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가로지기 타령
[페이지] F01
극단 민예극장 제89회 공연작품
가로지기 타령 (10마당)
허규 .작
손진책 .연출
1986,3,4~10
문예회관대극장
[페이지] 001
나오는 사람들
@ 해설겸 산발이
@ 변강쇠
@ 옹녀
@ 새우젖 장수
@ 봉사
@ 의원
@ 중
@ 초란이
@ 가객
@ 통소
@ 검무
@ 해금
@ 북
@ 뎁득이
@ 각설이 1, 2, 3,
@ 사또
@ 옴생원
@ 사당패 1, 2, 3, 4
@ 엿장수
@ 나무꾼 아이들 4명
@ 장승 5명
@ 기타 의사들
[페이지] 002
서장
무대 오른쪽 적당한곳에 넓직한 덧마루가 깔려있고 그위에 무구(巫具)와 굿
상차림이 놓여있으며 꽃등과 꽃송이 들이 매달려 있다. 개막 시간이 되면
악사들이 나와 굿상 맞은 편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해설자] (주위를 둘러 보고) 정작 굿 할놈들은 안 뵈고 떡먹을 양반들만
모여 있군
[꽹과리] 굿은 어찌 됐던 떡 값은 많이 나오겠네
[고수] 그나 저나 오늘 굿은 비 맞은 베잠뱅이 꼴 되기 십상이겠구먼
[꽹과리] 왜?
[고수] 온통 빤지르르한 거지이들 투성이니 흥이 나겠나? 곤쟁이 젓도 먹이
본 놈이 그 맛을 알지. 슬쩍 지나가면서 냄새만 맡은 놈들은 발가락 고랑내가
어찌구. 송장 썩은 내가 난다느니 일년 열두달 목욕이라곤 안하는 자네 사타
구니 냄새같다느니. 하고 아는 제 코를 막고 지나간단 말이거든.
[꽹과리] 그래두 우리 마누라는 막 삭은 곤쟁이 젓이라면 사정 없이 죽자
사자 아닌가.
[해설자] 그럼 좋은 수가 있네 자네 죽으면 칠산 앞 바다에 수장 지내주지.
[고수] 왜 하필 칠산 앞 바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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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자] 자네 마누라가 곤쟁이 젓을 좋아 한다니. 죽거든 바다에 던져 곤
쟁이 밥이 되라고 말이야.
[꽹과리] 요즘은 굵은 고기들이 극성을 부려서 곤쟁이 차례나 가겠우? (낄
낄 거리며 재담을 한다)
[통소] (퉁명스럽게) 이거 굿을 하는거야? 안하는 거야?
[고수] (해설자에게) 성님 판 기다리기 싱거우니 짝이나 한번 맞춰 봅시다.
[해설자] 그럴까 ( 한 관객보고) 굿 구경좋아 하세요?--- 굿판에 자주 가
봤어요?--- 굿구경 어떻게 하는건지 알아요?
[관객]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거지
[해설자] 꽁짜 좋아 하시는군 (다른 관객에게) [얼씨구]란 말 알아요?
[관객] 얼씨구 좋다. 그러는거지요!
[해설자] 그건 낭비에요 비경제적 이에요. 그리고 얼씨구 하고 좋다는 그
맛이 서로 다른거에요 "얼씨구"는 좋은 맛을 향해서 임주어 올라 갈때 나오는
소리고. "좋다"는 그 고개를 넘어서 내려올때 (황홀경에 빠진 어투로) [좋다]
하는 것이에요 그렇지요?
[꽹과리] 성님. 그렇게 말로 일러 주어서 알아요? 한번 해 보라고 그래요
[해설자] 산에 가야 범을 잡고 부뚜막에 소금도 집어 넣어야 맛이 나고 오
뉴월 복중에 썩은 홍어회도 먹어 봐야 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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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백번 듣는것이 한번 보는것만 못하고, 백번 보는것이 한번 보는것만
못하고 백번 보는 것이 한번 행하는것과 같지 아니하니 한번 해 봅시다.
(관객 전체에게) 무엇을 하는고 하니 추임새 라는것을 한번 해 보는데 ---
추임새 라는것이 꼭 음양조화 부부의 사랑 같아서 가락과 추임새가 짝이 맞
아야 되는 법이다. 한쪽이 너무 느려지면 << >> 빠지고, 너무 성급하면 맥
빠지고, 디딜방아 처럼 저 혼자 놀면 싱거웁고, 가락사이 구멍 찾아 때 맞추
어 <<0>>고 받기 번개치고 천둥소리에 나듯 의좋게 맞 그네 <<0>>듯 던져 줬
다 잡아주기 받쳐 주고 눌러 주기 몰아 <<0>>다 풀어 주기 같이 웃고 같이 울
기 천번 만화 세상사를 함께 즐겨보는 것이렸다.
[악사들] 얼씨구! (합창)
[해설자] (악사들을 가르키며) 저렇게 하는 것이오 한번 해 볼까요? 얼씨구
[관객들] 얼씨구 -
(관객들이 제 맛을 낼때 까지 되풀이 한다)
[해설자] {얼씨구}하고 올라 갔으면 내려와야지- {좋다}-
[관객들] {좋다}-
[해설자] 정말 좋아요?------뭐가 좋아요 나는 처음에 거시키들만 모이신줄
알았더니 우리와 마음이 통하는군- (악사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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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해서) 자 그럼 이제부터 가루지기 굿을 시작 하는데 잎 노름 부터 하렸
다.
(흥겨운 굿가락이 터져 나와 흥취를 한 동안 돋군다. 이러는 동안 등장인물
몇이 객석 통로를 통해서 춤을 추며 들어와 무대로 올라간다)
[해설자] 이 굿판을 차리기는 천생만민의 안녕태평의 치성을 올리고자 하는
것인데 천지개벽 할때에 하늘이 먼저 나고 땅이 뒤에 생겨 만물이 성성할 때
사람 또한 생겨 났는데 남녀 둘이 서로 합해 사람 人(인)자 생겨 났다. 음양
이 화합하여 만물이 생겼는데 사람 또한 그 이치에서 벗어날수 없는것 사람에
겐 인성이란 것이 있어서 만물의 영장이라 하거늘 이즈음 인성은 악성, 욕성,
물성, 살성, 추성이 판을 치니 이 모두가 사람되려는 정성이 부족함이며 제분
수를 모르는 자들이 늘어나는 탓이라 춘하추동 상풍한설 벌거벗은 알몸으로
팔없고 다리도 없이 쇠줄에 묶인 장수 처럼 눈만 크게 뜨고 입은 딱 벌리고,
동구 밖에 장수 처럼 눈만 크게 뜨고 입은 딱 벌리고, 동구 밖에 버티고서 동
리 안녕 지켜 주던 장승을 없신 여긴탓 이로구나.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의
넋을 불러 가루지기 굿을 하니 여기 모이신 가중 대주님네 위도 없고 탈도 없
이 태평 안녕 다복영화 누리게 하옵소서 - 덩지 덩지 덩더쿵 - (한바탕 굿가
락이 올리고 나면 해설 "어-쉬"하고 장단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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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거리
[해설자] 가루지기 굿을 하는데 어떻게 하는고 하니 여기 모인 사람들 한테
각기 혼을 실어서 굿을 하는 것이고나- (해설자 부채와 방울을 흔들며 객석을
두루 돈다. 다음 소리를 하면서 한 남자 배우(관객 가장)에게 가서 혼을 실어
준다)
옛날 옛적에 맹탕한 일이 있었구나. 변강쇠라는 천하 잡놈이 있었는데, 그
화상을 볼작시면 갓 날때 시궁창에 떨어져서 꾸정물과 흙을 젖대신 먹고 자랐
지만 기운이 장사요. 성질은 개차반이라. 주색잡기에 돈 투정, 매일 장취 투
전질에 색주각에 치가 하고, 오입쟁이 친구로다. 매사냥 꿩사냥에 사냥질로
살아갈 제 장손이라 장탕하며 산소팔아 돈 쓰고, 남의 딸을 혼인핑게 제가 먼
저 겁탈하고, 쌈질에 이력 나니 동네 존장 몰라 보고, 의관 찢고 사람 치고
맞았다고 돈 뜯기와 남의 과부 겁탈하고 유부녀 능욕하기 이 동리에서 일저지
르고 저 동리 뒤집어 놓기, 거머리 같고, 구렁이 같고, 징글맞고 능글맞다.
그 행패가 심하기로 삼남이 노해서 뭇매치고 몽둥이 질에 더 견디지 못하고
남남북녀 말은 들어 북쪽으로 자는 구나.
(탈춤 가락이 시작되면 변강쇠 춘정을 못참아 춤을 추다가 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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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이 때에 또 하나 맹랑한 일 있었거니, 평안도 월경촌에 계집하나 있
으되, 얼골을 볼작시면 이른 봄에 피어나는 복사꽃 같고 아름다운 귀밑머리
초승에 지는 달빛 아미간에 비치었다. 앵도같은 고운입술 빛난 당채 주홍 필
보, 말캉 말캉 쿡 찍은듯 세류같은 가는허리 봄바람에 흐늘흐늘 실눈 뜨고,
웃는 것과 교태있게 걷는 태도, 서시와 우미인도 따를 수가 없건마는 사주에
청상 살이 겹겹이 쌓인고로 서방을 잃어도 징글징글 지긋지긋 끔찍스럽게 잃
어버리는데, 첫째 서방 첫날밤에 급상한으로 죽고, 둘째로 얻은 서방 당창병
으로 튀고, 세째번 얻은 서방 용천병으로 펴고, 네째로 맞은 서방 벼락맞아
식고, 다섯째 서방은 천히 대적, 포도청에서 떨어졌고, 여섯째로 얻은 서방
싸움질하다 맞아 죽고, 일곱번째로 얻은 서방 전쟁에 나가 타 죽었으며 기둥
서방 간부 애부, 거드모리, 새호루기 입한번 맞춘놈 젖한번 쥔놈, 눈 흘레한
놈, 손만져 본놈, 심지어 치마귀에 냄새맡은 놈까지, 결단을 내는데, 어떻게
쓸었던지 삼십리 안팎에 상투올린 사나이는 고사하고, 열대여섯 넘은 총각도
씨가 마를 지경이라, 황평, 양도 사람들이 합세하여 쫓아낸다. 이 년이 하릴
없이 쫓기어 나올적에, 행똥 행똥 거닐면서 남쪽으로 내려온다. (옹녀로 분한
배우 갖은 교태를 부리면서 춤을 추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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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녀가 춤을 추는 동안 변강쇠 다시 나와 꺼떡거리고 춤을 추며 무대를 돌
다가, 옹녀와 만날 듯 말듯 엇비켜 다니다가 둘이 마주친다. 장단멈춘다. 서
로가 이리 저리 살펴본다)
[해설자] 무얼 망설이고 있나? 둘이 잘 만난것 같으니 한번 통성명이나 해
보지 그래------
[강쇠옥녀] (불림) 한나보세-
(두사람 태무를 한참 추고나서)
[강쇠] 여보시오! 저 마누라 어디로 가시나요?
[옹녀] (간드러진 흘림목으로) 삼남으로 가는 길이오.
[강쇠] 고운 얼굴 젊은 나이에 혼자가기 무섭지 않소?
[옹녀] 내 팔자 무상하여 서방잃고 자식없으니, 함께 갈 사람은 내 그림자
뿐이라오.
[강쇠] 어허 불쌍도 하지. 당신은 과부, 나는 홀아비니 둘이 살림을 차리면
어떻겠오?
[옹녀] 내가 상부살이 있는 계집이라 궁합부터 보고나서 의논을 합시다.
[강쇠] 그리합시다. 내가 궁합 잘보기로 삼남에서 유명하니 어디 봅시다.
마누라 성씨가 누구시오?
[옹녀] 옹가요?
[강쇠] 나는 변서방이오. 마누라는 무슨생이오?
[옹녀] 갑자생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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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쇠] 쥐띠로구나. 나는 임술생 개띠요.
(읊어 댄다) 천간으로 보거드면, 갑은 양목이요, 임은 양수이니, 수생목이
좋고 남음으로 의론하면 임술 계해대하수, 갑자을축 해중금, 금생수가 더 좋
으니, 이는 아주 천생 배필이요. 오늘이 마침 기유일 음양부장 짝 맞으니 당
장 예를 치룹시다.
예물 치례다 형식이라. 맨입으로 혼례를 치뤄보는데, 춘향년과 이도령놈이
첫날밤 치루는 뽄으로 놀아보세-
(강쇠, 옹녀를 업고 덩실거리고 춤을 춘다)
[강쇠] 사랑 사랑 사랑이야 네가 내사랑이로구나 호색남자 내가 나매 절대
가인 네가 났구나, 네 무엇을 가지려느냐 야광주를 가지러느냐, 네가 무엇을
먹고 싶냐 둥글 둥글 수박덩이 웃봉지를 뚝 떼이고 강능 백청 따르르 부어 은
수저로 휘휘 둘러 씰랑은 뚝 따 발라버리고 붉은 자위만 덤뻑 떠, 아나 조금
먹으려느냐, 시금털털 개살구 아이 서는데 먹으려느냐.
(강쇠, 옹녀를 내려놓고) 여필종부라니 자네도 날좀업 소.
[옹녀] 깍지섬 둥지같은 당신을 내가 어찌 없소?
