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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 : 2005. 7. 22 - 7. 25 (3박4일간)
누구랑 : 나홀로
날 씨 : 첫 날. 맑고 구름 늦게 국지성 약한 소나기.
둘째날, 맑고 구름 많음.
셋째날, 구름 약간 맑음.
냇째날. 구름 약간 맑음.
일 정 : 첫 날 : 황점에서 삿갓골재 대피소 1박
둘째날 : 소사고개에서 2박
셋째날 : 삼도봉 직전 무명봉에서 3박.
넷째날 : 우두령으로 하산.
베낭무게 : 물 없이 18kg
* 소 제목 : 또다시 넘지 못한 괘방령.
22일 12시 50분 남부 터미널에서 거창행 버스에 몸을 실으므로 백두대간 제4차 출정이 시작되었다.
약 3시간 30여분 만인 16시 20여분에 거창에 도착 하였다. 대구 거창의 날씨가 올해 들어 최고란다. 시외 버스터미널에 내려 기사님에게 황점가는 버스를 어디서 타야 되는냐고 물으니, 지나 와 버렸다며 시내버스 정류장은 다시 한참을 오던길로 되 돌아 가야 된다고 한다. 미리 말을 했으면 가까운곳에다 내려 주었을 것인데 한다. 황점행 버스가 17시 30분에 있음을 알고있으니 걸어서 가보기로 한다. 아스팔트 도로를 걸어가니 땀이 비오듯한다. 한참을 물어 물어 가보니 시내버스 서흥여객 터미널이다. 어떤 산행기에 터미널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서 황점행 버스를 탄다고 하였으나, 그게 아니였다. 노선이 바뀐 모양이다.
아는길도 물어가라는 옛말을 다시 상기해 본다.
한참을 기다린 17시 30분 손님 열 두서너명 태우고 버스는 출발한다. 시내 중심 지역을 다니면서 곳곳에서 정차하여 사람을 태운다. 가는곳이 거창에서 유명한 수승대라는 관광지가 있어서인지 캠핑족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제법 올라 타나, 분위기로 보아 아직 피서철 피크는 아닌것 같다.
수승대를 지나고 월성리에서 한사람 마져 내리니 버스에는 나하고 기사님 둘 뿐이다. 나이든 기사님은 이 더위에 무슨 산을 가느냐고 하신다. 별 할말이 없고 하여 그냥 웃고만 만다.
18시 25분 황점에 도착한다.
<황점에 도착한 버스>
지난 7월 2일 대간 3차 출정 호우산행시, 탈출 하산 한 곳이라 마을이 눈에 익다. 저만치 황점 매표소가 있으나 아무도 없다.
산행 차비를 하고 있는데 약한 소나기가 후두득 나뭇잎을 때린다. 한 바탕 퍼붓어 주었으면 좋으련만 많이 올 비는 아닌것 같다.
18시30분 산행을 시작한다.
마을을 지나 아스팔트 길을 한참 올라 비포장 농로길을 지난다. 지난번 내려 오던 길을 기억하며 걷는다. 그땐 계곡물이 넘쳐 소리가 엄청났는데 이젠 조용하게 흐른다. 꿀벌치는 곳과 다리 몇군데를 지나 밧줄 설치되어 있는 계곡을 건너다가 세수를 하며 잠시 쉰다. 계곡이라 금새 어두워진다. 삿갓골재 된비알을 힘겹게 오른다. 마지막 상단 계곡을 건너는 시간이 19시16분이다.
삿갓골재 대피소 전방 0.5km다. 19시35분이다. 황점에서 1시간 5분 소요되었다. 조금 오르니 대피소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나무 계단 오름길에 접어드니 샘터에서 남여 사람소리가 들린다. 남자가 목욕을 하고 있는지 여자가 미안한 목소리로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한다.
날이 어두워 보이지도 않은데 호들갑이다. 난 개의치 말라고 하고 물통에 물을 받는다. 위에서 랜턴 불빛이 내려 온다 역시 물을 받으로 내려 오고 있다. 물을 한껏 받아 대피소에 힘겹게 도착한다. 삿갓골재 대피소는 안개와 어둠에 쌓여있다.
