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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고향을 찾아서
이 정 순
오죽헌을 지나 한국 도로 공사 표지판이 있는 곳에 내려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다. 하얗게 쏟아지는 햇빛 속에서 뜨러운 열기가 온 몸을 감으며 땀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길이 새로 뚫리고, 높은 건물이 들어앉은 시가지쪽에 비하여 논이나 밭, 길 모양이 옛날 그대로 남아 있어 비로소 고향에 돌아온 편안함이 몰려왔다. 전날 오후에 강릉 고속 터미널에 내렸을 때 터미널 위치가 바뀌고, 못보던 길들이 뚫리고 어디가 어딘지 짚어 내지 못하게 변한 길모퉁이에서 느꼈던 생소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가 살던 동네와 집을 찾을 수가 없었고 어두워지면서 간판에 불이 들어오고 가로등이 밝혀지니 발향감각을 잃어 버렸다. 겨우 강릉 상고의 간판을 보고 방향을 잡아 언니네집을 찾을 수가 있었다. 강릉은 여러번 다녀 갔지만 이번에는 걸어 다니며 내가 궁금했던 곳을 찾아 본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방인같은 느낌이었다.
바람에 일렁이는 벼포기나 푸르게 열린 하늘, 피어 오르는 구름을 쳐다보며 마을 쪽을 향해 걷고 있으려니까 긴 처마를 펄럭이며 이쪽을 향해 내닫는 중년 여인-살찐 듯 튼실한 몸매와 상체를 좌우로 약간 흔들며 손 젓는 태가 여고시절 그대로인 듯 익숙한 친구의 모습이었다.
“오래 기다렸나?”
“아니야, 조금 전에 왔어. ”
“웬일로 여개 올 생각을 다 했나?”
“약속이 있었는데 무산 되어서 사흘간의 공백이 생겼어. 어딜 갈까 하고 덕숙이한테 전화했더니 여길 가 보라는 거야. 그래서 식구들마다 삐삐를 치고 문득 떠났어. ”
“덕숙이는 잘 있나? 같이 왔으면 좋을텐데. ”
급하게 나오느라 숨이 찬 듯 엷은 화장기가 있는 그의 얼굴에는 땀이 송송 배어 나옸다.
“하하하 잘 왔다. 니가 우리집에 오다니, 너무 좋다. ”
거리낌이 없는 맑은 목소리는 소녀적 그대로였다.
뙤약볕이 이글거리는 밭에서는 감자 캐기가 한창이어서, 뽀얗게 살찐 주먹만한 것이 줄기를 당길 때마다 딸려나오고 한 켠에 수북이 쌓였다.
야트막한 산을 가로질러 난 샛길을 넘으니 넓은 골짜기로 논이 쭉 이어져 있고 옛날 기와집 두채가 가지런히 앉아 있었다. 뒷산에는 벌건 몸체를 드러내고 가지가 휘늘어진 홍송이 집을 감싸듯 팔을 벌리고 사랑채에는 대나무 숲이 어우러져 있었다.
“왼쪽이 우리 큰댁이고 안쪽으로 더 들어 앉은 집이 우리집이야. ”
새로 구워 만든 옛날 기와가 햇빛에 윤이나는 ㅁ자형의 집이었다.
사랑채 바깥 마당에는 트럭이 회전한 바퀴 자국이 깊게 패어져 있고 자갈더미와 시멘트 포대가 쌓인 채였다.
“문화재 관리국에서 이 집을 수리하는데 아직 공사가 덜 끝나서 그래.”
대문을 지나 안마당으로 들어서니 시어머니께서는 큰 스텐 양푼에 가득 감자를 긁어 씻고 계셨다. 섬뜰에 올라 댓돌에 신발을 벗고 마루로 올라섰다. 집은 겹집인데 방 사이의 장지문을 떼어 널찍하게 쓰고, 부엌은 완전히 입식 부엌과 거실로 꾸며져 있었따.
“밖은 고색 창연한 옛집인데 안은 현대식이구나. ”
“옛날 그대로 둔 채 살기를 요구하지만 너무 불편해 살 수가 있어야지? 문화재 관리국에서 집수리가 끝난 다음 우리 돈으로 뜯어 고쳤어. ”
“옛 모습 그대로 비워 둔 집보다 실제 생활하는 사람 사는 집이 훨씬 정이 간다. 높은 부뚜막과아궁이, 무쇠 솥에 밥해서 밥상 들고 다닐 사람이 어디 있겠니?”
“지난번 집수리 끝났다고 대학 교수들이 둘러 보러 왔는데, 내부 고친걸 보고 굉장히 실망하더라. 옛날 그대로 두고 살지 않는다고……. ”
“불편하지만 옛 것을 지키고 살아 주기를 남에게는 요구하고, 자신은 새롭고 편리한 곳에서 편하게 살고 싶은 것은 누구나의 욕심이지. ”
그녀는 덥다고 정지문 빗장을 벗기고 양쪽으로 활짝 열었다. 문소리에 갑자기 닭들이 일제히 꼬꼬댁거리며 아우성을 쳤다. 부엌에 햇빛을 불러 들이던 광창은 창호지를 발라 창을 만들고 천정의 대들보는 우람하게 가로 놓여 그 굵기 만큼의 무게를 짐작하게 했다. 부엌 바깥 쪽에서 안방쪽으로 차츰 굵어지면서 휘어져 아취형을 연상케 했다.
“저 크고 무거운 것을 연장도 변변치 않은 옛날에 어떻게 저기까지 올려 놓았을까?”
“이 집 지은 목재들은 금강산에서 베어 동해 바다에 뗏목을 띄어와서 지었다고 하더라. ”
아궁이에 불 땔 때 나는 연기와 그을음, 또 세월의 때가 앉아 거미줄과 뒤엉켜 새까맣게 더러워졌던 것을 깨끗이 닦고 손질하여 놓아서 나무결이나 다듬던 칼자욱이 선명하게 드러나 보였다. 가지런하게 늘어선 서까래와 그 사이 사이로 하얗게 바른 회벽이 천정만 쳐다 보아도 시원하였다.
널찍한 뒤꼍의 감나무에는 큰 밤톨만한 감이 짙푸른 잎 사이로 언뜻언뜻 얼굴을 내밀며 일렁이고 있었다.
나는 믹서로 감자를 갈고 한쪽에서는 부추와 고추를 다듬어 감자전 부칠 준비를 서둘렀다.
“아이들은 안 왔어? 방학도 했을텐데……. ”
“벌써들 왔다 갔어. 이틀사흘 있다가 갔지. 졸업반이라 원내생으로 병원 근무를 해야 하고 작은 애는 디자인 공부로 바쁘다고 서둘러 가버렸어. 여기 와서 며칠 있으면 퇴고하는 것 같이 답답하다고 안달을 한단다. ”
“젊었으니 당연히 새롭고 변화해 가는 것이 좋고, 그것을 따라가야 현실에 적응할 수도 있을 테니까. ”
“그런데 여기는 찻길도 새로 닦지 않고 집도 새로 짓지 않고 옛모습 그대로 있으니 오랜만에 찾아온 나는 너무 좋고, 어릴 때 놀던 고향집에 온 것 같아서 마음이 푸근하다. ”
“이 지역이 자연 보존 지구라서 집을 새로 짓거나 길을 함부로 낼 수 없는 곳이야. ”
“개발되고 땅값이 오르고 하지 않으니 속상한 면도 있겠다. 땅부자로 떵떵거리는 사람도 많아졌는데---. ”
“사업 지작해서 얼마 안 돼 불이 나는 바람에 저 너머 골짜기 논을 다 팔아 빚 갚는데 썼으니 남은 것은 잘 가꿔 자손에게 물려 줘야지. ”
“해 보지도 않은 농사를 지으며 넌 참 대단하다. ”
“힘든 건 일꾼 사서 하고 나야 살림만 하는 걸 뭐. ”
감자전이 다 되면 뜨거운 것을 후후 불며 먹고 그녀는 땀을 흘리며 마져 부쳤다. 땀을 식힐겸 바깥으로 나갔다.
바깥 마당 아랫쪽에는 새끼밴 어미소와 좀 큰 송아지, 아직 노리끼한 털이 뽀얗게 덮인 어린 송아지가 순한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누렁 강아지와 오리, 닭까지 자유롭게 흩어져 뛰거나 땅을 뒤지거나 벌레를 찾느라 분주하게 오갔다. 쓰지 않는 묵은 우물터를 지나 아랫쪽으로 내려가니 오리들이 벼포기 사이로 바쁘게 헤엄쳐 다녔다.
