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별렸던 그날이다. 드디어 설악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10/8(금요일) 1호차 (산바다)일산에서 저녘 7시에 출발 부천에서 비주를 픽엎하고 외부 순환도로로, 중부고속도로 경유, 팔당대교를 넘어 양평으로 들어선다. 2호차(버디) 체크를 해보니 여의도에서 10시경 출발하여 MK 성총무를 흑석동에서 픽업하고 구리 돌대장에게 가고 있는 중이란다. 도로는 막힘이 없이 일사 천리다.
11시경 미시령 휴게소에 도착하니 밤공기가 차갑다. 따끈한 차한잔을 마시며 내려다보는 속초 시내가 희미한 동해바다와 대조적으로 불빛으로 휘 감겨 있다.
단풍 한철 외지에서 오신 손님들을 맞으려 자정이 다 되어 가지만 불을 밝히고 있는 모양이다. 2호차 호출을 해보니 이제 막 홍천을 지나고 있단다. 1호차와는 약 1시간 반 차이다.
1호차 일단 설악동에 먼저 가서 일정을 살피겠다고 하고 설악동으로 출발한다.
12시 10분경 설악동 1지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주차원에게 물어보니 입산가능 시간이 02시부터란다. 2호차를 기다리며 잠시 눈을 붙여 보려하지만, 설레임이 커서인지 좀체로 잠이 오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차량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모두들 산꾼들이다. 몇사람에게 산행지를 물어보니 대답을 안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첫날 산행 목적지는 천화대로 10/1부터 10/30까지 산행금지였기 때문이다. 어느새 2호차 미시령에 도착 했다고 연락이 온다. 마음이 바빠 다그쳐 온 모양이다. 02시경 2호차도 설악동에 도착하여 반가운 인사 나누고, 산바다님이 준비해온 어죽을 끓여 싸늘한 새벽 공기에 움추려 들었던 마음과 배를 따스하게 채워본다.
03시 장비와 먹거리를 최소화 분담하여 배낭을 정리하고 드디어 전투준비 완료다. 과연 통제를 받지 않고 천화대를 등반할수 있으런지 불안한 마음으로 깜깜한 산길을 해드랜턴에 의지해 새벽 공기를 가르며 가쁜 숨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밤길이라 그런지 걷다보니 어느새 비선대 산장이다. 산장은 쥐죽은듯 고요하다. 그시간 산행을 통제하는 사람은 없는것 같다. 각자 장비를 착용하고 물을 채운다. 본격적인 산행을 예고한다.
성총무와 비주가 와 본 터이라 별문제 없으리라 생각하였으나, 첫 들머리부터 햇갈린다. 약간의 헤메임 끝에 드디어 천화대 들머리를 찾아 등반이 시작된다.(2편으로 계속)
2편...
시작부터 가파르다. 20여분 걸었을까. 제1피치에 도착이다. 족보를 펼쳐보니 약 20미터 복합 침니길이란다. 첫 구간이고 아직 캄캄한 밤이라 자일을 깔고 오르기로 한다. 차대장이 드뎌 출발을 힘차게 외친다. 다들 긴장된 탓인지 마음과 몸이 어설픈것 같다.
제2피치는 두개의 피치로 끊어 오르게 되어 있다. 차대장 그냥 한핏치로 올라보겠단다. 한참오르더니 그 곳이 쌍 볼트가 있는 첫피치라며 거기서 끊어 확보를 하고 오르라고 한다.
아직 몸이 덜 풀린 탓도있지만 어두운 초행길에 거리감이 없어서일게다.
제2피치를 두개의 피치로 끊어오르니 모두들 조금은 몸이 풀린듯하다. 여기에 도착하면 비로소 사방이 확 트여 설악의 젼체를 조망할수 있는 곳이라고 하여 잔뜩 기대를 하였는데 날이 밝지않고 운무가 자욱하여 볼수가 없어 아쉬웠다. 조금 시간을 지체하여 날이 밝으면 멋진 천화대의 첫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자는 제안도 있었으나 그냥 계속하기로 한다.
제3피치에 다달으자 저 멀리 동해바다 쪽에서 부터 동이 트기 시작한것 같다. 시야가 조금씩 뚤리고 사방이 조금씩 밝아진다. 이때 한팀이 따라 붙는다. 남자 한명과 아가씨 두명으로 팀을 이룬 일명 천화대 이쁜이팀이다. 그 팀들은 거기까지 자일을 풀지 않고 온것으로 보아 여기까지 릿지로 등반을 한모양이였다. 쪼끔 껄쩍찌근하였다.