<안개와 어둠에 쌓인 삿갓골재 대피소>
대피소 뒷쪽에 있는 취사장에 들어가니 10여명이 식사를 하고 있다. 취사장 수도에서도 물은 나온다. 물이 오래되어 미지근하다. 역시 한쪽에 자리를 잡고 밥을 하고 미역국을 끓여 내일을 기약 먹어둔다. 바로 옆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는 나보다 나이든 이가 혼자서 육십령에서 7시간을 걸어왔다며, 술을 한잔 하라고 시에라 컵에 소주를 가득 따라준다. 난 안주로 마늘이 잔뜩 든 소고기장조림을 내놓았다.
저녁을 먹고 남긴 밥을 그대로 배낭에 집어 넣고, 2층으로 올라 숙소배정을 받는데 7,000원이란다. 사람이 많지 않으니 아무데서나 자라고 한다. 70명 수용에 20여명이니 널널하다. 숙박 산객들은 대충 가족들과 친구들끼리의 단거리 산행으로 향적봉을 목적지로 하는 산행객들이고 대간꾼은 아무도 없는것 같다.
내일 4시쯤 일어나기로 하고 잠을 청한다. 10시경 발전기도 꺼지고 소등을 한다.
2일째
웅성거림 소리에 잠을 깨보니 4시 30분이다. 잠자리만 챙겨 배낭에 넣고 05시 05분 출발한다.
<대피소를 출발하여 무룡산 오름길>
무룡산 전 나무계단 입구 암봉에서 잠시 쉰다. 05시42분이다. 남여 두쌍이 향적봉으로 해서 송계사로 하산 한다며 뒤 따라온다. 06시 03분 무룡산 정상이다.
<무룡산 정상석>
< 햇살을 받고 있는 무룡산 이정표>
해는 중천인데 안개 자욱하여 햇볕이 없다. 이슬에 옷은 이미 다 젖어 버렸다. 돌탑지나 전망대 이정표에 06시46분이다.
<동엽령 못 미쳐 전망대>
해발 1,320m 동엽령 삼거리다. 대구에서 왔다며 향적봉에서 출발한 7-8명의 젊은이들과 교행을 하며 인사를 주고 받는다.
주변의 시야가 안개에 가렸다 벗어졌다 한다. 시간이 07시35분이다.
<동엽령 삼거리 안내판>
<덕유산 구간 특유의 원목으로 만든 이정표>
송계사 삼거리다. 일명 백암봉이라고도 한다는데 송계 삼거리가 맞는거 같다.
직진으로 멀리 향적봉 탑이 선명하다 그 앞을 버티고 있는 중봉의 위용도 대단하다. 원래 계획은 배낭을 숲에 감춰 놓고 맨몸으로 향적봉까지 다녀올까 했는데, 실전에는 항상 도상 훈련과 다르다. 마음보다는 눈이 게을러서 일게다.
<송계사 삼거리 이정표와 안내판>
<향적봉과 중봉>
삼거리 갈림길에서 신발과 양말을 햇볕에 벗어 말리고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식사라야 어제 먹다 남은 밥과 누룽지를 끓여 먹는것이 고작이다. 8시 50분에 도착하여 식사를 끝내고 나니 9시15분이다. 멀리 중봉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다.
귀봉과 힁경재를 지나 지봉 안부에 도착한다.
<지봉안부>
<지봉 안부 이정표>
오르막을 한동안 올라서니 지봉 정상이다. 못池자를 써 못봉 또는 지봉이라 한것 같다.
<초라한 정상석>
<지봉 이정표>
지봉도 오르기 어려웠지만 대봉을 오르기는 더욱 힘들었다. 삼복 더위에 힘들지 않는 산 오름이 어디 있으리오 마는, 오늘따라 체력의 한계를 여러번 느낀다. 13시 00분 대봉 정상에서 쉰다.
