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시학>, 2007년 11월호.
이 달의 작품
하늘공장
임성용
저 맑은 하늘에 공장 하나 세워야겠다
따뜻한 밥솥처럼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곳
무럭무럭 아이들이 자라고 웃음방울 영그는 곳
그곳에서 연기 나는 굴뚝도 없애고 철탑도 없애고
손과 발을 잡아먹는 기계 옆에 순한 양을 놓아 먹이고
고공농성의 눈물마저 새의 날갯짓에 실어 보내야겠다
저 펄럭이는 것들, 나뒹구는 것들, 피 흐르는 것들
하늘공장에서는 구름다리 위에 무지개로 필 것이다
삶은 고통일지라, 죽어도 추억이 되지 못하는 고통을
하늘공장의 예배당에서는 찬양하지 않을 것이다
힘없이 잘린 모가지를 껴안고 천천히 해찰하며
내일이라도 당장 하늘공장으로 출근을 해야겠다
큰 공장 작은 공장 모두 하나의 문으로 통하는
하늘공장에 가서, 저 푸르른 하늘공장에 가서
부러진 손과 발을 쓰다듬고 즐겁게 일해야겠다
땀내 나는 향기를 칠하고 하늘공장에서 퇴근하는 길
지상에 놓인 집 한 채가 어찌 멀다고 이르랴
(임성용 시집, 『하늘공장』, 삶이보이는 창, 2007. 7)
내가 읽은 이 달의 작품
블루오션 공장
맹문재
1.
11월 1일 : 【민주노총】2005년 제6차 중앙위원회. 보고 안건 중 현대하이스코 투쟁 관련 기금 모금을 결정하고 원안 통과.
11월 1일 : 【민주노총】충주호 리조트에서 500여 명의 단위노조 대표자들이 참여하여 수련회 개최. 전 조합원 총파업 찬반투표 성사, 부산 아펙 정상회의․부시 방한 반대투쟁,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쟁취 투쟁 등 결의.
11월 1일 : 【LG카드노조】산업은행의 매각 추진 방식에 대해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인수 반대.
11월 3일 : 【금속노조】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지회 교섭 타결. 지난 11일간의 목숨을 건 크레인 농성으로 노사협상의 극적인 타결.
11월 8일 : 【철도노조】창립기념일 60년 만에 복원.
11월 8일 : 【KT노조】지재식 현 위원장 당선.
11월 9일 : 【대구지하철노조】쟁의발생 결의.
11월 10일 : 【교수노조】서울의대 함춘회관에서 창립 4주년 기념식 및 토론회 개최.
11월 11일 : 【금속노조】‘비정규 권리입법 쟁취’ 및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 저지’를 위한 총파업 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
11월 11일 : 【보건의료노조】홍명옥, 정해선, 조은숙(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사무처장) 당선.
11월 12일 : 【민주노총】제25차 중앙집행위원회 및 총파업투쟁본부 제5차 대표자 회의.
11월 12일 : 【공무원노조】공직 사회 구조조정 저지, 특별법 반대를 위한 1박 2일 총궐기 투쟁.
11월 13일 : 【민주노총】전태일 열사 정신계승․비정규 권리보장 입법쟁취․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전국 노동자대회 개최.
11월 13일 : 【민주노총】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창립 10주년 기념행사.
11월 14일 : 【정보통신노조】임단협 재교섭 요구 철야 농성.
11월 15일 : 【전농】여의도에서 전국 농민대회.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113명 부상당했고 56명 경찰에 연행됨.
11월 15일 : 【축협중앙회노조】농협중앙회가 ‘조직 개편 및 정원 조정안’을 통해 목우촌을 자회사로 분리시키려는 것에 대해 축산업 말살 정책이라며 반발.
11월 15일 : 【금속노조】KM&I분회 노조 탄압 중단․용역깡패 철수․직장폐쇄 철회 촉구.
11월 17일 : 【보건복지부 직협】공무원노조 가입.
11월 17일 : 【민주노총】제26차 중앙집행위원회 및 총파업투쟁본부 제6차 대표자 회의.
11월 18일 : 【민주노총】부산에서 아펙 반대 집회 개최.
11월 20일 : 【전국철도노조】2005 정기단협 투쟁 승리를 위한 철도노동자 2차 총력결의대회 개최.
11월 22일 : 【한국철도 시설공단노조】2005년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이 결렬되자 1차 시한부 파업 들어감.
11월 22일 : 【민주노총】비정규 권리보장 입법쟁취 국회 앞 농성투쟁 돌입.