“야, 오리가 저렇게 논에 다니면 김매기가 된단다. 오리가 잘 안가는 구석만 매어주면 돼. ”
큰 어미닭을 중심으로 중닭이 한 무리 지나가면 아직 털이 보송보송한 작은 병아리가 빠르게 제 어미를 좇아가고 닭의 크기와 무리가 제각각이었다.
“토종닭이 멸종 위기라고 키워보라고 해서 작년에 병아리를 분양 받아 왔어. 온 사방 다니며 똥도 싸고 알도 낳고 정신 없어. ”
“그래도 온 집안에 생명력이 넘치는 것 같아서 나는 좋기만 한데?”
“나도 처음엔 귀찮고 무관심했는데 요사이는 너무 재미있어. 글쎄 어미닭이 오리알을 품어서 오리 새끼가 나왔잖아? 한참 지난 뒤에 오리가 좀 크니까 논으로 뛰어들어 헤엄을 치잖니? 물에 못 들어 가는 어미닭은 물가에 서서 목청이 터지게 울부짖는 거야. 날개를 퍼덕거리며 단달하더니 목청이 다 쉬어버리잖나? 그걸 지켜보고 있느라니 얼마나 웃음이 나오는지 나 혼자 때굴때굴 굴렀다. ”
오리들이 짧은 다리로 몸을 뒤뚱거리며 뭍으로 기어 올라왔다.
“요사이는 새끼 오리가 물에서 놀면 어미 닭은 땅에서 기다리다가 다 놀고 올라오면 몰고 간단다. 오리도 으레 제 에미라고 따라 다니다 그 곁에서 잠을 자고. ”
“꽤(자두)가 새빨갛게 익었다. 시어서 침이 고이고 눈이 살살 감긴다.”
꽤가 하나 떨어지니 병아리들이 모여들어 찍어 먹기 시작했다.
“짐승이 이렇게 있으니 농약을 못쳐. 벌레를 잡아 먹고 잡초가 나기 무섭게 뜯어 먹으니 농약 칠 것도 없어. ”
“저녁 반찬 거리 준비하러 가자. 비름 나물 뜯으러 갈래?”
대나무 밭 한 켠으로 길이 나 있고 둔덕 너머 감자 밭에는 감자가 다 여물었는지 줄기가 누렇게 변해 있었다. 그 사이로 비름 줄기마다 꽃대가 많이 올라 오거나 억세어 진 것이 꽤 있고 감자 포기 밑에 야들야들한 것만 골라 뜯어야만 했다. 그 아래 밭에서 내 종아리만한 무도 하나 뽑아 왔다. 국거리라고 했다. 무를 뭉텅 잘라 내고는 무청과 꼬리쪽을 통에 넣었다. 소 여물통에는 감자 껍질과 수박 껍질 옥수수대가 살뜨물에 섞여 있었다. 매일 음식 찌꺼기가 쏟아져 나가는 도시의 각 가정과 식당의 버리는 음식이 짐승 키우는 데 쓰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을 빼고는 짐승이 모두 먹어 치운다. 병과 종이는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여물 끓일 때 때면 되니까 쓰레기가 별로 남지 않게 돼. ”
압력 밥솥에서 밥이 칙칙거리며 끓고 그 옆 냄비에서 알키한 냄새를 풍기며 무국이 끓고 있는 동안 무쳐 놓은 비름 나물의 간을 보았다. 연하게 씹히면서 비릿한 진흙내 같은 비름 나물의 향이 입안에 가득 찼다.
“참기름 더 넣을까?”
“아니야, 비름 나물 맛이 죽어. ”
“난 옛날 사람 다 됐어. 비름 데친 뜨거운 물도 함부로 버리지 못해.”
“벌레나 지렁이 죽을까봐?”
“응, 젊을 땐 옛날 사람들의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여겼는데 친정어머니의 그 나이가 되어 비슷한 농촌 생활을 하니까 그게 진리라고 여겨지기도 하거든?”
우리가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그녀의 남편은 시어머니와 함께 여러 짐승들을 축사나 외양간, 닭장 속으로 몰아 넣고 집안 단속을 해 나갔다. 뒤꼍에 닭들이 파헤친 구덩이 속이나 덤불 밑, 툇마루 아래 멍석말이 곁에서 달걀을 찾는 일은 술래 놀이 같기도 했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알을 낳고, 그 숨겨진 알을 찾으러 다니는 일이 마치 동화나 옛날 이야기의 배경 같아서 신비하고 흥미롭기까지 하였다.
둥근 상에 둘러 앉아 저녁 식사가 끝난 후 그녀의 남편은 사랑채로 나가고 시어머니는 안방에서 이내 잠이 드셨는지 가는 코를 고는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볼만한 사진은 없지만 옛날 앨범 볼래?”
어릴 때 어른들의 앨범을 들치면 맵싸한 묵은 냄새와 함께 누런 흑백사진이 나오곤 했는데 우리의 처녀적 사진이나 결혼 사진도 어느새 퇴색한 흑백사진이 되어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검은 양복에 흰 하이셔츠를 입은 그의남편과, 무릎에서 한 뼘 남짓이나 올라간 미니 스커트를 입고 데이트하던 사진이 나를 쳐다보며 엷은 미소를 띄고 있거나, 예식자에서의 기념 사진이 긴장으로 경직된 표정으로 렌즈의 초점에 시선을 모으고 있었다.
“친정 아버지께서 조진사댁 맏며느리로 시집 보낸다고 이것 저것 열심히 챙겨 주셨지. ”
그때였다.
갑자기 닭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리고 빠르게 숲을 헤치며 움직이는 발자욱의 마른 잎 밟는 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뒤이어 몇마디의 닭울음 소리가 나더니 더 이상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았다. 앨범을 넘기던 손을 멈추고 숨을 죽였다.
“야! 살쾡이가 또 닭 잡아 가나 보다!”
쏴아 바람 소리가 멀어지고는 이내 조용해졌다.
“닭은 다 가두었나? 닭장 문은 잘 잠궜는지 모르겠다. 지난번도 닭을 잡아 먹고 털만 잔뜩 남겨 놓았던데. ”
차가운 얼음이 닿을 때처럼 두려움이 빠른 속도로 가슴을 치고 달아났다.
우리는 다시 화제를 바꾸어 나갔다.
“내가 첫 아이를 낳아 가지고 강릉에 왔을 때인가? 아니다, 두 아이를 다 데리고 잠깐 왔을 때 너를 시장에서 만났는데 정말 활기에 넘쳐있더라. 난 조용히 집안 일과 아이 기르기만 하고 있는데 넌 물건이 산더미같이 쌓인 곳에서 힘차게 일처리를 해 나가는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했었다.”
“그 땐 수퍼가 처음 생겼고 묾건이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 정신없이 돈을 벌던 때였지. ”
“내가 모르던 너의 활동적인 면을 발견했고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었어.”
“너무 잘 되는 바람에 사업을 크게 확장하고, 남편은 퇴직을 해서 함께 일하려고 꿈에 부풀었었지. 그런데 불이 나는 바람에 다 날리고 빚만 덩어리째 안게 됐던거야. ”
“멀리서 확인되지 않은 너의 소식을 듣고 무척 걱정했었어. 힘든 너를 찾아 올 수도 없고……. ”
“이젠 다 지나간 얘기고 후회도 없어. 내 잘못인데도 아무 불평없이 논밭 절반을 뚝 떼어 팔아 빚을 갚아 준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항상 죄송한 마음이야. ”
“잘해 보려고 한 일이니 나무랄 수도 없겠고, 이제 이렇게 안정되었으니 더 바랄 게 없겠구나. ”
“땅 많아야 남 주기도 힘들고 일꾼 사기도 힘든데 오히려 편하게 됐다고 말씀하시기도 해. ”
“사람 사는게 너무 웃겨. 땅 팔아서 공부시키고, 어른이 되어 돈 좀 벌기만 하면 또 땅 사겠다고 아우성이고……”
“난 산이 얼마나 있고, 땅이 얼만큼인지 몰라. 팔 것도 아니니까 따져볼 것도 없지 뭐. ”
우리는 살아온 이야기와 아이들 대학 보낸 이야기, 얼마전 시집 보낸 내 딸 이야기로 밤이 깊도록 잠들지 못헀다.
‘여기가 어딘가?’