반대편에서 부녀지간에 올라온다. 여기가 어딘가 하여, 대봉이라며 지도를 펴 놓으니 거창이 고향이라며 그때서야 주변을 내려다보며 설명을 한다. 옛날 학창시절에 북상면에서 무주 구천동까지 산을 넘어 다녔던 이야기며, 신풍령은 원래 신풍령이 아니라 秀嶺이였는데 대구 사람이 수령(빼재) 밑에다 휴게소를 지으면서 유명한 추풍령을 흉내내여 신풍령휴게소라 이름을 지음으로 그때부터 수령이 신풍령으로 변하였다고 한다.
<지봉에서 셀카로.. 잠자리들의 축하비행(?)
(대봉 이정표)
<대봉에서 부녀 산객에게 부탁을 해서>
대봉에서 하산한다는 부녀 산객에게 물 한통을 얻는다. 귀한 물이다. 고맙기만하다. 작별 인사를 하고 길을간다.
갈미봉만 지나면 수령까지는 무난할것 같다.
갈미봉이다.
<역시 초라한 갈미봉 정상석>
<갈미봉 정상 이정표>
14시 20분 신풍령 1km 전방이다.(나도 수령. 빼재 햇갈린다.) 도저히 힘들어 간식을 한다. 신풍령에서 점심을 먹기로한 일정이 아무래도 무리인가 보다. 15시 08분 신풍령 휴게소다.
<정식 명칭은 수령이 맞은것 같다>
팔각정 옆 그늘에 자리를 펴 늦은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먹고 팔각정에 누워 한숨 쉰다. 오가는 사람들이 잠시 잠시 다녀가며 귀찮게들 물어본다. 나름대로는 관심이 있어서 그렇겠지만,..
16시 23분 휴게소 방향 도로 좌측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로 물통을 채우고, 2박 예정지인 소사재로의 길을 재촉한다.
18시 57분 삼봉산이다.
<덕유 삼봉산 정상>
삼봉산을 지나 두번째 봉 정상밑으로 나있는 암릉길에 거대한 돌들로 축성이 되어 있다. 그 옛날 무슨 연유로 이곳에 축성이 되었는지 궁굼할뿐이다.
<삼봉산에서 내림길>
<삼봉산을 뒤돌아보며 멋진 암봉이다>
소사재 마을이 좌측으로 보인다.
어두워진 배추밭 길을 한참 걸어야 한다. 20시에 소사재 고개에 도착한다. 고개 좌측도로변에 민가(가게집 겸)의 불빛이 보인다. 가게집 앞 테이블에 배낭을 내리고, 핸드폰을 켜보니 터지지 않는다. 가게집 공중전화로 간단히 집사람과 통화를 하고, 물을 좀 쓸수 있느냐고 물으니 하우스 옆에 수도가 있다고 한다. 대충 씻고 슬리퍼와 반바지로 갈아입고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 쉬고있는 마을 사람들에게 텐트를 칠만한 자리를 물어 보았드니 어느분이 자기 비닐 하우스 안에 텐트를 치라고 한다. 배추 모종을 부었던 하우스라 텐트 치기가 안성 마춤이였다. 텐트를 치고 들어가 저녁은 빵과 미숫가루를 타서 적당히 해결을 한다. 너무 늦게 산행을 마친터라 입맛이 없다. 자꾸만 느낀 것이지만 길만 나서면 여유가 없이 바쁘게 설치게 된다. 너무 일정을 타이트하게 잡는 것일까. 아니면 혼자라서 그런가? 무언가 식사 방식 수정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것 같다. 어제까지는 몰랐으나 그동안 매던 배낭을 바꿔 매고 왔드니 겨드랑이쪽 어깨가 많이 쓸려서 쓰리고 아프다. 더욱이 발은 엉망이다. 지난번 산행시 비와 이슬에 젖은 신발이 잘 마르지 않아 무게운 등산화 때문에 새로운 등산화를 신고 왔는데, 그게 화근이 된 것이다. 양쪽 발 뒷꿈치와 새끼 발까락이 물집이 잡혀 터지고 말았다. 이게 이번 산행 내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이 된다. 내일 출발시 반창고로 만반의 준비를 해 보아야지..
잠자리는 편안하다. 밤 이슬도 걱정할것 없이...
