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장 한복 디자이너 효재의 아주 특별한 예단
수많은 신부의 예단 준비를 함께해온 한복 디자이너 효재. 그녀가 결혼을 앞둔 이들에게 친정 엄마의 마음으로 두런두런 들려주던 이야기를 이곳에 담았다. 본래의 의미를 함께 되짚어보고 효재만의 감각을 덧입혀 더욱 특별해진 예단 품목을 소개한다.
"마음은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보내는 것이라고 했어요.
받는 사람이 느낄 때 비로소 마음, 즉 정성이 되는 것이지요. 그러려면 품을 들여야 합니다."
옛날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비단입니다. 시집가는 신부가 평소에는 애지중지하던 이 귀한 물건을 시댁에 드리던 풍습이 바로 예단의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예를 갖춰 시어른께 보내는 선물이었던 것입니다. 받는 쪽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형편이 어려워 못 바꾸고 살던 옷가지와 살림살이를 자식을 결혼시키면서 새롭게 장만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어 예단이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예민한 문제가 되어버렸습니다. 집안마다 가풍이 다르고, 사람마다 기준이 따르기 때문에 이것에는 정답이 없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결혼하는 모든 신부에게 늘 ‘어려운 숙제’로 다가오는 것이지요. 어렵게만 느껴지는 예단을 보다 현명하게 준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한복 디자이너 효재는 중요한 건 바로 ‘마음을 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마음은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보내는 것이라고 했어요. 받는 사람이 정성을 느낄 때 마음이 제대로 전해지는 것이지요. 그러려면 품을 들여야 합니다. 현금만 덜렁 보내기보다는 예단비를 봉투에 곱게 싸고, 다른 선물도 색색의 보자기로 예쁘게 포장해 보내보세요. 이로써 선물에도 ‘격’이 더해져 받는 이에게 더 큰 가치로 다가가는 것입니다. 또 예단 품목을 고를 때도 품을 팔아야 해요. 아무리 간편하다고 해도 인터넷으로 손쉽게 구입하지 말고 손품, 발품을 들여 눈으로 보고 손으로 직접 만져보면서 정성으로 골라야 하는 것이지요.” 또 하나 그녀는 예단은 상대방이 받는 ‘선물’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라고 조언합니다. 가격대에 맞춰, 내 눈에 맞춰 고른 것은 결코 좋은 선물이 되지 못하겠지요. 특히 현물 예단에서 문제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인데, 이는 받는 사람의 취향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어렵더라도 사전에 시댁 어른들이 원하는 품목을 상의하고 준비하는 것입니다. 이때 신랑이 양가 집안을 오가며 중간자 역할을 잘해내면 신부 입장에서는 이때만큼 신랑이 믿음직스러운 때도 없다고 합니다. 이 두 가지 원칙을 더하면 예단은 ‘마음을 담은 선물’이라 정의 내릴 수 있겠지요. 의미와 정성을 더해 가치가 느껴지는 예단이라면 분명 주는 이와 받는 이 모두에게 기쁨이 될 것입니다.
(오른쪽) 실용성에 예를 더한 예단비 봉투
실속과 편리함 때문에 현금 예단을 보내는 경우가 늘었는데 이때 예법에 맞는 포장법이 중요하다. 먼저 깨끗한 백지나 한지로 만든 속지와 봉투를 준비한다. 속지 위에 예단의 품목과 금액, 일시, 아무개 배상이라고 쓴 뒤 양 모서리를 안쪽으로 모이게 접은 후 안에 현금을 넣어 봉투에 담는다. 또 봉투의 입구는 봉하지 않으며 근봉謹封이라고 쓰고, 이것을 다시 청홍 보자기에 싼다.
(왼쪽) 놋합에 담은 예단 떡
예단을 전달할 때 신부와 신랑이 함께 들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다과로 곁들일 만한 떡을 준비해 가면 보다 센스 있게 보인다. 한 번에 먹기 편하도록 작게 두 개로 나눠 포장하는 것이 좋다. 뚜껑도 그릇으로 활용 가능한 양면 놋합은 일상생활에서 사용 가능하다. 예컨대 높이가 낮은 뚜껑은 시어른 생신 떡 케이크를 담는 용도로 써볼 만하다.