어렴풋이 잠이 깨었을 때 나는 어리둥절했다. 고즈넉한 아침햇살이 반사되는 흰 회벽과 흙벽, 내려다 보이는 둥그스럼한 옛날 기와의 가즈런한 모습이 열린 미닫이 사이로 보였기 때문이다. 가끔 꿈 속에 보이던 강릉의 교동 골짜기 논둑길이나 우물터, 앞 마당, 물 가득한 논배미, 아니면 자주 가던 진외가의 옛 기와집을 꿈꾸고 있는가? 나는 꿈과 현실을 구별하느라 잠시 그렇게 더 누워 있어야 했다. 그리고 기와와 회벽에 반사되어 부신 햇살을 눈을 가늘게 뜨고 한참을 바라 보았다. 비로소 내가 친구집에 와서 밤늦게까지 떠들다 늦잠을 자고 해가 한참 퍼진 늦은 아침에 잠을 깨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민망했다.
시어머니께서도 이불을 곱게 개어 놓고 벌써 집 바깥을 샅샅이 쓸고 계셨다.
“너 꺨 때 나도 꺠우지않고?”
“바쁘게 사는 니가 언제 그렇게 쉬어 보겠나? 일부러 자라고 놔뒀어.”
“엊저녁에 살쾡이가 닭 잡아 갔대? 닭은 없어진 것 없어?”
“으응, 문을 잘 잠가서 잡아 가지는 못했나 봐. ”
벌써 아침 상이 준비되고 있었다.
동쪽으로 난 투박한 통나무판 문짝의 빗장을 당기고 양쪽으로 활짝 열자 뒷산의 나무 사이로 강열한 여름의 햇살이 화살처럼 번뜩이며 쏟아져 내렸다.
정말 오랜만에 투명한 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해를 마주하고 서서 잊었던 기대가 되살아나며 가슴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 날씨엔 바다에 가야겠다는 꿈이 여름날 나를 들뜨게 한다는 것을 몇 년동안 춘천에 가서 살면서 깨닫게 되었었다.
의암호, 소양호, 춘천댐으로 둘러 싸인 춘천의 아침은 언제나 안개로 시작되었고, 축축한 습기가 낮게 깔리는 날은 온 몸이 눅눅한 작은 물방울로 젖기 일쑤였는데 갑자기 해가 떠오르고 맑게 갠 아침엔 이유없이 가슴이 뛰어 걷잡을 수 없이 흥분하게 하곤 했었다. 차근차근 이유를 캐고 혼자 따져 보았더니 바로 바다에 가던 날씨처럼 느껴지는 날 그런 증세가 생기곤 했다. 그것을 깨닫고는 냉정하게 감정을 가라 앉히고 억눌러 산지 오래 되면서 잊어 버렸던 것인데 갑자기 되살아 난 것이었다.
나는 친구 몰래 숨응ㄹ 크게 들이 마시고 한동안 그렇게 해를 바라 보았다. 그리고 바다에 가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 식사를 한 후 주섬주섬 가방을 챙겼다.
“니 오늘 서울 갈라고 그래나?”
“아니, 어릴 때 갔던 곳들이 어떻게 변했나 다녀 보고 싶어서 그래. ”
“너 어떻게 혼자서 다닐라고 그래? 누굴 만나는 것도 아니면서……. ”
“내 마음 속으로 다녀 보고 싶은 곳이니까 누가 있으면 오히려 못 가게 돼. ”
“이제부터 등산화에 반바지 입고 배낭메고 다녀 보니까 너무나 좋더라. 관광버스나 승용차로 몰려 다니는 것은 너무 많이 했으니까 스쳐 지나며 제대로 못 본 것들과 변한 모습을 하나 하나 자세히 보고 싶어. 아주 홀가분하고 좋아. 여자 혼자 배낭 매고 세계 여행하는 즐거움이 이런 데서 시작되는구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어. 오랫동안 해보고 싶은 일이었어. ”
“야, 니가 우리집에 온 게 내 시집오고 처음인데 몇 십년만에 한 번 와서 금방 훌쩍 가면 서운해서 안돼. ”
“오랫만에 만나도 엊그제 만났던 것처럼 아주 익숙한데, 서운하기는?”
“갈 생각 말고 우리 시어머니 글이나 좀 읽어 봐. ”
“되나 마나 써 놓은기 부끄럽구만, 자꾸 보여 주라고 에미가 저렇게 조르니 어데, 읽어 보실래요?”
집안 일 틈틈이 쉬지 않고 글을 쓰신다는친구의 귀띔도 있던 터라 나도 얼른 두루마리 창호지를 받아 들었다.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 구경을 하신 후 다시 서울에서 여러 곳을 살피며 느끼신 것과 새로운 광경을 자세히 묘사한 기행문이었다.
“이렇게 글을 쓰신다는 것 자체가 존경 받으실만한 일인데요. ”
영간이의 얼굴에 스치는 존경과 사랑과 신뢰의 빛을 나는 놓치지 않고 보았다. 조용하게 집안 구석구석을 보살피시며 생각나는 일을 쓰시거나 손자 손녀에게 글을 쓰신다는 그 분의 온화한 웃음마다 드러나는 가지런한 틀니가 그렇게 고울 수가 없었다.
“아이들은 다 서울로 가고 없지, 이 큰 집에 어머니가 안계시면 난 꼼짝도 못 해. 바깥으로만 돌던 내가 농사나 살림이나 아는 게 있나?”
“늙은 내가 뭔 힘이 돼 줄게 있나? 아 에미가 뭐든 씩씩하게 잘 하잖소. 아들 딸도 잘 키우고……. ”
옥수수 껍질을 부지런히 벗기니 짧은 대궁이의 찰옥수수가 노란 수염에 싸인 채 나오고 비릿하고 달착지근한 생옥수수의 냄새가 풍겨져왔다.
“니가 이렇게 왔는데 닭 한 마리 잡아 먹이면 좋을텐데……. 너 닭 잡을 수 있나?”
“나 닭 못잡아. 살뜰히 키우던 닭을 어떻게 잡아먹나?”
“우리집에는 닭이 저렇게 많은데 닭을 잡을 사람이 없어서 못 끓여 먹는단다. 언젠가 한 번 아범이 닭을 잡는다고 하길래 난 물을 끓이고 자기는 닭의 목을 비틀어 잡고 이제 다 잡았으니 뜨거운 물을 달라기에 물을 퍼들고 나갔다가 둘 다 얼마나 놀랐는지 아나?”
“왜?”
“뜨거운 무을 붓는 순간 닭이 퍼들껑 튀어 오르더니 목청이 터질 듯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거야. 우린 얼마나 놀랐는지 기절할 뻔 했다. ”
“정말 얼마나 놀랐겠나?”
“그런데 그 닭이 저 뒷산 제일 큰 소나무 맨 꼭대기에 날아 올라가서 큰 소리로 울부짖는 소리에 가슴이 다 서늘했어. ”
그녀는 다 삶아진 옥수수를 꺼내어 쟁반에 담았다.
“그 울부짖는 소리가 원망과 두려움에 몸부림치는 소리 같아서 닭 잡아 먹을 생각은커녕 소름이 돋았단다. 그때부터 다시는 닭을 못 잡겠다고 하니 누가 잡을 줄 아는 사람이 오기 전에는 닭을 못 잡잖나!”
“그 닭은 그래 어떻게 됐어?”
“글쎄, 밤이 돼고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어서 며칠 뒤에 다른 사람이 올라가서 겨우 잡아왔다. ”
“매일 모이 줘서 키우던 것이라서 더 잡기 힘들겠다. ”
“니가 이렇게 집에 왔는데 한 마리 끓여주지 못해서 미안해. ”
“요새 닭 못 먹고 사는 사람 어디 있나? 그런 걱정은 말아. ”
“벌레와 지렁이 잡아 먹은 토종닭이라고 모두 좋아 하던데?”
“저렇게 뛰노는 닭을 보는 게 먹는 것보다 훨씬 좋으니 몇마리 먹은 걸로 쳐. ”
“너 내가 사는 모습 우습지? 맨 얘기꺼리라곤 짐승들 얘기 뿐이고. ”
“너무나 오랜만에 이런 곳에 오니 편안하고 마음이 맑아져서 어떤 다른 곳보다 평화롭게 여겨져. ”
“벌써 오후가 되었으니 마을을 한바퀴 돌아보지 않을래?”
“구구 구구”
그녀의 시어머니께서 모이 주시는 소리가 들렸다. 사바에서 닭들이 모여 또각또각 소리가 나도록 쪼아 먹었다. 큰 닭들은 뒷산 곳곳을 뛰어 오르고 발로 구덩이를 파고 풀을 뜯고 대나무 사이를 빠져 다니며 분주하게 모이를 찾고 있었다. 양계장에서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모이만 먹고 졸고 있는 닭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지렁이를 놓고 싸우던 놈들이 잠시 우리를 쳐다 보았다. 생명이 존중되고 자유가 있는 동물의 나라였다.