모처럼 편한 밤을 보낸것 같다. 03시에 눈이 떠진다. 라디오 알람을 04시10분에 맞추어 놓았으나, 깊은 잠이 들지 않은 모양이다. 다시 잠이 들었는지 밖에 인기척이 있어 잠을 깨어보니 04시 45분이다. 하우스 주인 할머님이 모종을 내기 위하여 일찍 나온 모양이다. 나도 일어나 밥을 한다, 뜸이 들 시간에 텐트를 철수하여 배낭을 꾸린다.
밥맛이 없지만 갈길을 생각해서 먹는다.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매번 밥맛이 없을까 궁굼하다. 나에게 문제가 있는것일까? 먹은 만큼 걸을수 있다는것을 누차 느끼면서도 이 모양이다. 식사 해결의 노하우를 전수 받아야 할것 같다. 마을을 벗어 나와 가게옆 수도에서 물을 보충하고, 어제 저녁 어두워 확인을 못한 날머리와 오늘 들머리를 디카에 담아본다.
<삼봉산 쪽에서 소사재로 내려오는 날머리>
<소사재 쪽에서 거창 삼도봉 들머리>
소사재 들머리에서 삼도봉을 향해 또 하루를 시작한다.
06시 10분 계속되는 고냉지 배추밭을 지나 산길로 향한다. 광활한 배추밭을 지나 본격적인 산길은 한참 후에야 이어진다. 여느 밭에는 배추를 수확 상차하는 사람들로 바쁘다. 산길로 접어드는 마지막 집 마당에는 솥이 여러개 걸려있다. 아마도 밭일하는 사람들의 식사를 제공해 주는 임시 식당인 모양이다. 집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집 마당을 가로 질러 산길로 접어든다. 하얗게 잘 생긴 진도개도 한마리 있다. 산길로 접어들자 좌측으로 목장이 있는지 염소 울움소리가 계속 요란하게 따라온다.
삼도봉까지 지도상 소요시간이 1시간 20분인데 08시에 도착하였으니 많이 오버 되었다.
<삼도봉 정상(일명 초점산이라고 적혀있다)
전화가 터져 집사람과 통화를 한다. 이심전심으로 많이 힘듬을 느낀것 같다. 조심 또 조심하라고 무조건 걱정이다.
대덕산으로 출발한다.
09시09분에 대덕산에 도착한다.
<시구 같은 안내문>
<생명수나 다름없는 물 줄기>
물은 여유가 있어 보충만 하고, 두 바가지나 연거푸 들이키니 그렇게 시원 할수가 없다.
<잠시 쉬며 물을 마시고 간 이들의 표시기>
오랫만에 시원한 물을 마음껏 마시고 넉넉한 기분으로 내려서니 덕산재다.
<덕산재 고갯길 전경>
길을 건너서니 폐 주유소에 대덕산 산삼이란 간판이 주유소 간판을 대신하고 있었다.
주유소 캐노피 밑에는 평상을 설치해 놓고 쉬어가기 좋게 만들어 놓았다. 주인 인듯한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평상 한켠에 배낭을 내려 놓는다. 대간 산행기에 나왔던 털보 산삼 아저씨가 아니냐고 수인사를 하니 씨익 웃는다. 지나가는 차량 몇대에서 내린 사람들에게 산삼 설명을 열심히 하고 있었으나, 별 소득이 없어 보인다. 다음에 들린다고들 하며 차를 몰고 그냥 가버리고 만다. 주유소 안에는 각종 유리병에 갖가지 산삼주를 담궈, 엄청 진열하여 놓았으며, 가게 앞에는 거대한 나무로 깍아만든 남근목으로 물이 흐르도록 만들어 놓았다. 좋은 물건이네요. 하고, 농을 거니, 그놈 힘좀 쓰겠소 한다. 그래 놓고선 한바탕 웃어본다. 점심 시간이 어중간 하나, 어쩔수 없이 평상에서 이른 점심을 위하여 아침에 먹다남은 밥에 북어국을 끓여 먹었으나, 누룽지와 밥이 또 남는다. 혹~ 앞서간 대간꾼이 있었냐고 물으니, 아저씨 왈" 대간꾼 한팀이 어제 낮에는 도저히 더워서 못가겠다며 내내 쉬었다가 오늘 새벽 2시쯤에 여기서 출발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난 그럴 여유를 부릴 수 없다.