[강쇠] 꼭 들쳐 업어야 맞이오, 업는 시늉을 하고 강쇠는 옹녀 뒤에서 두
팔을 옹녀 어깨위에 얹고 실금 실금 까불면서 능청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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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녀] 사랑 사랑 사랑이야 태산같이 높은 사랑 하해 같이 깊은 사랑, 남창
북창에 노적같이 다물 다물 쌓인 사랑, 은하 직녀 비단 같이 올올이 맺힌 사
랑, 모란화 송이 같이 펑퍼져 내린 사랑, 세곡선 닻줄 같이 타래 타래 꼬인
사랑, 내가 만일 없었다면 풍류남아 우리낭 군, 황이 없는 봉이오 임을 만일
못봤드면 원 잃은 양이로다. 기러기가 물을보고 꽃이 나비를 만났으니 좋을씨
구 동방화촉 무엇하며, 대낮향락 더욱좋다.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요렇
게 좋다가 다 팔아 먹겠네-
(두사람 흥취를 마음껏 누리며 춤을 춘다. 장단은 굿거리 장단으로 시작해
서 자진모리 휘모리로 바뀌며 절정에 다달았다가, 다시 느린 장단으로 풀어준
다. 춤을 끝내고)
[옹녀] 여보시오 서방님!
[강쇠] 와야-
[옹녀] 우리가 청석관에서 만나 부부된지 벌써 반년이 지났는데, 그 동안
일원산이 강경 삼포주 사법성 곳곳을 두루돌아 도방살림을 하였는데, 내가 들
병장사 막장사며, 돈냥 모아 놓으면 당신은 닷냥내기 빵 때리기 두냥 패에 가
보타기, 장군멍군 내기장기, 맞혀 먹기 돈치기와, 불러먹기 주먹질, 걸래두기
윷놀이와, 한집 두집 건누두기, 의복전당 술먹기와 남의 싸움 가로맞기 그 중
에 무슨 비위로 강새암, 계집치기니 안만해도 살 수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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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쇠] 그 년 뚫어진 입으로 말씸(힘)도 좋다. 내가 놀고 싶어 그러는 줄
알어? 그게 다 네년의 상부살을 막아 줄려고 그러는 거야 이년아!
[옹녀] 상부살을 면한 것 같아 좋기는 하지만 당신 그 성질 가지고서 도방
살림 하다가는 남의 손에 죽을테니, 심산궁곡 찾아가서 산전이나 파서먹고 꾸
꾸리집을 지어놓고 군불을 덥게 집히고 추동야장 긴긴밤 터누르기 방아타령,
짝짓기와 사랑가로 여한없이 살아갑시다.
[강쇠] 그 말이 장히 좋다. 십년을 굶어도 남의 계집 눈에 안띄고 눈 웃음
하는 놈만 다시 안보게 되면 내일 죽어도 한이 없겠다. 그럼 산중으로 찾아가
보세-
[옹녀] 그럽시다.
[강쇠] 산중으로 찾아간다. 어느 산으로 갈거나, 동금강 돌산이라 나무없어
어이사나, 북향산 찬곳이라 눈쌓여서 어찌 사나, 서구월 좋다하니 화적에 무
서워 살 수 없고, 남지리 기름지니 생입이 좋다.
그리고 가세-
(두사람 춤을 추며 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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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거리
[해설자] 두 년놈이 지리산 중 찾아가 동구마천에 이르니 첩첩산 깊은 곳에
빈집 한채 서 있거늘 난리통에 어떤 부자가 피난하려고 이 집을 지었던지 다
섯간 팔작 기와집이 수백년 사람 자취 없고 흉가로 비어 있어 도깨비 농청이
오. 묏귀신 사람이라. 거친 뜰에 있는 것이 삵과 여우발자국이오, 숲우거진
뒤곁에서 들리느니 우루루 끽끽 뼈금 뚜루루 남짐승 소리 날 저물면 부엉이,
올뺌이 소리에 도깨비 방망이 소리, 귀신들의 휙휙소리 들창에 모래 끼얹는
소리, 짝을 찾는 짐승 소리 상풍한설에 청송 부러지는 소리, 우지끈 뚝 딱,이
런 야단이 또 없구나, 그래도 두 년놈은 천생연분이라 정은 갈수록 깊어가서
그런 저런 소리들이 저희들 사당굿에 굿 가락으로 여기고 살아가는데 하로는
옹녀가 강쇠에게 일을 시켜볼 작정을 하였구나.
(옹녀 허리끈을 잘근 매고 절구질을 한다)
[옹녀] 산에 올라 산정방아 들에 내려 물방아 여주 이천에 밑다리 방아, 진
천, 통천, 오려방아, 남창, 북창, 화약방아, 각댁 하님,용정방아,칠야삼경,
깊은밤, 헐레벅떡 사랑방아, 이 방아, 저 방아, 다 내 놓고 지리산 동구마천
강냉이 방아가 왠 말인고-(이때 초농하나 지개 지고 나무하러 가다가 옹녀의
소리를 받아 방아타령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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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 여보시오 방아 찧는 아즘씨요 방아 처음 내던 사람 알고 찧나 모르
고 찧나?- 경신년 경신월 경신일 경신시에 강태공의 조작방아 사시 사절 걸어
두고 떨구렁 찧어라. 전세대동이 다 늘어간다. ([심청가중 방아타령을 해도
좋다] 지게 다리를 낫자 루로 때려 장단을 치면서 옹녀 앞을 지나간다. 강쇠
가 허리춤을 움켜쥐고 허겁지겁 뛰어나오며 소리 친다)
[강쇠] 이놈 어느놈이야?
[옹녀] 여보 서방님 낮잠 더 주무시지 않고 왜 나오시오.
[강쇠] 너 이년 어느 놈 하고 수작을 한거냐?
[옹녀] 수작이라니?
[강쇠] 지금 방아가 어쩌고 수작을 주고 받지 않았느냐?
[옹녀] 어떤 아이가 산으로 나무하러 가면서 소리를 한거에요.
[강쇠] 그 놈 어디로 갔어? 당장 잡아서 다리 몽둥이를 분질러 버려야지.
[옹녀] 여보 서방님 그 성질 가리 앉히고 내말 좀 듣소
[강쇠] 말은 무슨 말 여보 마누라 그 강냉이 방아는 나 중 찧고 안으로 들
어가 찰떡 방아나 찧으세-
[옹녀] 찰떡 메떡도 땔 나무가 있어야 떡을 하지요. 여보 서방님 들으시오
천생 만민 필수직업 부모 받들고 처자를 길러 거느리는데 낭군신세 생각하니
여려워서 못배운 글 지금 공부할 수 없고 손재주 없으니 장인질할수 없고 밑
천 한푼 없으니 장시친들 할수 있소 그 중에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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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릇이 막일 밖에 없으니 이 산중에 살자하면 갈퀴나무 비나무며 물거리 장
작 패기 땔나무가 많이하여 집에도 때려니와 장에져다 팔면은 단 두 식구 우
리 부부 생계가 넉넉할 터 건장한 그 신체로 병날것 그만하고 오늘부터 지게
지고 나무나 하여 오소.-
[강쇠] (어이 없다는 듯) 어허 허망하다. 호달마가 요절하면 왕십리 거름
싣고 기생이 잘못되면 길가에 탁주 장사란말 남의 말로 들었더니 나 같은 천
하 한량이 나무지게를 진단 말인가?
[옹녀] 싫으시면 그만 두소 난 당장 하산 할터이니.
[강쇠] 여보 마누라 내가 안간다고 했나 내 신세가 말이 아니라는 것이지
내 아지 간단 밖에- 그럼 우선 외관 부터 갖추고-
[옹녀] 나무하러 가는 사람이 의관은 또 뭐요?
[강쇠] 항차 궁반이라도 양반이 외출 할 때는 의관은 차려 입어야 하는 법
이라-. 내 비록 잡놈 짓을 하지마는 뼈대 있는 집 자손이라 허튼 차림으로 외
출을 할 수 있나?
[옹녀] 외출이 아니라 나무를 하여오란 말이야요.
[강쇠] 옳거니, 나무를 하러가는 것이란 말이지?
(옹녀 지게와, 도게 낫을 들고 나오면서)
[옹녀] 빨리 가서 해 지기 전에 내려 오시오! 내 무서워 혼자 오래 못 기다
릴 테니 수이 다녀 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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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쇠] 오냐! 다녀 오마. 그런데 마누라 내없는새 어느놈이라도 얼씬 하거
든 독하게 맘먹고 물어 뜯어서라도 쫓아버려야 하네-
[옹녀] 그런 염려 마시고 어서 다녀 오오.
[강쇠] 자, 그럼 다녀 오리다.
(지게를 한 어깨에 걸치고 객석으로 나오면서 신세타령을 한다)
[강쇠] 태고적 천황씨는 목덕으로 왕했다니 오행중에 먼저 난게 나무 덕이
다. 천지인 삼황시절, 각 일만팔천세를 정치, 교육 없었어도 자연히 나라가
다스려 졌다는데 그때 내가 태어 났으면 오죽이나 편겠는가 수인씨 무슨 일로
불을 찾아내 화식을 가르쳤나? 그 뒤부터 사람들은 일이 점 점 생겼구나.
(이 때 객석 한쪽에 새우젓 장수아 강쇠 노래 사이 사이에 끼어 들어 외친
다)
[새우젓장수] 새우젓 사령- 곤쟁이 젖
[강쇠] 하은주 석양 되고 한당 고송 풍우 일어, 갈수록 일만 늘고 쌈질만
늘어 가니 일년 사철 놀 때 없이 밤 낮으로 벌어도 기한을 못이기니 불쌍한
건 백성이로구나
[새우젓장수] 곤쟁이젖 사령 꼴뚜기젓 사려.
[강쇠] 내 평생 먹은 마음 남 보다는 다르구나. 좋은 의복 같은 패물 호사
를 찔끈하고 예쁜계집 좋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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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 잡기로 벗을 삼아 세월가는 줄 모르고서 살랬더니, 층암절벽 저 높은데
다리 아파 어찌 아며, 억새풀 가시덩쿨 손이 아파 어찌 배며 너무 묶어 온집
되면 어깨 아파 어찌 지고 고산 심곡 무인처에 심심하여 어찌 올까?
[새우젓장수] 새우젓 사려! 곤쟁이젓 사려!
(강쇠와 새우젓 장수 만난다)
[강쇠] 이 산중에 인가가 어디 있다고 새우젓 통을 짊어지고 산속으로 들어
오는거냐?
[새우젓장수] 저 아래 백모촌에 들렸다가 그냥 내려가려하니, 사람소리 들
리길래 올라오는 길이오.
[강쇠] 여기는 사람 집 없으니 얼른 내려가시오!
[새우젓장수] 남이야 내려가든 당신 가든 길이나 가시오.-
[강쇠] 그러면 이쪽으로 가지말고 저쪽으로 가시오!-
[새우젓장수] 아무 쪽으로 가든 새우젓 장수 마음이오.
[강쇠] 층암 절벽 저 높은데 다리 아파 어찌 가나
(흥얼거리며 객설을 돌아 퇴장.
새우젓 장수 새우젓, 곤쟁이 젓 소리를 장단에 맞춰하며 강쇠 온길로 해서
방아 찧고 있는 옹녀에게로 간다)
[새우젓장수] (노래 하듯 춤을 추듯 옹녀를 이리 저리 훔쳐 보며 수작 부
린다.)
[옹녀] 새우젓 장수-
[페이지] 017
[새우젓장수] 녜 아씨
[옹녀] 젓갈 뭐 뭐 가져 왔우?
[새우젓장수] 팍 곯은 곤쟁이 젓 콩콤한 밑 젓에다 코리짭잘한 꼴두기젓 취
퀴 맵상한 절인 홍어, 벤뎅이 젓, 멜치 젓, 갈치 속 젓, 대구 알 젓, 창난 젓
, 아가미 젓, 어리굴 젓, 양기에 좋은 성계 젓, 해삼 젓에다 성류 같은 멍게
것도 있구요. 포동 포동 살이찐 육젓도 갖어 왔읍죠.
[옹녀] 다른 것은 고만 두고 육젓이나 조금 주고 가실라요?
[새우젓장수] (엉큼하게) 육젓이라- 육젓이라-
얼마치나 드리리까?
[옹녀] 산 중에 돈이 있겠우? 곡식이 있겠우? 마침 낭군이 산에 나무하러
가고 없으니 안에 들어가 쉬시면은 따끈하게 샛참이나 대접하리다.
[장수] 그 말 듣든 중 반가운 말씀이오. 자 그릇 가져오시오!
[옹녀] 아이고 고마우셔라-
(행뚱 거리며 무대 안으로 들어가 그릇을 들고 요염하게 나온다. 새우젓 장
수 넋을 잃고 바라 보다가 새우젓을 듬뿍 담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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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녀] 아이고 많이도 주시는 구려-. 자 안으로 들어 가시죠-
[장수] 들어가? 암 들어 가얍죠. 이거 황송해서-
(옹녀 행똥거리고 걸어갈 때 새우젓 장수 병든 늙은 당나귀 거름으로 꺼
떡거리며, 따라간다.)
[옹녀] (몇 발자국 걷다가) 아이참 깜빡 잊은게 있네요.
[새우젓장수] (몸이 달아서) 뭘 잊었우?
[옹녀] 한가지 조심할게 있읍니다.
[새우젓장수] 댁의 낭군 말씀이오? 지게 지고 산으로 올라가던 그 험상 궂
은 사람 말이죠? 내 조금 전에 만났읍죠. 돌아 올 때 까진 한댓잠 잘 시간은
걸릴걸요.
[옹녀] 그런게 아니고, 말씀 드리기 부끄럽지만 제가 상부살이 있어서-
[새우젓장수] (깜짝 놀라) 상부살이라니? 상부살이 뭐요? 남편 잡아 먹는
살이 있단 말이오?
[옹녀] 녜-
[새우젓장수] 그럼 아까 그 사내는 낭군이 아니오?
[옹녀] 낭군이지요. 열일곱번째 낭군인데, 살풀이를 해서 겨우 겨우 살지
만, 내 몸에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잠도 따로 자야되니, 내 마음 고닳기가 어떻
겠우?