송아지와 개와 닭들이 한 식구들처럼 편안하고 당당하게 사는 곳이었다.
“전에 사랑채에서 보면 매화가 그렇게 멋있었어. 비스듬히 집쪽으로 구부러져 이른 봄에 꽃 망울을 터뜨릴 때면 옛 시조가 떠오를 정도로 정감이 있었는데 작년에 집 공사하러 온 사람이 싹뚝 베어버렸잖아. ”
“물어 보지도 않고 베었어?”
“그까짓 볼품 없는 나무, 공사하는 데 걸리적거린다고 잠깐 다른 일 하는 사이에 베어 버렸잖아. ”
“공사하는 사람은 공사만 생각하니까 그렇게 했나보다. ”
“옛집을 살리려면 주변의 자연도 살려야 그 분위기가 산다는 생각드은 안하는 거야. 덩그렇게 건물만 살리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요사이야 모두 나무면 나무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나? 그 나무에 얽힌 이야기나 그 나무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나 꿈을 키웠는가 하는 아주 낭만적인 숨은 의미는 묵할하는 일이 너무나 흔하잖니?”
“그 매화를 보며 시를 읊었을 시어른들이나 많은 분들의 글을 읽으며 그 나무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을 바라보는 그 큰 즐거움을 앗아간거야. ”
“그래, 현실하곤 좀 먼 얘기인지 몰라도, 옛것을 무너뜨리고 더 큰 새 것을 세우는 데 너무 열중하는 것 같애. 과연 크고 화려한 것만 좋은지?”
“그래도 여긴 그런 모습이 아니라서 너무나 좋다는 거야. ”
우리는 마당을 지나 논둑길로 걸어 나갔다. 윗배미의 물이 아랫배미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쑥과 명아주와 소루쟁이같은 나물이 이제 너무 커버린 채 무리져 자랐다. 그것을 캐서 나물할 사람도 별로 없으니까 그냥 커버린 모양이었다. 길 건너에는 경운기가 다니는 넓은 뚝길이 나왔다. 겨우 승용차 한 대는 지날 수 있을까? 시멘트로 포장해 놓은 길옆에는 콩과 팥이 무성하게 컸다.
“이 콩과 팥은 내가 심은 거야. ”
“어떻게 이걸 다 심었니?”
“자연은 참 신기해. 때 맞춰 씨를 심으면 싹이 트고 자라는 게 너무 예쁘고, 관심있게 보살피면 열매를 맺으니. ”
“얘, 저 사람 모내기하는 것 아니니? 벌써 7월인데 무슨 이제 모내기를 하니?”
이앙기에 모판을 얹고 부지런히 모내기를 하는모습이 생경스럽다. 옆 논의 무성한 벼포기와 대조를 이루었다.
“일손 구하기가 어려워서 그래. 논을 묵히기도 하니까 늦게라도 손이 나면 모내기를 하는 거야. 얼마를 거둘런지는 모르지만 놀리는 것 보단 나으니까. 우리도 작년에 몇 마지기 묵혔는데 올해는 다행히 모내기를 다 했어. ”
야트막한 산굽이를 돌아 나서니까 멀리 경포 해수욕장의 모습이 눈에 보였다. 잔잔한 경포호를 건너 송정쪽의 소나무 밭과 건물들이 해질녘의 햇빛을 되쏘며 하얗게 빛났다.
나는 그녀의 두툼한 손을 잡았다.
“넌 어떻게 그렇게 농사일도 잘 하니?”
“기계로 하거나 품을 사는 거니까 내가 하는 일은 큰 일거리도 아니야. 농사가 힘들다 힘들다 해도 살아보니 사업이나 장사가 더 힘들어. 밤새고 일을 하거나 새벽부터 밤중까지 종종거린다고 꼭 잘 되는 결과가 오는 것은 아니니까. 지금은 심은 대로 나고 가꾸는 대로 거두니까 너무나 마음이 편해. 조바심하지 않아도 되고 남의 비위 맞추며 너스레를 떨어야 하는 부담도 없으니 투정도 하지 않게 돼. ”
“우리가 고등학교 졸업한지도 31년이 되었잖나? 작년에 30주년 기념식 치르며 보니 서로 더 낫고 부족한 것도 따지지 않고 흉허물 없는 정이 되살아 나더라. ”
“졸업 할 때는 제각각 대단한 것 찾아 떠나듯 헤어졌었는데, 그렇지?”
“그래, 여기 고향에 남아 모처럼 몰려와 수선을 떠는 먼곳 친구들의 그리움을 다독거려 주었던 너희들이 정말 고마웠어. ”
“뭘 잘해 준 게 있나?”
산비탈 밭에는 옥수수대의 잎이 서걱거리며 더운 바람에 흔들리고 한뼘씩 자란 열무가 싱싱하니 퍼렇다.
“아들이 장가를 간다고 하면 며느리가 나를 농사나 짓는 촌사람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된다. ”
“직장 생활이든 장사든 나이가 들면 조용한 곳에서 전언 생활 하는 게 꿈이 아니나? 누가 뭐라든 넌 일찌감치 전원생활을 시작한 것 뿐이야. ”
“벌써 아이들 때문에 서울에 가면 전과 달리 내가 어색하고 힘들어져.”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세대 차이나 도시와 농촌의 삶의 형태도 서로 존중하며 인정하는 형태로 변해가는 것 아니니? 자기 나름대로 삶을 살고 남도 존중하며 사는 것이니까 맞아 드리는 며느리도 세월이 가면 또 받아 들이는 방식이 달라지겠지. 너와 너의 시어머니가 호흡을 맞춰 살아 가듯이 말이야. ”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동안 해는 산을 넘어갔고 하늘로부터 살살 어둠이 내려와 온 마을로 잦아들고 있었다. 동네를 휘돌아 오니 더위가 가시고 시원한 바람이 산쪽에서 마을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싱싱한 나뭇잎의 내음을 가득 품은 알싸한 향기가 온 몸을 감쌌다. 내가 그녀와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녀의 몫의 일까지 겸해서 집안 설거지는 끝나 있었다.
그녀와 나란히 자리를 펴고 누웠을 때 그녀는 자기집 서고의 책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국보급의 고서가 사연이 있어 밖으로 유출되어 신문마다 대서특필하게 됐던 이야기며 다시 옛 것을 되살리려는 바람이 불면서 해외에서부터 전국에 걸쳐 수백명의 문중 분들이 설 차례에 모이게 되는 이야기를 할 때는 힘들다는 뜻이 아닌 긍지로 눈이 빛났다. 그녀는 서서히 맏며느리의 품위와 주어진 의무에 대해 순응하여 그 값에 대한 자리매김을 받아 드리는 당당함을 엿보게 하였다.
전날 거의 잠을 자지 않고 이야기를 나눈 탓에 우리 둘은 언제 잠이 들어 버렸다. 모기가 이다금 앵앵거리는 것도 듣지 못한 채 나는 깊이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는 일찍 서둘렀다. 나 때문에 그녀의 일에 지장이 클 것 같아서 배낭을 부지런히 챙겨 떠날 채비를 하였다. 마루에는 새로 찧은 쌀이 몇 자루 놓여 있었다.
“야! 너 쌀 좀 싸 가지고 가. ”
“무거워서 안돼. ”
“이 쌀은 농약도 안 준 무공해 쌀이야. 서울서 사려고 해도 못 사. 들고 갈 만큼만 줄 게, 가지고 가. ”
“가져 가려면 트럭 하나 끌고 와서 가지고 갈게. 쌀만 가지고 가면 된? 고추도 따고 호박도 따고 유종란도 싸고 뒤꼍 벽에 걸린 마늘도 가져가야 하고 금방 캔 강릉 남작 감자 굵은 것도 골라 담아야 하고 큰 비닐에다 맑은 공기도 싸야 하고 맑은 지하수도 가져 가야 하니까 어디 손에 들고 갈 수 있겠나?”
“하하하. 말도 잘한다. ”
쌀을 담으려고 들고 나왔던 비닐 봉지는 도로 치우고 이번엔 작은 봉지 하나를 내밀었다. 꽤(자두) 빨갛게 익은 것 몇 개와 삶은 옥수수였다.
“차에서 먹어. ”
“그건 배낭에 들어 가니까 가지고 갈게. ”
시어머니께선 벌써 달걀을 담아서 들고 들어오셨다.
