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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서북릉 산행기
1. 코스 : 경주-인천공항-장춘공항-연길공항-이도백하-5호 경계비-청석봉-백운봉-녹명봉-용문봉-달문-천지-장백폭포-천문봉-용정중학교-두만강-심양-인천공항-경주
2. 일정 : 2003년 8월 13일-경주-서울-인천공항-장춘공항-연길공항-이도백하(첫째 날)
2003년 8월 14일-이도백하-백운산장-서파-5호 경계비-옥두봉-마천우-청석봉-백운봉-녹명봉-용문봉-달문-천지-장백폭포-이도백하(둘째 날)
2003년 8월 15일-이도백하-천문봉-온천-용정중학교-두만강-연길-심양(셋째 날)
2003년 8월 16일-심양-인천-서울-경주(넷째 날)
3. 함께한 산꾼 : 이구님, 김천태님, 강희식님, 김지태님, 김지홍님, 김우진님, 김천호님, 송영숙님, 조정숙님, 조유선님, 권종훈
8월 15일 비몽사몽간에 모닝콜을 받고 산행준비를 한 후 4시 20분 숙소를 출발하여 4시 50분 해발 1000m의 북백두 산문(중국은 문을 중시 여겨 산 입구에 문을 세워둠)에 도착하니 아직도 문이 잠겨 있다.
가이드가 내려서 한동안 알아보고 오지만 지금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한다.
다시 가이드가 가서 겨우 출입을 승낙 받고 들어가지만 여기서 우리는 17분이라는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5시 7분 산문을 들어서게 되고 5시 30분 천문봉 갈림길에 도착하니 도로에는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고 짚차 기사 아저씨는 숲속으로 올라가면서 빨리 따라오라고 한다.
모두들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짚차에 몸을 실고 올라가는데 5시 35분 차안에서 일출을 구경하게 된다.
내려서 사진이라도 한 장 찍고 싶지만 기사 아저씨는 못들은 척 올라가기에 정신이 없다.
민족의 성산 백두산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너무 멋있고 장엄한 일출이었기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많이 남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남들보다 좀더 부지런해야 귀한 행운도 얻을 수 있음이 백두산 자락을 올라서면서 깨달음의 감회로 와 닫는다.
만약 산문에서 바로 통과만 했더라도 천문봉에 올라서서 일출을 볼 수 있었을텐데...
하지만 부족한 말이나 글로 두서없이 백두산의 일출 모습을 표현하려 함은 백두산 일출에 대한 한없는 모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천문봉은 1958년 봉우리 북쪽에 백두산 천지 기상관측소를 세운 뒤부터 기상대를 상징하여 천문봉이라 하며 봉우리 바로 아래까지 차량이 올라가 5분이면 2670m의 천문봉 정상에 올라설 수 있으니 5시 54분이다.
천문봉은 모래와 용암분출로 생긴 현무암과 뒤섞여 있으며, 북한 경비 초소가 상당히 가까이에 다가와 보이고 해는 떠 있지만 천지는 각 봉우리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어 어두컴컴한 상태이고, 아직도 하늘과 천지에는 두 개의 보름이 조금 지난 둥근달이 두둥실 떠 있다.
한동안 어제 걸어온 길을 쳐다보면서 기념촬영과 조망을 즐기다 6시 20분 능선을 따라 하산을 한다.
천문봉 기상대에서 조금 내려온 해발 2415m 정도 되는 지점에서 많은 양의 물이 흘러내리며 이 근처에서 민생고를 해결하고 7시 다시 출발을 한다.
우측으로는 천문봉 올라가는 도로가 굽이굽이 휘돌아가고 좌측으로는 용문봉에서 소천지로 내려가는 능선사이 계곡에 있는 온천호텔과 장백폭포를 내려다보면서 능선 초원지대를 따라 계속 내려간다.
