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선교와 신학의 동향 및 문헌정보 안내 /김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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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김영동 목사는 부산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장로회 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Div.)을 거쳐 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 신학부(Dr.Theol.)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베를린 영락교회와 김포 목향교회를 담임하였으며,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조교수 대우)를 역임한 후, 현재 인도네시아 선교사로 봉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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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교와 신학의 동향
2차 세계대전 이후 한 때 주춤했던 선교운동이 다시 활력을 찾은 이래로 선교와 신학은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특히 지난 몇 십년 동안 선교 연구는 양과 질에 있어서 중요한 발전을 거듭해왔다. 선교 연구에 대한 저서들도 엄청나게 쏟아져 나와 선교가 교회와 신학의 중심적인 위치 내지는 무시할 수 없는 자리를 차지함을 보여준다. 한편 선교적 열정과 실천이 없는 선교 이론의 홍수 속에 선교 운동이 약화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의 소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선교 활동에 대한 반성적 숙고로서의 선교학에 관한 많은 문헌들은 때로는 선교 신학적 방향설정에 혼란을 주기도 하고 논쟁과 이론의 다툼으로 치닫기도 할 위험성이 없지는 않으나 선교 활동 자체가 그만큼 다양해지고 복합적인 성격을 띈다는 것을 시사해준다고 본다. 또한 그것은 기독교 선교의 거역할 수 없는 세계화 과정에 의해 요청되어지는 선교학의 넓이와 깊이를 더해준다고 생각한다.
한편 선교학은 다른 어느 신학 분야가 제공하지 못해왔던 제학문간의 실제적인 만남의 장으로 발전되고 있다. 선교학이란 장에서 성서학자, 역사학자, 사회과학자, 조직신학자 등이 창조적인 신학적 숙고를 위하여 함께 모일 수 있을 것이다. 선교에 대한 문제제기와 응답 추구에 다양한 접근 방법과 시도들이 공존한다는 것은 그 만큼 선교 현장에서의 선교 경험이 다양함을 시사하고, 선교사와 선교학자들의 신학적, 교회론적 확신과 입장이 복합적임을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나뉘어지는 복음주의적 선교학과 에큐메니칼 선교학 뿐만 아니라, 서구로부터 나오는 선교연구와 "제 삼분지 이 세계"로부터 나오는 선교연구, 중앙으로부터의 선교(연구)와 변두리로부터의 선교(연구) 등 다양한 관점이 제시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하고 복잡한 선교 활동과 선교학에 대한 종합적이며 자기 비판적인 동향과 정보를 제시하기에는 벅찬 과제임을 우선 시인하면서 최근에 나온 몇몇 자료들을 토대로 선교학 연구의 방향성을 탐구해보려고 한다.
오늘의 선교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모티머 아리아스(Mortimer Arias)와 알란 존슨(Alan Johnson)은 다음의 다섯 가지로 제시한다(Mortimer Arias & Alan Johnson: The Great Commission: Biblical Models for Evangelism. Abingdon Press 1992). 첫째 복음의 내용(content)이 무엇인가? 둘째 선교의 방법과 전략(method, strategy)은 무엇인가? 셋째 선교의 동기(motivation)는 무엇인가? 넷째 선교의 주체(subjects)는 누구인가? 다섯째 선교의 대상, 즉 수신자(addressees)는 누구인가? 이들은 이러한 선교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응답을 사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선교에서 찾아낸다. 선교의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성경에서 이끌어내는 것은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당한 일이며 앞으로도 불변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아리아스와 존슨은 이차세계대전 이후에 광범위하게 제기된 '선교의 위기'에 대해서 침묵을 하거나 그냥 지나치고 있지는 않는가 의심스럽다. 왜냐하면 선교 개념 그 자체를 이미 자명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195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서구의 교회와 선교학계에서 선교란 단일한 의미는 아니라 하더라도 분명히 규정된 몇 가지 의미를 견지하고 있었다. 칼 뮐러에 의하면 선교란 신앙의 전파, 하나님 나라의 확장, 이교도의 개종, 새로운 교회의 개척, '경계선 넘어가기', 구제와 봉사 등으로 말할 수 있었다(K. Muller: Mission Theology: An Introduction. Nettetal: Steyler Verlag, 1987). 