(오른쪽) 시어른의 건강까지 생각한 놋그릇 5첩 반상기와 수저 세트
반상기를 보낼 때는 밥그릇 안에 찹쌀과 팥을 가득 담아 보내는 것이 전통이다. 먹고사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던 시절, 빈 그릇을 보내지 않는 것이 사돈댁에 대한 예의였던 것. 찹쌀은 두 집안의 다른 문화가 끈끈하게 이어지라는, 팥은 나쁜 액을 쫓고 복을 불러들인다는 의미가 있다.
(왼쪽) 보자기로 곱게 싼 시어머니 선물
요즘은 실용성을 고려해 예단을 시어머니가 원하는 품목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모피류 제품이나 명품 핸드백. 받는 사람의 취향을 고려한 실속 있는 선물을 색색의 예쁜 보자기로 곱게 포장해 정성까지 더한다면 금상첨화 아닐까.
(오른쪽) 정성으로 고른 예단 이불과 베개
옛날에는 친정어머니가 바느질해 만든 이불을 예단으로 보냈다. 이를 통해 시댁에서는 사돈댁의 바느질 솜씨를 엿볼 수 있었던 것. 완성품을 어떻게 포장해 보내는지도 그 집 안의 가풍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었다. 소개한 제품은 모두 효재.
제 2장 독자 리서치를 통해 본 2009 예단의 현주소
‘예단’을 주제로 <마이웨딩> 독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총예산에서 예단이 차지하는 비율, 구성과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문제점 및 해결책까지 예단의 현주소를 한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결혼 총예산에서 예단이 차지하는 비율은?
1-1 <마이웨딩>에서 독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 총예산에서 예단은 약 18%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결혼식 23%의 뒤를 잇는 비율로써 예물 16%, 신혼여행 9%보다 높은 수치였다. 예단의 전통적 의미와 형식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 비중이 높은 걸 보면 여전히 결혼은 집안끼리의 만남이라는 우리나라의 결혼에 대한 인식에는 큰 변화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
1-2 이번 리서치에서는 “당신의 총예단 예상 비용은 얼마인가요?”라는 질문에 전체의 44%가 ‘500만~1000만원’ 사이라고 대답했고 ‘500만원 이하’ 가31%, ‘1000만~2000만원 사이’가 18%로 뒤를 이었다. ‘2000만원 이상’이 3%를 차지한 것과 ‘5000만원’, ‘1억원’ 등이 기타 의견으로 나온 것도 주목할만한 점. 이들은 결혼 총예산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예단을 준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현금 예단비의 몇 %를 돌려받아야 적당한가”라는 질문에서는 ‘반은 돌려받아야 한다’는 대답이 총 61%로 절대적 우위를 차지, ‘1000만원을 보내고 500만원을 돌려받는’ 예단 풍습이 대부분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예단 구성은 현금과 현물을 동시에?
2-1 예단 형식이 많이 간소화되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결과도 궁금하다. “예단 구성은 어떻게 계획 중인가요?”라는 질문에 74%가 ‘현금과 현물을 동시에 준비’한다고 대답했다. 이는 절반이 훨씬 넘는 수치로 현금만 준비하기보다는 신부의 정성이 들어간 현물이나 선물을 함께 마련한다는 의미로, 예단을 시댁에 대한 예의라고 여기는 어른들의 생각이 크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금만 준비’ 16%, ‘양가 합의하에 생략’이라는 항목이 10%를 차지한 점에 주목하자. 형식적인 결혼 문화를 타파해 현금만 보내거나 ‘예단 안주고 예물 안 받기’ 등 실속을 생각하는 예비부부들도 늘어나는 것. ‘현물만 준비’가 0%로 오늘날의 예단에서 ‘현금은 필수’라는 것도 알 수 있다.
