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합기도계의 분파는 도입과 동시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유는 아마도 흔히 말하듯 도제관계가 이루어지기 쉽지 않은 한국적 정서와 최용술이라는 도입자의 캐릭터와 카리스마의 한계에 있을 것이다.
한국적 정서는 흔히 말하는 용꼬리보다 뱀대가리를 선호함을 이르는 것이고 최용술의 캐릭터와 카리스마의 한계는 그의 불 같은 성미와 제자에 대한 영향력상실을 의미한다.
쉽게 얘기하자면 직전 제자들조차도 몇 년후에는 스승(최용술)과 같은 위치에 설 수 있었고 스승은 이 같은 상황을 좌우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초래한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는 최용술에게 대동류를 배운 사람들이 대개 일제시대에 다른 무술을 배웠던 사람들이었던 점일 것이다.
카라테나 중국무술등을 배웠던 이들은 카타(형(型),품새)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에 대동류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었고 족술에도 일정 경지에 이른 이들도 있었기에 족술도 본격적으로도입될 수 있었다.(최용술의 대동류에 원래 몇몇가지 족술이 있었다는 식의 주장도 있지만거기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 있다. 현재 국내외를 막론 대동류나 아이키도에서 개인별로 연습하는 것외에 커리큘럼자체에는 족술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이점은 국내의 대동류나 아이키도 지도자들이 증언하는 바이다. 윤익암, 오세용등의 글과 홍문관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이들이 여러 무술을 배웠던 사람들이었다는 점, 어린 학생들이 아니었다는 점등은 합기도가 복잡한 분파를 시작하는 원인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의 독자화를 막기에는 최용술의 카리스마가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 덧붙여서 일본무술이라는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수많은 왜곡과 속임수가 판침과 동시에 일본에서 무술을 배워온 최용술이라는 인물과의 연관성을 희석시킬 필요성은 증대해 갔던 것이다. 마치 태권도의 태생이 그러했듯이……
합기도계에서의 최용술의 위상
현재 한국의 합기도계를 한정지어 얘기한다면 (해외에 일찍이 건너간 선배들의 활동범위까지 살펴본다면 아마 글쓴이의 지식범위를 넘게 될 것이고 인터넷상에서 볼수 있는 엄청난 수의 한국 무술도장들의 실제 성격이 어떠한지는 아직 제대로 알려진 바 없기때문이다. 다만 국술원이나 WTF계열의 태권도도장이 전부가 아님은 분명하다.)
최용술 도주의 영향력은 도장의 적통성내지 전통성을 이야기하는 경우외에는 거의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기술의 원류이자 전파자임에도 그 어떤 도장에서도 일본의 무술계에서 보여지는 스승에 대한 존대와 존경은 보이지 않는다. 최용술의 대형 사진이 붙어있는 도장에서도장에서도 도주라는 거창한 명칭에 걸맞는 존경은 없다. 오히려 같은 뿌리에서 나왔음에도 다른 도장과는 기술이 다르다는 말로써 자신들만의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최용술이 들여온 기술과 현재의 자신들의 기술과는 사뭇 다르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이 자체가 기술적 전통을 부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본인처럼 여러 도장을 찾아다니면서 인터뷰해본 사람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배운 도장에서의 경험을 생각해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오히려 최용술에게서 배운 제자나 그들의 제자들이 자신들이 계파의 총관장으로 더욱 영향력이 크다. ( 아예 그런 영향력이란 것이 도장을 하나 세우거나 하는 외에는 없다고 할 만한 곳도 많지만)
다만 용술관이 자신들의 적통성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곳 관장님은 늦은 나이까지 최용술로부터 직접 전수받으셨고 그런 점에서 기술변용의 필요성이나 가능성이 적었기에 최용술의 기술을 ‘그대로’ 전술한다는 캣치프레이즈가 가능했고 또한 최용술이 마지막 의탁한 곳이라는 점에서 그러한 점이 더욱 강조된 것으로 보인다.
국술원과 최용술
국술원이 한국합기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나 미국내에서의 위상은 서인혁, 서인선형제의 카리스마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술은 서인혁이 창시자이자 조합자로 되어있을 뿐 최용술이 그들과 갖는 연계성은 드러내지 않는다.
서인혁씨의 나이로 보아 참으로 어린나이에 독자적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그가 주장하는 대로라면 궁중무술과 산사의 불가무술, 반가(班家)의 가전의 전통무술등을 종합하여 어린 나이에 국술을 만들었다는 것인데 독자성만이 강조될 뿐 최용술이나 일본무술로써의 다이토류우 아이키쥬우주츠(대동류 합기유술)와의 관계는 중시되지 않는다. 이점은 태권도가 카라테 그자체였던 시절에도 일본냄새를 지우기 위해 전통무술의 껍데기를 입혔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또 그것이 그당시의 무술인들의 별수 없는 선택이었고 그들의 아이덴티티의 부족은 그당시 그외 무엇으로도 메울 길이 없었던 것이다.
