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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로 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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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현대문예를 통해 등단한 작가들과 회원들이 오랜만에 나들이를 하기로 정해 놓은 날이다. 대절해 놓은 버스에 몸을 싣고 창밖의 빗줄기를 바라보니 어느 듯 몸과 마음이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버스 안은 어느새 축제의 분위기처럼 정겨운 감정들이 어울려 들떠가고 있었다. 유창한 사회자의 위트와 기지로 그동안 떨어져 있어 소원했던 회원들의 서먹서먹했던 마음들은 사라지고 각자가 지닌 끼를 서슴없이 발휘하며 차안은 그야말로 즐겁고 활기찬 분위기로 진행되어졌다. 회원들은 글만 잘 쓰는 줄 알았더니 노래에도 일가견이 있고 시낭송 또한 낭낭하여 이름난 가수나 낭송가가 이곳에 왔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창밖은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유리창에 빗방울이 촉촉이 묻어나는 것 또한 퍽이나 감상적인 느낌을 주었다. 나주를 지나고 강진을 거쳐 해남읍을 지나서 드디어 진도에 도착했다. 빗방울은 더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다. 물안개가 자욱이 펼쳐져 있는 바다 그 옆으로 희미하게 진도 대교의 모습이 눈에 아련하게 들어왔다. 이순신 장군이 배 12척을 가지고 일본 함대를 무찌른 명랑대첩의 현장 울돌목, 일명 바닷물 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사람들의 말처럼 그만큼 울돌목을 지나는 물의 흐름이 빠르다는 의미일 것이다. 진도에 도착하자 우리 일행을 반기기 위해 수필가인 조영남 선생님께서 마중을 나와 주었다. 진도에서 병원을 운영하시며 또한 작가생활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분이시다. 그는 한 몸에 두 지게를 지는 역할을 해내는 멋있는 분이라고 생각 된다 언제나 진도에서 행사를 하는 때면 앞장서서 유익한 보탬을 주는 모습이 너무나 고맙고 대단해 보였다. 그렇게 한바탕 쏟아진 비도 그치고 흐린 하늘이 점차 개이더니 하늘은 청자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엊그제만해도 연두빛 야들야들한 잎새들을 보며 참 곱다 했었는데 그 잎들이 어느새 짙푸른 녹색으로 변해있어 세월의 빠름을 가늠케 했다. 광주에서 보았던 들녘의 푸르름보다 한층 짙푸fms 산뜻함은 공해가 적어 우리에게 그렇게 보였으리란 생각이 든다. 조영남선생은 ‘문인을 위한 진도 안내’라는 유인물을 준비하여 회원들에게 나누어주며 진도의 역사유물. 유적과 유배정신. 문화유산, 자연과 산물 등 여러 가지 볼거리를 설명해 주었다. 비교적 작은 섬이지만 그 외에도 그곳에는 아름다운 해수욕장, 관매팔경, 해안 갯바위절경과 낚시터등 신의 오묘한 조화와 고독의 비경과 환상의 섬으로 참으로 보배로운 섬이라고 했다. 관내를 두루 돌아보며 설명을 듣다보니 어느덧 점심때가 되었다. 늦은 점심으로 진도 군수님께서 친히 우리에게 식사 제공을 하시겠다며 축하의 말씀을 해주었다. 닭고기와 오리고기 볶음 등 푸짐한 요리를 먹으면서 전석홍 전 지사의 축사와 이만의 현대문예 회장의 축사를 들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오후가 되니 흐렸던 날씨도 맑게 개이고 우리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자연과 사물등을 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가까운 거리나 먼 거리를 여행한다는 것은 잠깐 잊혀진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가끔은 이렇듯 자연과의 교감하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내가 서있는 이 자리는 어쩌면 다시 오지 못할 순간이 되기도 할 것이니 우리는 내게 오는 이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살아야 할 되지 않을까. 지나버린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또 오지 않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 버리고 긍정적인 자세로 오늘을 살아야 할 것이기에 그렇다. 오후의 일정으로는 남진 미술관과 민속 공연장 관람 했다. 공연장의 분위기는 제법 뜨거웠다. 곱게 한복을 입은 여인네들이 강강술래를 하면서 춤을 추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전속 무희들인 줄 알았다. 그런데 듣고 보니 농사를 짓는 부녀자들이 틈틈이 배우고 익혀 민속춤과 강강술래를 공연한다고 한다. 풍성한 공연이 남아 있지만 시간이 촉박하여 모두 관람하지 못하고 도중에서 공연장을 빠져 나왔다. 남진 미술관으로 이동하기 위해서였다. 미술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제법 울창한 소나무들이 우거져있고 멀리에는 여귀산 봉우리가 미술관을 마주 보고 있었다. 남진이라는 미술관이름은 장전 하남호 선생의 이름자가운데 ‘남’자와 부인의 이름 ‘진’자를 합하여 지은 것이라고 한다. 하남호 선생의 사비를 들여 800평의 대지위에 100평의 본가 그리고 150평의 지상3층 미술관이 제법 웅장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전시품으로는 서예, 동양화, 서양화, 조각, 도자기 등 작품300여점이 전시되었다. 이곳에 전시된 작품은 장전 하남 호 선생이 소장해 오던 작품들로 국사책에서 나오는 국보 미술품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감탄사를 연발한다고 한다. 장전 선생님의 사모님 되시는 분이 집 마당에 나오셔서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단아하고 고운 자태가 젊어서는 퍽 미인이었으리라 생각되었다. 집 주변이 너무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어 사모님의 정갈함이 드러나 보였다. 평소 주위에서 장전 하남호 선생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고 그의 작품세계와 예술에 대한 집념 등 평소에 존경심을 품어 왔던 터에 그 소원이 이루어져서 오늘 하루의 일정이 더욱더 소중했다. 그 외에도 진도에는 진도 아리랑, 진도북춤 놀이, 진도 씻김굿등 남도소리 같은 무형 문화재도 많고 미술관, 읍성, 신비한 바닷길, 백조도래지, 세방낙조 등 생각보다 훌륭한 관광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우선은 눈에 보이는 것들만 보았지만 오래 머물면서 진도만의 독특한 문화도 감상하면 더 좋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아쉬운 마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