2-2 “현금 예단 준비 시 예상 금액대는 얼마인가요”라는 질문에는 ‘500만~1000만원대’가 53%, ‘500만원 이하’ 30%, ‘1000만~2000만원대’ 10%, ‘기타’ 7%로 나왔다. 앞서 본 예단 총비용과 비슷한 수치인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현금으로만 준비하거나 현물을 준비하더라도 어느 정도 금액(500만원대)의 현금 예단도 함께하는 오늘날의 트렌드를 보여준다. 아무래도 양가가 원하는 것을 애써 조율하기보다는 활용도가 높은 현금 예단으로 절충하는 경우가 많고 또 그만큼 예단 문화가 간소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현물을 준비하는 경우, 시부모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고 취향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갈등이 생길 여지가 있어 차라리 현금으로 준비하자는 실속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2-3 집안마다 가풍이 다르고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예단에는 정답이 없는 것이 사실. 그렇다면 현물 예단으로는 어떤 항목이 인기일까. “현물예단 준비 시 선택 예상 항목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다(복수 응답 가능). ‘반상기와 은수저’ 87%, ‘보료 등 침구류’ 77%, ‘시부모님 선물’이 46%, ‘시댁에 필요한 가전’ 15% 등의 결과가 나왔다. 과거 전통 예단의 필수 항목이었던 반상기와 은수저, 침구류가 여전히 예단 준비 필수 항목을 차지한 것이 흥미롭다. 예단의 의미가 전보다 퇴색했다고는 하지만 시부모님 한복이나 이불 세트, 반상기 세트 정도는 예를 갖추는 의미로 챙기는 것. 시어머니의 모피나 핸드백, 시댁에 필요한 TV, 김치냉장고, 컴퓨터 등의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시댁에 꼭 필요한 품목인 시어머니 한복, 시아버지와 신랑 정장, 침구 세트 정도를 준비하는 것이다. 실속 있게 상대방에게 필요한 품목을 선물하는 것이 오늘날 실용적으로 변화한 예단의 포인트가 아닐까. 이렇게 선물을 준비할 때는 사전에 시댁 어른들과 예단의 품목을 충분히 상의하는 단계를 거칠 것을 권한다.
2-4 또 하나 예단을 준비하면서 고민되는 것이 바로 범위다. “예단을 챙기는 시댁 가족, 친척의 범주는 어디까지인가요?”라는 질문에 절반이 훨씬 넘는 71%가 ‘부모, 형제 등 직계 가족만’이라고 대답했고 ‘부모님의 형제까지’가 20%, ‘기타’ 7%, ‘조부모님까지’ 2%가 뒤를 이었다. 대부분의 신혼부부는 직계 가족 위주로 준비하고 있으며, 조부모님이나 부모님의 형제 등은 한복, 현금 등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4촌 이상’은 0%로 응답이 하나도 없었던 반면, 기타 대답으로 ‘관계는 멀어도 부모님이 특별히 가까이 지내는 친척’, ‘시부모님께서 각별히 지내는 친구’, ‘시부모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따라서 모두 준비’ 등의 대답이 있었다는 사실. 이는 어떤 틀이나 형식에 얽매이기보다는 시댁 어른들과 가깝게 지내는 정도에 따
라 예단을 챙기는 친척의 범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단 준비하면서 겪는 갈등과 해결책은?
3-1 별 탈 없이 예단을 마무리하면 좋겠지만, 서로의 생각이 다르거나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아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이웨딩>은 2009년 현재 예비부부들은 예단 준비 시 어떤 문제로 갈등을 겪고 어떻게 해결하는지 물었다. “예단을 준비하면서 생긴 갈등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예산의 규모’가 39%, ‘가족의 범위’가 20%를 각각 차지했다. 얼마 정도를 보내야 하는지, 어느 범주의 친척까지 챙겨야 하는지 등은 얼마나 예산을 잡느냐에 대한 문제로 양가 어른들의 의견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아무래도 한 가정에 1, 2명의 자녀만 두다보니 한 번 결혼하는 데 제대로 챙겨 받고 싶은 시댁의 심리와 제대로 챙겨주지 않으면 나중에 딴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친정의 걱정이 뒤섞여 오해를 낳기도 하는 것이다. 혹시나 시댁이 과한 요구를 할 경우, 맞추기 위해 너무 무리해서 예산을 짜지 말고 시어머니께 친정의 의견을 전달, 대화를 통해 현명하게 대처하면 좋겠다.
이 외에도 ‘가풍의 차이’와 ‘주변의 시선’이 각 14%, ‘신랑과의 의견 차이’ 13% 등이 비슷한 비율로 뒤를 이었다. 아무래도 집안과 집안이 합해지는 것이 결혼인 만큼 다른 가풍의 차이를 무시할 수 없을 터. 여기에서 비롯된 신랑과의 의견 차이, 주변의 시선 등이 문제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때 신랑과의 의견 차이는 미리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예방할 수 있는 갈등이라 할 수 있다.