그러나 이러한 선교의 개념을 바탕으로 실천된 선교 사역이 정작 많은 문제를 야기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식민지 이후의 서구 교회에서 더 이상 자명한 것으로 수용되지 않게 되었다. 1950년대 이후에 와서 선교는 누구에게나 자명한 것이 아니었다. 이러한 서구 교회와 선교회의 "선교의 위기" 상황을 1958년 가나 국제선교대회(IMC)에서 중요한 강사의 한 사람이었던 발터 프라이탁(Walter Freytag)은 "지금까지는 선교가 문제를 가졌으나 이제는 선교 그 자체가 문제가 되었다"라고 진단했다. 선교과제, 방법, 전략과 정책만이 아니라 선교가 무엇인가라는 선교이해 자체를 논의의 핵심문제로 삼을 수밖에 없는 역사적 상황이 전개되었다. 그것은 곧 카톨릭 500년, 개신교 200 선교 역사에 대한 재평가 내지는 진지한 비판적 반성에서 나온 것이었다. 전후의 냉전 구도와 맞물려 선교 이해는 소위 복음주의적 선교관과 에큐메니칼 선교관으로 양분되어 약 30여 년 간 예민한 논쟁거리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이차세계대전 이전에 제2/3세계의 99.5%에 이르는 나라가 피식민지 국가였다가 전후에 독립을 하면서 제2/3세계 교회가 제기한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도전과 문제제기라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도전에 대한 서구 교회의 신학적 자기 반성과 새로운 성경 이해에서 나온 선교 이해가 곧 "미시오 데이"(Missio Dei)이다.
사실 서구 선교의 위기는 서구 교회 자체의 위기와 맞물려 나타났다. 금세기 후반부의 최대의 선교신학자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선교학자 데이비드 보쉬(David Bosch 1927-1992)는 이러한 서구 선교와 교회의 위기를 콘스탄틴 이후로부터 현대까지의 '한 시대의 종말'로 진단하였으며, 그 위기의 요소를 후기 콘스탄틴 세계에서 교회와 선교의 위치의 불확실성, 전통적 기독교적 서구에서의 정치 세력의 변동과 탈기독교화, 모라토리움(Moratorium, 선교 유예 혹은 한시적 선교 활동 중지)의 부르짖음, 제2/3세계로부터 들려오는 다른 여러 비판적 소리, 제2/3세계에 대한 정복과 착취에 공모한 역사에 대한 죄책감으로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 대답할"(벧전 3:15) 능력이나 의지를 잃게 된 점, 서구 신학의 한계점, 타종교의 커 가는 자신감과 선교의식 등으로 지적하면서 이러한 위기의 각 요소가 모든 교회 공동체들로 하여금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한다고 주장한다. "기독교 선교활동이 여전히 의미가 있는가, 만약 있다면, 오늘의 세계에서 어떤 형태로 전개되어야 하는가?"(데이비드 보쉬: 선교신학, 전재옥 옮김, 두란노서원 1985, '세계를 향한 증거'라는 저자의 원제목으로 1993년에 개정판이 나왔음).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각 교회가 역사와 전통과 문화라는 삶의 자리에서 성경과 기도와 신학적 노력으로 끊임없이 풀어가야 할 과제이다. 특정 시기, 특정 자리에서의 해답이 영원불변한 것으로 화석화한다면 우리를 선교적 삶으로 부르신 주님에게 불순종하게 되는 위험이 따를 것이다. 왜냐하면 교회와 선교는 항상 성령의 역사 안에서 개혁하는 것을 그 특징으로 하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보쉬는 20세기 선교신학의 금자탑이라 할 수 있는 그의 <변화하는 선교>(Transforming Mission: Paradigm Shifts in Theology of Mission, Orbis Books 1991, 현재 기독교문서선교회에서 5년간 번역권을 허락 받아 번역하고 있는 중이라고 알려졌음)에서 선교는 변화시키는 것이요 또한 그 자체가 변화하는 것이란 이중적인 의미를 부여하면서, 새롭게 '부상하는 에큐메니칼 선교 패러다임'(Emerging Ecumenical Missionary Paradigm)을 13가지로 제시한다. 그것은 곧 타인과 함께 하는 교회, 하나님의 선교, 구원의 매개, 정의의 구현, 복음화, 현장화, 자유의 실현, 문화화(혹은 문화순응), 공동의 증언, 모든 하나님의 백성에 의한 교역, 다른 살아있는 신앙을 가진 사람들에게 대한 증언, 신학, 희망 속에서의 행동 등이다. 사실 이 13가지는 1950년대 이후로 논의되어 온 현대 선교 신학의 중심 주제들이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스페인, 캐나다 등에서 대학생 선교를 하였으며 미국 동부 침례교 신학교 교수로 일하고 있는 사무엘 에스코바(J. Samuel Escobar)는 선교학 계간지인 <Missiology vol. 24, no. 1 1996>에 "선교 연구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연구 논문을 발표하였다. 여기에서 사무엘 에스코바는 금세기의 선교적 발전과 선교학적 이해를 '선교 실천과 연구의 다양성과 수렴성'으로 간단히 이야기하고 금세기의 선교 연구를 이끌어 온 몇 가지 기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간략하면서도 깊이 있으며, 다른 많은 질문들을 일으킬 수 있는 기본적인 질문은 9 가지로 요약된다. 이어서 그는 선교 활동의 다양한 양상을 다루고 있는 다섯 권의 중요한 책을 소개하면서 선교 연구의 과거, 현재 및 미래를 제시한다. 그 다섯 권의 선교학 책은 각각 선교의 성경적 기초, 선교 역사, 선교에 있어서 여성의 역할, 선교 신학, 선교에 있어서 문화와 역사를 그 핵심 주제로 삼고 있다. 우선 사무엘 에스코바가 진단한 선교 실천과 연구에 있어서 기본적인 문제제기를 살펴보자.