“못 가져 간대요. 공기, 물까지 싸 가려면 트럭을 가지고 와서 실어 가야 한다서 못 가져 간다잖아요?”
“뭘 좀 줘 보내야 서운하지 않을텐데……. ”
바깥 마당에 가니 그녀의 남편은 잰 걸음으로 그늘의 일을 하나하나 처리해 가고 있었다. 농사 틈틈이 옛 서적을 정리 보관하고 탐독하며 시간이 나면 조각에 몰두한다는 그는 욕심없고 해맑은 얼굴이었따. 집안의 모든 것을 보존하고, 전통 옛 가옥을 지키며 살아가는 그의 삶 자체가 자기 욕심에서 벗어나 여류롭고 자유로왔다.
“너무 폐를 끼쳤습니다. ”
“이렇게 왔다가 가니 마음이 애짢하우. ”
넓은 집에 사람이 이젠 적으서인지 떠나는 사람에게 내미는 그 시어머니의 따뜻한 손과 눈빛에는 애틋함이 배어 가슴을 훈훈하게 적셔 주셨다.
우리는 송아지가 뛰어 들까봐 나무 토막으로 막아놓은 고추밭을 지나 경포대쪽으로 빠지는 둑길을 걸었다.
“이 논둑길, 사업이 안돼 빚독촉을 받을 때 깜깜한 새벽에 도망치듯 이 길로 해서 서울가는 버스를 타러 갔었던 길이야. 사람이란 참 이상하지? 처음부터 안정된 것을 물려 받아 이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니? 한바탕 어려움을 겪고 나야 받아들이니. 그래야 고생을 하고 이야기꺼리가 생기고 더 이상 욕심도 없어지나봐. ”
“그러니까 평화를 느끼고 행복을 느끼게 되는거 아니야?”
“넌 뭐 어디 더 여행 할꺼니?”
“아니야, 시간이 없어. 그리고 여기 와서 있는 동안 찾아 간다고 생각하던 것들이 다 채워졌나봐. 조금 더 둘러보고 그냥 가려고 해. ”
“그래 그게 좋겠다. 혼자 어딜 다니겠나?”
세갈래로 갈라지는 길목에서 우린 헤어졌다. 그녀의 두툼한 손은 따뜻하고 침이 있었다.
“이 논둑길로 쭉 가면 경포대가 나올거야. 바닷가도 가려면 거기서 한참 더 걸어야 해. ”
무성하게 자란 풀은 발목을 덮었고 이따금 후두둑 개구리가 뛰어 달아났다.
“정말 고마웠어. 다음에 또 만나. ”
묵묵히 한참을 걷는데
“정순아! 너 아직 뒷모습이 대학생 같애!”
돌아다 보니 이 쪽을 향해 아직도 그 자리에 서서 나를 보고 있었는지 입에 손나팔을 하고 소리쳤다. 꽤 많이 떨어진 거리였지만 조용했으므로 너무나 잘 들렸다.
“눈 어두운 사람이 백미터 떨어져서 보면 다 그런거야. ”
나도 손바닥을 오그려 반원을 만들고 두 손으로 둥글게 모아 입에 대고 마주 소리쳤다. 문득 어릴 때 골목어귀에서 저녁 먹으라고 소리치면 건너 마을까지 들리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녀는 손사래짓을 하고 집쪽으로 몸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나도 몸을 돌려 풀이 가득한 논둑길을 걸었다. 자운영 가득하던 논둑길은 큰 길로 변하고 어디쯤이 빨랫터였는지 찾을 길 없는 내 고향을 찾아 가 보고 싶었던 것인가? 며칠 동안 푸근한 친구 집에서의 생활이 그 그리움의 방황을 멎게 해 주었나? 오후에는 서울 가는 차를 타리라 작정하고 부지런히 길을 재촉하였다.
뜨거운 햇볕이나 달아 오르는 지열도 바닷 바람에 시원하게 느껴졌다. 막연히 허허로왔던 가슴에 정이 가득한 친구의 사랑이 넘실거렸다. 허옇게 말라가는 순잔에 향기로운 술을 따라 풍성한 삶을 노해하듯, 내 온 몸에는 자연과 예술과 근면과 사랑으로 흘러 넘쳤다. 다시 모든 걸 소모하고 비어 버렸을 때 찾을 수 있는 친구를 거기에 두었다는 시실이 든든하게 나를 받쳐 주는 힘이 됨을 깨달았다. 나는 잡동사니로 묵직한 가방을 고쳐 메며 뜨거운 햇볕 속으로 힘차게 걸었다.
<약력> 1945년 6월 8일 강릉시 교동에서 출생
강릉시 명주 초등학교 졸업
강릉 사범 병설 중학교 졸업
강릉 여자 고등학교 졸업
춘천 교육대학 졸업
현재 : 서울 면북 초등학교 교사
전세준(훈민정음 파일)
審 判
정 종 명
나추리는 주위를 살피고 어쩌고 할 겨를이 없었다. 마치 목젖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맹렬한 식욕 앞에서 그의 이성과 촉각은 흐물흐물 마비되어 있었다. 소년에게서 얻어 온 개구리는 아직도 사지를 바둥거리고 있었다. 넓적다리에 토실토실 살이 오른, 아주 먹음직스런 개구리였다. 나추리는 예리한 부리로 개구리의 정수리를 힘껏 쪼았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나추리는 옆구리를 걷어채이면서 힘없이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파란 불꽃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무서운 두 눈이 먼저 다가들었다. 지금까지 사사건건 그를 간섭해 온 이더귀였다.
“변명은 듣고 싶지 않다. 그 개구리를 갖고 나를 따라오너라 . ”
이더귀는 그러면서 턱짓으로 잣나무숲을 가리켜 보였다. 한번만 눈감아 달라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빈다 하여 그가 용서할 리 없다는 것을 나추리는 익히 알고 있었다. 먼저 허공 높이 날아오르는 이더귀의 뒤를 나추리는 잠자코 따라갔다.
“끼욱, 끼욱, 끼욱!”
이더귀의 신호를 받은 예닐곱 마리의 새매가 마치 진작부터 이런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이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이더귀는 그들에게 나추리가 자신의 경고를 무시하고 또 다시 마을로 내려가 소년에게서 개구리 한 마리를 얻어왔다는 사실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나추리를 둘러싼 새매들은 그 즉시 실망과 적의의 눈초리를 번뜩였다.
이더귀가 말했다.
“너는 우리 새매족의 명예와 권위를 더럽혀 온 죄인이다. 이번이 벌써 세번째이니 용서할 수 없다. ”
나추리는 부리를 종아리 사이에 끼어박고 잔뜩 웅크린 자세로 이더귀의 호된 질책을 잠자코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마을로 돌아가거라. 거기 가서 보잘 것 없는 참새들의 조롱이나 받으며, 썩은 생선 찌꺼기나 훔쳐 먹는 쥐새끼들을 벗하여 구차한 목숨을 보전하는 방도를 취함이 차라리 격에 맞지 않겠느냐. ”
“내가 비록 어리석은 사람들의 손끝에 길들여졌다고는 하나, 산과 하늘로 치뻗기만 하는 족속의 본성을 아직 잃지 않은 터인데, 참새들의 조롱이나 받으며, 쥐새끼들과 벗하여 비굴한 일생을 살 수는 없다. 마을로 돌아가란 말만은 제발 거두어 주기 바란다. ”
나추리는 눈물을 글썽이며 애원했다. 이더귀를 비롯한 여러 새매들이 오랫동안 숙의 한 끝에 애초의 추방령을 수정했다.
“너의 간청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하였다. 허나 그 대신 조건이 있다. 마을로 돌아가면 네가 자라난 소년의 집에 지금 여러 마리의 병아리가 있다. 그들 중에서 네 힘으로 병아리 한 마리만 채어 갖고 돌아오면 여기 잣나무숲에서 기거할 수 있는 권리를 회복시켜 주겠다. ”
하다 못해 개구리 한 마리를 제 스스로 사냥하기에도 힘겨운 나추리였다. 그런 그에게 병아리를 채어 갖고 돌아오라는 명령은 섶을 지고 불길로 뛰어들라는 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 하여 그것마저 거부할 명분 또한 없는 일이고 보면 마을로 돌아가 부리를 닭장에 박고 죽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그들의 명령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해가 지기 직전에 모두들 뿔뿔이 흩어졌다. 나추리는 잣나무숲에 홀로 남아 오랫동안 자기 생각에 골몰하였다. 이쪽도 아니고, 그렇다고 저쪽도 아닌 자신의 모호한 운명이 그지없이 서글프고 원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고달프고 기구했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눈앞에 떠올랐다.