오늘 야영지 목표인 진짜 삼도봉까지 가야 한다.
그런데 아픈 발 상처가 예사롭지 않다. 어깨도 땀에 쓸려 스틱을 짚을 때마다 쓰림이 심하다.
오름길에는 뒷꿈치가, 내림길에는 새끼발가락이 교대로 통증을 준다.
11시 40분 덕산재를 출발한다.
폐광터를 지나 853.1봉을 향한다. 여기는 몇 시각전에 소나기가 한바탕 뿌린것 같다. 길 바닥의 나뭇잎이 촉촉히 젖어있고 나뭇잎에 물기가 고여 있다. 내가 가는 지금 이 길에도 한줄기 소나기가 뿌려 주었으면.. 인간이 이렇도록 간사하다. 지난 7월 2일 육십령길에서의 호우를 벌써 잊어버리고 있으니..쯧 쯧..
853.1봉은 아무 표식도 없고 서낭당 처럼 찢어진 산불 방지깃발과 표시기들이 어지럽게 달려있을 뿐이다.
부항령으로의 내림길이다. 그러나 부항령은 터널이 뚤려서인지 고갯길이 없다. 다만, 저 아래 멀리 터널 입구에 시설들이 눈에 뜨일 뿐이다. 여기서 구간을 끊으면 모를까, 지나가는 대간꾼들에게는 부항령은 의미가 없다. 그냥 터널위 대간길을 지나 간다.
부항령 지나 묘 3기 오름길이 녹녹치 않다. 나만이 그런지는 몰라도 상당한 된비알이다.
지도상 묵묘라고 표시 되어 있는 달성 서씨 묘이다.
여기까지 석물을 운반하였음은 조상 섬김의 발로인지 효심인지 알수없지만 대단하긴 대단한 후손들이다.
<전망바위에서 암릉 내림길. 제석산악회 표시기 발견>
15시 40분 이번 산행에 처음 본 제석산악회 표시기(가운데 빨간색기)가 달려있다. 삼복 더위 대간길에 카메라 꺼내기도 귀찮지만, 반가움에 담아본다.
가도가도 기다리는 삼도봉은 나오지 않는다. 이 구간이 이번 산행의 크럭스 구간인것 같다.
시간은 자꾸 지체되어 오늘 목표지점인 삼도봉까지 갈수 있을것인가 자신이 없어진다. 지도를 펴 계속 확인하여 보아도, 천신만고 앞에 버티고 있던 봉에 도달하여 보아도 삼도봉은 아니다. 삼도봉 아닌 작은 봉이 셀수 없이 나타난다. 고도가 조금씩 높아 질수로 심한 안개가 밀려오며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바라볼수 있는 시야가 확보되지 않으니 답답하다.
이쯤에서는 삼도봉이 보일것 같다는 기대를 해보지만, 안개에 가려 분간을 할수 없다. 더 이상 진행을 한다는것은 무리일것 같아 겨우 텐트 한동 칠수 있는 무명봉 정상에 주져 않고 만다. 서둘러 텐트를 치고 나니 금방 어두워진다. 아무것도 할수 있는 기력이 없다. 그대로 침낭을 펴 누워 잠을 청하기로 한다. 은연중 잠을 깨어 시간을 보니 23시다. 후두득, 후두둑 텐트를 때린다. 빗소린가 하였드니 나무에 맺힌 안개와 이슬이 바람에 날려 텐트에 떨어지는 소리다. 이후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그 때마다 내일 이어질 산행이 걱정된다.
<삼도봉 전방 무명봉에서의 야영 텐트>
5시에 일어나 이슬에 젖은 텐트를 철거하고, 배낭을 꾸린다.
5시 47분에 삼도봉으로 향한다.
까진 발 뒷굼치와 새끼 발가락이 양말 두개를 겹쳐 신었으나 그래도 고통이다.
오늘만 걸으면 집에 가는 마지막 날이니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기분으로 걸어보기로 결심을 한다. 이슬을 헤치고 한참을 암릉길을 내리고 오르니 삼도봉 밑 안부이다.