1. 레슬리 뉴비긴이 최근에 제기한 "서구는 회심할 수 있겠는가?" 서구 기독교와 세속주의를 설명해주는 "서구는 회심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가?" 등의 질문은 "냉정하면서도 정확한 자기 비평"을 향한 열린 마음의 표현이며 서구에서의 선교 사역을 위하여 유익하다.
2. 우리 시대의 기독교 신앙에 관한 기본적인 문제를 탐구하는 가장 명백한 방법은 지구의 "남반구 교회의 경험 속에서 표현된 기독교를 연구하는" 것이다(Andrew Walls, "Structural Problems in Mssion Studies." IBMR 15(4) 1991:146-155). 전통적인 기독교 지역으로 여겨지는 곳에서 제2/3세계 교회의 선교 활동이 점차 증대되고 있음도 서구 선교에 질문을 제기한다. 이런 면에서 특히 우리 한국 교회의 세계 선교를 들 수 있다. 단순히 선교사의 숫자가 급증하였다는 사실보다는 한국 교회가 서구로부터 식민지를 당한 것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비기독교 세력에 의해 지배를 받는 중 백성들이 기독교에 반감을 갖지 않았다는 점, 급속한 교회성장과 경제성장, 무엇보다도 고난의 영성을 체험하였다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본다. 세계교회는 남의 민족을 침략한 적이 없는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며, 숱한 전쟁과 가난과 식민지의 아픔을 믿음으로 승화시킨 한민족의 이 고난의 영성을 나누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 선교사를 초청하는 다른 나라 교회들은 물질적인 나눔과 섬김이란 이유가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무엇보다도 바로 이러한 우리의 체험을 가져오기를 기대한다.
3. 두 번째 질문을 제기하는 좀 더 넓은 틀로서의 새로운 문제는 "기독교 확장은 중심부로부터 보다는 변두리로부터 더 많이 나오는" 특색을 가진다는 것이다.(W. Buehlmann, The Comming of the Third Church. Maryknoll: Orbis Books, 1977). 에스코바는 오순절 선교 운동도 이런 틀 안에서 더 잘 이해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4. 타종교에 대한 접근의 문제로서 이미 1930, 40년대 북미에서 가장 논쟁점이었으나 로잔 II 마닐라 대회(1989)에서 복음주의자들에게도 문제의 긴급성을 알리는 소리가 있었다. 오늘의 문제는 선교 활동보다는 북미와 유럽 도시들의 심장부에서의 타종교의 성장과 관련된 질문들이 제기된다.
5. 1912년 롤랑 알렌(Rollan Allen)이 제기했던 선교 방법론의 혁신적인 개혁과 신약성경적인 선교 유형의 타당성과 중요성에 대한 문제로서 여전히 고려되어야 한다.