3-2 그러면 현명하게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예단을 준비하면서 갈등이나 고민이 생길 때 어떻게 조율할 생각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예비 신랑에게 의논’이 무려 60%를 차지해, 신랑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시댁과 예비 며느리인 신부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해야하는 예비 신랑의 경우,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보다는 상황에 유연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예비 신부의 하소연을 끝까지 들어주되 절충안을 마련하고, 끝까지 보듬어주는 끈기와 설득력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 뒤를 이어 ‘친정어머니께 말씀드려 어르신들끼리 조율’이 20%, ‘직접 시어른과 상의’ 13%의 비율을 차지했다. 아무래도 예비부부 당사자들보다는 어른들과의 갈등이 더 많기 때문에 직접 부딪쳐 조율하겠다는 신세대 예비 신부들의 성향이 반영된 것. 이 외에도 시댁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예단의 의미를 생각해서라도 ‘무조건 시어머니의 의견에 맞춘다’는 기타 의견도 나왔다. 신부에게는 늘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는 예단을 현명하게 준비하는 방법은 양가 어른들과의 의견 조율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각 집안이 서로 생각이 달라 나중에 오해가 생길 수 있기에 충분히 의논해 적정선을 찾는 것이 기분 좋게 예단을 주고받는 방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 위의 결과를 다시 한 번 정리해보면, 2009년 현재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은 예단 비용으로 500만원에서 1000만원 사이를 잡는 경우가 가장 많고 현금과 현물을 함께 준비하는 경향이 높다.
이때 현물은 반상기, 이불 등의 전통적인 품목 외에도 시부모님의 선물이나 시댁에 필요한 가전제품을 함께하거나 아예 대체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예단 전체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승, 현금을 섞어서 하거나 현금 예단만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시댁의 직계 가족이나 부모님의 형제까지는 격식을 차려 예
단을 준비하지만, 이외에도 시댁과 각별한 사이의 어른들께도 성의껏 정성을 표현하기도 한다. 주로 가족의 범위나 예단 비용으로 갈등을 겪지만, 자기주장이 뚜렷한 신세대답게 예비부부 둘의 의견을 조정한 뒤 어른들과 대화를 시도하며 풀어나간다. 어느 정도 전통적인 의미는 퇴색했지만, 현대에 맞게 재해석되며 또 다른 트렌드를 형성해 새롭게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오늘날의 예단. 너무 다른 이들의 형식에 얽매이기보다는 각 집안의 가풍과 가치관, 개성에 따라 합리적인 절충안을 만들면 그게 바로 현명한 예단 아닐까.
제 3장 전문가와 함께 예단 숙제를 풀다!
‘현금 예단은 얼마나 해야 할까’, ‘무슨 선물을 보내야 좋아하실까’, ‘냉장고가 낡았다는데 바꿔드려야 하나?’ 등 예비 신부들의 예단에 대한 궁금증은 끝이 없다. 웨딩 플래너, 한복 디자이너 등 웨딩 관련 전문가들이 이런 답답함을 속 시원히 풀어주는 명쾌한 해법을 전한다.
"예단을 준비할 때 시어머니와의 대화가 가장 중요해요.
원하시는 바를 알면 같은 돈을 지출하더라도 만족도가 높은 예단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윤진영(32세, 4월 결혼 예정) 결혼 준비는 다 끝나고 예단 보내는 일만 남았습니다. 이제 결혼식이 눈앞인데 늦지 않은 건지 모르겠어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절차가 궁금합니다.
A 써니플랜 최선희 대표(이하 최선희) 먼저 시댁 어른들의 의중을 파악한 후 예단의 규모와 품목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그다음 현물과 현금을 어느 정도 비율로 할지 결정하고 현물은 침구류, 맞춤 양복 등 오래 걸리는 것부터 마련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예단을 전하는 시기는 결혼 한 달 전쯤이 적당해요. 시댁에서 이를 받아 친척들에게 전달하고 신부 쪽에 다시 보내기도 하므로 너무 늦지 않아야 합니다.
Q 조혜경(30세, 8월 결혼 예정)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을 보니 현금 예단에 현물 몇 가지를 함께 드리거나 현금 예단만 드리는 경우로 나뉘더라고요. 아무래도 현금 예단만 하면 성의 없어 보일 듯한데, 현물 예단도 같이하는 게 좋을까요? 요즘은 예단을 어떻게 구성하나요?
A 백옥수 한복 조미라 실장(이하 조미라) 시댁에 보내는 선물인데 덜렁 현금만 보내면 정성이 부족해 보일 수 있어요. 아무리 간소화되었다고 해도 현금 예단만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현물을 함께 보내는 추세입니다. 기본적으로 챙겨야 할 품목으로는 반상기, 은수저, 한실 이불, 시어머니 한복, 시아버지와 신랑 정장이 있어요. 예식 당일 시부모님이 입을 한복과 양복은 다른 날 맞췄더라도 예단 가는 날 함께 드리는 게 보기 좋습니다.