<안부 갈림길>
<안부 갈림길 이정표>
해인산장으로 내려가는 3거리다.
삼도봉까지 0.5km이다. 거꾸로 가도 갈 길이다. 나무계단과 수 많은 사람들의 발길로 다듬어진 넒은길을 간다. 06시 12분에 어제 저녁 그렇게 갈망하던 삼도봉에 도착한다. 이 정도 거리였다면 어떠한 일이 있었드래도 왔을것이라고 생각하니 아쉽기도 하다.
<삼도봉 정상 삼도 화합의 탑>
<어제 저녁 야영지 무명봉을 바라보며..>
<삼도봉 정상 이정표>
<줌으로 땡겨본 석기봉과 민주지산>
<셀카로 찍어 보았으나 내가 나오지 않은 실패작>
언젠가 다녀 갔던 삼도봉이다.
삼도봉에 도착하여 사방을 둘러보니 가슴이 후련하고 편안하다.
아침을 해결하기 위하여 코펠에 남은 얼마되지 않은 밥과 누룽지를 끓여 참치캔과 함께 아침을 먹는다. 석기봉쪽 아래 헬기장에 야영자리가 좋다. 산행기에 자주 나온 야영지다.
06시 55분 아침도 먹고 넉넉히 쉬었으니 괘방령까지 걸어보자. 오늘의 관건은 어깨의 쓰림과 발 뒷굼치와 새끼 발가락 까짐의 상처다. 잘 견디어 주어야 할터인데..
그러나 오늘만 보내면 집에 갈수 있다는 희망으로 걸어보자고 마음을 굳게 먹어본다.
삼도봉에서 내려선다. 물이 하나도 없어 걱정이나, 삼도봉에서 30분정도 내리면 물이 있다는 산행기를 보았기 때문에 그리 염려되지 않는다.
삼마골재 갈림길이다. 무심코 대간표시기가 많이(20여개) 매달려 있는곳으로 발길이 간다. 그런데 계속 내려 간다. 내려가다 다시 대간 마루금으로 올라 붙겠지 생각한다. 20여분 내려가니 물이 조금 흐르고 있다. 이곳이 물이 있다는 곳인가 생각하고 물을 조금씩 작은병으로 퍼 담는다. 물을 채우고 조금 더 내려 가니 수량이 제법 많이 우측산에서 흘러 내린다.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홀린것 처럼 내려간다. 계속 삼도봉으로 올라오는 이정표만 있다. 그리고 결정적인것은 대간길은 물을 건너지 아니한다라는 철칙을 망각하고 계곡 물을 건너고 만다. 이 정도는 물길로 보지 않는단 말인가? 그런데 왜 대간표시기는 간간히 매달려 있는것인가? 태극종주시 야간에 삼각고지에서 실상사로 잘못내려 갈때도 대간표시기가 일조를 하였던 터라 마음이 찜찜하던 찰라,
앗뿔사! 큰일이 터지고 만다. 영락없이 알바다. 나타난 이정표에 좌측이 석기봉. 직징이 황룡사(물한계곡) 갈림길이다. 사후 약방문이라고 지도를 꺼내 확인을 해보니 한천 매표소 방향으로 잘 못 내려와 버린 것이다. 그때서야 삼마골재에서 직진으로 표시기 서너개 달려있고 헬기장 같은 것이 있었음이 언뜻 생각난다. 그 길이 대간길이였구나 생각하니 눈 앞이 캄캄하다. 어떻게 할까? 그냥 다음을 기약하고 한천매표소로 내려 갈것인가, 한참을 갈등한다. 순간 또 나 자신에게 원망을 해본다. 그런다고 해결 될 일인가? 다시 올라가자. 삼도봉까지 3.3km이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마음도 바쁘고 몸의 상태는 않 좋지만, 어떻게 할것인가. 결론은 하나다. 올라가자 마음을 결정하고 내려왔던 길을 다시 올라간다. 한참 오르니 길이 두 길이다. 좌측 계곡쪽 길로 가니 길이 끝나고 계곡을 건너 직상으로 산에 오르는 길 흔적이 희미하게 있다. 우측 길은 삼도봉에서 내가 내려 왔던 그 길이다. 어느길로 갈까? 조금이라도 빠른길을 택하자. 그렇다면 이 직상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대간길과 만나겠다는 판단이 선다. 