11월 23일 : 【민주노총】비정규 권리보장 입법쟁취 결의대회. 전국 동시다발 집회.
11월 24일 : 【전농】지난 15일 전국 농민대회에서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뇌를 다친 전농 보령시 농민회 전용철(44세) 사망.
11월 25일 : 【민주노총】제27차 중앙집행위원회 및 총파업투쟁본부 제7차 대표자 회의.
11월 25일 : 【민주노총】총파업 찬반 투표 실시 결과 64.25% 찬성.
11월 26일 : 【민주노총】비정규 권리보장 입법쟁취와 산재법 전면 개정 쟁취 결의 대회.
11월 29일 : 【오리온전기노조】외자유치 6개월 만에 1,300명 무더기 해고를 당한 데 맞서 외국 투기자본의 계획적 사기극에 당했다며 회사 대표와 외국 자본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
11월 30일 : 【민주노총】제28차 중앙집행위원회 및 총파업 투쟁본부 제8차 대표자 회의.
2005년 11월의 노동계 상황은 어떠했을까? 민주노총이 간행한 『민주노총 10년 연표 1995~2005』를 넘겨보다가 궁금했다. 11월에 주목한 것은 나의 이 글이 11월호에 발표될 것이라는 지극히 임의적인 이유 때문이었고, 2005년에 주목한 것은 자료집의 마지막 연도이기 때문이었다. 즉 최근의 노동계 상황을 알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 내용을 위에서 인용해 보았는데, 어떤 왜곡이나 편견을 보이지 않기 위해 자료집에 수록된 날짜들을 모두 소개했다. 다만 내용은 지면 관계상 요약․발췌했다.1)
위의 내용을 좀더 살펴보면 2005년 11월에 일어난 노동계의 일은 총 31건이었는데 노동조합 선거 2건, 교섭 타결 1건, 노동조합 가입 1건, 창립기념일 행사 3건 등이었다. 이에 비해 파업, 투쟁, 반대, 농성, 쟁의, 부상, 사망 등 직접적인 투쟁과 관계된 일은 24건이었다. 이렇게 보면 전체의 22%가 평화와 해결 등의 범주에 드는 일들이었고, 78%가 파업과 투쟁 등의 범주에 드는 일들이었다. 비정규직의 권리 보장과 노조 탄압에 대항하기 위한 행동이었기 때문에 지극히 필요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노동자들은 경찰로부터 폭력 진압을 당했고, 심지어 농민 1명이 사망하는 희생을 겪어야만 되었다.
이와 같은 일들은 노동조합에 대해 일반 대중들이 갖는 부정적인 인식을 그대로 증명해주는 것이기에 주목된다. 설문조사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일반 대중들이 노동조합에 갖는 인식은 온건, 평화, 합의, 협동, 양보 등보다도 파업, 투쟁, 반대, 농성, 쟁의 등일 것이다. 그와 같은 결과는 일반 대중들이 선입견을 가지고 노동조합을 평가한 것이라기보다 노동조합 스스로가 제공했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노동조합의 활동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것은 또 다른 측면에서 노동조합을 왜곡하거나 탄압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의 활동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기에 앞서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요구된다. 군사정부를 극복한 문민정부나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서도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은 계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7년 8월 현재 570만 명에 이르는 비정규직의 숫자가 그 여실한 증거이듯이 노동자들의 삶은 결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실업률도 계속 높아지고 있고, 2007년 10월 24일부터 강원도 태백에서 진폐 재해를 입은 광부들이 무기한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는 데서 볼 수 있듯이 산업 재해자들에 대한 복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노동조합이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2.
노동조합의 활동은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확보하는 데에 우선적인 목적이 있다. 웹(Sidney and Beatrice Webb) 부부가 『노동조합주의사』에서 노동조합의 의의에 대해 임금생활자가 노동생활의 여러 조건을 유지 또는 개선함을 목적으로 하는 계속적인 단체라고 정의한 것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노동조합은 노동자에 의한 노동자를 위한 단체이다. 노동자가 개별적으로 사용자와 계약할 때 유리한 조건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단결된 조직체가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임금 인상, 근무조건 개선, 복지 향상, 산업재해 인정 등을 요구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본분이다. 때로는 노동조합의 활동이 정치적인 행동을 벌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행동이다.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 개선이나 지위 향상은 정치적인 차원과 깊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1987년 7~9월 노동자 대투쟁 이후 조금씩 신장되어 가는 듯했던 한국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정부와 사용자의 불신과 기만으로 여전히 탄압받고 있다. 정부와 사용자는 노동조합을 동반자로서 신뢰하기보다 방해하는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고, 심지어 적으로 여기고 어떻게 해서든지 와해시키려고 시도하고 있다. 파업 사업장에 공권력을 투입해 무력으로 진압하거나 노동조합의 간부들을 일방적으로 구속하고 있는 것이 그 단적인 모습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어떠한 대응 전략을 펼쳐야 하겠는가? 단적으로 말해서 정부나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신뢰하지 않고 파괴하려고 드는 한 투쟁전략은 여전히 필요하다. 노동조합의 존립 근거가 파멸되어 가는데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그런데 투쟁만이 해결책이라고 볼 수 있는가? 언제까지 투쟁을 해야 된단 말인가?