(새우젓 장수 겁을 먹기도 하고 군침을 흘리기도 한다.)
[페이지] 019
글쎄 내가 어쩌다가 손목만 잡아도 그 자리에서 급살을 하니 이런 팔자가
어디 있읍니까? 기구한 팔자지요. (옹녀 손을 내 밀어 새우젓장수의 손을 잡
으려 하며) 어서 들어 가시지요.
[새우젓장수] (겁을 덜컹 먹고 뒤로 물러나며)
어이쿠 가까이 오지 마시오-
[옹녀] 왜 그러세요? 샛참 해 드릴테니 어서 안으로 드시와요. 혹시 압니
까? 연때가 맞어 함께 살게 될지?
[새우젓장수] 나 나 샛참 안 먹어도 좋으니 가까이 오지 마슈!
(말을 더듬 거리며 뒤로 물러 난다)
[옹녀] 그 전에 어떤 낭군은 음심을 품고 눈홀레를 하려다가 죽은 일도 있
긴 하지만 새우젓 장수 아저씨야 무슨 탈이 있으시겠우- 어서 들어와요.
(새우젓 장수는 벌써 새우젓 짐을 지고 일어서 외면한 채 도망하기 시작한
다.)
[새우젓장수] 난 안 봤소. 난 본 일 없어요-
[옹녀] 여보시오. 새우젓 장수 새우젓 값 받아 가시죠-
(새우젓 장수 꽁지가 빠지게 도망 친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더니 별 별
사는 수가 다 있군 (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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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거리
(무대 오른 쪽에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장승 둘이 삐뚜름히 서 있다.
강쇠 빈 지게를 지고 힘 겹게 들어와 장승 앞에 이르더니 지게를 벗어 놓고
쉰다)
[강쇠] 에이구 다리 아파라-. 이쯤에서 나무를 해보자. 헌데 어떤 나무를
벤다. 오동나무 베자하니 가야금에 거문고감, 살구나무 베자하니 공자님의 글
공부 소나무 좋다마는 임금님의 벼슬나무 잣나무 좋다마는 잣 또한 곡식이다.
복사나무 사랑옵고, 버드나무 지화자라, 밤나무 신주감, 전나무 돛대 재목,
가시나무 단단하니 각 영문 곤장감, 참나무 무늬 좋다. 화목되기 아깝구려,
이리 저리 생각하니 벨 나무 전혀 없네 ( 이 때 초군들이 목발을 때려 산타
령을 부르며 등장)
[강쇠] 얘들아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좀 쉬어서 놀다가 가거라-
[초동] 나무 하러 왔는데 놀고 가다니 웬 말입니까?
[강쇠] (눈을 부라리며) 이놈들아 놀고 가라는데 왠 대꾸야?
[초동] 그럼 아저씨가 우리 나무 대신 해주실테야요?
[강쇠] 암 해 주지 잘 놀면 해주고 못 놀면 알밤이나 몇개씩 주지.
[페이지] 021
[초동] 그럼 한번 놀아 볼까나?
[초군들] 어이- (소리) 갈퀴 메고 낫 갈아 가지고서 자리산으로 나무하러
가자 얼럴- 쌓인 낙엽 부러진 고목 굵고 주워 엄뚱여지고 석양산길 내려올제
노인 보고 절을하니, 주머니 속에 있는 과일 떡대를 다 떨어진다. 얼럴- 비맞
고 목 마른 노인 술집이 어디 있소? 저 건너 향화촌 손을 들어 가르키자 얼럴
- 뿔 굽은 소를 타고 단적을 불고 가니 유비가 보았으면 나를 오죽 부뤄하랴.
얼럴- (초군들이 한창 흥을 둔구고 있을 때 강쇠는 잠이 오는 듯 팔베게를 하
고 장승 아래 눕는다)
[초동] (노래 다 끝내고) 아저씨 이만하면 됐읍니까?
[강쇠] (코를 드르렁거리고 곤다)
[초동들] 실망하고 공연히 힘만들고 해만 보냈구먼 가세-
(모두 흥얼거리며 산으로 오른다. 강쇠 잠에서 깨어나는듯 허리를 펴고 주
위를 돌려보고)
[강쇠] 순사뜨는 간데 마다 선화당이라더니 내 팔자도 비슷하여 정막한 이
산중에 잠자리 한번 편한데서 낮잠 한번 잘 잤다. ( 주위를 둘려 보며) 헌데
벌써 날이 저물지 않았어? 요새 해가 이리 짧아졌나? 그러나 저러나 빈지게
지고 내겨 갔다간 계집년이 방정떨겠는데 어떻게 한다?
(주위를 둘러 보다가 장승을 발견하고) 에게게? 벌목 정정 애쓸 필요 없이
좋은 나무 거기 있구나. 날은
[페이지] 022
저물고 갈 길은 먼데 불놀이도 좋을시고 (장승을 보더니 갑자기 호령을 한
다)
네 이놈 뉘 앞에다 색기를 뿜어 눈방울을 부릅뜨냐? 산남 절축 변강쇠를 이
름도 못들었느냐? 과거 마전 파시평과 사당노름 씨름 판에 내 솜씨로 사람 칠
제 복장 치고 덜미 차기 가래딴죽 열두 권법, 조선 천지 다 아는데- 수족없는
네란놈이 생심이나 먹을소냐? 네 놈이 대체 무슨 염치로 마누라 옆에 세워두
고 낮바닥에 핏기 올리고 눈을 딱 부릅 뜨고 있느냐? 네가 무슨 벼슬 했다고
사모품대 갖추고, 방울눈, 주먹코에 채수염을 점잖이 하고, 어영대장 지낸듯
이 입을 크게 벌렸느냐?
(천하 대장군을 쑥뽑아 지게에 가로지어 짊어지고 노래를 한다)
[강쇠] 나무를 했네, 나무를 했어. 실컷 놀고 낮잠 자고 애 안쓰고 나무 했
네 대장부 한번 거름에 열흘 땔감을 가두졌구나 얼널널 상사디야 (꺼덕거리고
춤을 추며 무대를 한바퀴 돈다) 여보 마누라 장작나무 해왔네.
(장승을 무대에 아무렇게나 뉘어놓는다)
[옹녀] (안에서 나우며) 아이고 어찌 이리 늦으셨오? 평생 처음 나무 가서
오죽 애를 쓰셨겠오? 어서 들어가 저녁밥 자십시오------ 그런데 나무는 어데
있오?
[강쇠] (눈짓으로 장승을 가르키며) 저기 있지 않소?
[옹녀] 애게? (찔끔 놀랜다)
[페이지] 023
[강쇠] (자랑스럽게) 한 열흘을 잘 땔 것이구만---
[옹녀] 아니 이것은 장승이 아니오?
[강쇠] 왜 아니겠오?
[옹녀] 이것이 왠 일인가? 이것이 왠 일인가? 나무하러 간다더니 장승을 빼
어 왔네 그려. 나무가 아무리 귀하다 한들 장승패어 땐단 말은 듣도 보도 못
하였오. 만일 저것 패어 때면 목신동티, 조왕동티, 목숨 보존 못할 테니 어서
급히 지고 가서 섰던 자리에 도로 세우고 왼발 굴러 진언 치고 다른 길로 돌
아 오소.
[강쇠] (호령조로) 가장이 하는 일을 보기나 할 것이지 계집이 용망하게 오
두방정을 떤다니-? 진나라 충신 계자추는 먼 산에서 타서 죽고, 한나라 장군
기신이는 형양에서 타 죽었고, 참된 사람이라고 타죽어도 아무 탈이 없었는데
나무로 깍은 장승 사람모습 하였은들 패어 땐다고 상관있나? 사람이 말안하
면 귀신도 모를테니 요망한말 다시는 하지마라- ( 강쇠 장승을 끌어 안고 퇴
장 옹녀 지게 들고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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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거리
장승회의
굿가락이 연주되면 지하 여장군의 형상을 한여자 춤을추며 나온다.
(살풀이 춤) 여장승이 춤추는 동안 노량진 대방장승 화성 사그네대장승 용
인 지지대장승, 새남터장승 4名(명)의 장승이 나와 춤을 춘다. 춤이 끝나면
사그내장승이 중앙에 자리 잡고 좌우에 세 장승이 서고 여장승 엎드려 아뢴
다.
[마천여장승] 소장은 경상도 함양군 동구마천 살길을 지키는 장승의 아내로
서 신기 처리 한일없고 평민 침락 한일 없이 불피풍우하고, 부부가 한결같이
각수 본직하옵다가, 일굴의 난봉인 변강쇠라 하는놈이 산중으로 이사터니, 무
죄한 소장남편에게 공연히 달려들어, 욕설을 퍼붓고는 빼어지고 집에 가서 도
게로 꽝꽝 패어 도게 아래 조각 나고, 제 부엌에 화장하여 잔재 되어 죽었으
니 그렇게 원통한 일고금에 있으리까? 의지할 곳 바이 없어 중천에서 우는 원
혼 저 혼자서 달랠길 전혀 없고, 이 원한 갚을 길이 막연하여 왔아오니, 소장
의 한 풀어 주시고 후환 막게 하옵소서.
[사그내] 이런 큰 변이 있나? 우리 장승국 생긴 후로 처음 만난 괴변이니
삼소임만 모여 앉아 종용작처 못 할 지라 팔도동관 다 청하여 공론하여 처리
하옵시다.
[페이지] 025
[세장승] 그리 합시다.
[지지대장승] 여봐라! 경상도 함양 롱관 억울한 사정들은 즉 천만고에 없던
변이 오늘 날 생겼구나 결도동관님들 수고타 마시고 잠깐 왕림 하옵시다 전달
하고 모셔오라!
[악사들] 예 분부대로 하오리다.
[사그내] 자 그럼 촌음을 아껴서 먼저 소임들의 의견을 말씀해 보시오. 그
변강쇠란 놈을 그서 두었다가는 이웃 공관 장승들은 삼동 땔감 될터이오 차차
로 화가미처 말도 장승 못 남겠으니 임사숙고 의논하여 미리 후환 막읍시다.
[대방짐승] 토끼가 죽으면 여우가 슬퍼하고 잔디풀에 불이 붙으면 난초가
탄식키는 유유상종 환란상구 떳떳한 이치로소이다. 지리산 중 변강쇠가 함양
동관 빼어다가 작타 화장한 그 죄상은 마땅히 능지처참죄요.
[사그내장승] 그러면 그 죄를 어찌 다르실꼬?
[새남터장승] 그 변강쇠놈의 삼족을 잡아다가 새 남터에 효수하여 멸함을
가하오.
[마천여장승] 새남터 어른의 말씀 시원키는 하옵지만, 그 놈의 식구란게 계
집하나 뿐이오며, 계집은 말렸으니 죄를 줄 수 없고 강쇠라 하는 놈도 남 모
르게 효수하면 세상사람 알수 없어 일벌 백계 못 되오니 여려 어른들께옵서는
다시 생각하옵소서.
[사그비장승] 그 말에 일리 있으니 다시 생각하여보오.
[지지대장승] 세상은 돌고 돌아 제게서 나온 것 제게로 되돌아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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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옛 성인의 말씀이니 우리동관 화장되었으니 우리들도 그 놈 집을 둘러싸
고 불을 질러 장쇠 놈을 화장하옵시면 어떠할지------
[사그내장승] 흉악한 그런 놈을 부지불각 불지르면 제 죄를 제 모르고 도깨
비 장난인가, 화적패의 난리던가 의심을 할 터이니, 다시 생각 하여 보오.
[대방장승] 그 말씀 절절히 지당하오. 그러한 흉한놈을 쉽사리 죽여서는 설
욕이 못 될테니 고생을 실컷 시켜 죽자해도 썩 못 죽고 살자해도 살 수 없어
칠칠은 사십구 한말 열아흐레 밤낮으로 보깨다가 험악하게 죽게 하면 장승 화
장한 죄인줄을 저도 알고 남도 알아 패히 징계 될 터이니 경기 34관 충청도 5
4관 황해도 23관 평안도 32관 강원도 26관 함겸어 24관 전라도 56관 경상도 7
1관, 총삼백이십관 우리 식구대로 병하나씩 들고가서 정수리에서 발톱까지 외
장육부 내외 없이 새집에 토벽 바르듯 신방에 도배하듯 각장 장판 기름 걸듯,
묵은 비각 단청하듯 겹겹히 벌라주면 그 수가 어떠하오?
[사그내] 대방어른 의견이 장히 좋소이다. 그러하나 그대로 시행을 하되 조
그마한 강쇠놈에게 그 많은 식구들이 한꺼번에 달려들면 많은데는 축이들고
빠진데는 틈날테니 머리에서 두 딸 까지는 함경 평안 차지하고 겨드랑이서 볼
리 까지는 강원, 경상 차지하고 항문에서 두발까지 충청, 전라, 차지하고 오
장, 육부,내복일랑
[페이지] 027
한 구멍도 빈틈없이 단단히 잘 바르라.
[일동] (예잇 하며 물러 나면서 장단이 시작된다. 병강쇠와 옹녀는 반나의
몸으로 허벅지게 춤을춘다. 춤이 끝나면 옹녀는 퇴장하고 변강쇠는 쓸어져 잠
이 든다.이어서 장승들이 하나, 둘, 등장하여 [장승병도배춤] 을 추기 시작,
변강쇠는 병이 몸에 발라 질 때 마다 꿈들대다가 장승에게 도전한다. 한동안
처절한 대결이 벌어진다. 장승들 병 도배를 끝내고 승전무를 추듯 신명나게
놀고 퇴장한다.
