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원 교수(가톨릭대 성모병원 신경과)
지난 6월5일 93세를 일기로 타계한 전 미국 대통령 레이건은 1994년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고 병마와 싸웠으나 결국 병을 이기지 못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누렸던 화려한 백악관 시절의 기억이 모두 지워지고 사랑하는 아내 낸시와 아들·딸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마지막 숨을 거둔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 원인의 40%를 차지하는 대표적 질환으로 뇌에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이라는 독성 물질이 쌓여 뇌 세포가 서서히 죽으면서 발병한다.
얼마 전, 물건을 둔 곳을 찾지 못하고 몇일 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70살 할아버지를 자녀들이 기억장애 치매 클리닉으로 모시고 왔다. 3년 전부터 가끔 약속을 잊어버리는 일이 있었으나 나이 때문에 건망증이 심해진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이런 현상이 점차 심하게 나타났다.
옛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가 약속 장소를 찾지 못하고 그냥 돌아온 적도 있었다. 최근 일은 기억을 잘 못하지만 어릴 때 일이나 10년 전 정년퇴임 당시 일은 잘 기억하고 있었다. 최근엔 운전 때 길이 낯설게 느껴져 옆에 탄 사람에게 길을 묻는 일이 잦아져 운전도 그만뒀다.
걸음걸이나 발음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 뇌 기능 인지기능검사에서 비행기, 연필, 소나무 세가지 낱말을 기억하게 하고 2분 후 다시 물어봤을 때 하나도 기억하지 못했다. 날짜나 요일은 물론 간단한 셈도 하지 못했다. 혈액검사에서는 이상이 없었고 뇌 MRI 검사에서는 전반적으로 뇌가 위축됐다는 소견이 나왔다. 환자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되어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과거에는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었으나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가 개발되면서 치매증상을 개선하고 병 진행을 느리게 할 수 있게 됐다. 이 병은 조기에 치료할수록 병 진행을 효과적으로 지연시킨다고 알려져 있어 조기진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혹시 건망증이 심해지고, 최근 일에 대한 기억력이 떨어져 약속을 잊고, 물건 둔 곳을 찾지 못하는 증상을 가진 분이라면 빨리 치매전문가를 찾아 알츠하이머병 여부를 알아보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 백신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백신 주사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으로 생각된다. 그날이 올 때까지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이나 스트레스 같은 뇌졸중 위험 요인을 치료하고 평소에 머리를 많이 쓰고 규칙적 운동을 하며 등 푸른 생선과 야채를 즐겨먹는 식습관을 갖는 것이 치매 예방에 많은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