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대배치 받고 하루가 지나자마자 공설운동장으로 훈련을 나갔습니다.
그때는 대학생들이 아직 개강을 하기 전이라 데모가 없었는데 이 방학기간 끝무렵에 모두가 두려워 하는 진압검열이 있습니다.
이는 데모 때문에 느슨해진 훈련을 강화하고 군기를 세우는 일환으로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훈련 점검입니다.
1년에 2번(8월말, 2월말) 있는데 경찰 최고 부서에서 주관하고, 전국의 모든 전경 부대의 등수가 매겨지며, 높은 성적을 받은 중대장(경감)은 높은 인사고과를 받기에 죽기살기로 훈련을 시킵니다. 그 어떠한 얼차려를 주어도 지휘관들은 모른체 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훈련 강도가 세고 훈련 종목도 다양합니다. 내무반 분위기도 최하로 다운되고 고참들이 집합거는 일이 다반사가 됩니다.
바로 이런 시기에 신병으로 들어갔으니 분위기 엉망에 듣도 보도 못한 생전 처음 보는 훈련을 시간이 없다고 다짜고짜 시키니 제대로 할리가 만무했습니다.
2명이 행정반 요원으로 빠지고 11명이 경찰 봉술, 체포 호신술 훈련을 하는데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동작이 수십가지나 되고 외우기도 버거운데 동작도 정확해야 하니 훈련이 진척이 안되었습니다.
그러자 고릴라 같은 덩치가 흥분하며 달려 오더니 " XXX들~~ 이거 밖에 못해~~~~~~~" 라고 고함치며 있는 힘껏 우리들의 가슴을 가격했습니다.
2대 정도 맞은 것 같았는데 가슴뼈가 스프링 같이 들어갔다가 튕겨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숨을 쉴수가 없었습니다.
제길~ 바로 앞에 있는 버스안에는 지휘관이 타고 있었는데 우리가 보이지도 않는가~~~
경찰 봉술은 20가지 정도의 동작이 있고 체포호신술도 비슷합니다.
그저 정확한 동작으로 시늉만 하는 것이지 실전에서 써먹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경찰 봉술은 짧은 경찰봉으로 여러가지 타격법을 시현하는 것이고, 체포호신술은 범죄자들을 연행할 때 쓰는 방법입니다.
실전에 써먹지는 않지만 훈련의 기본이 되는 터라 검열에서도 제일 처음 하는 동작들입니다.
고참들의 위협이 계속 되다가 우리 신병들을 뺀 나머지 모두가 중대장의 지휘로 진압훈련을 한다고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였습니다.
모두 안심을 했지만 나는 그 동작들을 완전히 하기 전까진 안심할 상황이 안되니 쉬는 시간에 빨리 그 동작들을 외우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도 정신없이 외우려고 했습니다. 사형수 같은 절박함으로...
안외워지면 고릴라의 주먹을 생각했습니다. 동기들은 잡담을 하는데도 난 계속 외우기만 했습니다.
물론 이런 결과는 나중에 극명하게 나타났습니다.
훈련을 하는데 나를 뺀 동기들 모두의 동작이 똑같는데 나만 달랐습니다.
순간 동기들은 물론 고참들까지도 당황해 했습니다. 하지만 난 속으로 틀림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나의 동작이 맞았고 동기들 모두가 틀린 것이었습니다. 동기들은 얼차려를 받았고 난 고참들로부터 인정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고릴라의 주먹 덕분이었습니다.
그런 훈련을 받고 있는데 고참들끼리 우리를 진압검열에 참여시키느냐 마느냐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을 들었습니다.
검열일이 3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10가지나 되는 검열 종목 모두를 마스터 시키는 것이 가능하느냐인 것이었습니다.
" 워메~~ 잘못하면 반 죽겠네~~ 초보훈련 종목 가지고도 헤매는데 그 많은 종목을 어떻게 3일안에 하는가~~~"
그렇게 속이 타들어가고 있는데 천만다행으로 봉술과 체포호신술만 하고 나머지는 빼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십년감수를 하였습니다.
허나 봉술과 체포호신술 뿐만 아니라 발구르기까지 하여야 했고 대열에 맞춰서 서는 요령까지 알아야 했기에 그다지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후일 본게임에 비하면 새발에 피도 안되는 훈련이었습니다.
검열일이 되어 모두 긴장된 표정으로 공설 운동장에 들어섰는데 전북의 모든 전경부대가 모여서 장사진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그 넓은 공설 운동장의 공터가 전경들로 가득찼습니다. 사진을 찍었다면 장관이었을텐데~~
우리 중대가 선임중대라 제일 먼저 봉술과 체포호신술 시현을 하였습니다. 이때 흰장갑을 끼는데 미끄러워서 봉을 놓치면 끝장입니다.
다행히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고 동작이 완료된 후 고래고래 있는 힘껏 구령을 부치고 있는 힘껏 발을 구르며 시범 장소를 빠져나갔습니다.
모든 검열이 끝났는데 아무런 지적도 나오지 않았고, 중대장이 열심히 해주었다고 치하해 주었습니다.
이 검열에 대해 나중에 나온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우리부대가 자그만치 전국 수백개 중대 중에서 2등을 한 것이었습니다. 전북에서는 당연히 1등이었고~~~
1등은 서울의 교도중대가 했는데 이 부대는 시위진압 없이 밥먹고 훈련만 전문으로 하는 부대이니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 그러니 내가 얼마나 군기가 센 부대에 들어온 것인가~~ 잘못 걸려도 된통 잘못 걸렸구나~~~"
이 걱정은 바로 현실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