[페이지] 028
다섯째거리
[해설자] 이렇게하여 변강쇠는 순식간에 장승들에게 도배질을 당했으니 견
딜 재간 있겠는가? 변강쇠 형상 보면, 말하자니 안나오고 만신을 결박된듯 각
색으로 쑤시는데 이를 꽉 아드득 물고 낭자탄 부스럼이 어느새 농창하여 피
고름 독한 냄새 코를 들수 없구나 병 이름을 들자하면 만가지가 넘게되는데
다 외울수 있겠는가? 몇가지만 일러보면 풍두통, 편두통, 담결동, 겸하고 쌍
다래끼, 석서기, 청맹을 겸하고 귀고름 이명에 귀젖알이를 겸하고 비창 비후
증에 주독을 겸하고 면종 협종에 손종을 겸하고 풍치 충치에 구화증을 겸하고
흑태 백태에 설축증을 겸하고 후비창 천비창에 쌍단아를 겸하고 낙합증 항강
에 발제를 겸하고 연주창 나력에 상감을 겸하고 견비통 웅절에 수전증을 겸하
고 협통 요통에 등창을 겸하고 늑막염 복막염에 부종을 겸하고 임질, 끈지름
에 토산 분알 겸하고 이질 치질에 탈항증을 겸하고 가래톳 탁질에 수종을 겸
하고 무좀 도장병에 티눈을 겸하고 주독 색독에 당료를 겸하고 육체 주체에
식체를 겸하고 황달 흙달에 헛 배부르기를 겸하고 물똥곱에 피똥을 겸하고 재
체기 기침에 딸꾹질을 겸하고 헛소리 경기증에 헐떡증을 겸하고 급체 관낙에
토사를 겸하고 열병 시병에 영광증을 겸하고 울화허화에 물조갈을 겸하고 이
밖에도 무수한 병을 얻었다하나 그는 모
[페이지] 029
두 광대가 꾸민재담이고 어떻든 변강쇠는 굽도 잣도 못하고 앉도 서도 못하
고 송장꼴이 되었는데, 숨은 아직 남아 있어 모진 곤욕을 치룬다. 강쇠지어미
아침에 일어나 변강쇠 모양보고 오죽 놀라고 겁을 먹었으랴? 문복이나 햐여
보자하고 아래 마을로 내려가 봉사를 데리고 오게되었겠다. (옹녀 지팡이를
끌고 봉사를 인도하여 들어온다)
[옹녀] 인삼, 옥용, 우황, 주사, 관계, 부자, 곽향, 축사, 다써봐도 소용없
고, 패독산, 정기산 통성산 군자탕에 일청음 이진탕 삼백탕 사물탕 오령산 육
미탕 칠기탕 팔물탕 구미강활탕 십전대보탕을 써도효험없어 환약을 써보자하
고 소합환, 청십환, 천을환, 포룡환, 경옥고, 신선고도 효험이 전혀없어 지렁
즙 굼벵이즙, 우렁이탕, 섬사주며, 무가산, 황금탕과 오즘찌게, 월경수며, 땅
강아지, 거머리 황우리, 메뚜기, 가물치 올빼미눈꼽을 쓰면서 한달 열아흐레
가 지났는데도 효험이 없으니 점이나 치고 경이나 읽어주시오
[봉사] (더듬거리며) 강쇠지지아비는 어디 있오
[옹녀] 봉사님 바로 앞에 있소.
[봉사] (지팡이로 더듬어 보오) 응, 그러면 지어미는 사방에 황놓고 목욕하
고 재계하고, 깨끗한 의복입고 살방떡과 과일 채소, 급히 채리시오
[옹녀] 내 정성껏 차릴테니 점이나 한장 처주시오
[봉사] (북을 앞에 놓고 단정히 끓어앉아 산통을 꺼내 들고 흔들면서 축사
를 외운다) 천하언제시며 지하언제오 시만은 고지즉응하나니, 부대 인자는 여
천지합기덕하며, 억사시합기서라며
[페이지] 030
여키신
합기길흉하시나 신기영의라 감동하시와 통하여 주소서 을유 10월 갑자삭 초
육일기사, 경상우도 함양군 동구마 천 지리산 중에 사는 여인 옹씨 여짜오되
낭군 임술생 변장쇠가 우연히 병을 얻어 사생을 단판하니 복걸점신은 물비패
효 신명소시----- 하나 둘 셋 (산을 뽑아 보고 얼른 산통속에 넣고) 사목비목
사인 비인이라? 나무 같으나 나무가 아니며 사람 같으나 사람이 아니라? 어허
그것 괴이하다.
[옹녀] 엊그제 지아비가 장승을 패때더니 장승 동증이 아니오?
[봉사] 맞소 맞어 사목비목 사인비인은 바로 장승이구먼---그러면 그렇지
목식이 난동하고 칠성을 지키는 귀신이 발동하여 살기는 가망 없구만------
[옹녀] 그러면 원이나 없게 독경이나 하여주소
[봉사] 내 시키는 데로 다 차렸는가?
[옹녀] 녜, 차렸오.
[봉사] 그러면 경 읽제
(북을 뉘워 놓고 한손에 북채 둘고 한손에 요령 들고 쨍쨍 통통울리면서 경
을 읽는다.)
나두 방 목귀살신 나무난방 목귀살신 엄엄급급 어율령 사바하 쉐- 다읽었
네 근데 자네 경채를 어찌하려나
[옹녀] 경채인지 서울빗인지 여기 있오( 돈 한량을 준다)
[봉사] 내가 돈 달랬관대?
[페이지] 031
[옹녀] 그럼 돈 안 받으시겠오?
[봉사] 돈은 그만두고 손이나 한번 만저 보세-
[옹녀] 내 심부름 하나만 해주시면 무엇이나 원하는 데로 해 드리지-
[봉사] 그것 정말인감? ------그래 무슨 심부름?
[옹녀] 마지막으로 의원을 불러, 침이나 써볼까 하는데 듣자니 함양 자바지
이생원이 명의라 하니, 봉사님이 찾아가서 사정 말 자세하고 불러 주시오.
[봉사] 그리 해주면 내 원대로 해준단말씨?
[옹녀] 아믄요-
[봉사] 그럼 내 다녀 오네.쳐라-
(봉사 더듬 더듬 촐랑거리며 장님춤을 한참 추다가 호호백발 이생원을 데리
고 옹녀앞으로 온다) 왔소. 왔소. 함양 자바지 이생원님 오셨오.
[이생원] (채머리를 흔를며) 이 깍지 둥치 같은게 병인 변장쇠인가?
[옹녀] 그렇소 명의라시니 원없게 침이나 한번 놔 주시오
[이생원] (침을 꺼내 머리에 북 북 긁고 나서 멕을 짚어가며 침을 준다) 신
방광맥이 침지하니 장냉정박 할것이오 간담맥이 침실하니 절늑통합 할것이오.
심수맥이 부삭하니 풍열두통 할것이오 명문삽초맥이 침미하니 산통탁진 할것
이오 기구인 영맥이 내관외계하여 일호육지하고 십괴가 범하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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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니 병은 만가지요, 약은 백가지라 암만해도 못 살겠다.침을 주는데- (광
장되게 침을 놓으며 지껄여댄다) 백회짚어서 통천 주고, 뇌공 깊어풍지 주고,
전중 깊니 신궐주고. 기해 짚어 대맥 주고,대저 깊어 명문 주고, 장강깊어 간
유 주고, 담유 깊어 소장유 주고, 방광유 깊어 곡지 주고 (점차로 빨리외우며
침을 놓는데 거의 무작정 송곳질하듯 한다) 수삼리 깊어 양곡 주고 완골 짚어
내관주고, 대능 짚어 소상 주고, 환도 짚니 양누천 주고, 현종 짚어 위중 주
고, 곤륜 주고, 태산 주고, 축빈 주고, 통천 주고, 삼유 교주고한라 주고-.
(이생원 신면이 나서 장단에 맞추어 침을 주고, 봉사 까딱거리며 어깨춤을
출때, 변강쇠 [으악] 소리지르며 벌떡 일어나 장승 처럼 버티고 선다. 그 바
람에 이생원 나자빠저 기절한다.)
[의사] 이 무슨 소린고?
[옹녀] 이 일을 어쩌나 우리 낭군은 살아났으나 이생원이 기절하였군요
[의사] 낭군이 살아났어? 그것 내 경읽은 효험이 이제야 나타났군 그래
[옹녀] 서방님 이제 견딜만 하오?
(변강쇠 무서운 얼굴로 옹녀를 바라보더니 두 팔을 벌리고 주척 주척 옹녀
에게 닥아 간다. 옹녀는 겁에 질려서 얼떨결에 봉상의 지팡이 잡은 손을 쥔다
. 봉사 흐뭇
[페이지] 033
하여 옹녀의 손을 쓰다듬으며 회죽이 웃는다. 강쇠 뻣정다리 걸음으로 뒤뚱
뒤뚱 걸어가서 옹녀의 한쪽 손을 덥석 쥔다)
[강쇠] (눈을 흘리며) 자네는 황평 사람, 내몸은 삽남 사람 하눌이 지시하
고 귀신이 중매하여 오다 가다 맺은 연분, 죽자 살자 깊은 맹세, 단산의 봉황
이오, 녹수의 원망이라 잠시도 이별말고 백년회로 하쟀더니, 하로 밤에 얻은
병, 백가지약 효험없고, 마누라 정성 또한 닿지를 못하고서 청춘원혼 되어서
황천길을 가게됐오.
(봉사는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다)
이생에 와 잠간 머물다가 죽은 후에 본댁 감이라, 성인 말씀 있으니, 나는
섧지 않거니와 생이사별 자네정경 차마 어찌 보자는가? 억수 같이 붓던 정이
구름 같이 흘어지면, 봄 눈 같이 녹은 간장 알개 같이 이는 수심, 도리화 되
는 봄과, 오동잎 지는 가을, 두견이 설이 울고 기러기 높이 날제, 독수공방
자네 신세 불쌍하고 가련하다. 자네 정성 가긍하여 내 아무리 살자하되, 내
병세 지독하여, 기어히 죽을테니 이 몸이 죽거들랑 염습하고 입관하기, 자네
가 손수하고 출상할 제 상여 배행 시묘 살며 조석 상식, 삼년상을 지낸 후에
비단 수건 목을 졸라 저승으로 찾아오면 이생에 미진 연분 이어지게 외려니와
지금 죽은 후에 사나이라 생간 높은 열사전 아이라도 자네 몸에 손대거나 집
근처에 얼신하면 즉각급살
[페이지] 034
할 것이니, 부디 부디 그리하소 나는 죽네 나는 죽어,
(장단이 나오며 변강쇠 마지막 잔생을 연소시키려는듯 죽음의 춤을 춘다.
기절했던 이생원 깨어나서 도망치고 봉사도 도망친다. 변강쇠 한참을 추다가
우지직 하고 기를쓰더니 오른쪽 덧마루 앞에가 쓸어진다)
[페이지] 035
제 2 부
여섯째거리
(옹녀, 머리를 풀고 병풍을 내다가 변강쇠 시신을 가린다)
[옹녀] (관객을 향해서) 이제 난 어떻게 하죠?
[해설자] 뭘 어떻게?
[옹녀] 울어야 하나요? 웃어야 하나요?
[해설자] 강쇠 혼령이 들으면 큰 일날 소릴 해?
[옹녀] 그럼 강쇠 유언대로 해야해요?
[해설자] 해야하고 말구
[옹녀] 그럼 해 보지요 (갑짜기 주먹 쥐고 땅을 치며) 애이고, 애이고 설운
지고, 애이고 애이고 어찌 할꼬, 변서방아, 날버리고 어디가나- 나도 가세 나
도 가세, 임을따라 나도 가세 청석관에서 만날적에 백년회로 하자더니, 황천
객 혼자되니 일장춘몽 허망하다. 웬 년의 팔자로서, 상부복을 그리 타서, 송
장 많이 보았으나, 보던 중에 처음이네, 적막 신중 텅빈 집에 낭군장례 어찌
할꼬, 나를 만일 못잊어서, 눈을 감지 못하면은 날 잡아가 날아가, 애고 애고
설운지고 (관객에게) 이만하면 되었오?
[해설자] 이제 사자법 지어 놓고 옷깃잡아 초혼해야지
[옹녀] 이렇게 하면 어떠 할까요?
[해설자] 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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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녀] 이 산중에서 나 혼자 울어서는 이집에 초상난줄 아는 사람 없을테어
, 몇달을 지내다보면 송장이 썩어서 벌레가 기어나오기 똑 알맞지 않아요?
[해설자] 그래서?
[옹녀] 그러니 큰 길가에 앉아 울면 어떨까요?
[해설자] 그건 또 왜?
[옹녀] 그러다가 오입쟁이 사내라도 만나면 이리로 데려와서 장사를 지내지
요.
[해설자] 그것참 묘안이로군.
[옹녀] 그럼 한번 해볼테니, 사람 지나가거든 귀뜸이나 해 주소
[해설자] 그렇게 허지
(옹녀 아장아장 걸어서 두대를 한바퀴 돌아 관객 가까운 곳에 앉아 노래를
하는데 남자 후리는 목으로 맛이 나게 부른다)
[옹녀] 애고 애고 설운지고 이 내 신세 가긍하다 일심이 고단귀로, 이십이
겨우 넘어 삼남을 찾아오니, 사고무친 객지로다.오행궁합 좋다기에 육례없이
얻은 낭군 찰차상부 또 당하니 팔자이리 험궂은가? 구곡간장 이 통한을 십왕
전에나 아뢰리까 애고 애고 설운지고- (해설자를 보고) 아직 아무도 안와요?
[해설자] 저기 산나비 하나 내려오내.
