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호중 수필가
추모특집
-덕진문학 창간호(2009년)에 고 김호중 수필가의 글 5편이 수록되어
있어 그 중 한 편을 소개합니다.
고향마을
고 김호중
고향하면 어린 시절이 그리워진다.
봄이 오면 뒷동산에 올라 진달래꽃 따 먹고 여름이면 앞 냇가에 나가 발가벗고 미역 감던 어린 친구들이 그립다.내 고향 마을은 정읍군 칠보면 무성리 원촌마을이다.
뒤로는 그리 높지도 않은 성황산城隍山이 서북쪽으로 병풍처럼 들러있고 그 아래에 고만고만한 초가집 80여 채가 옹기종기 다정하게 모여 동네를 이루었다. 동네 앞으로는 자랏내가 흘러 아낙네들의 빨래터가 되었고 동북쪽으로는 동진강이 있어 맑은 물이 사철 흐르며 동진강 물 따라 내장보 넓은 들이 평야를 이루어 농사짓기에도 알맞은 그야말로 산 좋고 물 맑은 살기 좋은 고장이다. 또한 역사적으로도 유서 깊은 곳이다.
통일신라시대에 태산군의 고을 터이었으며 조선조에는 고현내라하여 양반과 선비의 고장으로 유명하였다. 그 유적으로는 옛날 태산군수를 지낸 최치원 선생을 주벽으로 모시고 있는 태산사와 무성서원이 있고 옛 선비들과 우국지사를 모신 송신사, 시산사, 필양사 등 여러 사우祠宇와 옛 유현儒賢들이 유학을 강론하고 음풍영원하던 한정閒亭, 송정松亭, 후송정 등 여러 정각이 있다.
서정 가사의 효시라 불리는 상춘곡을 지은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며 그 시비가 우리 동네에 서 있고 작자인 정극인 선생의 묘소도 이곳에 있다.
이렇듯이 산자수명山紫水明하고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고장에서 나는 태어났고 어린 시절 유고의 가풍 속에서 자랐다. 감성적이고 글을 좋아하며 정직하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나의 품성이 고향의 환경과 가풍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고 어려서부터 장래의 꿈을 선생님으로 정하고 교직을 천직으로 삼아 평생을 후회 없이 교직에 종사한 것도 가정교육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지금도 가끔 잠자리에서 고향 꿈을 꾼다. 그럴 때마다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우리 동네의 뒷산에는 진달래가 많아 봄에는 연분홍 꽃잎을 따 먹고 놀았다. 때로는 개진달래를 잘못 입에다 넣었다가 혼이 난 일도 있었다. 여름에는 동구 밖 고목이 우거진 낙림 터에 모여 팽나무 열매로 팽총 놀이를 하였고 싫증이 나면 동진강 찬물에 풍덩풍덩 들어가 개헤엄치고 물장구치며 놀았다. 늦가을 쌀쌀한 새벽녘 먼동이 트기 전에 자랏내에 나가 하얀 거품을 내고 있는 참게 잡는 재미도 있었다.
겨울철 흰 눈이 쌓이면 무릎 위까지 빠지는 눈 속을 누비며 토끼 몰이하던 기억이 지금도 아련히 떠오른다.
가난하게 살았지만 인정이 넘치는 동네였다. 기쁜 일에는 서로 축하하고 슬픈 일이나 우환이 있을 때는 서로 위로하고 내 일처럼 도와 상부상조의 미풍양속을 면면히 이어왔다. 지금 같은 각박한 세상에 온고지신하였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동네 어귀에 있는 수령 300년이 넘는 두 아름드리 왕버드나무를 동네 당산나무로 잘 보호하고 앞에는 긴 장대 위에 나무오리를 만들어 솟대를 세워 놓고 화재를 예방한다는 등 민속신앙이 이어져 온 것도 우리 동네의 풍속도였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옛것은 쇠퇴하고 새로운 문화에 따라 우리 고향도 옛 모습에서 완전히 탈피하여 새로운 마을로 탈바꿈하였다. 초가집은 양옥이나 기와집으로 모두 바뀌었고 상하수도 시설이 완비되어 도시 못지않은 멋진 마을이 되었다.
요즘은 문화마을로 지정되어 정부의 예산 지원으로 문화마을 조성 사업이 한창이다. 동네 앞 논에는 연방죽을 만들어 아름다운 연꽃을 피게 하고 물 테마파크를 조성하여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관광지로 조성한다 하니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소강정 모퉁이 산협 길을 나귀 타고 지나던 옛 선비들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온고지정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뒷동산에는 진달래꽃 꺾던 옛 친구,앞 냇가에서 미역 감던 다정한 친구들, 해질 무렵이면 어깨동무하고 노래 부르며 집으로 돌아가던 친구들 모두 다 가버리고 고향에 가야 만날 친구가 없으니 그저 허전할 뿐이며 옛 시절의 고향이 더욱 그리워진다.
첫댓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덕진문학회의 디딤돌을 마련하신 선생님께서는 고향을 그리는 글을 남기시고, 고향으로 귀향하셨습니다. 숭고하신 뜻을 받들어 덕진문학의 발전을 위해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고자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생전에 그리시던 선생님 고향에서 편안한 글 많이 쓰시고, 덕진 문학회 잘 지켜봐주세요 존경합니다.
고인이 되신 매곡 김호중 선생님의 글을 올리신 사무국장님에게 감사드립니다. 글을 읽으니 눈물샘이 자극됩니다.
평소 존경하던 어르신께서 유명을 달리하셨다는 소식도 모르고 지나온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윤무영올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선생님의 글을 보니까 더욱 눈에 선하고 생각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