알에서 깨어난 지 보름쯤 지난 뒤였다. 포근하고 따뜻한 햇볕 속에서 깜빡 잠이 들었던가 보았다. 머리 위에서 울부짖는 어미의 다급한 비명에 놀라 눈을 떠보니, 둥지 위로 무엇인가가 비쭉 치켜올라와 있었다. 반짝거리는 까만 눈, 쉴 새 없이 날름거리는 혓바닥, 암회색의 얼룩무늬를 띤 삼각형 머리. 어린 나추리로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미처 헤아려지지 않았으나, 보기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오싹 돋았다. 어미로부터 단편적으로 얻어들은 바 있는 까치독사임에 틀림없었다.
소년이 나타난 것은 그 절대절명의 순간이었다. 어미의 울부짖는 비명에 사태를 알아차린 소년은 돌멩이를 던져 까치독사를 쫓아 버렸다.
까치독사가 도망친 다음 소년은 나무 위로 올라와 나추리를 비롯한 그의 형제를 메고 온 다래끼 속으로 옮겨 넣었다. 피울음을 토하는 어미의 울부짖음이 마을까지 따라왔다.
소년은 개울에서 잡아온 개구리의 살점을 주머니칼로 저며내어 나추리 형제의 머리 위에다 치켜들고,
“쭈욱, 쭈욱!”
묘한 소리를 내었다. 나추리 형제는 불안감이나 공포심에 앞서 소년이 떨어뜨리는 먹이를 받아먹기 위해 본능적으로 목을 길게 뽑으며 부리를 힘껏 벌렸다.
나추리 형제는 소년이 주는 대로 무엇이든 잘 받아 먹고 무럭무럭 자랐다. 마을까지 따라오며 울부짖던 어미의 모습이 아슴아슴 잊혀지면서 나추리 형제의 외모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노랗던 털빛이 거뭇거뭇한 깃털로 바뀌었고, 부리와 발톱에 힘이 오르면서 나날이 날카로와졌다.
나추리 형제가 날개를 퍼덕이기 시작한 것은 무더운 한여름이었다. 이 때쯤 소년은 먹이를 받아 먹기 알맞게 저며 주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을 나추리 형제 앞에 통째로 던져 놓기 시작했다. 먹이는 대부분이 개구리였으나 때로는 미꾸라지나 모래무지 같은 것도 있었다.
소년이 잡아 온 개구리는 도망치기 위해 넓은 마당을 깡총깡총 뛰었고, 그 모습을 지켜본 나추리는 자신도 모르는 투지와 살의를 느끼며 먹이를 향해 덤벼들었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지만, 그의 사냥 솜씨는 스스로가 생각해도 매우 놀라웠다. 허공을 뛰어오르는 개구리가 땅에 닿기를 기다려 재빨리 몸을 날려 날카로운 발톱으로 걷어차듯이 개구리를 움켜쥐고, 거의 동시에 부리로는 개구리의 눈알을 쪼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소년은 손뼉을 치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좋았어. 아주 훌륭한 솜씨야. 내일은 참새 고기를 먹여 줄께. ”
거짓말이 아니었다. 소년은 이튿날 아침에 나추리 형제에게 참새를 한 마리씩 나누어 주었다.
나추리 형제는 종일 그 참새를 뜯어먹었다. 지금껏 줄곧 먹어 왔던 개구리나 미꾸라지 따위와는 비교가 안될만큼 아주 맛있는 고기였는데, 어쩌면 그것이 빌미가 되었는지도 몰랐다. 그로부터 며칠 뒤에 나추리가 병아리 한 마리를 물어 죽이는 뜻밖의 불상사가 발생했다.
소년의 어머니가 우연히 이 광경을 목격하고 자지러지는 비명을 질렀다. 학교에서 돌아온 소년은 어머니로부터 꾸중을 들었다. 소년의 어머니는 나추리 형제를 지금 당장 내다 버리라고 명령했다. 소년의 일이라면 비교적 호의적이던 소년의 아버지도 이 때만은 어찌된 노릇인지 소년의 어머니의 말에 적극 동조하고 나섰다.
“내가 애초에 말했지? 이 따위 새매는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나중에 꿩이나 토끼를 사냥할 수 있는 진짜 참매를 잡아다 주마. ”
소년은 나추리 형제를 산에다 내다 버리는 대신 발목에다 가느다란 노끈을 매어 가지고 아무도 몰래 집 뒤 감나무 가지에다 올려놓았다.
그런데 그 날 밤이었다. 밤이 깊어지면서 바람이 이는가 싶더니 오래지 않아 기어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가느다란 빗발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드세어졌다. 나추리 형제는 비에 젖어 온몸을 덜덜 떨었다. 새벽녘이 되자 비바람과 추위는 더욱 극심했다. 발목의 노끈을 제거하지 못하는 한 빗물이 듣지 않는 장소로 옮겨간다는 것도 불가능했다.
동쪽 하늘이 희끄무레 밝아질 무렵이었다. 무심코 주위를 둘러보던 나추리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두번 세번 되풀이 살펴보았지만 사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처지였다. 부근에 함께 앉아 있어야 할 두 형제가 모두 그의 발밑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린 채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저리 힘없이 그네를 타고 있었다.
나추리는 그들을 구해 볼 요량으로 움짓움짓 몸을 움직여 보았으나 안타까운 마음과는 달리 재간이 따르지 못했다. 무모하게 함부로 몸을 날렸다가는 그들처럼 발목의 노끈이 서로 얽히기라도 할라치면 꼼짝 없이 목숨을 버릴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게다가 이미 속속들이 젖어버린 날개는 속털 하나 움직일 기운조차 없었다.
소년이 나타난 것은 나추리마저 기진맥진하여 거의 실신하기 직전이었다. 소년은 허공에 거꾸로 매달린 새매 두 마리를 발견하고 하얗게 질린 얼굴로 울음을 터뜨렸다. 나추리의 두 형제가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소년의 아버지가 이 처참한 광경을 목격하고 혀를 찼다.
“새매는 비에 약하단다. 하물며 어린 새매야 견딜 재간이 없었겠지. 나추리라도 어서 따뜻하게 몸을 덥혀 주어라. ”
나추리가 겨우 의식을 되찾았을 때는 점심참이 훨씬 지난 뒤였다. 온몸이 따끈따끈하길래 주위를 살펴보니, 그곳은 안방 아랫목이었다. 나추리는 온몸을 감싸고 있던 이불을 헤집으며 살그머니 기어나왔다. 그를 지켜보고 있던 소년이 기쁨의 눈물을 글썽거렸다.
“살았구나. 나추리, 넌 정말 용감하구나. ”
소년은 나추리를 껴안고 아버지에게로 갔다. 아버지는 나추리를 받아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이만하면 됐다. 일단 목숨은 건진 것 같구나. ”
하고 소년을 안심시켜 주었다. 소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추리를 안고 개울로 가서 개구리를 잡아 주었다. 나추리는 소년이 잡아 주는 개구리를 맛있게 뜯어 먹었다.
“지금부터 너는 자유야. ”
소년은 나추리의 발목에 묶여 있던 노끈을 끌러 주었다. 너무나 갑작스런 해방에 나추리는 오히려 어안이 벙벙했다. 언젠가는 풀려날 날이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저버린 적은 물론 한번도 없었다 하더라도, 이토록 빨리 자유의 몸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이것이 비명에 간 두 형제의 목숨과 맞바꾼 귀중한 자유임에 틀림없었다.
“당분간은 마을 부근에서 사는 것이 좋아. 내가 쭈욱, 쭈욱 소리치거든 언제든지 달려와. 먹을 것을 준비해 놓을 테니까 말이야. ”
소년은 나추리를 남겨놓고 혼자 집 안으로 사라졌다. 나추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얼른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길게 늘어뜨려져 묶여 있던 발목의 노끈은 이미 제거된 상태였다. 혹시 꿈이 아닌가 시피어 두번 세번 발목을 살펴보았으나 분명히 노끈은 보이지 않았다.
나추리는 맞은편 감나무를 향해 조심스레 몸을 날렸다. 딛고 있던 나뭇가지를 발끝으로 튕기면서 날개를 펴자 그의 몸은 가볍게 허공으로 떠올랐다. 생각보다는 몸이 가벼웠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노끈이 자신의 발목을 여전히 낚아채고 있다는 사실을 나추리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마을 뒤편이 곧 산이었다. 나추리는 못견디게 죽지가 근질거렸다. 아까처럼 날개를 펼치며 다시 한번 몸을 솟구쳤다. 잠깐 사이에 등성이의 참나무로 날아오를 수 있었다. 마을과 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나추리로서는 물론 난생 처음 내려다보는 드넓은 풍경이었다.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어째선지 그것들이 처음 보는 풍경 같지가 않고, 아주 오래 전부터 보아왔던 낯익은 풍경처럼 여겨졌다.