[옹녀] 그래요? (다시 소리를 한다) 애고 애고 설운지고 비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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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꾀골, 벗을 오라 한다만은 황천 가신 우리낭군 내어이 불러오며, 가장
치상 못한 나를 어디가자 브르느냐 염라국이 어디있어 우리 낭군 가 계신고-
애고 애고 설운지고 (소리를 하면서 힐끗 힐끗 중 오는 쪽을 보며 앵도를 딴
다. 술이 알맞게 취한듯한 중, 육환장 이리 저리 철철거리며 취흥에 겨워 오
다가 옹녀를 발견하고 멈추어 서서 사면을 둘러본다. 한참 주저 하다가 여인
얼굴을 보고는 탐이 나는듯 가만 가만 여인 가까이 간다)
[옹녀] (중 오는 것을 짐작하고 온갖 태를 부리는데 얼굴을 번뜻 들어 먼산
을 바라보고, 치맛자락 돌렸다가 눈물도 씻어 보고 손으로 턱도 받쳐보고 설
음을 못 이겨 머리도 뜯어가며 애처럴게 우는 시늉을 한다)
내 신세를 생각하면 해당화각가지에 목을 매여 죽고 싶지만 눈 같이 흰 이
살갖, 꽃 같은 이 얼굴이 아직 청춘 한창이니 적막공산 쥔 없는 몸 이 아니
원통한가 넓고 넓은 천지간에 풍류호걸 의기남자 응당 많이 있건마는 내 속에
막은 마음 그 뉘라서 알 수 있나 애고 애고 설운지고-
[중] 참다 못견디어 죽기로 작정하고 나선 단 소승 문안 드리오
[옹녀] (힐끗 보고 못 들은채 하며) 오동에 봉 없으니 오작이 지저귀고 녹
수에 원 없으니 오리가 낮아든다. 애고 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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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운지고
[중] (바짝 달려들며)소승 문안이오, 소승 문안이오?
[옹녀] (꾸짖는 투로) 중이라 하는 것이 부처님의 제자이니 계행이 다를텐
데 산중 숲속에 혼자있는 여인에게 염치없이 달려드니, 버릇이 굇심하오, 문
안은 그만하고 갈 길이나 어서 가소-
[중] (더욱 애가 달아서) 부처님의 제자이기에 자부심이 많사와 시주님의
그 청춘에 애원히 우는 소리 뼈가 저려 못갈 테니 우는 내력이나 일러주오.
[옹녀] 단 두시구 산중에서 근근히 살아오다 신수 불행하여 낭군 초상 만났
는데 송장조차 험악하여 치상할 수 없기로 여기 와서 우는 뜻은 땀기 있는 남
자 만나 낭군치상 한 연후에 그 사람과 부부되어 백년회로 하자하니 대사의
말씀대로 자비심이 있으시면 근처로 다니시며 혈기남자 만나거든 지시하여 보
내주오.
[중] 우리 절 중들 중에 자원할이 있으면 가르처 보내리까?
[옹녀] 치상만 하여주면 그 사람과 살터인데 중과 속인을 가리리까?-
[중] 그러면 쉬운수가 있오------ 그 소장 내가 치고 나 하고 살면 어떠하
오?
[옹녀] 한번 입 밖에 낸 말인데 다시 물으시면 어떻해요?
(중, 좋아라고 장단에 맞추어 장삼벗어 어깨에 돌려매고 춤을 추며 여인을
따른다. 중 장난을 하는데 옹녀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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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미에 손을 넣어보고 가슴도 불끈 쥐어 보고, 허리를 질끈 알아도 보고,
손목도 꽉 잡아보면서 춤춘다)
[중] 암만해도 못 참겠네 우선 혼례부터 치루고 가세
[옹녀] (꾸짖는다) 바삐 먹으면목이 메고 급히 더우면 쉽게 식는 법이에요.
[중] 일인즉슨 그러하네.- 십년공부 나무아미타불 참 부처는 틀렸고, 삼생
가약, 우리미인 가 부처나 되어보세, 덩덩 더 쿵 덩더쿵- (무대를 돌아 병풍
있는데 까지 온다)
[옹녀] 다 왔오.
[중] 신체 방이 어디있오?
[옹녀] (병풍을 가르키며) 저 방에 있오? (중 성급히 그 쪽으로 가려할때)
대사님!
[중] 왜?
[옹녀] 시체의 형용이 험악하니 마음을 단단히 먹으시오!
[중] (과장되게 장담하며) 우리 중은 본시 겁이 없소이다. 칠야삼 경깊은밤
에 꿎은비 흘뿌릴제 적적한 천왕각에서 혼자서도 자는 사람이라, 그까짓 송장
쯤은 조금도 염려없오. (병풍 뒤로 들어가며 나무아미타불-
(이때 변강쇠 시신이 병풍안에서 벌떡 일어선다. 등신대 (人形으로 대치)중
[읔]소리와 함께 병풍 밖으로 나 뒹굴러 죽어 버린다)
[옹녀] (이 광경을 보고 놀랜다) 애겨?
송장 하나 더 늘었네- (강쇠에게) 여보소 변서방 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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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0>><<무>>정하오. 이렇듯 죽은 것은 모두가 자업 자득 장례행상 하
려하고 간신히 중을 후렸는데 송장 치우려 온사람을 저 죽음 시켰으니 장사만
치룬 다음 당신의 유언대로 수절을 할 터이니 다시는 강짜 마소, 제발 제발
부탁이오. 다시는 강짜를 마소. (객석을 향하여) 송장 치워줄 사람없소?-----
-
송장만 치워주면 원대로 해 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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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거리
(때 객석 뒤쪽에서 초란이 나타난다. 그는 구슬상모 단벙거지에 창구를메고
누비 저고리에 때묻은 붉은 전대를 어깨에 띠고, 초록색 비단 쌈지 차고, 청
색허리며, 짚신에 파랑헌겊 잡에메고, 헛기침하며 졸랑거린다)
[초란이] 네 오너라 가노라 하노라니 우리집 마누라가 아주머님 집에 문안
아홉꼬장이, 이구십팔 열여덟 꼬장이 낱낱이 전하라 하옵니다. 당둥당- (악사
석 가까이 오면서 장구재주를 부린다)
[초란이] 여보소 길 좀 물읍시다.
[해설자] 어디를 가는 누구요?
[초란이] 지리산 동구마천 초상집에 송장 치러가는 초란이오
[해설자] 초상집에 가는 놈이 장구를 치면서 촐랑거리며 간단 말인가?
[초란이] 장가들러 가는데 울면서 가겠나?
[해설자] 초상집에 장가 들러 간다니?
[초란이] 송장만 치워주면 그 예쁜 마누라가 같이 살아준다는 소문원근 산
천에 꽉 퍼져 있는것 자네는 모르나?
[해설자] 참! 그렇던가?
[초란이] 참 그렇던가 라니? 그것도 모르면서 왜 거기 앉아있나
[해설자] 그런데 내가 듣자니 그 송장이 아주 험상궂게 생겨서 보기만 하면
나자빠져서 고태골로 간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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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이] 그런염려 잡아메게 내가 초상집에 가서 중복막이 악귀돌림 잡귀잡
신 퇴한것이 한 두번이 아니라네-
[해설자] 그건 그렇고 송충이가 솔입먹어야지 갈잎 먹으려 다가는 큰 일 저
지르네-
[초란이] 지금 세상이 어떤데 솔잎 갈잎을 가리는가 솔잎도 먹고 갈잎도 먹
어야 사는거야-
[해설자] 그럼 잘 해보게-
[초란이] 나 갈테니 장단이나 쳐 주소-
(악사들 가진굿거리 장단을 친다 초란이 특유의 춤을 추면서 옹녀 가까이
간다)
[옹녀] (초란이를 꾸짖는다) 아무리 초란이라지만 초상집에 와서 어찌 그리
경망한다 말요? 장고소리 멈추소-
[초란이] 이 초란이 가가문전 들어갈때 반겨주는 이 어데있소? 뒷꼭지를 질
러도 소용없고 핀잔주어도 소용없고 악담난장을 쳐도 꿀로 알고 박살이 난데
도 호강으로 가는 초란이니 송장이나 치워 봅시다. 우선 액풀이 고사부터 해
야하니 통영칠두리반에 쌀이나 되어놓고 명실과 명전이나 귀가지 저고리를 아
끼지 말고 어서 어서 내 놓으시오!
[옹녀] 다 준비 되었오.
[초란이] (장고를 치며 고사를 지낸다) 사망이다 사망이다 내 발뿌리가 사
망이다. 불었구나 불었구나 좋은 바람 불었구나 재수있네 재수있네 흰 눈꼬리
가재수있네 복이있네 복이있 주석 코가 복이있네 (장고를 치며) 어제 저녁 꿈
좋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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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히 알았더니 이댁 문전 찾아와서 재수사망터졌네. (장고를치고) 신사년
괴질통에 험악하게 죽은 송장 내손으로 다치웠으니 먼저 삯을 결정하오!
[옹녀] (애련하게) 가난한 내 형세에 돈없고 곡식 없으니 장사를 치룬 뒤에
부부되어 살터이오.
[초란이] (덤벙거리며) 얼씨구나 멋있구나 절씨구나 좋을시고 든던 소문 틀
림없다. 맛속있는 초란이가 일색미인을 만났구나(장고를 치고) 시체를 어서
치웁시다. (초란이 강쇠 시체를 한번 보더니 위 꼭지를 두 세번치고 정신이
아득한듯 머리를 탈 탈 털고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고사를 시작한다)
[초란이] 여보소 저 송장아! 이 내 고사 들어보소. (뚜당동당) 오행정기 생
긴사람 노소간에 죽어지면 혼령은 귀신되고, 신체는 땅 속에 묻히는 법 무슨
원통 속이 있어, 혼령은 안떠나고, 송장은 뻣뻣이 섰노? (장고치고) 이 내 고
사 들어보면, 자네 원통 다 풀리리 살았을 제 이생이오 죽어지면 저생이라.
만사는 뜬 구름인데, 처자 어찌 따라 갈까? 죽어서도 살자하는 자네 원정 가
긍하나 자네 처 청춘이니 산 사람은 살아야지-
(이때 바람소리 으시시하게 들리면서 송장 걸어서 초란이에게 닥아 선다.
초란이 장고채를 치다가 점점 굳어져서 뒤로 발랑 자빠져 죽는다)
[옹녀] (깜짝 놀래고, 땅을 치며) 또 죽었네, 또 죽었네, 이 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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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서방아 여자의 몸으로 세 송장을 어찌 치우라고 또 죽였나? 나는 어떻게
? 난 몰라-
(이때, 도망쳤던 이생원이 부채질을 활활하며, 강쇠네 집쪽을 기웃거린다)
[해설자] 여보 이생원
[이생원] (깜짝 놀랜다)
[해설자] 뭘 기웃거리고 있어?
[이생원] 그 변강쇠 송장은 치웠나?
[해설자] 아직 못 치웠어. 이생원도 생심이 동하는가?
[이생원] 그 강쇠놈 마누라을 한번 보았더니, 발 뿌리가 자꾸 이쪽으로 돌
아선단 말이야. ( 이 애기를 하는 동안 옹녀 초란이의 시체를 치운다)
[해설자] 아까 그렇게 혼이 나고서도 그래?
[이생원] 그때는 아직 죽지 않았을 때니까 그랬지. 죽은 다음에야 제가 어
쩔려구?
[해설자] 그럼 말리지 않을테니 가서 치워주고 원이나 풀지-
[이생원] 그래 볼까? (이때 새우젓 장수가 새우젓사려-를 외우며 나타났다)
[해설자] 저 사람도 소문 듣고 찾아가는 모양이구만.
[이생원] 허허 이것 자칫 하다간 선수 빼앗기겠는걸-? (새우젖 장수를 세운
다) 여보게,자네 어디로 가는 길인가?
[새우젓장수] 생원님은 어디로 행차 하시니까요?
[이생원] 이 사람아 내가 먼져 묻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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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젓 장수] 생원님 께서는 제 뒤를 따라오시지 않았읍니까?
[이생원] 이런 고얀 놈 봤나
[새우젓 장수] 그 참 고얀 양반 봤나? 길 가는 사람보고 웬 시비 이실까--
[이생원] 그만 두세 어서 가던 길이나 가게
[새우젖장수] 새우젓 사령-(강쇠 집쪽으로 간다)
[이생원] 여보게 내가 앞장을 설테니 자네는 뒤 딸아 오게
[새우젓장수] 생원님은 어딜 가시는데 절보고 뒤따른따 하십니까?
[이생원] 이길로 가면 닿는 곳은 뻔하지 않는가?
[새우젓장수] 뻔 하다니요?
[이생원] 초상집으로 가는것 아닌가 말일쎄?
[새우젓장수] 금럼, 생원님도 소문 듣고 송장 치우러 가십니까?
[이생원] 옛끼 이사람 젊잖은 사람한테 말을 한부로 하는군-
[새우젓장수] 엎질러진 물이오 사후약방문인데 초상집에 의원샌 님이 무엇
하려 가십니까?
[이생원] 약 값을 받으러 가는 길이다.
[새우젓장수] 아! 그래요? 저는 송장 치러 가시는 줄 알았읍죠.
[이생원] 그래. 자네는 어딜가나?
[새우젓장수] 지난 달에 준 새우젓값 받으러 가는 길입죠.
[이생원] 누구네 집으로?
[새우젓장수] 변강쇠 마누라 한테요.
[이생원] (조바심이 나서) 그 집에 초상이 났는데 새우젓 값을 받을 수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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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젓장수] 그집에 초상이 났는데 약값을 줄라구요? 약 잘못 써 죽었다구
몽둥이 찜질 당하시기 알맞죠.