다음이 첫번째 현수하강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정 코스로 클라이밍 다운이다. 그 동안 닦아온 바위 실력에 비하면 난이도는 별거 아니지만, 천화대라는 이름에 낮가림을 조금하였으나 이제 적응을 한 것 같다.
이제 제법 날이 밝아오고 있으나, 하늘에는 시꺼먼 구름이 오락가락이고 운무는 우리들 아래 산허리까지 감돌고 있다. 일기 예보상 비가 오기로 되어 있어 걱정이 태산이다. 비가오면 등반을 중도 포기해야 할수도 있기때문이다.
그런중에도 등반은 계속된다.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나이프릿지가 간담을 서늘케하고 기암절벽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과연 천화대다!... 오기를 잘했다고 마음속으로 되뇌어 본다. 나뿐만이 아닌 모두가 다 그렇다. 제4피치... 제5피치... 오르고 내림은 계속된다. 현수하강은 사절이다 되도록이면 클라이밍 다운이다. 홀드가 좋기는 하지만 다들 물이 오르기 시작한 것 같다. 이때쯤 두,세팀 뒤따라온다, 이쁜이팀은 우리를 추월해간다.
슬링이 둘러진 흔들리는 바위에서 처음으로 현수하강을 맛본다. 하강이란 또다른 맛이 있는게 암벽 아닌가...
중간,중간 간식을 하며 등반을 계속한다. 이제 몇피치인지 기억이 별로없다. 오르는가 싶으면 내려가고, 천길 낭떨어지 위에 걸린 아슬 아슬한 나이프릿지에 말타기를 하듯이 등반하기를 반복한다. 왕관봉 못미쳐 안부에서 아침겸 점심으로 가져온 김밥과 도시락을 먹는다. 날씨는 제법 쌀쌀하다. 라면과 버너를 챙겨오지 못한게 후회스럽다. 따뜻한 라면국물이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다시한번 준비성 부족을 자책해본다.
식사를 마치고 그래도 제일 기억에 남는 왕관봉에 올랐다. 멀리서는 왕관봉이라는것을 실감치 못했으나 가까이 보니 봉우리 정상이 동그랗고 구멍이 뚤려 영락없는 왕관이였다. 하강은 왕관 구멍에 확보된 동아줄에 확보하고 하강을 하였다. 나 뒤에 하강자인 비주, 버디, 산바다는 하강위치를 약간의 오버행으로 유도하여 처음이자 마지막인 오버행 하강장면을 사진으로
남겨주게 하였다.
이제 마지막 희야봉이다. 그런데 비주와 성총무때문에 다음봉이 희야봉이다.. 아니다..하며 측백나무 급사면을 오르고 보니 거기가 일명 희야봉 능선이다. 또다시 라이프릿지로 희야봉 정상까지 가서 석주동판이 박혀있는 안부까지 40m 하강을 하니, 지금까지 보지못한 큰벽이 앞을 가로 막는다. 이 벽에서부터 시작되는 구간이 천화대의 제일 높은 봉우리 범봉구간이란다. 우리는 여러가지 사정상 오르지 않을려면 쳐다보지도 말자고 마음을 접고 하산키로 하였다. 그때의 시간이 오후 3시 20분쯤으로 시간상으로도 불가능하였다. 그러나 우리팀은 6명으로 당초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였다. 우리팀을 추월하여 범봉까지 목표로 하였던 이쁜이팀도 범봉 정복을 포기하고 우리와 함께 하산하기로 한모양이다.
하산의 거리도 만만치 않을뿐 아니라 길이라고 하는것이 바위 너덜지대로 길 찾기도 힘들었다. 만약 비라도 내렸다면 하산길이 더 어려웠을것이라 생각하니 오늘 날씨가 크게 한 부조한것이라 고맙기만 하다.
설악동 주차장에 도착하니 벌써 날이 저물었다. 숙소인 한화콘도에 짐을풀고 저녁 식사와 술자리 준비로 동명항에 나가 횟거리와 메운탕감을 준비하여 늦은 저녁과 함께 자축의 술자리가 삼공회 5명 외 MK1명의 아자자~~~로 무르 익어간 첫째날 산행의 밤이 아쉽게 간다.(그 좋은 술자리에 잠에 취해 나이 순으로 골아 떨어졌다는 후문 때문에...)- 다음편으로 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