노동조합의 투쟁전략을 전환할 필요가 있지 않는가? 이는 달라진 시대 상황을 반영하자는 단순한 취지가 아니라, 노동조합의 궁극적인 목적과 오랜 투쟁의 성과와 그동안 축적된 역량을 살려 앞으로의 전망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투쟁을 지속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길을 모색하자는 제안이다. 기존의 노동조합 활동이 분배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새로운 전략은 생산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노동자라고 해서 생산 주체가 될 수 없단 말인가? 노동자라고 해서 사용자 계급의 이익을 분배받는 존재로만 위치해야 된단 말인가?
결국 노동자들의 의식 변화가 요구되는데, 보다 목표 지향적이고 계획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들 사이는 물론이고 일반 대중들과도 연대를 추구해야 한다. 투쟁활동을 위한 연대뿐만 아니라 생산활동을 위한 연대가 필요한 것이다. 사실 생산활동을 위한 노동자들의 연대의식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동안 정부나 사용자의 탄압에 대항하기 위한 투쟁활동에 경주하다보니 생산활동을 추구할 기회를 제대로 가질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노동자들은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존재로, 노동조합은 일반 대중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또한 급격한 국내외의 환경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생산활동을 위한 노동자들의 연대는 한층 더 필요한 것이다.
리프킨(Jeremy Rifkin)이 『노동의 종말』에서 진단했듯이 산업국가에서 75%의 노동력은 기계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 상황이다. 컴퓨터 사용의 확대로 인해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어 4명 중 3명은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는 처지인 것이다. 한국의 경우는 아임엠에프(IMF) 구제금융이라는 악조건까지 겹쳐 구조조정과 실직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일자리 창출은 더욱 어렵게 되었다. 실직 노동자들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지만 자신의 일자리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전망도 가지기가 힘들다. 따라서 배분을 요구할 자격을 가지고 있지만 요구를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적다. 설령 이룬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새로운 배분의 창출이 아니라 동료의 몫을 챙긴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대타적인 투쟁을 넘어서 생산활동을 위한 연대를 추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연대는 천체물리학을 연구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많은 숨소리들의 수축을 경험해야 되고, 긴요한 정보가 필요하다. 자기 힘의 확장을 신뢰하는 것도 요구된다. 또한 임금인상, 근로조건 개선뿐만 아니라 의식개혁과 생활개선도 필요하다. 연대의 필요성은 현실 압력에 비례해서 요구된다. 소수일수록, 여성일수록, 비전문가일수록, 밥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일수록, 나이가 들수록, 지역일수록, 노동자 문학일수록 요구되는 것이다.2) 노동자들의 연대는 제자리를 지키는 일이다. 주체성을 가지고 노동의 역사를 만드는 일이다. 이런 차원에서 임성용의 「하늘공장」은 새롭게 읽힌다.
3.
「하늘공장」의 키워드는 ‘공장’이다. 공장은 근대사회의 중요한 배경이자 특성이고 또 성과물이다. 근대사회를 이끄는 원동력이고, 근대사회의 방향을 설정하는 지도이다. 공장은 자본주의를 형성시켰고 근대사회의 조직과 이데올로기를 생산했다. 공장은 그 막강한 성장으로 인해 노동자와 대등한 관계를 넘어 상하관계 또는 주종관계를 이루고 있다. 공장은 다양한 정보와 기술을 활용할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이용해 자기 이익을 점점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반해 노동자는 공장이 제시하는 수당을 거절할 수 없고, 공장이 정한 목표치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공장이 요구하는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을 지켜야 하고, 공장이 요구하는 작업복이며 안전모며 안전화를 착용해야 한다. 공장이 시키는 청소를 해야 하고, 공장이 정한 작업일지를 써야 하고, 공장이 추진하는 계획을 이행해야 한다. 공장이 요구하는 노래를 불러야 하고, 공장이 찾는 전화번호부를 구해야 하고, 공장이 지명하는 상대와 싸워야 한다.