[이생원] 허허 그 사람하고 얘기하다 해저물겠네
[새우젓장수] 그러나 저러나 동행이 생겼으니 잘 됐네요 어서 가십시다요
(생원 할수없이 새우젓장수를 앞세우고 무대를 한바퀴 돌아 병풍 근처로 온
다) 오죽하겠오? 내 얼른 치워줄터이니 진정하오 (하면서 옹녀를 감싸 안으려
한다. 이때 세우젓장수가 병풍쪽으로 가며)
[새우젓장수] 송장만 치우면 자네하고 부부되는게 틀림 없으렸다?
[옹녀] 하지만 송장이 ------(말을할 사이도 없이 생원이 소리를 친다)
[이생원] 네 이놈! 장유유서 내가먼저---(하면서 날랜매가 꿩을 차듯 새우
젓장수를 나꾸어챈다. 서로가 내가 먼저를 연발하며 병풍속으로 들어간다. 한
참 실강이를 벌이다가 갑자기 조용해진다. 잠시후 두 사람의 머리가 병풍 밖
바닥에 풍 소리를 내며 동시에 떨어져 굴른다)
[옹녀] (기가막혀) 애고애고 가루 갔구나 가루갔어 둘이 한꺼번에 가루갔네
그려 (손가락으로 셀을하며) 하나, 둘, 셋, 넷, 다섯------송장이 다섯일세!
늙고, 젊고, 귀하고, 천하고간에 음신품은 작자들만 몰려오니 이러다간 때죽
음에 삼남이 여인국이 되겠구나 이일을 어이 할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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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에 대고) 여보시오! 신사님네 당신들은 음심없을테니 이리와서 송장좀
치워주소
[해설자] 이 사람아 요즘 공짜가 어디있나? 댓가가 있어야지------
[옹녀] 내 갖인 재산이라군 이 몸둥이 밖에 없으니 무엇으루 댓가를 치루리
까?
[해설자] 돈, 돈 돈이면 다 돼!
[옹녀] 돈이 있어야지요
[해설자] 송장을 치워달라지 말로 송장 치우게 돈을 적선해 달라고 해?
[옹녀] 그래서? 돈을 안내면요?
[해설자] 굿판에서 불쌍한 인생 저승길 잘 가라고 돈 많이 쓰면 재수있고
복 많이 받는다고 해봐!
(옹녀 꽹자리를 잦혀들고 채로 그 밑을 치면서 복타령을 다 부르면서 객석
을 돈다. 이러는 동안 무대 위에는 각설이돼 세사람이 각설이 타령을 불러가
며 등장)
[각설] (합창) 뚜르르하고 돌아왔오 각설이라 멱설이라 동설리를 짊어지고
뚤뚤돌아 장타령 안경주관 경주장, 상복입고 상주장, 이술잡수 진주장, 관민
부의 성주장, 이랴 채쳐 마산장, 펄쩍 뛰어 노리골장 면태옆 에 대구장, 순
사앞에 청도장-
(입장단, 뻐정다리춤, 곰배춤, 채머리춤, 허리부러진춤등 갖가지 병신춤판
이 벌어진다) 잘한다. 잘도한다. 초당짓고 한공부냐 실수가 없이 잘도한다.
동삼먹고한 공부냐 기운차게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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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동이나 먹었는지 미끈 잘한다. 냉수동이나 먹었는지 시원 시원 잘한다.
품파 품파 잘도한다. 네가 그리 잘할적에 네 선생은 할말있나 네 선생이 누구
더냐 내가 바로 네 선생이다. 지티구 지티구 잘 한다. 떨떨거리고 잘한다.
[각설1] 이거 목이터져라 하고 소리하는건 우린데 돈은 저여자가 몽땅 걷두
어가니 세상에 별별 희안한일 다 보겠네.
[각설2] (옹녀에게 소리친다) 빨리 이리와서 굿이되지------
[옹녀] 잠깐 기다려 돈을 벌어야 장사밑천을 삼지
[각설3] 장사라니? 술장사 차리려고?
[옹녀] 송장 장사하려네-
[각설1] 이제 그만 올라오슈
[옹녀] (관객에게 금방 죽을 목숨들인데 뭐가 그리 급해서 저러지? 안그려
요? (옹녀 무대로 돌아온다)
그래서 당신들도 송장 치워주려구 왔단 말이오?
[각설들] 물으나 마나 한 소리지.
[옹녀] 우리집 낭군의 시신이 하도 허막한지라 송장 치우려왔던 사람족족
까무라쳐 죽어서 지금 송장이 다섯이 되었는데 그래도 치우겠오?
[각설3] 우리들은 공동묘지에서도 자보고 상여집에서도 자본 경력이 있는지
라 그걸랑은 염려없오.
[옹녀] 그럼 송장 저기서 있으니 쓸어뜨려 염을 해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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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1] (변강쇠 송장을 한번보고 약간 질린다) 자 신랑감은 셋이고 색시감
은 하나인데 누가먼저 치우려나
[각설2] 그야 우리들이 장유유서 빼면 뭐 남겠소? 윗성님이 먼저 하셔야죠.
[각설1] 나는 이런일 많이 해봤으니 너 막내가 먼저 해보아라
[각설3] 내가요?
[각설1] 이세상 살아가려면 담력을 길러야 한다.너부터 하거라!
[각설3] 난 그리 못하겠오 이 세상에 나오기를 성님들이 먼저 나왔으니 나
보다는 성님들이 많이 살지 않았우? 혹시나 죽는 수가 있을때 먼저나온 사람
이 먼저가는것이 도리가 아니겠우?
[옹녀] 다들 그만두고 물러가시오 그런 뱃짱으로는 송장 못치리다.
[각설2] 좋은수가 있오 셋이 함께 치웁시다. 삽질보다는 가래질이 힘을 쓰
는 법 성님이 가래대를 잡고 우리들이 잡아땡기면 간단하지 않겠오?
[각설1] 너참 신동이구나 그런 소견가지구 어찌 각설이가 됐단말이냐? 자
그 럼 셋이서 함께 힘을 써보자 덩기덩기 덩 더쿵 (각설이 가래질 춤을 추면
서 병풍뒤로 들어간다. 잠시 장단인 계속되더니 우당탕소리 요란히 들리면서
병풍 옆으로 세개의 몸뚱이가 패댕이질쳐서 굴러 떨어진다.)
[웅녀] (다시 기가막혀) 또 당했네 또 당했어 이제는 별수가 없다. 이대로
지내다가는 장례는 고사하고 황, 평에서 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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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나듯 삼남에서도 쫓겨날 판이니 집에 불을질러 여덟송장 함께 화장을 시
킬수 밖에 도리가 없다. 여보 변서방! 불에탄다. 원망하오! 불로인해 화를 입
었으니 불로써 다스려짐은 당연지사가 아니겠오?
[강쇠소리] 요년아! 마음을 곱게써라 나두 내 맘대로 살자 했는데 떼 장승
이 모여들어 나를 이지경 만들었으니 나도 내 동류패를 지어서 묻놈들 혼내줄
테다. 음심품고 송장치러오는 놈들은 모두 송장에 붙어 떨어지지 못하게 할것
이니 그리 알거라!
[옹녀] 아이고 기막혀라 세상에 저런 심통이 또 있을까? 무슨심통이 저럴까
? 아이고 기막혀(소리를 빽지르고 만다)
[페이지] 051
[여덟째거리]
(뎁득이 우악스럽게 등장한다.)
[뎁득이] 이런 제미를 할 (옹녀에게) 마누라가 낭군의 송장 치워주면 같이
살자하는 마누라요?
[옹녀] 예. 그러하오
[뎁득이] 그 제미를 할 송장이 어디 있오?
[옹녀] 저기 있오
[뎁득이] (한번 슬쩍보더니) 이런.. 이놈 너 누구를 콱 차자고 두다리를
뻗디뎠고 바위같은 두 주먹은 십왕전에 문 지키려느냐? 두눈을 찢어지게 부릅
뜨고 누구한테 호령하느냐? 이놈! (옹녀에게) 집에 갈퀴있오?
[옹녀] 있오만 무엇하시려고?
[뎁득이] 가저 오기나 해!
(옹녀 갈퀴를 갔다준다.)
[뎁득이] 내가 고개를 숙이고 이 갈퀴로 그놈 눈 꺼풀을 긁어서 덮을테니
마누라는 저기 서서 갈퀴가 눈꺼풀에 닿거든 닿았다고 하오 (뎁득 갈퀴를 들
고 엇비슥하게 송장 곁으로 다가가 송장 얼굴에 갈퀴를 대고) 닿았오?
[옹녀] 조금 올리시오.
[뎁득이] 닿았오?
[옹녀] 조금 내리시오?
[뎁득이] 닿았오?
[페이지] 052
[옹녀] 닿았오!
(뎁득이 힘을주어 내려 긁는다는것이 아래 눈까풀을 긁어서 눈앞에 더욱크
게 튕겨져 나올듯 더 무섭게 보인다.)
[뎁득이] (조심스럼게 치켜보다가) 이크 나 살려라! (갈퀴를 내던지고 도망
친다.)
[옹녀] (따라가며) 여보시오 이봐요 저 손님! 저 잠깐 보고가요!
[뎁득이] 날 잡지마시오 난 내려 가겠오.
[옹녀] 송장 치라고 않할테니 말만 잠깐 듣고가요!
[뎁득이] (되돌아보며) 무슨 말을? 얼핏 하시오!
[옹녀] 산중에서 나혼자 적적하니 말벗이나 되어주오!
[뎁득이] 말벗이라 그거야 어렵지 않지 그리 합시다.
[옹녀] 성함은 누구시며 어디서 사옵는 분인데 어디로 가시다가 여기 오셔
서 수고를 하시나이까?
[뎁득이] (점잖은체) 예 나는 제밀할 서울사는 뎁득이 김서방인데 새로 오
시는 진주 목사 마종으로 경상도 황실역에 머물려고 그리로 가는 길인데 듣자
하니 일색청춘 어떤 마누라가 험사한 가군 치상하여 주면 같이 살잔다는 말을
목사어른이 들으시고 가보라해서 왔오.
[옹녀] 서울서 사시고 신수그리 건장한데 그깐 송장 겁을내어 버려두고 가
시다니 내 얼굴이 못 생겨서 당신눈에 안 드시오?
[뎁득이] 미인보면 정 있다가 송장보면 정 떨어지오.
[옹녀] 내 지금에사 말이지만 송장 치러왔던 이는 사람마다 기절
[페이지] 053
하여 송장이 여덟이 됐는데 송장보고도 죽지않은 이는 당신 한사람 뿐이라
오. 그 좋은 풍신으로 송장에게 쫓긴다면 사나이라 할 수 있오? 불쌍한 이 내
신세 버리고 가옵시면 고동 자진할것이니 날 살리시오 날 살리시오 한양낭군
날 살리시오.
(뎁득이의 허리춤을 잡고 늘어지며) 만일 그냥 가려하면 날 죽이고 가오!
[뎁득이] 울지마라 울지마라 죽어도 내가 죽지 자네 죽게 안할테니 울지마
라 울지마
[옹녀] (반가워하며) 정말 안 가시지요?
[뎁득이] 못간다 못가! 헌데 자네집에 떡메있나?
[옹녀] 떡메는 없고 절구공이는 있소.
[뎁득이] 그것 가져오!
(옹녀 절구공이를 갖어온다)힘으로만 싸울것이 아니라 지혜를 써서 싸울지
어다 (때를맡춰 풍각쟁이 가객,해금,북잽이,검구주는 아이,통소장이 등이 들
이 닥친다)
[뎁득이] 어랍쇼! 자네들 마짓 잘 오시는군 구색이 잘 맞는다. 잔치집인줄
알고 찾아온 모양인데 아무려나 풍악이나 울리게-
[가객] 우리는 초상 치루러 온 사람들이오.
[뎁득이] 내 혼자 칠테니 어서 풍악이나 잡혀(소리를 친다)
[옹녀] (뎁득이의 옆구리를 꾹 찌르고) 아이고 어서들 와요 원로에 오시느
라 수고가 많소이다.
[페이지] 054
[가객] 마누라가 그 마누라요?
[옹녀] 그렇소
[가객] 송장 어디있오? 치워드리지 그 까짓것 치는것은 똥누기 보다 쉽다.
[옹녀] 그렇게 장담하다 죽은사람 몇인줄이나 알아요? 손님네들 송장먼저
보게되면 아마 기절초풍 할것이니 저 송장이 멋을아는 송장이라 이쯤에 늘어
앉아 각색풍류나 하여 주면 감동하여 묶어내기 쉬울지 모르니 그리하여 주겠
오?
[가객] 그말 장히좋소 그리 합시다. (풍각장이들 판을 벌리고 앉아 연주한
다. 가객은 초한가를 부른다. 뎁득이 절구공이를 들고 마치 장비가 삼호창을
쓰듯 혼자 이리뛰고 저리뛰며 송장과 겨루다가 송장 옆으로 가서 절구공이로
그 얼굴을 사정 안보고 쥐어지르니 뇌성같은 소리를 내며 송장이 쓰러 진다.)
[뎁득이] 제깐놈이 나를 당할수 있나? 자 송장을 쓸어뜨렸으니 거적으로 둘
둘말아 저냅시다. 어서 따라와 요!(퇴장)
[옹녀] 정말 명인 들이셔 송장을 감동을 하셨나봐요 자 어서 들어가서 송장
을 치워주셔요!
(애교를 부리며 뎁득이 들어간 쪽으로 퇴장)
[북] 허허 이거 닭쫓던 개 울 쳐다보기 되는것 아닐까?
[통소] 미인 하나에 사내가 여섯이라? 삯이나 받고 술,밥,고기 잘 얻어먹는
수가 제일이겠군
[페이지] 055
[가객] 저 미인 보고 침 안흘리는 놈은 사내가 아니지 자 어서들 들어가세(
이때 사또의 목소리 들린다)
[사또] 뎁득아! 뎁득아
[가객] 또 오는군 우물 우물 하다가는 미인의 발가락 차례도 않오겠군 (호
통을 친다) 어서들어 가자니까!