어차피 내친 걸음이었다. 나추리는 용기를 내어 산봉우리를 향해 날아갔다. 그 먼곳을 한꺼번에 날아간다는 것은 물론 무리였다. 걷잡을 수 없는 피로가 순식간에 밀려들었다. 여기저기서 새와 풀벌레 울음소리가 끝없이 들려왔다. 나추리는 자기가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지 날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산봉우리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노릇일까. 말할 수 없는 막막한 불안감이 폐부 깊숙히 밀려들기 시작한 것은 해가 산 너머로 사라진 직후였다. 아직 어둡지는 않았으나, 잠자리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본능적인 욕구가 그를 더욱 당혹스럽게 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번에는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소년의 마지막 말이 떠오른 것은 한참 뒤였다.
“당분간은 마을 부근에서 사는 것이 좋아‧‧‧‧‧‧‧‧”
나추리는 힘껏 날아올랐다. 바람이 그의 몸뚱이를 떠받쳐 주었다. 이상한 감각이 날개 끝으로 묻어들었다. 나추리는 굳이 힘들게 날개를 퍼덕일 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날개를 힘껏 펼친 채 가만 있기만 하여도 그의 몸뚱이는 바람을 타고 매끄럽게 흘러내렸다. 나추리는 잠깐 사이에 마을에 도착했다. 감나무 가지마다 조롱조롱 매달려 있던 참새 떼가 그를 보자 허둥지둥 대나무숲으로 처박히듯이 도망쳐 버렸다. 모두들 대단히 빠른 동작이었다. 나추리는 걷잡을 수 없는 식욕을 느꼈다. 그러나 이제 어디에서도 참새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앞을 헤아리기가 어렵도록 어두워진 때문이었다.
나추리는 감나무 위에 올라앉아 밤을 새우기로 작정했다. 귀뚜라미와 여치 우는 소리에 귀가 따가웠다. 산골짜기에서는 가끔 부엉이가 부엉부엉 서글프게 울었다. 검푸른 하늘에는 별들이 유난히 반짝거렸다. 밤이 깊어 갈수록 나추리는 자기 자신이 처량하게 느껴졌다. 보다 멀리 보다 높이 날아 보리라던 기대와 희망이 별안간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또 어찌된 까닭일까.
다시 날이 밝았다.
발목에 묶여 있던 노끈이 사라졌다는 해방감을 언제까지나 되풀이 만끽할 처지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배가 고팠다. 소년이 잡아다 주던 개구리가 새삼 그리웠다. 하다 못해 메뚜기라도 한 마리 잡아 먹고 싶다는 무서운 욕망이 목젖을 더욱 따갑게 자극했다.
대나무숲에서 참새 떼가 나직하니 우짖었다. 나추리는 전에 없던 투지를 느꼈다. 나뭇가지 사이로 매서운 눈길을 번뜩이던 나추리는 마침내 목표물을 겨냥했다. 예리한 전율이 부리와 발톱으로 뜨겁게 감겨 들었다. 나추리는 대나무숲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나 그의 투지는 허망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참새들은 그가 대나무숲에 이르기도 전에 떼를 지어 분주히 날아가 버렸다. 어처구니없는 실패에 나추리 자신이 오히려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다.
참새 떼가 사라진 개울가 가시덤불을 노려보면서 나추리는 부리를 갈았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높이 떠올라 다시 한번 가시덤불의 동정을 살펴보았다. 참새 떼는 가시덤불 깊숙히 들어앉아 죽은듯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나추리는 가시덤불 위를 두어 번 비행했다. 그러나 그뿐, 그 이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참새들처럼 가시덤불 속으로 빠르게 헤집고 들어가는 재간이 그에게는 없었다. 참새 떼가 공중으로 날아오르지 않는 이상 그것들을 낚아채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는 미상불 알아차렸다.
마침 개울의 풀숲을 헤치고 나와 썩은 나뭇가지 위에 올라 앉아 있는 개구리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나추리는 그 개구리를 향해 쏜살같이 하강했다. 그러나 이미 개구리의 모습은 온데간데가 없었고, 날렵하지 못한 그의 몸뚱이는 나뭇가지에 부딪혀 눈앞이 아찔하는 현기증이 일어났을 따름이었다. 그는 부끄러움으로 온몸이 더워졌고, 어쩔 수 없는 무력감에 사로잡혀 숨이 가빠졌다.
병아리 떼를 거느린 어미닭이 마당 귀퉁이에서 모이를 줍고 있었다. 나추리는 감나무 가지에 올라앉아 오랫동안 병아리를 지켜보았다. 병아리 한 마리를 물어 죽인 사건 때문에 두 형제를 잃고, 드디어는 외톨이가 된 자신의 이력을 깨닫자 여기저기 흩어져 모이를 찾고 있는 병아리 떼가 곱게 보여지지 않았다. 소년의 어머니가 나타나 감나무께를 힐끗 쳐다보았다. 무심한 눈길이었지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한 공포심에 사로잡힌 나머지 나추리는 슬그머니 그 자리를 떠났다.
이더귀를 만난 것은 산기슭 잣나무숲에서였다. 허기에 지쳐 있는 나추리를 발견한 그가 먼저 접근해 왔다. 그는 나추리의 이모저모를 한참 뜯어보고 나서 말했다.
“누군가 했더니 바로 너로구나. ”
나추리가 소년의 집 새장 속에 갇혀 있는 가련한 모습을 지나다니는 길에 몇번 목격한 적이 있다고 이더귀는 간략하게 설명했다.
나추리로서는 물론 처음 보는 새매였다. 하지만 동족을 만난 기쁨이 본능적으로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다. 솔개나 말똥가리를 오다가다 마주쳤을 때와는 또 다른 감회였다. 나추리는 소년의 집에서 살게 된 내력과 그 동안 소년이 자기한테 얼마나 고맙게 해주었는가를 두서없이 늘어놓았다. 그러나 이야기를 다 듣고난 이더귀는 뜻밖의 말로 나추리를 당황하게 했다.
“너는 마치 큰 은혜라도 입은 듯이 말하는구나. 하지만 그건 착각이고 오해야. 그들은 너를 꿩이나 토끼를 사냥할 목적이었어. 그러다가 그런 사냥용 매와는 거리가 먼 새매라는 사실을 알고는 마지못해 놓아 준 거야. ”
“아니야. 그들은 내가 처음부터 새매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 그들이 나를 놓아 준 것도 사실은 내가 그 집 병아리를 물어 죽이는 말썽을 부렸기 때문이야. ”
“하지만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너는 머지 않아 그들을 원망하고 비난할 수밖에 없어. 왜냐하면 너는 그들로 인해 너 자신의 본성이 무디어져 버린 나머지 스스로는 하다 못해 메뚜기 한 마리 잡아먹을 능력이 없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 말이야. 너는 인간들에게 큰 은혜라도 입어 온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내가 보기에 너는 인간들에게 이용만 당해 온 거야. ”
나추리는 잠자코 이더귀를 지켜보았다. 다정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냉정한 것도 아닌 묘한 얼굴이었다. 그 이더귀가 다음 순간 무거운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다시는 마을로 내려가지 마라. 사람이 잡아 주는 먹이를 거절하지 못하는 한 너는 그들이 쳐놓은 그물에서 영원히 헤어나지 못한다. 내 말 알아듣겠지? 내가 지금부터 너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겠다. ”
이더귀가 사라진 뒤에 나추리는 오랫동안 그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생판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소년의 경우는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그 생명의 은인을 어찌 잊거나 비난한단 말인가. 나추리는 이더귀의 경고를 일소에 붙이고, 소년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 되자 또 다시 마을로 내려갔다.
소년이 나타난 것은 그로부터 한 시간 뒤였다. 아니나 다를까. 소년은 개구리를 잡아 들고 나추리를 불렀다.
“쭈욱, 쭈욱, 쭈욱!”
감나무 위에 숨어 앉아 소년의 거동을 지켜보고 있던 나추리는 소년을 향해 날아갔다.