1980년대 후반, 노동자들은 공장의 억압에 대항하고 나섰던 적이 있었다. 도시에 소재한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가 전체 노동자의 반을 넘어서고, 종업원 300명 이상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가 전체 노동자의 반을 넘어서면서 힘을 발휘한 것이다. 물론 정치 사회의 변화에 동참하는 각성된 노동자들이 늘어났기에 가능했다. 그 결과 노동자의 이념이 공장의 이념과, 노동자의 정책이 공장의 정책과, 노동자의 목소리가 공장의 목소리와 맞섰고, 때로는 노동자의 힘이 공장의 힘을 압도하는 듯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현상이었고, 토대가 약한 노동자들은 다시 공장에 지배당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이기에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기존의 대립적이고 대타적인 투쟁보다도 생산을 추구하는 전략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 전략은 분배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을 지향한다. 지금까지의 공장은 <손과 발을 잡아먹는 기계>들이 즐비하고, <삶은 고통일지라, 죽어도 추억이 되지 못하는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하고, 심지어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알릴 수 없어 <고공농성의 눈물>을 흘려야만 되는 곳이었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그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눈물을 흘리며 투쟁해 왔다. 당연하고도 숭고한 행동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방법이 유일하거나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인식할 때가 되었다.
저 맑은 하늘에 공장 하나 세워야겠다
따뜻한 밥솥처럼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곳
무럭무럭 아이들이 자라고 웃음방울 영그는 곳
(중략)
내일이라도 당장 하늘공장으로 출근을 해야겠다
큰 공장 작은 공장 모두 하나의 문으로 통하는
하늘공장에 가서, 저 푸르른 하늘공장에 가서
부러진 손과 발을 쓰다듬고 즐겁게 일해야겠다
시인이 꿈꾸는 공장은 노동자로서의 삶이 영위되는 곳이다. 그 공장은 따스한 해가 뜨고 지는 안온한 곳이고,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풍요롭고 평화로운 곳이다. 굴뚝 연기가 나지 않고 철탑도 없는 깨끗한 곳이고, 손과 발을 다치지 않는 안전한 곳이다. 그리고 구름다리 위에 무지개가 피어나는 축복받은 곳이다.
시인이 공장을 지키며 유토피아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동구 사회주의의 몰락과 국내외 상황의 변화 이후 신자유주의가 점령하자 많은 시인들은 공장을 버렸다. 몇몇은 패배의식에 젖어 등을 돌렸고, 몇몇은 공장 자체가 더 이상 인간다운 삶을 실현할 수 없는 곳이라고 진단하고 등을 돌렸다. 더러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거나 정신주의 세계로 침잠했고, 더러는 일상의 미학을 지향했다.
그에 비해 임성용 시인은 공장을 끝까지 사수하며 <저 맑은 하늘에 공장 하나 세>우려고 하고 있다. 더 이상 착취나 억압당하지 않는 공장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이 블루오션 공장이다.3) 현재 존재하는 공장이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공장이다. 이미 세상에 알려진 공장이 아니라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공장이다. 따라서 게임의 법칙을 따라야 할 필요가 없고, 보다 큰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해 상대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칠 필요도 없다. 참가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에 따라 수익이 낮을 수밖에 없는 기존의 공장과 달리 경쟁하지 않고 새로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블루오션 공장을 어떻게 창출할 수 있을까? 그 공장은 분명 새로운 것이지만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과거에도 존재했고 현재에도 존재하며 미래에도 존재하는 것이다. 200년 전 음반, 항공, 통신, 석유화학 등은 거론되지 않았던 산업이지만 오늘날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블루오션 공장 역시 등장할 수 있다. 기존의 공장 안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하늘공장에서는 구름다리 위에 무지개>가 피어날 것이라는 희망이 존재하는 한, 블루오션 공장은 세워질 것이다.
맹문재
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연구원, 『민주노총 10년 연표 1995~2005』, 민주노총, 2007, 759~762쪽.
2) 맹문재, 『한국 민중시 문학사』, 박이정, 2001, 260~263쪽.
3) 김위찬·르네 마보안, 강혜구 옮김, 『블루오션 전략』(교보문고, 2005, 5~59쪽)의 용어를 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