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울산초등학교는 영원히...

[20회 이상걸]

울산초등학교는 영원히..

울산의 영산 함월산이 줄기차게 뻗어내린 구시가지의 한 중심을 차지하고 1907년 개교한 이래 금년까지97회 졸업생을 배출해 낸 참으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울산초등학교가 지금은 구시가지의 몰락과 함께 존폐의 위기에 처해있다. 하기사 수 많은 울산의 인재를 길러낸 전통 있는 학교인지라 쉽게 그 이름이야 사라지겠는가마는 무엇보다 학생 수가 점차 감소하여 한 학년 2학급씩 모두 13 학급만 남았으니, 학교운영상의 문제 뿐만 아니라 구시가지 도심 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곧 폐교가 불가피 하게 되었고 이 자리에는 특수 단과 대학이 들어선다고 하니 이를 어찌하랴.

현재로는 폐교가 되면 별수 없이 아무런 관련도 없는 중구의 신설 약사동의 초등학교로 자리로 옮겨 가리라 하는데, 차라리 꼭 옮겨가야 할 처지라면 사실은 역사적으로나 지역적 특성으로 볼 때 현 성안초등학교 자리에 옮겨 가야 옳을 듯한데 이것마져도 변변히 성사되기 어려운 현실이라니 참으로 가슴 아프다,.
교육청에서 울산초등학교 이전 문제가 거론 되면서 곧 100년의 역사를자랑할 이 전통 있는 학교를 어디로 옮겨야 그 명맥이라도 유지할 것인가를 숙의 한 결과 고심 끝에 약사동으로 옮기기로 결정이 된 것 같은데 이는 전기한 지역적인 특성이나 정통성에 비추어 볼 때 크게 잘못된 결정이다.

그 이유는 성안초등은 본래 울산초등에서 분리된 분교 일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함월산은 이 학교의 교가 가사의 줄기이며 학생들이 매년 봄, 가을 소풍다니든 꿈의 동산이다. 과거 이 일대 성동 풍암 성안의 아이들이 모다 울산초등학교에 다녔고 그야말로 함월산 줄기찬 품안에 안긴 우리의 꽃동산 울산초등학교와 깊은 인연을 맺은 곳이다. 옛 선배들이 다녔었고 통학 하기에 너무 거리가 멀고 높은 산봉우리를 넘나들기가 불편하다고 하여 생긴 성안분교가 어느덧 신개발지로 발전하면서 울산초등학교 보다 더 크고 멋진 현대식 시설을 갖춘 성안초등하교가 생기게 되었고 이제 울산초등학교 자리는 구시가지의 몰락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으니 기왕지사 옮겨 가려거든 이곳 성안으로 가는 것이 백번 타당하지 아니 하였던가.

현 울산초등 자리도 6.25사변 후에 한동안 상이군인들을 수용했던 제23육군병원으로 징발 되었다가 1957년 병원이 철수하면서, 그 동안 산과 들이나, 향교 읍사무소 소방서등지로 떠돌아 다니면서 교사도 없이 공부하던 학생들이 비로소 본교를 찾아들게 되었다. 지금도 잊지 못할 일들은 병원이 철수한 후 전교생이 신이나서 본교에 찾아와 대청소를 하게되었는데 첫날 교실 마루바닥 아래를 소제하면서 의수족(고무 팔,다리)를 수도 없이 찾아내어 이를 모두 소각했는데 그날 밤 꿈에 상이군인들이 나타나서 팔다리를 찾는 악몽에 시달려 며칠간은 밤에 바깥 출입을 못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래도 어린 마음에 당시 울산 농고 다음으로 크고 멋진 우리학교를 다시 찾아들었다는 기쁨에 그런저런 어려움도 잠깐 동안에 다 잊고 아이들은 넓은 운동장과 강당에서 마냥 신나게 뛰어놀며 즐거이 우리 날을 노래했다. 특히 울산초등의 강당은 당시 울산에서 제일 큰 실내 공간이었기에 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울산의 크고작은 문화 체육행사는 모두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종하체육관이 들어서기 까지 요즘 말하자면 체육관겸 문화예술회관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 일정시대에 목조 2층 건물로 지어진 당시 울산에선 보기 더문 멋진 건물었으니 청소시간 마다 마루 바닥을 걸래로 딱고 그 위에 초칠을 하고 반들반들 윤이 나도록 돌로 문질러, 학새들이 뛰어다니다가 곧잘 미끄러 넘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정들었던 이 목조 고 건물이 불행스럽게도 1965년 어느 여름날 불이 나서 강당을 제외 하고는 모두 소실되었는데, 당시 구시가지에 살던 모교 출신들은 소방서 사이렌 소리를 듣고 뛰어 올라가 자신의 몸이 위험에 처한 것도 잊고 열심히 학적부를 옮기고 진화작업에 임했던 무용담도 잊을 수가 없다. 그후 불탄 교사 자리엔 철근 콘크리트의 현대식 건물이 들어섰고 일정시대 지었다는 강당은 수령 100년도 넘은 느티나무와 함께 아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울산공업도시가 건설되고 구시가지가 번성했을 당시 울산 중심부의최고 명문 학교였기에 교사들이나 학생들이 꼭 이 학교에 들어가야만 한다고 기를 써든 때와 비교해 보면 격세지감이라 다시 세월의 무상함을 통감 하게된다.
이제 신시가지의 개발과 함께 도시의 균형 있는 발전에서 밀려난 구 도심의 울산초등학교가 97년의 역사를 아쉬워 하며 정들었던 교정을 멀리하고 한때 분교였던 성안도 아닌 함월산 자락을 훨신 벗어나 약사초등학교로 이전해 간다니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구나.
 공업입국의 상징인 태화강의 기적을 이루었고 이제 산업수도 울산광역 시민된 자부심을 가슴 깊은 곳에 간직하고 있는 구시가지의 그 한 중심에 97년의 역사를 간직한체 수 많은 이땅의 인재를 길러낸, 울산의 주산 함월산 줄기를 타고 우뚝 선 울산초등학교가 이전한다고 하니 부디 유서 깊은 100년의 흔적을 지우지말고 참으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 할 수 있는 나의 모교 울산초등학교로 영원히 남기를 바란다.

 

(퍼온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