7시 40분 장백폭포의 휘날리는 물보라가 햇빛을 받아 오색찬란한 무지개 빛깔로 수시로 변하고 68m의 물줄기는 멀리서 보아도 살아서 꿈틀거리듯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으며 우측 콘크리트벽은 만리장성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7시 49분 소천지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한 무리의 새떼들이 날아다니고 우측은 계속해서 초원지대를 이루고 좌측은 계속된 절벽 낭떠러지이다.
아직도 나무는 자라지 못하고 8시 10분 2100m 정도에서 수목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천문봉 올라가는 도로를 만나게 되는데 승용차와 짚차들이 무엇이 그렇게도 급한지 빠른 속력으로 올라가고 있다.
8시 30분 스키장 슬로프가 설치되어 있는 도로 건너편에는 비석이 세워져 있으며 많은 내용(전부 한문)이 적혀 있지만 그 중에 高山苔原帶라는 글이 눈에 띈다.
슬로프가 설치되어 있는 옆길로 내려가니 스키장에는 많은 야생화들이 만발하여 자신들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으며 8시 43분 장백폭포 올라가는 도로에 도착하니 장백폭포의 시원한 물줄기를 아직도 볼 수 있다.
8시 49분 버스에 올라탄 후 9시 장백온천에서 목욕을 하는데 입장료가 중국 돈으로 80원이나 할 정도로 비싸지만 시설은 형편이 없다.
목욕을 마치고 9시 40분 온천을 출발하여 용정을 향해 내려오는데 엄청난 차량들이 도로 옆에 주차되어 있어서 통행에 어려움이 많으며 짚차 주차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10시 40분 이도백하에 도착하니 마침 장날이라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지만 도로를 무단횡단 하는 등 질서라고는 찾아보기 힘든다.
잠시 과일을 사기 위해 주차를 해 있는 동안 장사꾼들이 물건을 가지고 와서 사라고 하며 심지어 북한 지도자와 관련된 책을 사라는 사람도 있다.
이도백하를 지나면서 정말 날씬하고 멋들어진 미인송(적송보다는 조금 흰색 껍질)들이 하늘로 치솟아 있고, 11시경부터 논, 밭이 많이 나타나고 주로 밭에는 옥수수와 콩을 재배하고 우마차들이 종종 다니고 있다.
11시 23분 비포장 도로에서도 도로 통행료를 받고 있으며 비포장 도로를 한동안 가다가 길가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한다.
쉬는 휴게소마다 공통적으로 팔고 있는 것은 장뇌삼과 상황버섯들이며 전부 가짜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옆에는 커피 파는 아가씨가 있어 한잔에 1000원을 받으니 상당히 비싼 것 같다.
비포장도로에서 빠른 속도로 차가 달리다보니 덜컹거림에 소화가 절로 되지만 도로 상태는 양호한 편이고 13시 48분 비포장도로를 벗어난다.
중간에 북한에서 직접 운영하는 전시관에 들러서 여러 가지 설명을 듣고 물건을 사라고 하지만 모두가 가격이 너무 비싸다.
벌써부터 배속에서는 빨리 밥을 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는데...
가이드는 우리들의 배속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용정중학교에 먼저 들렀다가 점심을 먹겠다고 한다.
이곳 용정은 우리동포인 조선족이 26만명이 살다보니 시민의 80%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도문과 연길, 훈춘, 화룡 등에도 많은 조선족들이 생활터전을 마련하여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멀리 일송정의 정자와 소나무가 바라다 보이지만 최근에 심은 나무와 정자라 하며 해란강의 용문교를 지나 14시 15분에 용정중학교에 도착해서 윤동주 시비 앞에 멈추어 선다.
시비에는 그의 대표작 '서시'가 각인되어 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2층 기념관에는 그가 해방 6개월전 29살의 꽃다운 나이로 일본에서 옥사하여 용정에 묻힌 그의 피맺힌 절규를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기념관을 둘러보면서 안내원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14시 45분 용정중학교를 출발하여 5분 거리에 있는 식당에 도착한다.