6. 이러한 새로운 선교 유형은 성령과 선교라는 주제로 압축된다. 특히 오순절 운동은 그 발단부터 선교적 형식을 띄었으며, 결국 성령과 선교라는 주제를 학문적인 수준에서 논의하게 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근래에 선교학 분야에서 크게 대두되는 논의의 핵심은 성령과 선교로서 이것은 선교에 대한 지금까지의 논의에 덧붙여지는 또 다른 하나의 주제라기보다 오히려 선교 논의의 공통 기반과 핵심 열쇠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성령론적인 선교이해를 강조하는 학자들은 지금까지의 "하나님의 선교" 개념이 너무 기독론 중심주의적으로 부각되어 왔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으며, 한편에서는 종교와 문화의 다원적인 상황 속에서 성령의 역할과 활동을 강조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미 금세기 초에 롤랑 알렌(Roland Allen, 1868-1949)이 선구적으로 성령과 선교에 대한 연구를 했으나 별다른 주의를 끌지 못하였다. 60년대에 와서 성령과 선교에 대한 논의가 에큐메니칼 운동의 몇몇 문서들에 나타나곤 했으나 변두리 사항으로 묻혀버렸다. 그 이유는 교회가 성령을 길들였다는 점(주관주의적 개체화, 제도적 객관주의 경향)과 성령 지향적인 교회로 간주되는 정교회의 신학적 영향이 지체되었다는데 있다고 본다. 본격적으로 성령과 선교가 논의의 전면에 등장한 한 것은 1991년 호주 캔버라에서의 WCC 제7차 총회에서였다. "성령이여, 오시옵소서!"라는 이 총회의 주제가 암시하듯이 에큐메니칼 운동 역사상 성령에 대한 논의가 이처럼 다각도로 진행되기는 처음이었다. (Konrad Raiser: "The Holy Spirit im Modern Ecumenical Thought" in: Ecumenical Review 41(1989), 375-387). 성령과 선교를 중심 주제로 다룬 책들은 다음과 같다. Roland Allen, The Ministry of the Spirit: Selected Writings by Roland Allen, ed. David Paton (Grand Rapids: Eerdmans, 1962), Harry Boer, Pentecost and Missions (London: Lutterworth Press, 1961), A. J. Gordon, The Ministry of the Spirit (Chicago et. al.: The Judson Press, 1950), John V. Taylor, The Go-Between God: The Holy Spirit and the Christian Mission. London 1971, James D. G. Dunn, Baptism in the Holy Spirit. London 1970, Jesus and the Spirit. London 1975, Unity and Diversity in the New Testament. London 1977, Howard A. Snyder, Signs of the Spirit. Grand Rapids: Zondervan 1989, Gorden Fee, God's Empowering Presence: The Holy Spirit in the Letters of Paul. Peabody: Hendrickson 1994.
7. 위의 첫 번째 질문의 논리적인 결과로 제기되는 선교적 현존의 본질에 대한 문제인데, 서구와 서구 교회에 대한 비판은 이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선교적 현존의 양식에 대한 비판은 그것이 서구 식민지적 현존과 너무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십자군의 정신"이 아니라 "십자가의 정신"으로 무장된 선교적 현존, 그리스도의 사랑이 침묵 가운데에, 인내하며 집요하게 표현되는 선교적 현존, 죄악 되고 절망적인 세상에 있으나 빛으로 생명을 풍성하게 하는 성육신적 선교적 현존이 선교사의 실천과 영성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여기서 에스코바는 샤를 드 푸꾜(Charles de Foucauld 1858-1916)의 선교 사역과 영성을 선교적 현존의 예로 들고, 쟉크 엘륄(Jacques Ellul, The Presence of the Kingdom. London: SCM Press, 1951)과 WSCF(1963), 로잔 대회(1974)와 존 스토트(John Stott, Christian Mission in the Modern World. Downers Grove: IVP, 1975) 등이 선교적 현존에 기여한 것을 지적한다.
8. 궁극적으로 선교적 현존의 본질은 교회론, 기독론, 영성과 연결된다. 교회론으로부터 선교론이 나오든지(로마 카톨릭), 선교론으로부터 교회론이 나오든지(복음주의자) 상호 침투하고 영향을 미친다. 하워드 스나이더(Howard Snyder, The Problem of Wineskins. Downers Grove: IVP, 1975, The Community of the King. Downers Grove: IVP, 1977)나 교회 성장학파, 해방 신학자들도 이런 관점에서 이해 할 수 있다.