A 메리앤메리 정효진 대표(이하 정효진) 전통적으로 반상기는 며느리가 시부모님께 따뜻한 식사를 올리겠다는 의미가 있어 격식을 중시하는 집안에서는 꼭 예단 품목에 포함했습니다. 밥상 하나를 차릴 수 있는 한 벌의 그릇을 말하며 단반상기, 5첩 반상기, 7첩 반상기, 9첩 반상기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시어머니와 의논해 이것 대신 홈 세트를 보내는 경우도 많아졌어요.
또 반상기와 짝을 맞춰 은수저를 함께 보냅니다. 예단 침구는 요와 이불, 베개 2개, 방석 2개가 세트로 구성되는데 목화면 또는 천연 명주솜을 사용한 고급품으로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색상은 황금색과 대추색이 어우러진 것이 인기 있고 카키, 아이보리, 연한 벽돌색 등도 무난합니다.
Q 김혜영(33세, 6월 결혼 예정) 이불, 반상기 등 품목마다 시부모의 장수나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고 들었어요. ‘남들 다 하니까 해야 하나 보다’라는 것보다는 어떤 뜻이 담겼는지 알고 전하면 더 좋을 듯싶습니다.
A 조미라 이불은 ‘허물을 덮는다’는 의미로 친정어머니가 시집가는 딸의 모자란 점을 예쁘게 봐달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또 시부모님이 평생 따뜻하게 덮고 자는 이부자리를 책임지겠다는 뜻이고요. 반상기는 신부가 시집가서 처음으로 시부모님 밥상을 차려드릴 때 새 그릇에 담아 올리며 앞으로의 식사를 챙겨드린다는 의미, 은수저는 건강을 살펴드린다는 의미랍니다.
Q 정지선(28세, 5월 결혼 예정) 시어머니께서 현물 예단은 필요 없다고 하셔서 현금 예단만 드리려고 합니다. 액수를 어느 정도 보내야 할지 고민이에요. 집안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보통 어느 정도가 적정 수준인가요?
A 조미라 말씀하신 것처럼 가풍과 집안 사정에 따라 제각각이기 때문에 정답이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500만~1000만원 정도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요. 요즘엔 신혼집 마련 비용을 어떻게 분담했는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신부가 비용을 보탰다면 대신 예단 규모를 줄이고, 신랑 쪽에서 자가로 준비했다면 예단비가 커지는 식이지요.
Q 정지영(35세, 4월 결혼 예정) 주변에 예단 때문에 트러블이 생기는 커플을 가끔 봤기 때문에 저도 고민이 많습니다. 시어머니 될 분과 얘기를 많이 하라고 하던데, 저는 도통 말 꺼내기가 어렵기만 해요. 현명하게 예단을 준비하는 방법이 없을까요?
A 정효진 예단을 준비할 때 시어머니와의 대화가 가장 중요해요. 원하시는 바를 알면 같은 돈을 지출하더라도 만족도가 높은 예단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신부가 직접 시어머니께 묻기보다는 신랑이 중간자 역할을 해주는 게 좋습니다. 어머니와 차 한 잔 하며 의중을 파악해 신부에게 전달해주고, 먼저 결혼한 형제가 있다면 어느 정도 규모로 준비했는지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Q 이지나(28세, 7월 결혼 예정) 시어머니께서 반상기, 은수저 등은 신랑 형님 결혼할 때 이미 받으셨다고 해요. 그래서 다른 품목을 보내고 싶은데 요즘 시부모님들이 선호하는 인기 현물 예단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정효진 현물 예단은 받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품목이 무척 다양합니다. 요즘에는 TV, 냉장고, 세탁기, 압력밥솥 등 가전제품이 인기에요. 시댁에서 실용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므로 어떤 것이 필요한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외에 해외여행을 보내드리거나 형편이나 취향에 따라 명품 브랜드 핸드백이나 모피 코트, 보석 등을 더하기도 합니다.
Q 김선영(34세, 6월 결혼 예정) 신랑을 통해 넌지시 시어머니 의중을 여쭤봤더니 원하시는 품목과 액수가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부담스럽습니다. 형편상 다할 수가 없는데 이럴 땐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A 최선희 무리하기보다는 예산 내에서 준비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단, 시어머니가 하신 말을 모른 척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 정중히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세요. 무엇보다 가능한 금액 안에서 정성껏 보내는 게 중요합니다. 현물 예단의 경우 원하시는 품목 중 경중을 따져 꼭 필요한 몇 가지를 구입해 보내는 것도 방법이고요.
