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여행하면서 사유한 것을 '사진과 글로 기록하기'에 관하여 생각해 왔다. 문학에서는 오래 전부터 기행문이라는 형식으로 단편과 중장편 속에 들어 있었고, 사진에서도 거리사진의 역사(The History of Street Photography) 속에 자리를 차지하며 적지 않게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기록하고자 하는 여행사진은 사진과 글 중에 어느 것이 더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서로를 보충하며 여행을 적절하게 말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이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글이 온전히 여행을 기록하기에는 시각이 부재하고, 사진만으로 여행을 전달하기에는 의미의 좌표가 상실되어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이 작은 틈에서 하는 일은 이동하는 경험들을 사진과 글, 다시말해서 이미지와 텍스트가 서로 보충하면서 어떻게 여행에 관한 '시각적 글쓰기(Visual Writing : 이 용어는 지금 방금 자발적으로 만들어 짐)'를 재현하는가를 기술하는 것이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우울함을 남겨 놓고 지난 3. 19일 수요일 오후 17:10 분발 유나이티드 에어라인(UA 892편)을 타고 인천공항을 출발하게 되었다. 전 날에 백교수님과 BSU(Boise State University) 부총장 마틴(Martin Schimpf)과 교육공학과 학과장 브렛(Brett E. Shelton), 리터러시학과장 스탠(Stan Steiner) 그리고 어학원 교수 케이트(Kate Udall)를 유성 홈플러스에서 만났기 때문에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공항버스를 타고 가서 인천에 12:00 경에 도착하였다.
표를 받고 짐을 나누어 쌌더니 운반료가 53만원이나 나왔다. 책 때문에 그렇게 나온 것 같다. 현대카드에서 나오는 기프트 바우처로 신형 Ray Ban 선글래스를 샀다. 그동안 바우처를 사용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선글래스를 또 하나 구하게 된 것이다. 백교수님과 브렛은 30분 정도 먼저 아시아나를 타고 샌 프란시스코로 출발했고, 그 이외의 사람들은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을 타고 갈 예정이다. 124번 게이트라 공항에 설치된 철도를 타고 이동하여 기다리다가 비행기에 올랐다. 좌석번호는 40C, 마틴이 유리창 쪽이고 나는 복도쪽인데, 그 사이에 있는 가운데 자리는 비어 있었다.
잠시 후에 마틴은 뒷 편으로 가서 누웠다. 뒤를 보니 내 자리 뒤에는 거의 비어 있어서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출발 시간은 17:10분이고 도착시간은 11:25분이었다. 예상 비행시간은 10시 15분인데, 시차와 관계가 있는 것인지 18시간이 계산된다. 오랫동안 여러 상념에 빠져 있다가 늦게야 잠이 들었는데, 어느새 깨어보니 곧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샌 프란시스코(San Francisco)에서 입국 수속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하면서, 백교수님이 스탠 교수에게 내국인 수속 줄에 세워 그를 따라가게 하였다. 다행히 어려움 없이 보이시(Boise)로 가는 게이트로 쉽게 가게 되었다. 두 시간 가까이 기다렸는데, 거기에서 약간의 음료수와 케이크를 먹었다. 다시 좀 작은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타고 한 시간 20여분 동안 가게 되었다. 출발하기 전, 밖의 풍경과 처음 보는 미국의 아주 작은 조각들을 사진으로 담기 시작하였다. 아니 외부를 모조하기 시작하였다. 모조(模造)는 이미 있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하거나 본떠서 만들거나 실물을 모방하여 만드는 것을 말한다. 영어로는 'imitation'과 'copy'가 있는데, 문예비평지 '악토버(October)' 편집자 중 하나인 로잘린 클라우스(Rosalind Klauss)가 '사진과 모조성에 관한 연구(A Note on Photography and the Simulacral)'에서 사용한 'simularcral'도 '모조'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여기에서 사진은 그 외부를 모조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copy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그 글에서는 모조의 깊은 내면들을 파헤친 바 있다.
그런데 여기가 미국인가(This is America)? 나는 미국을 모조하기 시작하였다. 목포가 항구인 것 처럼 샌 프란시스코는 국제공항이었다. 이 공항에서 다양한 방면으로 공간들을 교환할 수 있게 한다.
