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르바나....... 대성취로 나아가다(2)
나는 다시 곰곰이 생각하였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명상하면서
그간에 설법하였던 사람들에게 나의 모습은 드러나고 말았다.
게다가 날고 있는 모습도 들키고 말았으니
더 이상 여기에 머물게 되면
속인들은 단지 악해(惡害)로부터 피하기 위한
이기적 욕망의 성취를 위해 내게로 몰려들 것이다.
이는 하늘의 아들 제석천(인드라)의 유혹을
스스로 자초하는 것이 되리라.
세속적 명성과 번영은 내 수행에 방해가 되어
궁극의 완전한 지혜를 가리게 할지도 모른다.
나는 라뿌찌 간의 조용한 암굴로 가서
명상수도를 계속하기로 하였다.
쐐기풀을 끓여먹던 남비 하나를 둘러메고 다까루 단 굴을 나섰다.
충분치 못한 영양상태였는데다 갑작스레 눈부신 햇살로 나오니
나는 그만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그리하여 갖고 있던 남비는 떼그르 굴러
돌맹애에 부딪쳐 깨지고 말았다.
그런데 깨진 남비 속에서 또 하나의 초록색 남비가 굴러 나왔다.
그것은 쐐기풀국의 앙금이 쌓여 굳어진 것이었다.
이 재난은 새삼스러이 모든 사물의 본성을 깨닫게 해주었다.
나는 그것을 수행을 계속하라는 훈계로 알고
깊은 신앙심에 잠겨 시를 지어 노래를 하였다.
방금 있던 남비조차 이미 간 곳 없으니,
그 속에서 모든 사물의 본성 보았네.
일체는 무상하고 덧없다는 것을.
남비는 깨어졌으나 나의 스승이 되어
심심미묘한 무상 법문 설해 주었네
나, 귀의자 밀라는 남비의 법문 듣고
다시 굳은 서원 세워 다짐하네.
세세생생 선지식 만나
부처님 시봉하기를 발원…
내가 이 시를 노래할 때
마침 한 사냥꾼 일행이 밥을 지어 먹기 위해 나의 동굴을 찾아왔다.
그들은 내 노래 소리를 듣더니
“오, 수행자시여, 당신은 매우 아름다운 음성을 가셨군요.
그런데 그 깨진 남비와 풀 앙금으로 굳어진 것으로
무얼 하시려는 지요?
당신은 퍽 야위시고 피부는 사람같지 않으니
어찌 된 일이십니까?”고 물었다.
내가 쇠약해진 연유를 말하자
그들은 크게 놀라며 나더러 자기들과 같이 먹자고 권했다.
식사를 하던 중 한 젊은이가 말을 걸었다.
“보건대 당신은 원래 체격 튼튼했던 것 같습니다.
배를 주리며 이런 고생을 하지 않고
대신 세상에 나가 생활을 했더라면
그 인내와 끈기로 모르긴 몰라도
상당한 지위를 얻어 재산을 모아 사랑하는 가족을 거느리고
행복하게 살았을 것입니다.
아니면 장사로 큰 재산을 모을 수도 있었겠지요.
아니, 최악의 경우 남의 집 머슴을 살았다 해도
이보다는 휠씬 나았을 것입니다.”
연로한 사냥꾼이 그의 말을 막으며 말하였다.
“내게는 이 분이 대단히 훌륭한 수행자로 보이는 걸.
그러니 이 분은 우리의 세속적 충고를 귀담아 듣지 않으실 거야.
괜히 입 열어 헛수고 할 것 없쟎아.”
그러고는 나를 향해 말하였다.
“당신의 아름다운 음성으로
다시 한 번 저희에게 그 훌륭한 시를 읊어 주시지 않으시렵니까?”
나는 대답하였다.
“당신들은 모두 나를 불쌍히 여기는 듯 하오만
이 세상에서 나처럼 행복할 뿐 아니라
보다 큰 지각(知覺)과 보다 고귀하고
큰 행운의 생애를 자랑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허나 당신들은 이 점을 이해 못하겠지요.
나의 즐거움을 가르쳐 주리다.
그것은 마치 당신들이 생각하는 보물처럼
나의 기쁨을 이루는 것이니 들어 보시오.
나는 ‘요기의 달리는 말’이라는 시를
그들에게 노래해 주었다.
은혜 깊으신 주. 마르빠님께 예배합니다
내 몸은 보리(지혜) 언덕 위의 사원
가슴은 신성한 제당
마음은 말처럼 그 안에서 날뛰고 있네
이 말을 어떤 올가미로 붙잡을 수 있을까?
어떤 말뚝에 묶어야 할까?
어떤 먹이를 먹여야 할까?
어떤 물을 주어 그 목을 축이며
어떤 옷을 입혀야 할까?
그 올가미는 오로지 한 생각, 정신집중
묶을 때에는 명상의 말뜩에
배고플 때는 구루의 법을
목마를 때는 의식의 흐름을
추울 때는 공(空)의 옷을 입히라.
안장으로는 의자를
그물로는 지성을
껑거리끈으로는 흔들림이 없는
마음(心)을 말에 매달아
그 주위에 생명의 기운을 통하게 하라.
기수는 지성의 젊은이
그의 투구는 대승의 이타사상
갑옷은 수학(修學)과 사고 그리고 정관(靜觀)
등에는 인내의 방방패를 매고
손에는 대방의 긴 창을 들엇네
허리에 이성의 검을 차고
우주의 마음인 거침없는 화살은
현명하고 올바른 시위에 매겨
신심 깊은 자들의 이기심을 관통하네
그 말은 행복이 넘치는 평원을 달리니,
행선지는 모든 승리자(佛陀)들의 경지인 달성
뒤에는 삼사라에의 집착을 버리고
앞으로는 구원의 안전한 장소로 달려가네
이것이 너희가 생각하는
행복인지 아닌지 판단해 보라.
세속의 덧없는 행복을
나는 바라지 않노라.
이 노래를 듣자
그들은 마음속 깊이 감동을 받고
경건한 신앙심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