 이데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제 이 영화에 대한 이데아와 헤게모니에 대한 이야기로 다시 돌아갈까 한다. 영화를 이야기하면서도 이데아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 했지만, 이 영화는 보는 내내 사람의 기분과 이데아를 갖고 논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또 영화는 계속 잘생긴 사람과 못생긴 사람, 미녀와 추녀를 계속 비교하는 작업을 했으며, 추녀는 마음이 착할 것이라는 사실을 계속 인식하게 만들었다.(추녀들은 할이 최면 걸렸을 때 모두다 아름다웠다. 꼭 못생기면 마음이라도 이뻐라는 식의 생각을 전해주는 것 같다는 그런 기분이 드는 건 내가 너무 비판 적인 것일까....ㅡ.ㅡa)
아무튼 이 영화는 맨 마지막에 가서 그 착각의 코미디를 끝내게 된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할에게 내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할은 로즈의 겉모습을 진실로 보게 되며, 그 사람의 내면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가 끝나면서 난 이데아가 범람하고, 그 이데아에 세뇌당해서 살고 있는 현실이 대해서 또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과거 일제시대 때 우린 열등하다는 어떤 그런 이데아를 가지고 있었고, 또 사람을 지위로 평가해서 지위보다 낮으면 열등하다는 그런 이데아도 가지고 있었고, 외모적인 면에서는 TV에 나오는 연예인들 같은 사람이 아름답다는 이데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성형대국(成形大國)이 된 것이다. 어쩌면 그 열등감이라는 이데아를 감추기 위해 명품(名品)이라는 것에 목메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요즘 미스코리아를 뽑는다고 난리다. 예전에는 미스코리아선발을 TV에서 생중계까지 하곤했으며, 모든 여성들의 꿈이 미스코리아가 되는 것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고, 인격을 모욕하는 행위라 하는 등등의 비판여론이 많아지자, 그 행사는 TV정규방송에서는 자취를 감추었으며, 안티(anti)미스코리아 선발대회라는 것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안티 미스코리아 행사는 쭉쭉 빵빵한 여자들이 참여하는 행사가 아니라 내면의 모습이 자신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행사이다. 이런 일탈(逸脫) 행동들이 전부 다는 아니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각종 이데아들을 깨부술 수 있는 조그마한 노력들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마도 우리는 아름다움에 대한, 그리고 그 외의 각종 많은 이데아들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불완전한 존재가 가지고 있는 자신의 콤플렉스(complex)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며, 다들 한 가지 이상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이런 것들은 자신이 부족해 보이고 못나보이도록 개개인에게 작용한다.
이런 점들을 서로가 보완해주면서 살아가라고 인간이 사회를 이루면서 사는 것은 아닐까?
못생기든, 잘생기든, 착하든, 나쁘든 사람은 모두 내면의 모습이 중요하고, 외면의 모습은 정말 겉모습에 불과하다.
이 영화는 내면이 중요하니 내면을 가꾸란 말을 하려고 시도한 것 같지만 반쪽짜리로 끝나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에서 벗어나 우리는 우리의 사회에서 만들어내고, 또 대중매체가 만들어낸 각종 기준들의 틀에서 조금씩 벗어나서 개개인이 자신을 진정으로 아름답다고 여길 줄 알고, 자신이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의 내면이든 외면이든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가꾸는 그런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 마지막으로 이념의 지배라는 어려운 주제에서 이념이 지배하는 개념이 아니라 어렵겠지만 이념을 자기 스스로 지배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 우와 저 여자 예쁘다, 으~~ 저 여자 못생겼네... 이런 생각이 들고 이데아의 헤게모니에 대해서 논해보란말에 이데아란 추상적인 내용에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나 자신도 이데아의 헤게모니의 산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첫댓글교수님이 내리신 주제도 어렵지만...수연씨가 적은 글도 만만치않은거같군요,,과연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이런것들을 생각하면서 볼런지...의심스럽네요,, 영화는 영화를 즐기고 보는것으로 만족해야되지않을까 하는데요,, 그래도 모든영화에는 내포하고있는 주제가 있는법,,수연씨가 적으신글은 참고로 다 읽지 못했습니다
"어떤 것을 이상적으로 여기는 생각이 사람을 지배한다." 아마 제일 정확하게 이 논점을 파악한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주승윤씨의 꼬리말이 있었음에도, 재미있게 읽었고, 충분히 고민한 흔적이라고 생각되는군요. 영화보기에 대한 글을 계속 남겨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군요.
첫댓글 교수님이 내리신 주제도 어렵지만...수연씨가 적은 글도 만만치않은거같군요,,과연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이런것들을 생각하면서 볼런지...의심스럽네요,, 영화는 영화를 즐기고 보는것으로 만족해야되지않을까 하는데요,, 그래도 모든영화에는 내포하고있는 주제가 있는법,,수연씨가 적으신글은 참고로 다 읽지 못했습니다
"어떤 것을 이상적으로 여기는 생각이 사람을 지배한다." 아마 제일 정확하게 이 논점을 파악한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주승윤씨의 꼬리말이 있었음에도, 재미있게 읽었고, 충분히 고민한 흔적이라고 생각되는군요. 영화보기에 대한 글을 계속 남겨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