여기가 전시장이 2000개나 있다는 샌프란시스코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그림들을 통해서 보아왔던 샌프란시스코와 이 사진은 사뭇 다르다. 우리는 사물을 그림을 통해서 본 세대이다. 여기서 그림이란 단지 회화를 뜻하는게 아니라 TV나 영화를 비롯한 동영상물과 인쇄된 사진까지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 이 사진그림은 지도도 아니고 풍경도 아닌 다른 시점에서 갑자기 만들어낸 이미지 파편이다. 무엇이 금문교인지도 알아 볼 사이도 없이 작은 비행기는 다른 풍경들을 교환하고 있었다.
원의 반지름처럼 보이는 커다란 물주는 장치때문에 우리의 밭과는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낸다. 마치 개념미술의 '대지미술(Earth Works)' 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장치는 아이다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데, 원 가운데를 축으로 바퀴가 달려있고, 동력장치에 의해서 빙빙 돌아가면서 물을 준다고 한다. 이 무한한 농경지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농산품이 미국의 큰 힘이 될 것이다.
자! 보세요. 여기가 보이시입니다. 보이시는 에이다 카운티(Ada County)의 군청 소재지이며, 아이다호 주의 주도입니다. 보이시 강이 시내를 가로 지르며 흐르고 있고, 보이시-냄파 메트로폴리탄 지역의 핵심도시이다. 2010년 인구조사에 의하면, 보이시의 인구는 205,671이었다. 한국으로 비유해보면 강원도의 원주 정도되는 도시이다. 인구로 볼 때, 미국에서 99번째로 큰 도시로 기록된다. 2012년 미국 인구조사에서는 212,303명이 보이시 내에서만 거주하는 것으로 발표된 것으로 보아 인구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이시 메트로폴리탄 지역의 인구는 616,500명이고 아이다호 주에서 가장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다. 이 지역의 가장 큰 도시는 보이시와 냄파(Nampa), 그리고 메리디언(Meridian)이다. 보이시는 1990년에 인구가 125,738명에서 2012년에 212,303명으로 증가되었다. 주변 도시인 냄파(81,241명: 이하 괄호안의 인구는 2010년 기준), 메리디언(68,516명), 콜드웰(Caldwell; 43,281명) 가든시티(Garden City; 11,891명), 이글(Eagle; 19,668명), 스타(Star; 5,085명) 등등을 합치면 616,500명이 되는 도시이다. 한국과는 다르게 인구에 비해서 지역이 매우 넓은 곳이다.
이제 보이시에 도착되고 있습니다. 오기 전에 기차여행에 관심이 있어서 알아보니 기차도 있지만, 기차는 화물만 옮기고 여객은 운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비행기가 발달된 도시라고 합니다. 그래도 뉴욕에 갈려면 이웃 유타(Utah)주 솔트 레이크 시티(Salt Lake City)로 가서 차를 주차장에 맡기고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이 가격도 싸고 편리하다고 한다. 나는 이제 보이시에 도착할 준비가 되었다. ' I'm ready to Boise!'라고 속으로 외쳤다.
이 비행기가 날아간 비행노선이 위 지도에 나와 있다. 이 지도는 Rome2rio.com에 나오는 것을 옮겼다. 이 사이트에서 소개하는 시간은 실제와 조금 달랐다. 나는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되었는데, 물어보니 비행시간은 일기에 따라 10분에서 20분 정도는 차이난다고 하였다. 위 지도에는 잘려서 나오지 않지만, 자동차로는 10시간 54분으로 나와 있다. 비용은 90$로 나와 있어서 시간만 있으면 자동차로 여행을 하면서 '시각적 글쓰기'를 할 예정이다. 마주치는 공간들과 감성의 순간적인 'Note'를 과연 얼마만큼 그 외부를 모조할 것인가는 사진에서 보여지게 될 것이고, 그 시간에 동시에 흐르는 번민과 암시를 짧은 글 속에 담아 여기에 남기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진이 중심이 된다든가 아니면 반대로 글이 부족되지 않는 그야말로 두 매체가 보완되어 의미가 더 풍부해지는 '시각적 글쓰기'로 자취를 남길 것이다. 어머니를 멀리 보낸 내 삶도, 그리고 장소를 옮기면서 주마간산 격으로 마주치는 풍경들도 모두 스쳐 지나가는 것일 터인데, 그래도 이 사진과 글은 모조의 형상으로 남아서 존재하지 않는 숭고를 향해 질주해 가기를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