코가 닿을 정도의 오름길로 오르기 시작하였으나 오름길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순간의 판단이 나를 초죽음 직전으로 몰고 있다고 생각하니 지금도 생각조차 하기 싫다. 그러나 도리없다. 아무리 올라도 끝이 없다. 작은 계곡옆으로 길도 아닌 길을 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끔씩 오래되지 않은 한사람 정도의 발자국이 있다. 나 처럼 길을 잘못든 대간꾼인가? 아니면 심마니인가? 여하간 한사람 정도의 발자국이다. 계곡물을 만날때마다 정신 없이 손으로 퍼 마시며 하늘만 쳐다보며 올라간다. 빤히 하늘끝이 산봉우리와 마주친다. 그래 저기다. 저기가 대간길과 만나는 봉우리 일것이다. 지금 나에게 유일한 희망은 대간길과 어디서라도 마주 치는것이다. 아침 삼도봉에서 먹은 누룽지의 곡기는 온데간데 없고 허기가 진다. 다만 정신력으로 걸을 뿐이다.그렇게 갈망하던 산 봉우리에 도착하였으나 기대하던 대간길은 나타나지 않는다. 실망에 주저 앉고 만다.
그러나 정신을 차려 주위의 몇몇 봉우리들을 둘러보니 대강 판단이 선다. 내가 있는 봉은 가운데 줄기의 봉으로 한 봉을 더 올라야 될것 같다. 다시 마음을 독하게 먹고, 저기다 싶은 봉을 오르기 시작한다. 봉을 다 오를즈음 어디서 길이 생겼는지 제법 길다운 길이 있다. 길을 따라 봉 정상에 오르니 내려가는 길이 없어져 버린다. 길도 없는 숲속을 헤치고 무작정 내려서니 우회하고 있는 제법 넓은 길을 만난다. 과연 이길이 대간길이 맞단 말인가? 그러나 대간 표시기가 하나도 안 보이니 안심 할 수 없다. 사람이 많이 다닌 흔적과 넓게 뚤린 길을 가다보니 삼도봉 1.15km 이정표가 있다. 대간길을 만난것이다.시간은 9시 40분이다. 그동안 뭘 했단 말인가. 심한 원망과 기쁨이 겹쳐 일어난다. 그 동안 길도 아닌 길을 오르면서 얼마나 나 자신을 원망 했던가? 순간의 선택이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질수 있다는 것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한단 말인가... 그러나 이제는 살았다. 대간길을 확실히 만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독도법을 배우고 익혔기 때문이고, 그동안 홀로해 온 대간길의 자신감이 오늘의 어려움을 극복할수 있었다는 것이 한편으론 대견스러웠다. 그리고 조금전 올랐던 봉이 우회길이 있는 지도상의 1,123봉이였다.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은 독도였다.
이후 마음이 편해서인지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한 좋은 길을 30여분 가니 밀목재 이정표가 나온다. 10시 11분이다. 얼마를 알바를 했는지 계산도 하기 싫다. 삼도봉이 2.86km이다. 삼도봉에서 06시 55분에 출발하여 2,86km 밀목재 까지를 10시11분에 도착하였으니..
<김천쪽에서 영동쪽을보고>
<영동쪽에서 김천쪽을보고>
25일 15시 00 분에 3박 4일의 백두대간 제4차 출정기를 마치며, 또 다시 괘방령을 넘지 못하고 중도 하차한 꼴이 되었다. 나에게 궤방령이 백두대간의 또 다른 시련인가?
궤방령이라는 대간길 징크스를 다음에는 꼭 깨뜨려 보자.
우두령은 대중교통편이 없다.한참을 내려가야만 버스가 있다고 한다. 다음 들머리도 교통편 때문에 애를 먹게 되었다.
계획대로 괘방령에서 끈어야 하는 아쉬움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