9. 결론적으로, 기독론은 새로운 선교 유형을 탐구하기 위하여 선교 신학적 연구가 돌아가야 할 원천이다. 기독론 문제에 대한 대부분의 생동적인 탐구는 선교 전선으로부터 나왔으며, 전 인류의 2/3가 사는 곳으로부터, 그리고 북미의 소외된 지역의 부족들로부터 나왔다. 이런 관점의 선교적 대화에 중요한 공헌을 한 신학자는 제 2/3 세계로부터, 특히 남미와 스페인계 세계로부터 많이 나왔다.(Vinay Samuel & Chris Sugden, eds. Sharing Jesus in the Two Thirds World. Grand Rapids: Eerdmans, 1983, William A. Dyrness, Emerging Voices in Global Christian Theology. Grand Rapids: Zondervan, 1994, O. Costas, Christ Outside the Gate. Maryknoll: Orbis Books, 1982, J. Miguez Bonino ed., Faces of Jesus. Maryknoll: Orbis Books, 1984, J. L. Gonzalez, Manana: Christian Theology from a Hispanic Perspective. Nashville: Abingdon, 1990)
금세기 선교 역사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의 대작으로 일컬어지는 티모시 예이츠(Timothy Yates)의 Christian Mission in the Twenty Century(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4)는 위에서 말한 선교 실천과 연구에 있어서 기본적인 문제들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티모시 예이츠는 '20세기의 기독교 선교 신학의 논의점'을 주제어와 중심 이념(key words and ideas)에 따라 시대별로 구분하였다. 그에 따르면,
확장으로서의 선교(1900-1910),
백성의 교회로서의 선교(1910-1920),
선교의 점검기(1920-40),
현존과 대화로서의 선교(1940-1960),
선포와 대화와 해방으로서의 선교(1960-1970),
선포와 교회 성장으로서의 선교(1970-1980),
다원주의와 계몽주의라는 상황 아래에서의 선교(1980-1990)로 분류된다.
여기서 에스코바가 소개하는 최근까지 선교 활동의 다양한 양상을 다루고 있는 다섯 권의 중요한 책을 간단히 소개하려고 한다. 그는 과거, 현재, 미래의 선교학에 대한 일반적인 개관보다는 몇몇 선교학자의 저작을 소개한다. 주로 이야기 식의 설화체 형식으로, 그 연구 방법론은 "전기적-문헌적 종합"(a bio-bibliographical synthesis)이다. 그는 두 가지 중요한 관점에 따라 이야기를 해 나가는데, 그것은 곧 어떻게 각 선교학자와 그의 저서가 지난 수 십년 동안 발전된 중요한 연구 방향들을 종합하는가와 그들이 어떻게 미래에 이루어져야 할 것을 지적하는지를 보여주려고 한다. 그의 관심은 단순히 이론적인 차원에서의 논의라기 보다는 선교 현장과 그 현장으로부터 제기되는 성찰을 연결하는 것이다. 따라서 학자들과 대중적 기독교인들을 다 염두에 두고 쓰여진 저서들을 선택하였다. 앤드류 월스가 이야기했듯이 "우리는 선교 연구에서 최고의 학문성을 요하며, 아울러 그 연구의 성과를 평범한 그리스도인 대중의 손에 이르게 하는 긴급한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성경과 선교 혹은 선교의 성경적 기초: Lucien Legrand, Unity and Plurality: Mission in the Bible. Maryknoll: Orbis Books, 1990
성서학자요 1953년이래 파리선교회 파송의 인도 선교사로 봉사한 프랑스인 Legrand는 성경으로부터 선교의 본질을 해명한다. 이 때 그는 유럽인의 관점에 얽매이지 않고 특수한 문화적 상황을 고려한다. 이 책에서 그의 목적은 "성경에 계시된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의 상황 속에 선교의 주제를 두는 것"이다. 따라서 성경 메시지의 통전성(이스라엘 선교의 두 극점, 즉 "선택의 특수주의"와 "모든 민족을 위한 보편성")으로부터 "선교학의 다양한 유형"을 도출하며, 선교가 성경의 중심 주제임을 밝히고 있다. 선교의 성경적 기초에 대한 이 책은 Donald Senior, C.P. & Carroll Stuhlmueller C.P.가 공저한 The Biblical Foundations for Mission(Maryknoll: Orbis Books, 1983)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개신교 선교학보다 카톨릭 선교학이 훨씬 앞서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해방의 도구로서의 선교 역사: Eduardo Hoornaert, The Memory of the Christian People. Maryknoll: Orbis Books, 1989. Eduardo Hoornaert(1930- )는 벨기에 인으로서 28세 때 브라질 선교사로 파송되어 민중 교회와 기독교 기초 공동체 활동에 깊숙이 관여하고 활동하였다.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들의 관점에서 역사를 연구한 것이 [기독교인 백성의 기억]이다. 이것은 선교학적인 관점에서 기독교 교회 초기 3세기간의 역사를 연구한 저서이다. 그는 콘스탄틴 이전의 초기 교회의 삶과 브라질 빈민들의 기독교 공동체의 삶 사이에 병행하는 점들이 있음을 여러 관점에서 제시한다. 이러한 유사성 즉 역사적 기억을 남미의 그리스도인들의 마음과 정신에 깊게 새겨 넣으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유대교와 기독교는 "기억의 종교"이기 때문이다(출애굽,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 생애, 고난, 죽음, 부활 등에 대한 회상). 그러나 예수님의 기억을 보존함이란 사도적 전승과 다른 이단적 견해와의 끊임없는 투쟁이었으며, 그 기억을 조작하고 변형시키려는 시도들과의 싸움이었다. 따라서 "교회 역사는 언제나 기독교 공동체의 기억을 재활성화시키는 선교에서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 "역사가의 임무는 기억을 학문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라는 Jacques Le Goff의 말에 찬성하면서, 역사학이란 단순히 기억의 환기와 종합뿐만 아니라 그 기억을 정합성 있는 지성적인 담화로 변형시키는 것으로 본다.