“멀리 가지 않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로구나. 잘했다. 이렇게 해야 내가 너에게 먹이를 구해 주지. ”
소년은 쥐고 있던 개구리를 마당에다 던져놓았다. 나추리는 무방비 상태의 개구리를 향해 부리와 발톱을 세워 무섭게 덤벼들었다. 개구리를 발톱으로 낚아챈 나추리는 그 즉시 감나무 위로 훌쩍 날아올랐다. 소년은 그런 나추리를 지켜보다가 말없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나추리는 소년이 잡아 준 개구리를 깨끗이 먹어치웠다. 배가 부른 나추리는 다시 잣나무숲이 그리워졌다. 그러자 어디선가 자신의 행동거지를 지켜보고 있었을 이더귀의 사나운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모르긴 하지만 가만 있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하여 잣나무숲으로 돌아가고 싶은 열망을 단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누가 뭐래도 잣나무숲은 역시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그의 본능을 하나하나 일깨우는 이상한 마력을 온몸에 지펴주는 이상향(理想鄕)이었다.
나추리는 비상과 하강을 반복하면서 마을을 한 바퀴 유유히 둘러본다음 잣나무숲을 향해 천천히 날아갔다. 고목을 찍는 딱따구리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고, 갈가마귀와 메까치가 떼를 지어 날아다녔고, 곤줄박이, 개개비, 고지새, 노랑할미새, 휘파람새가 수도 없이 우짖고 있었다. 잣나무숲은 역시 새들의 천국이었다. 나추리는 만족하여 머리를 크게 끄덕였다.
그러나 그러한 기쁨도 잠시였다. 몹시 화가 난 얼굴로 다가온 이더귀가 나추리를 무섭게 몰아붙였다.
“처음이니까 이번 한번만은 용서해 주겠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 새매족의 명예와 권위를 더럽혔다가는 다시는 용서받지 못한다는 걸 명심해 주기 바란다. ”
나추리는 이더귀의 거만한 태도에 비위가 거슬렸다.
“나는 내 스스로 먹을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추어질 때까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소년의 도움을 받을 작정이야. 내 일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지 말아줘. ”
“닥쳐. ”
이더귀는 죽지를 치켜올리며 나추리를 물어뜯을 듯한 사나운 동작을 취하였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는 거조룰 바꾸어 나직하게 타일렀다.
“고집 부릴 때가 아니야. 나만이 아니고 다른 새매들도 지금 너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돼. ”
그러나 나추리는 이튿날도 소년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각이 되어 마을로 내려갔다. 그리고 전날과 마찬가지로 소년에게서 개구리 한 마리를 얻어 왔다. 나추리는 떡갈나무잎이 무성하게 덮인 바위 위에 숨어앉아 그것을 맛있게 뜯어먹었다. 이더귀가 나타난 것은 맛있는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이었다. 그는 대뜸 시비조로 말했다.
“각오는 되어 있겠지?”
“내 일에 간섭하지 말라고 말했잖아. ”
나추리의 짜증 섞인 대꾸가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이더귀는 펄쩍 몸을 솟구치더니 다짜고짜 나추리의 덜미를 찍어눌렀다. 나추리는 땅바닥에 부리를 박고 엎어졌다.
“이놈, 죽지를 뒤로 돌려라. ”
이더귀는 나추리의 죽지를 힘껏 비틀었다. 나추리는 비명 한번 지를 겨를도 없이 무더기로 쌓인 갈잎더미 속으로 고꾸라졌다.
“우리 새매족이 솔개와 독수리들로부터 손가락질이나 비웃음을 받는 까닭도 따지고 보면 너 같은 기회주의자가 섞여 있는 탓이 아니더냐. 내가 다시 한번 엄중히 경고해 두겠다. 산이면 산, 마을이면 마을, 둘 중에서 어느 하나를 분명하게 선택하란 말이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양다리 걸치기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
비가 내렸다. 비는 사흘 동안 줄곧 질금거렸다. 그리고 비가 그쳤을 때는 추위가 성큼 다가왔다. 그 사흘 동안 나추리는 내내 굶었다. 허기와 한속은 시시각각 무섭게 밀려들었다. 다시는 마을로 내려가지 않으리라던 결심은 결국 견딜 수 없는 허기와 한속 앞에서 그만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산이면 어떻고 마을이면 어떻단 말인가. 나는 내가 선택한 방식대로 살아가겠어. ”
나추리는 다시 마을로 내려가 소년에게서 개구리를 얻어왔다.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그를 미행한 이더귀로 인하여 나추리는 결국 공개 재판에 회부되었고, 마침내 조건부 추방령이 내려졌다. 잣나무숲을 영원히 떠나거나, 아니면 마을로 내려가 병아리를 채어오라는 무서운 판결이 그것이었다.
어느새 새벽이 다가오고, 바람이 차가웠다. 나추리는 불안과 긴장 속에서 꼬박 밤을 지새웠다. 가까운 곳에서 대통을 치는 듯한 풍풍 소리가 들려왔다. 희끄무레 먼동이 트기 시작했을 때에야 그 소리의 주인공이 벙어리 뻐꾸기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들은 여러 마리가 한데 어울려 멀지 않아 따뜻한 남쪽 지방으로 옮겨갈 철새들이었다. 나추리는 어디론가 찾아갈 곳이 있는 그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오랫동안 망설인 끝에 나추리는 마을로 내려갔다. 마당 한 귀퉁이에서 여러 마리의 중닭이 땅을 헤집으며 한가롭게 거닐고 있었다. 다행히 소년의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더 이상의 좋은 기회는 다시 없을 것 같은 초조감이 그의 행동을 더욱 부채질했다.
나추리는 먼저 닭장 지붕 위로 내려앉았다. 마침 무리에서 벗어난 중닭 한 마리가 마당을 가로질러 개울 쪽으로 줄달음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 중닭이 개울가에서 물을 마시고 다시 아장아장 마당으로 올라섰을 때였다. 나추리는 드디어 기습 작전을 감행했다. 그런데 중닭은 생각보다 몸놀림이 민첩하고 힘이 세었다. 팽개치듯이 마당 한가운데로 나가떨어진 것은 중닭이 아니라 나추리 자신이었다. 발딱 일어나보니 목덜미의 깃털을 있는대로 곤두세운 중닭이 나추리를 노려보면서 덤벼들 자세를 취하는 게 아닌가.
나추리는 온몸의 피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날카롭게 곤두세운 발톱을 앞세우면서 날개를 힘껏 쳐올렸다. 쓰러뜨린 중닭의 한쪽 눈을 부리로 내려찍은 것은 다음 순간이었다. 중닭은 비명을 지르면서 있는 힘을 다해 맹렬히 저항했다. 나추리는 그의 등을 발톱으로 찍어눌렀다. 이미 한쪽 눈에 치명타를 입은 중닭은 나추리의 적수가 못되었다. 그렇다고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부리로 덜미를 물고 늘어진 나추리나, 미친 듯이 몸부림치는 중닭이나, 피차 양보할 수 없는 혈전이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었다.
“나추리!”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중닭의 덜미를 물고 있던 부리를 거두면서 나추리는 천천히 머리를 치켜들었다. 눈앞에 소년이 서 있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노릇인가. 소년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배신감에 사로잡힌 눈빛이랄까. 소년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마침 마당에 굴러떨어져 있던 돌멩이를 집어들기가 무섭게 나추리를 향해 힘껏 던졌다. 나추리는 날아오는 돌멩이를 피해 닭장 지붕 위로 날아올랐다. 그러자 약이 오른 소년은, 이번에는 더 큰 돌멩이를 주워 다시 나추리를 향해 던졌다. 돌멩이는 매서운 바람 소리를 내면서 나추리의 머리 위를 스쳐갔다. 나추리는 이제 더 이상 그곳에 머물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허공을 향해 힘껏 몸을 솟구쳤다.
잣나무숲과 마을이 아득히 내려다보였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참으로 눈부신 비상(飛翔)이었다. 나추리는 위로 위로 솟아올랐다. 마을도 아니고 잣나무숲도 아닌 또 다른 세계를 향해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에도 뿌리 박지 못한 떠돌이가 갖는 아득한 절망감에서 비롯된 무모한 비상임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작가 약력
1945년 경북 봉화 출생. 1966년 강릉고등학교 졸업. 1971년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 졸업. 1978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에 <사자(死者)의 춤>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 이후 창작집 <오월에서 사월까지> <이명(耳鳴)> <숨은 사랑>과 장편소설 <인간의 숲> <아들 나라> 외에 역사소설 <신국(新國)>(전3권) <대상(大商)>(전2권)을 출간했다. 현대문학, 문학정신 등 문예지(文藝誌)에서 다년간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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