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길, 모텔에서 교성을 들으며 편히 잠을 이뤘더니 나가기가 싫었다
어제 PC방에서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본 것이 신경쓰여 모텔에서 거울을 들여다보니 몰골이 빅풋을 연상케 했다. 안그래도 여행중에 이발을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했던지라 모텔에서 나와 인주면사무소 앞에 있는 칼국수 가게에서 칼국수와 김밥을 먹고 우체국에서 돈을 찾아 근처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다.
내 앞에 손님이 한 명 있어 기다리는 동안 빵과 일회용 밴드, 마스크를 샀다. 그러는 사이 미용실에 여자분 한 명이 들어왔고 머리를 자르던 손님은 갑자기 빨간색으로 염색을 하겠다고 했다. 둘의 내용을 바탕으로 50살의 남자였던 손님과 37살의 여자는 서로 아는 사이였는데, 여자에게는 남자친구(제길 37살 먹은 여자가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남자는 여자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좀 얼친 사람-염색얌이 정착되는 사이에 이해 못할 말과 행동을 하며 미용실 안팎을 돌아다녔다-으로 37살의 여자는 쉰 살의 남자를 동정하는 것 같았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광경 아닌가! 제길!"
하여간에 미용사 아주머니는 내가 괜찮다싶을 정도의 길이에서 더욱 파고드는 장인정신을 발휘하여 날 <아이 앰 샘>의 숀 펜으로 만들어 버렸다. 뭐 이건 동정심을 유발시키기에는 탁월한 스타일이니 감사해야지.
머리를 자르고 지도를 확인하니 624번 지방도로를 타다가 현대자동차 공장을 끼고 도는 것이 지름길 같아 그렇게 이동을 하였는데 공장을 향하는 대형화물차에 질려버려 다시 34번 국도를 타려 인주중학교 통과 시도, 길이 없다는 중학생의 말에 좌절,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고야 말았다. 34번 국도를 타고 달릴 즈음 해나와 문자를 주고 받았는데 내 공격적인 이동경로에 대해 한말씀 해주셨다.
"애초의 목적이 그것이었냐..."
'그렇다! 난 체력테스트를 하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삽교 방조제, 아산만 방조제를 보지 않았다면 와! 했겠지만...
바다도 좋았고,
바다를 건너는 무당벌레도 좋았지만... 여행의 목적에 대한 생각을 다시 고쳐먹고
다소 충격을 받은 나는 지도에서 추천한 한적한 어촌마을인 중왕/도성해안을 목적지로 정했다. 이날 이것은 '굳은 다짐으로 인한 죽음은 꼭 의로운 일만이 아님'을 증명하고 만다. 삽교천방조제를 지나고 국도를 계속 달려 당진읍내에 도착했다.
당진의 급수차량. 뭔가 귀엽다. 당진, 사랑하는 내 당진...
읍사무소에서 물을 보충하고 발음이 부정확하여 내가 들은 정보를 의심케 만드는 아저씨에게 중왕/도성으로 가는 중간 목적지인 천의를 물었다. 아... 듣긴 들었는데 잘 모르겠다.
대충 감으로 달렸더니 아저씨가 말한 학교인 것으로 보이는 '당진정보고등학교'를 지나 정말로 오르막길이 나왔다. 근데 너무 가파랐다. 끌바를 이용하여 오르고 또 오르니 결국 내리막이 나왔고 자꾸 자전거를 차선쪽으로 인접하는 다운힐을 선보이며 649번 지방도로로 접어들었는데 그 길의 초입은 산길을 방불케하는 오르막길. 괜히 해나 말만 들었다가 정말 체력테스트를 하고 말았다.
이젠 정말 지방도로를 믿지 않으리...
이것저것 하느라 늦게 출발하긴 했으나 어제의 속도에 비해 현저히 느린 오늘. 결국 천의삼거리에 당도하긴 했으나 시간은 6시를 향해 가고 해는 뉘엿뉘엿. 에라 모르겠다. 삼거리에 있는 만두 찐빵가게에서 만두를 사먹고 다시 출발했다. 이젠 길바닥에서 자야할 수 밖에 없는 상태이고, 길은 끌바와 다운힐을 계속하게 만드는 언덕의 연속이고, 649번 도로는 언제 끝날지 모르겠고... 하성리에 있는 농가 앞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물을 구하려고 주인 아저씨에게 말을 걸다가 말이 길어지고 결국 그곳에서 자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더욱 고마운 것은 저녁-두릅나물은 일품이었다-도 대접해 주시고 바람에 세워놓은 자전거가 넘어지며 작살난 페달도 수리해준 것이다.
아무튼 그날 밤은 길바닥이 아닌 한과공장 쪽방에서 맹꽁이 소리를 들으며 편히 잠들었다.
나르미 식품 한과공장 숙소 뒤편은 밭과 연못이 있었다.
나르미식품 사장님... 정말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