2층 식당에 차려진 푸짐한 식사는 모처럼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들인데다 늦은 점심식사라 모두들 맛있게 잘 먹었다.
식사 후 1층으로 내려와 커피를 한잔씩 마시면서 기념품들을 구경하고 15시 10분 용정을 출발하여 두만강으로 향한다.
두만강까지는 도로가 잘 닦여져 있다.
그런데 한족기사(우리말은 전혀 못함)가 문제다.
지금까지 도로 사정이 나쁠 때는 엄청난 속도로 달리면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더니 오히려 좋은 길에서는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달린다.
정말 믿을 수 없는 기사다.
제일 앞자리에 앉아서 경치구경을 하면서 지켜봤지만 몇 차례나 아슬아슬한 곡예운전을 펼치곤 했는데...
두만강에 16시 39분에 도착하여 기념사진을 촬영할려니 이곳에서도 요금을 받은 후 사진촬영을 허락한다.
두만강에는 보트를 타는 사람도 있고 요금을 내고 국경에 있는 다리를 경계지점까지 걸어갔다 오는 사람들도 있는데 다리의 삼분의 일 가량은 중국 땅이고 삼분의 이 정도는 북한 땅이라 하며 다리의 페인트 색깔로 구분할 수 있으며, 북한에는 흰색건물들과 산을 개간한 모습이 여기저기에 보인다.
상점에는 백두산 들쭉술을 한병에 만원이라 하는데 그 유명한 백두산 들쭉술이 만원이라...
망설이고 있는데 김천태 회장님이 한병을 사서 마시자고 한다.
한잔씩 나누어 마시는데 병은 진짜인데 술맛은 완전히 아니올시다.
이렇게 가짜 물건을 진짜 물건처럼 팔다니 이런 행위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고 조선족들도 더 많은 욕을 먹게 될 것이다.
17시 20분 두만강을 출발하여 18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연길에 도착하여 모두들 시간도 있으니 발마사지를 받자고 한다.
그런데 발마사지는 해 주지를 않고 쓸데없이 전신마사지만 해 주니 역시 잘못된 것이다.
1시간 동안 맛사지를 받고 저녁식사를 하러 미리 예약을 해 둔 단고기 집에 도착하니 오늘따라 노인절이라 빈방이 없어서 한동안 기다리다가 겨우 지하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지만 더운 날씨에다 에어컨 시설은 엉망이고 통풍이 되지를 않아 역겨운 냄새를 참느라...
다른 분들은 멍멍탕을 잘도 먹는데 조유선님과 김천호님, 그리고 저는 멍멍탕을 먹지 못해 다른 음식들을 시키지만 멍멍이 집이라서 그런지 맛이 별로다.
모두들 배부르게 먹은 후 이제 연길공항을 거쳐 심양으로 떠나기 위해 21시경 식당을 나서게 된다.
연길 공항은 바로 근처에 있어서 금방 도착한다.
수속 절차를 밟은 후 대기하고 있는 동안에 대나무통에 든 술을 4통 사서 돌아오니 조선족 가이드가 백두산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순간 모두들 걱정의 표정이 역력하다.
마침 이구 대장님이 국제용 휴대폰이 있어서 각자 집으로 연락을 취한다.
저도 집으로 연락을 하니 9시 뉴스에 보도가 되어서 주위분들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고 한다.
걱정하지 말라는 안부를 전하고 전화를 끊는데 비행기가 많이 연착을 할 것 같다고 한다.
시간이 되어 검색대를 지나가는데 조금전에 산 대나무통술은 가져갈 수가 없다고 한다.
출발시간도 다 되어가니 하는 수 없이 4통의 대나무술을 모두 가이드에게 주어버리고 검색대를 통과한다.
조금은 아깝지만 어찌하랴!
30여분 연착한 후 비행기는 이륙을 하고 심양공항에 도착하니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다가 친절하게 우리를 맞이해 준다.