(일동 퇴장)
(봉사에게 인도되어 대갓을 쓰고 도포입은 사또가 헐떡거리며 들어온다)
[사또] (봉사에게) 아직 멀었나?
[봉사] 예예 조금만 더걸으시면 됩니다. (사또 돌 뿌 리를 차고 넘어진다.)
아이구 사또님 잘보시고 걸으셔야지요 자 요리조리 저리이리 어서올라 오십
시요.
[사또] (힘이 드는듯 허리를 펴더니) 뎁득아! 뎁득아!
[봉사] (노랑 목으로) 뎁득아! 뎁득아! (끙끙거리며 두사람 강쇠네 집에 당
도한다. 뎁득이 손을 털며 안에서 나온다)
[뎁득이] 그 제 에밀헐 어느놈이 여기까지 찾아와서 뎁득아 뎁득아 찾는거
야?
[사또] 네 이놈! 뎁득아
[뎁득이] (사또인줄 알고) 사또어른 어쩌자고 여기까지 행차 하셨읍니까요?
[사또] (허리를 주무르며) 아이고 허리 다리야 그래 어찌됐느냐? 송장은 치
웠느냐?
[뎁득이] 지금 치우고 있는 중이 올시다
[페이지] 056
그 여인은 어디있느냐?
저 안에 있읍니다요
오래 듣던 소문대로 일색이더냐?
일색인지 말색인지 사또께서 보셔야죠 제 눈깔에야 뭐가 보입니까요?
오-라 이 지경이 바로 춘추전국시대로구나!
뎁득아! 그러하면 나는 여기 있을터이니 그 여인에게 문안들이게 하고 너
는 어서 송장이나 치우거라
일이 그렇게는 잘 안 될것 같습니다요.
잘 안 되다니?
와서보니 송장이 여덟인데 저낼 사람은 여섯밖에 없읍니다. 중과부족 아닙
니까요?
(뜻밖이다) 엥? 여섯?
(놀래서) 여섯이라 모두 사내들인가?
(심통맞게) 계집 보자고 모인것이 사내지 계집들이겠오?
계집하나에 사내가 열 여섯이라?
여덟이지 어째 열 여섯인고?
죽은 놈들도 사내들 아닙니까요?
두분 말씀이 다 맞습니다요.
맞다니?
사내송장 여덟에 산 사내가 여덟이니 이팔은 십육 짝이 딱 맞습니다요.
[페이지] 057
[사또] 짝이 맞다니? 이놈!
[뎁득이] 우리 모두가 송장 하나씩지고 나서면 딱 맞는다 이 말씀입니다요.
[사또] 이놈! 저런 고얀놈 같으니....
[뎁득이] 나야 어차피 심부름 하는것 뿐이니 사또님 뜻대로 하시옵소서 (이
때 옹녀 등장한다.)
[옹녀] 서울 서방님 뭘 하시는 거예요? 아니구머니나 짝을 맡춰 두분이 또
오셨네. 이제 운구를 해야지요? (사또와 봉사의 갓을 벗기고 건을 씌워 강제
로 끌고 들어간다.)
[사또] 에라 모르겠다. 이렇게 차려놓으면 사또인지 개똥인지 누가 알겠느
냐. (따라 들어간다.)
[페이지] 058
아홉째거리
아홉째거리
(뎁득이가 강세 시체를 메고 선두에 서고 나머지 일곱 사람 거적에 말은 시
체를 하나씩 등에 가로지고 향두가를 부르며 등장한다. 옹녀는 강쇠시체를 바
짝 따라 걸으며 [애고]소리를 한다)
(※ 시체는 사실적으로 만들지 않고 머리와 발의 현상만 만들어 실제 사람
키보다는 적게 거적으로 말아서 만든다)
어이 가리 어이 가리노 너허 넘차 등 잡이는 어디가고 담배불만 깜빡깜빡
행자 곡비는 어디가고 미인 하나만 따르는가?
너허 너허 넘차 어이가리 너허 넘차
(행렬 무대를 돌아 객석을 한바퀴 돈다)
명정공포는 어디가고 작대기만 찢었으며 만장.휴장 어디가고 헌 거적을 둘
렀는가?
후렴
북망산이 어떻길래 만고 영웅 다 가시나 생각하면 허망하고 가소롭기 그지
없다.
후렴
너 죽어도 이 길이오 나 죽어도 이 길이라 북망산천 돌아들제 어욱새, 더
욱새, 덤갈나무 가랑잎에 잔 빗방울 근
[페이지] 059
빗방울 소소리 바람 뒤섞이어 으르렁 시르렁 슬피불제 어느 벗님 찾아오리
인생사 허사로다
[일동] 후렴 -
[가객] 지고가는 여덟분이 모두 다 호걸이오 기주탐색 풍류 남안데 어이 황
천길 돌아가느냐
[일동] 후렴- (객석을 도는 동안 옹녀는 꽹가리를 들고 건립을 한다)
[옹녀] 애고 애고 걸입이오 애고 애고 걸입이오 (객석이 넓은 경우에는 일
반적인 향두가를 이어서 부르면서 객석을 돌아 다시 무대로 돌아와 덧마루 앞
에까지 이른다)
[사또] 여봐라 어깨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니 잠깐 쉬어가자.
[일동] 그리합시다 (모두 적당한 곳에 송장짐을 내려놓고 어깨를 빼려하니
그만 송장과 상두꾼과 땅이 함께 딱 붙어 떨어지지 않게된다)
[사또] (짐을 벗으려 하며) 그런데 묘자리는 보아 두었는가?
[봉사] 예 명당 자리를 하나 봐둔것이 있읍죠
[북잽이] 장님이 눈뜬사람 코비어 가겠는걸? (낄낄거 리고 웃는다)
[가객] 눈멀겋게 뜨고 못보는 장님병이 돈다지 않아?
(이렇게 담소하며 송장님을 내려놓고 어깨를 빼려하니 요지부동이다. 한사
람씩 겁을 먹기 시작하고 안간힘을 써본다)
[페이지] 060
[해금] 아이고 이게 왠일인가 그 사이에 송장이 천근 만근 되었네?
[사또] 뎁득아 얼른와서 이것좀 벗기어라
[뎁득이] 나도 꼼짝 달싹 못하는데 어찌 그 쪽으로 간단 말이오? (일동 송
장에게서 떨어지려고 안간힘을 써보다 꼼짝 달싹도 않는다)
[풍금쟁이들] (합창) 애고 애고 어찌할꼬 천지개벽한 이후에 이런괴변 또
있을까? 한번 않은 후에 꼼짝할 수 없으니 귀신의 조화인가 도깨비의 장난인
가 오라는데 없어도 갈집이 백집인데 이 신세를 어이할꼬?
애고 애고 큰일 났네
[사또] 뎁득아! 이놈! 이 모두 네 탓이다.
[댑득이] 어찌 제탓이라 하시옵니까?
[사또] 네놈이 송장을 장못 다루어 이리된게 아니고 무엇이냐? 아문에선 도
임잔치 차려놓고 학수고대 기다릴텐데 이 일을 어찌하란 말이냐?
[뎁득이] 여보시오 저 여인네! 이게 다 뉘 탓이오? 죄는 내가 지었지만 벼
락은 너 맞아라 하고 굿만보고 서 있으니 그런 인심있는가? 주인 송장, 손님
송장 여인말은 들을테니 빌기나 하여보소!
[옹녀] (빌면서) 빌어봅시다. 여보소 변낭군님! 이건 또 웬
[페이지] 061
일이오? 험악하게 죽은송장 방 안에서 썩을것을 여덟사람 공덕으로 염습하
여 지고 왔으니 가만히 있으면은 명당을 깊이파고 안장을 한 연후에 수절시묘
하자 했는데 이러한 대로변에서 이트집을 어이 할꼬? 날이 점점 저물어 가니
어서 급히 떨어지소-
[뎁득이] (화가나서) 내가 여인의 치맛귀나 만졌으면 개아들이오 변서방!
[가객] 난 손 끝이라도 만져 봤으면 쇠 아들이오 변서방
[옹녀] 중,촐보,새우젓,의원,각설님네, 다각기 맛에 겨워 이 지경이 된것을
심술을 부린들 소용있소? 하관시가 늦어가니 어서 급히 떨어지소!
[봉사] 장사살을 맞은것이니 살풀이를 해야하네! 잽이는 장단을 치고 저마
누라 춤을추게! (잽이 시나위를 연주하면 악기가 없는 사람들 구음으로 누벼
주고 옹녀 살풀이춤을 춘다. 살풀이가 끝난 뒤 다시 일어서 보려하지만 떨어
지지 않는다.)
[가객] 붙었구나 붙었구나 꼼짝없이 붙었구나 뎁득이도 붙었고 사또님도 붙
었네 이 오라질 강쇠놈아! 너도 한 세상 살기를 네 맘대로 살자하고 천하잡놈
질 다하고서 네 무슨 원한있어 우리를 묶는단 말이냐? 네놈이 장승을 빼어다
가 패 땔때 우리하고 상논했나? 묻긴들 했단말이냐? 풍객쟁이 40년에 이런변
이 왠 말이냐? 아이고 가슴이야
[페이지] 062
여보게 저 마누라! 배고파 살수없네 동네로 내려가서 밥이나 얻어오소
여보게 저 마누라! 동네에 내려 가거든 짚이나 둬뭇 얻어가지고 오오
짚은 무엇하게요?
이 자리에 앉아서 몇해가 지날지 모르니 비오면 상투덮게 주저리나 틀을려
고
여보게 저 마누나! 동네에 내려가거던 무당하나 급히 불러오오!
무당은 무엇하게?
이것이 원혼들이라 삼현을 걸게치고 넋두리를 잘 하면은 귀신이 감동하여
뚝 떨어질 것이네 어서 비호처럼 갔다가 번개처럼 돌아오게
그럼 내 쇠 발에 땀난듯이 다녀오리다
(궁뎅이를 홱홱 돌리며 바쁘게 나간다)
[페이지] 063
열째거리
("네 저 놈들 남의 참외밭에 웅크리고 앉은놈들 웬놈들이냐?"하는 옴생원의
소리 멀리서 들린다)
[뎁득이] 이거 야단났구나 하필 앉은자리가 참외밭 둔덕이니 도둑놈으로 몰
리기 십상일세 무슨수가 없을까? 이것들아! 무슨 묘안이 없느냐 말이야?
[해설자] 좋은 수가 있네
[일동] 뭔가?
[해설자] 보부상 차림을하고 담배장수라고 해!
[뎁득이] 그것 좋군 모두 건을벗고 머리에 수건을 동 여매!
(모두 명령대로 한다)
[사또] 저놈이 이젠 함부로 반말 지껴리라! 네 이놈! 나중에 보자 (투덜대
면서 수건을 맨다. 옴생원 나막신에 담뱃대쥐고 허둥대며 나온다)
[옴생원] 네 이놈들! 웬 놈들이 남의 참외를 따 쳐먹고 있느냐?
[뎁득이] 우리는 담배짐지고 진주장으로 가는 담배장 수요
[옴생원] 그래? 담배장수야? 난 또 참외설이하는 놈들이라고? 그 담배맛 좋
으냐?
[뎁득이] 십상좋은 상관초요
[옴생원] 한대피워 맛좀보고 좋으면 내가사지
[뎁득이] 와서 떼어 잡수시오
[페이지] 064
(옴생원 점잖은 양반 걸음으로 뎁득이에게 걸어가 저적속에 손을 쑥 넣는다
)
[옴생원] 이게? 이게 웬 일이냐
[뎁득이] 어찌 되시었오?
[옴생원] 무엇이 뭉클한것이 내 손을 딱 쥐고 아니 놓는다.
[일동] (손뼉치며) 옳지 붙었구나?
[옴생원] 붙다니? 양반한테 함부로 그런 쌍말을 하느냐(호령하며) 이놈 썩
놓거라!
[뎁득이] 아무리 호통을 쳐도 소용없오 그것이 송장 짐이오 헤헤-
[옴생원] 이놈들아! 아무리 무식이기로서니 송장을 외밭 머리에 놓았느냐?
[뎁득이] 날이 어둑어둑 한데 외밭인지 콩밭인지 아는 제에밀헐놈이 있소?
[옴생원] (기세가 꺽이며) 아무튼지 손이나 데다오
[뎁득이] 오비도 삼척이오
[옴생원] 그게 무슨 말이냐? 애비가 삼촌이라니?
[뎁득이] 그게 아니고 우리코도 석자나 빠졌단 말이오.
[가객] 이것이 바로 사생비생 사사비사의 지경일세
[옴생원] 그건 또 무슨 말이냐?
[가객] 산것 같으나 살아있지 않고 죽은듯 하나 죽지않았단 말이오.
[옴생원] 그것참참 한심한 일이로고-
[페이지] 065
[사또] 동병상련이오.
[옴생원] 동편에 쌍년이라니?
[사또] 같은 신세니 가엾게 여기라는 뜻이다.
[가객] 아가사창이오
[옴생원] 아가사창이라니?
[가객] 내가 할말 사돈이 한단말이오.
[옴생원] 그러하면 너희들도 모두 접했단 말이냐?
[뎁득이] 어느 개 아들놈이 송장하고 접을 붙는단 말이오?
[옴생원] 그런접이 아니라 철컥 했느냐 말이다.
[뎁득이] 곤장틀에 묶이듯 딱 접했소
[옴생원] 송장에 사람 붙는다는말 금시초문이니 내력이나 상세히 말하여라.