Q 조은주(29세, 5월 결혼 예정) 시부모님 외에 친척들에게도 예단을 드리려고 합니다. 친척의 범주를 어디까지 생각해야 할지, 현물이나 현금은 어떤 품목을 어느 정도 드리는 게 적당한지 궁금합니다.
A 조미라 시조부모, 시부모, 신랑의 형제자매, 신랑의 삼촌과 고모 정도까지 챙기는 것이 보통입니다. 또 촌수를 따지기보다는 시댁과 가깝게 지내는 정도에 따라 예단을 준비하는 경우도 많으니 이 또한 시어머니와 의논해 정하는 것이 좋겠지요. 친척들의 예단은 현금 예단에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따로 현물로 마련한다면 상품권이나 은수저 세트, 여름용 차렵이불 등이 적당합니다.
Q 윤경희(32세, 7월 결혼 예정) 같은 예단이라도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더 고급스럽게 보이더라고요. 어떻게 보내야 예법에 맞는지, 좀 더 정성스럽게 보이는 방법은 없는지요.
A 정효진 현금 예단은 먼저 깨끗한 백지나 한지로 만든 속지와 봉투를 준비하세요. 속지 위에 예단의 품목과 금액, 일시, 아무개 배상이라고 쓰고 세 번 접어 그 안에 현금을 넣은 후 봉투에 담습니다. 봉투의 입구는 봉하지 않으며 근봉謹封이라고 쓰고 다시 정성스럽게 청홍 보자기에 쌉니다. 또 현물은 품목별로 정성스럽게 포장한 뒤 보자기에 싸거나 큰 가방에 넣어 들고 가되, 역시 깨끗한 백지나 한지에 품목을 적고 겉봉에 물목物目이라고 쓴 봉투를 함께 전달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Q 임선숙(26세, 5월 결혼 예정) 예단을 보낼 때 꼭 지켜야 할 예법이 있는지요. 또 전할 때는 누구와 동행하는 건지 궁금하고, 적당한 옷차림에 대한 조언도 부탁드립니다.
A 최선희 원래 신부의 남자 형제와 함께 가거나 남자 형제가 없으면 삼촌이나 사촌 오빠가 동행하는 것이 전통입니다. 요즘에는 신랑과 둘이서 가는 경우도 많아요. 예단을 전한 후 보통 식사를 하게 되니 이때 움직임이 불편하지 않은 단정한 정장 차림이나 여성스러운 원피스 정도면 좋겠지요.
Q 김선란(32세, 4월 결혼 예정)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 중에는 예단 편지를 써 보내 시부모님께 칭찬을 받았다고 해요. 저도 쓰고 싶은데 이때 지켜야 할 형식이나 들어가야 할 내용이 있나요? 그리고 이외에 예단을 전할때 좀 더 센스 있게 보이는 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A 정효진 전통적으로 예단 편지라는 것은 없으나 요즘 신세대 신부들이 시부모님께 애교 있게 편지를 적어 보내기도 합니다. 특별한 형식은 없고 마음에 있는 말을 정성껏 쓰면 됩니다. 자신을 며느리로 맞아준 시댁 어른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앞으로의 결혼 생활에 대한 본인의 마음가짐을 전하세요. 이 밖에 보내는 이의 성의가 느껴지도록 예단 떡이나 꽃 등을 함께 드리는 것도 좋습니다.
Q 김영모(31세, 6월 결혼 예정) 결혼을 앞둔 신랑입니다. 신부 쪽에서 곧 예단을 보낸다고 해요. 받은 현금 예단 중 어느 정도를 돌려보내야 하는지 적당한 수준이 궁금합니다. 지켜야 할 예법도 좀 알려주세요.
A 정효진 예단은 손으로 건네받는 것이 아니라 작은 탁자에 붉은 예탁보를 깐 후 그 위에 받쳐 받는 것이 예의입니다. 돌려줄 때는 ‘봉채封采’라고 쓴 봉투에 돈과 함께 예단 서식지를 작성해 넣은 뒤 붉은색 예단보에 포장해서 보내야 합니다. 이때 금액은 꼭 얼마를 돌려줘야 한다고 정해진 것은 아니며 요즘엔 보통 받은 것의 절반 정도를 보내는 게 관례입니다. 신부 측에 잘 받았다는 감사 인사를 전하고, 처가 어른들을 위한 선물 한두 가지를 함께 보내면 더 센스 있어 보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