심양공항에서 우리가 머무를 칠보산 호텔까지는 빠르면 40분이고 늦으면 1시간 가량 걸린다고 하면서 가는 동안에 이것저것 많은 것을 설명해 준다.
상당히 해박한 지식을 가진 가이드로서 저 정도는 되어야 진정한 가이드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호텔에 도착하니 8월 16일 1시가 넘어 있었다.
이곳 칠보산 호텔은 북한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호텔앞에 인공기가 게양되어 있으며 시설은 상당히 잘 되어 있어 이틀동안 머물렀던 이도백하의 호텔과는 비교가 되질 않는다.
늦은 시간에 여장을 풀고 샤워를 한 후 피곤한 몸을 자리에 눕히니 금방 꿈나라로 빠져든다.
6시경 모닝콜이 울리고 일어나 샤워를 한 후 짐을 챙겨서 6시 40분경 식당에 도착하니 아직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7시부터 아침식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식사를 한 후 공항에 도착하여 가이드와 작별을 한 후 우리는 9시 40분경 비행기에 올라 잠시 눈꺼풀이 키스를 하고 있는데, 식사를 하라고 한다.
식사와 함께 김지태 사장님이 주는 폭탄주를 마시고 조금 있으니 인천공항 상공을 비행하고 있으며 20여분 후에 착륙을 한단다.
맑은 날씨라 아래로는 바다와 섬과 배들이 점점이 보이고 인천공항도 보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착륙을 하고 짐을 찾아 대합실에 나오니 12시가 넘었다.
송영숙님의 화물에 문제가 발생해서 1시간 가량 기다리다 인간사 회자정리라 했든가, 하는 수 없이 먼저 작별을 하고 버스에 올라타니 잠시 후 버스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2시 20분이다.
매표소를 찾아 표를 사니 2시 30분 차가 있다면서 빨리 가면 탈수 있다고 한다.
마침 버스는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조금만 늦었더라도 30분을 더 기다려야 할 뻔했다.
차에 올랐는데도 육체는 비록 피곤하지만 마음만은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이번 백두산 산행은 처음 해외에 나가는 기회도 되었지만 그것보다는 좋은 분들을 만나 즐거운 산행을 할 수 있었다는 행복감이 넘쳐흐르는 산행이었기에...
그렇기에 백두산과 야생화 그리고 천지는 잊을 수 없다.
이제 백두산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본다.
어제까지만 해도 눈으로 보았던 민족의 성산 백두산이 이젠 마음 속에 자리잡았다.
앞으로 많은 날들을 눈을 감고도 백두산을 볼 수 있다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풍요로워짐을 느낀다.
황간 휴게소에 도착하여 라병태 총무님께 전화를 하니 마중을 나오겠다고 한다.
백두산을 가면서 돌아오면 산조아님들과 족구를 한게임 하고 쇠주라도 한잔하기로 했는데 마침 비가 내리기 때문에 족구는 취소되었고 바로 식당에서 모이기로 했다고 한다.
경주에 도착하니 7시 30분쯤 되었다.
총무님 차를 타고 집에 배낭을 던져둔 채 바로 모임장소로 가니 많은 분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환영을 해 준다.
가지고 간 대나무통술을 한잔씩 나누어 마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산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많은 분들이 뉴스를 보고 걱정과 염려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주위의 분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움을 주셔서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산조아를 비롯한 여러 친우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제 갈 수 없는 백두대간 구간을 제외한 나름대로 갈 수 있는 곳은 최대한 가까이 접근을 해보았다는 뿌듯한 자부심을 가지며, 백두대간의 넉넉함을 가슴속에 늘 간직한 채,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3박 4일 동안 고생하신 이구 대장님과 김천태 회장님을 비롯한 함께 한 여러산님들 화이팅!
거인산악회 화이팅!!
산조아 화이팅!!!
두서 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내 두루 평안하시고 건강하십시오
꾸 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