[뎁득이] 산중에 여인하나 낭군송장 치워주면 같이살아 준다기에 오뉴월
똥파리 끼듯 모여들었다가 줄초상이 나서 송장이 여덟이 되었고 그 뒤에 모인
풍각쟁이파리, 붕사파리, 사또파리, 뎁득이파리, 여덟마리가 하나씩 지고가다
이 지경이 되었오이다. 이제 속이 후련하오?
[옴생원] 그것참 동편에 쌍년이로고-
[사또] 동병상련이라니까
[옴생원] 당신이 사또파리요
[사또] 파리가 아니고 사또다 이놈아.
[옴생원] 수인사합시다. 나는 옴부틀이라는 선비요.
[페이지] 066
옴붙을? 이름 한번 더럽군 그래 이처지에 예의범절 갖추게 됐어? 우라질놈
들아 궁리들이나 해봐!
좋은수가 있네 기소불욕 물시어인이라 내가 바라지 않는일은 남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옛말이 있으되 궁무소불위라 궁할때 못할짓이 어디있오? 오고가는
사람들은 보는대로 후려들여 무수히 붙여놓으면 소일도 될것이오 혹 땔 궁리
도 날것 아니겠<<0>>?
그것 가히 선비 어른다운 심술이로소이다.
(껄껄대며) 마침 악공들도 있으니 이 자리에 굿판을 벌려 사람들을 모아보
세
좋은일엔 뜻이 안맞아도 나쁜짓에는 뜻이 잘 맞는 법이렸다. 저어기 사당패
가오네 쳐라-
(가객으로부터 시작하여 자진육배기 또는 둥가타령을 돌림노래로 부르며
논다. 이때 사당패들이 왁자지껄하며 몰려온다)
(다리를 짤룩이며) 아이고 다리아퍼 밭가운데 풍악소리 낭자하니 판노름 벌
리셨나요?
이얘 사당들아! 마침 잘 들어왔구나 너희들 장기대로 한마디씩 잘만하면 맛
좋은 상관담배 두 묶음씩 주고 돈도줄테니 놀면서 쉬어가면 어떠하냐?
고마운 말씀 감지덕지 올시다.
(배우의 장기대로 소리를 한다)
[페이지] 067
[일동] 잘한다.
[옴생원] 너 참 잘한다. 내 옆에 와 앉거나 네 이름이 무어냐?
[초월] (앉으며) 초월이라 하옵니다.
[강산이] (나서며 자기 장기 노래를 부른다)
[사또] 너 참 잘한다. 내 옆에 앉거라! 네 이름이 무어냐?
[강산이] (앉으며) 구강산이옵니다.
[일점이] (나서며) 노래를 부른다.
[옴생원] 너도 잘 하는 구나. 네 이름은 무엇이냐?
[일점이] 홍일점이옵니다.
(이렇게 진행하면서 판은 점점 흥이 넘친다. 이때 엿장수가 가위소리를 내
며 엿목판을 메고 들어온다)
[엿장수] 호도 엿사오. 호도엿이오. 계피건강에 호도엿사오. 가락은 굵고
살쪘으며 부들부들 뻣뻣한 호도엿사오. 울퉁불퉁 탐스럽고 양념 맛으로 상큼
한 호도엿사오 콩엿을 사려우? 깨엿을 사려우? 늙은이 해수에는 수수엿이
그만이고 겉은 검고 속붉은 물렁물렁한 호박엿-----
(사당들 엿 사달라고 조른다)
[사당패] 나엿사줘요 네?
[옴생원] 오냐 사주마. 돈을 내가 줄테니 한가락씩 주어라.
(사당들 아우성을 치며 엿을 받으려는데 초월이 일어서려다 안떨어진다)
[초월] 아이고 생원님 잡지 마세요! 엿만 받고 다시 앉을께요.
[페이지] 068
(일어서려 애쓰며) 아이고 샌님 손힘도 쎄셔라. 잡지좀 마셔요.
[엿장수] (신이나서 돌아다니며) 옛소 엿먹으시오. 엣다 엿 먹어라. 너두먹
고 철커덕 붙고 너두하나 먹고 철커덕 붙어라 엿 먹어라 엿먹어라 (사당들 몸
이 안떨어진다고 점점 아우성이다) 못다팔고 집으로 가는줄 알았는데 땡수 만
났구나 샌님 엿값주십시오.
[옴생원] 모두 얼만가?
[엿장수] 모두 닷냥어치 올시다.
[옴생원] (염낭에 손을 넣으며) 이리로 와!
(엿장수 다가간다.) 조금 더 (한발자국 더 간다) 조금만 더 (또 한발자국
옴생원 엿장수의 손을잡고 돈을 쥐어준다) 옛다 먹어라!
[엿장수] 고맙습니다. 그럼 안녕히들 계십시오.
(발을 움직이려다가 ) 에게? 이게 왠 일인고? 샌님 이 손 놓으세요! 왜 이
리 잡고 놓질 않으시는 거예요?
[옴생원] 붙었네
[엿장수] 붙다니요?
[뎁득이] 여기있는 사람 모두가 송장에 붙었단 말이다. (엿장수와 사당들
겁을먹고 안절부절)
[옴생원] 이제 소리쳐도 쓸데없고 울어도 할수없다. 같은 처지이니 떨어질
궁리나 하여보자.
[페이지] 069
[엿장수] 엿값으로 받은돈 도루 드릴테니 나좀 떼어주 시오 오늘이 안사람
해산 날인데 이지경이 되었으니 이 일을 어쩌란 말이오? 이런 옴붙은 놈들 같
으니.... 아이고...
[사또] 이것이 모두 요망한 계집 탓이라 제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이런일 없
을것을 그 계집이 조선의 사내씨를 말릴양으로 태어난듯하니 그년을 저 강쇠
한테로 보내야겠다.
[뎁득이] 종살이가 어떤것인지 안해본놈은 모르고 옥중고생 어떤것인지 안
해본놈 모른다. 두발로 펄펄 갈데 안갈데 다니는놈 황소 코두레맛이 어떤 것
인지 알리 없구나.
[페이지] 070
열한째거리
(옹녀가 무당(해설자)을 데리고 급히 들어온다.)
[옹녀] 아니 잠깐 사이에 사람 나무에 꽃이 피었군요 여보소 박사님 어서
넋두리를 하시구려
[해설자] 에라만수 저라만수
널이야 넋이로다. 백양청산 넋이로다. 옛사람 누구누구 만고원혼 되었는고
만승천하 삼공육경 기구로도 할수없고 천석노적 만금부자 값을 주면 면하겠
다. 열대왕님 부리는 사자. 일직사자, 금강야유, 캉림도령 이생망제 잡아갈제
그 누구라 거역을 할까? 허나 여기있는 여덟목숨 비명에 죽었으니 어느대왕이
불러주며 어느 사자가 데려갈까 어라 만수 저라 대신이야 하늘에 맨데없고 지
상에 부칠곳없이 부초같이 떠돌다가 원통히 죽은 혼을 무지한 인생들이 경대
할줄 모르고서 손으로 만져보고 걸터앉기 괘씸쿠나 어라만수 저라 대신 풍각
한량 다섯분은 오입맛이 한통속 눈치도 빠를테고 경계도 알터인데 동류송장
짊어지고 풍류놀이가 웬말이며 권사또 자넬랑은 한 고을의 목사요 옴생원 자
넬랑은 식자있는 선비로서 송장대접 그리하는가? 변장군, 대사,촐보, 걸사님
들 그리고 의원, 새우젓장수, 여덟혼령 비옵네다 무지한 저 인생들 허물도 과
도말고 갖은 배반 진사면에 제대춤에 놀고가소 얼쑤 (잦은 굿거리 연주되면
해설자 무대를 돌며 부채와 방울로 등장인물들을 마구 때린다. 그러자 맞은
사람은 하나씩 떨어지는데 일어서긴 했으나 송장짐은 안떨어진다. 떨어진
사람들 안도의 숨을 쉬며 먼찍이서서 춤을 구경한다. 해설자 한동안 춤을
추다가 장단을 멈추게 한다.)
[해설] 뎁득아, 뎁득아!(부르면서 뎁득이 쪽으로 간다)
[뎁득이] (우악스럽게) 왜 그래 제미를 할--
[해설] (강쇠의 혼이 실린듯) 어이구 불쌍한 뎁득아--
[뎁득이] 내가 왜 불쌍해
[해설] 네 녀석이 원망스럽구나 내가 병을 얻을적에 장승때가 몰려들어 묶
고 치고 병을 발로 홀로당키 어렵더라. 그 원수 갚자하고 송장친구 모으쟀더
니 네놈손에 자빠져서 그꿈 또한 헛되었다. 네놈의 뚝심으로 내원수 갚아줄
까.행여나 바랬더니 남의 심부름만 한단 말이냐? 괬씸한 놈 여덟송장 억울해
서 놓아주지 않을테다.
[뎁득이] (분이나서) 이런 육시를 할놈 안떨어지면 갈아버리지-
[해설] 하지만 염려마라 내가 쉬도없고, 살도없고, 원도없고, 탈도없게 빌
어 줄것이니 떨어진 다음에 장사나 잘 치루도록 하여라! 변서방 자네는 협기
있는 남자로서 술먹기에 접장이요 화방에 패두로서 간데마다 이름있고 사람마
다 무서워했지 그 기운 혈기로서 좋은일 해봤느냐? 죽어서도 미인을 못잊으니
모질고 질기구나 주동지 자네는 부처님의 제자로서 선공부 경문외어 계행을
닦았으면 흰구름 푸른뫼에 간데마다 도방이요. 비단가사 연화대에 열반하면
부처됐지
[페이지] 072
잠시 음욕 못 참아서 가루지기 송장이 웬말 <<0>>첨지 자네 분수 고사동냥
<<00>>이라 얼굴에는 탈을쓰고 목에는 장고메고 돈푼 쌀한줌 얻자하고 이집저
집 다닐적에 따른것이 아이들 짓는 것이 개소리라 타고난 복 그러한데 요량없
이 못다살고 남의 송장에 붙음송장 소금장수 방서방과 천하명의 이생원아 무
엇이 그리급해 싸우다가 쌍송장 각성받이 걸첨지를 주막거리 장판이며 큰 동
네 파시평에 동무지어 다니면서 타령으로 먹고사니 눈치도 환할텐데 송장을
처낸데도 계집은 하나 누구좋은 꼴 뵈자고 한꺼번에 달려들어 한날한시 떼송
장 여덟송장 각기설음 다 원통한 송장이라 살았을제 집이없고 죽은후에 자식
없어 높은뫼 깊은구렁 이리저리 구는뼈를 묻어줄이 뉘있으며 슬픈바람 지나갈
때 애고애고 절하면서 곡해줄이 뉘있겠나 심사부려 쓸데있나 이생원통 다버
리고 지부명왕 찾아가서 절절히 원정하여 세월이 태평할제 부귀가에 다시생겨
평생행락 하게되면 그 아니 좋겠는가? 제발덕분 떨어져주면 청산명당 터를잡
아 푸짐하게 장례함세 (송장들이 우수수 떨어지는데 강쇠송장만은 안떨어
진다)
[해설] 아이고 나도 모르겠다. 그 송장은 지독한 송장이로구나
[뎁득이] 이놈이야말로 옴붙을 놈이로구나 제놈이 안떨어지면 가리질로 갈
아버릴수 밖에 (송장을 진체 덧마루쪽으로가 등을 벽에대고 문지르기 시작한
다) 어기여라 가리질 어기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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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질 10년동안 칼을갈던 협객의 가리질
[일동] 어기여라 가리질
[뎁득이] 춘풍에 저나비야 향내만 찾아가다 거미줄에 걸릴줄을 왜 몰랐으며
양지에 저장끼야 까뚜리소리 찾아다 포수울에 몰렸구나.
[일동] 어기여라 가리질
[옹녀] (보다못하여) 여보시오 여러분네! 눈뜨고 못보겠오 모질어도 내낭군
험악해도 내낭군 마지막으로 원없게 내가한번 빌어보리다. 여보소 변낭군아
이내말씀 들어보소 천고에 의기남자 원통히 죽은혼이 맘 아는벗 못만나면 위
로할이 귀있으리 원통한 낭군마음 내 모르지 않소이다. 그렇다고 이 씨름을
언제까지 하려하오? 어서속히 떨어지면 청산에 고이모셔 년년이 기일오면 내
가 봉사할 터이니 제발 덕분 떨어지오 만일 이렇게 빌어도 안떨어지면 수절은
고사하고 나도 자진하여 당신이 빼어다 땐 그 장승자리에 서서 장승의 한이나
풀어 주겠오! 애고애고 내 신세야 (이때 강쇠송장이 덜커덩 떨어진다)
[뎁득이] 이거 몇번 죽다 살았구나
[해설] 자 이제 정성이 통하여 송장이 떨어졌으니 불쌍한 고혼들 남은한을
말끔히 씻어주고 여기 모이신 여러분네 액운도 막아주고 복도 빌어줄겸 뭇장
사나 걸게 치룹시다.
(일동 거적말이를 무대가운데 모아놓고 둥글게 서서 풍악을 울리고 춤을추
며 달구지 노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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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장
(달구지 소리)
[가객] 부운같은 우리인생
초로같이 쓰러진다.
(후렴) 에이여라 달공-
북망산천 돌아들어
청산에다 터를닦고
에이여라 달공-
사초로 집을삼고
광정을 깊이닦아
에이여라 달공-
떼잔디로 이불삼고
한번들어 가게되면
적막공산 깊은곳에
백골이 진토된다.
에이여라 달공-
쇠파리도 벗을삼고
까마귀도 벗을삼아
살았을제 잘 삽시다.
수복강령 잘삽시다.
빈천을 한탄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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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귀공명 한때뿐이오.
질기고도 모진인생
아차 한번 죽어지면
모든것이 허사로다.
어이여라 달공-
어이여라 달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