만약 국술원에서 이런 점들을 부정하기위해서는 자신들의 놀라운 3000수 넘는 기술들의 근원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궁중무술계통, 이것은 불가무술계통, 이것은 반가무술계통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지만 합기도를 조금이라도 배워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합기도와 국술은 기술적으로 본질적으로 같다고 할 수 있다. 대동류와 합기도의 차이점보다도 양자의 차이가 더욱 작다.
실제 서인선씨와 기도회와의 관계등을 놓고 보아도 그점은 분명하다.
국내의 대동류,아이키도와 최용술
아직까지 최용술이 대동류와의 연계성이 문헌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다만 그가 다케다 소오가쿠의 직전제자로 몇십년이나 있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최용술 본인은 어찌됐든 일본에서 일본무술로써 대동류를 배웠음을 분명히 했다. (그점이 최용술 본인이 1950년대이래 그리 크게 성장하지 못한 주요한 이유중의 하나였지만)
다만 일본을 상징하는 이름인 대동(大東)류란 이름만큼은 도저히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해방이후의 사회상에서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합기도라는 문제성있는 명칭을 쓰게 된 것은 그러한 이유때문이었는데 혹자가 말하듯 아이키도의 한문을 그대로 갖고 왔을 수도 있지만 유도라는 명칭이 이미 있었고 다케다 소오가쿠가 카노 지고로의 강도관 유도에 대적감을 갖고 있었다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대동류합기유술에서 따올 부분은 사실 합기밖에 없기도 하고 현대 무술에 죄다 도(道)라는 명칭을 붙이기 때문에 합기도라는 명칭을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본인이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계제가 아니다.
그러나 1990년대 이래 한국사회도 본격적으로 국제적 조류에 올라타기 시작했고 이점은 사회전반적인 것이었고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기도 했다. 또한 이에 따른 다원화는 일본문화에도 예외가 아니었고 오히려 유일하게 공식라인이 닫혀있던 일본문화에 대해서 가장 직접적인 것이었다.
무술계에 있어서 이점은 최근 대동류를 직접 가르치거나 (수원의 홍문관 도장: 일본 대동류 싸이트에서 확인해본 결과 한국에 지관은 없다는 점으로 보아 독자적인 도장인 것으로 보임) 아이키도를 가르치는 인물들이 나타나는 것과 대비되는데 이러한 시대적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들도 다 합기도계의 인물들다. 대개 합기도 사범이나 관장출신이다. 예컨대 윤익암,오세용…..)
국기원에서조차 이제는 태권도의 뿌리가 카라테라는 것을 공공연히 얘기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할 수 있는, 지금은 그러한 시대인 것이다.
아이키도계에서 말하는 합기도와 아이키도의 차이는 조금 호들갑스럽다. 자신들이 아이키도에 처음 맞붙어보았을 때의 처절한 패배감을 강조하고 아이키도 기술을 몰랐을 때 너무나도 완전하게 제압되는 자신들의 모습에 놀랐으며 결국 아이키도에 귀의하게 되었다는 얘기들이 그러하다. 특히 윤익암의 경우 자신을 이제 족술을 전혀 쓰지 않는다고 공언하고 있다.
일본에서 한국의 합기도를 평가할 때 “이는 대동류이며 다만 실전적으로 기술의 움직임이 짧고 단선적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고 하는 정도이다. 다만 족술에 대해서는 카라테 기술이 도입된 것으로 본다.
아이키도의 커다란 동선과 부드러운 동작과는 비견되는 대동류의 부드러움 속에서의 격렬함은 합기도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다만 족술이 강조되고 경기가 활성화됨에 따라 점차 대동류본연의 모습이 퇴색된 것만은 사실인데 이러한 점에서 최용술당시의 술기와 지금 우리도장에서 가르치는 술기는 실상 다른 것이다 하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이점에 대해 본인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합기도 역시 태권도의 발전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는데 그중에 하나가 시합이라는 형식의 대련이었고 여기에서 오늘날 우리가 보듯이 족술이 그 중심에 서게 되었다. (나는 합기도 시합에 왜 술기가 없냐고 반론을 펼치는 사람 머리속에 도대체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도대체 그 아마추어 킥복싱시합 같은 합기도 시합에서 족방어술로 넘어뜨리는 걸 보고 합기도 시합에 왜 술기가 안쓰이냐고 주장하는 것인지 참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관절파괴가 주가 되는 유술기술은 점차 호신술이란 이름의 별 볼 일 없는 것이 되어간 것이고 합기도가 합기도 아닌 시합을 하게 된 것이 그 이유다.
현재 합기도 커리큘럼에서 족술과 술기의 시간투자 비율은 이미 역전되어 있는 상태다. 물론 몇몇도장은 ‘족술은 술기를 배우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하는 곳도 있기는 하다(예컨대 수도관 같은 곳)
상식적으로 투자하는 전시간을 술기만 하는 다이토류우나 아이키도에 비해 우리는 술기 연습이 부족하다. 거기다 족술위주의 태권도 시합 같은 시합을 대비하여 연습하는 엘리트합기도에서는 더욱 그러하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