Hoornaert는 교회가 제도화되고 나서부터 예수님의 사역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리고 "선택받은 자로서의 소외된 자들"을 망각하였다고 지적한다. 그의 관점에서 선교 역사를 읽으면 선교에 있어서 평신도, 여성, 어린이, 노인들의 역할에 대한 문제, 돈의 위치와 물질의 공동체, 신학적 논쟁의 사회적 차원 등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갖게 된다. [기독교인 백성의 기억]은 선교사의 영성이 식민주의적 영성으로부터 섬김과 나눔의 영성으로, 정복으로부터 현존으로, 대적과 전쟁으로부터 비록 적대적인 세상이라 할지라도 그 한 가운데에서의 살아있고 값비싼 현존으로 바뀌어야 함을 요구한다. 이러한 현존은 예수 그리스도의 본질을 드러내는 길이다.
셋째, 선교에 있어서 여성의 역할: Ruth A. Tucker, Guardians of the Great Commission. Grand Rapids: Zondervan, 1988(이상만 옮김, 여선교사 열전, 도서출판 엠마오, 1995)
선교 역사에서 여성들의 참여와 공헌이 잊혀지고 무시되어 온 것은 안타까운 사실이다. 권력, 권위, 직책으로 상징되는 "남성 지배의 제도화된 교회"가 국내외 선교에서 여성들의 역할을 경시하는 풍조를 고발하는 역사가요 선교학 교수인 루스 터커는 특히 Stephen Neill, J. Herbert Kane 등의 역사가들이 여성 선교사의 행적을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하여 지적한다. 그녀는 여성 선교사들이 국내외의 선교 구조 안에서 정의를 위하여 투쟁해 왔으며, 선교지에서의 억압에 대항하여 싸워 왔음을 환기하면서 그것을 "오늘날의 해방 신학의 초기 형태"로 묘사한다. 특수한 타문화권 상황 속에서 여성 선교사들이 이룩한 역할과 공헌을 고려할 때에야 비로소 진정 '교회와 세상'의 관계를 잘 이해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선교적 현존과 선교의 본질, 그리고 좀 더 현장에 맞는 선교 유형을 탐구하게 될 것으로 말한다.
넷째, 선교 신학 혹은 '복음적 선교 열정과 비판 신학': C. Rene Padilla, Mission Between the Times. Grand Rapids: Eedermans, 1985
남미에서 복음주의 선교사 현장 경험을 가진(1959-1982) 르네 파딜랴는 에쿠아도르 태생으로 미국 휘튼 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하였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F. F. Bruce 지도하에 신약 신학 Ph. D.를 하고 대부분 아르헨티나에서 학생 복음화, 교수, 저작 등의 사역을 하였다. 그는 복음주의 지도자들에게 적절한 복음주의 신학이 결핍되어 있음을 깨우치고, 피상적으로 근본주의적인 문자주의가 아니라 구체적인 성경의 진리 안에서 복음주의적 선교 유형의 기초를 다지는 작업을 시도한다. 특히 그는 로잔 운동에 적극적으로 활동하였고 1974년 로잔 대회 이후의 파사대나(1977, 동질단위의 원리), 윌로우뱅크(1978, 복음과 문화), 하이 레이(1980, 단순한 생활 양식), 그랜드 래피즈(1982, 복음 전도와 사회적 책임) 등의 대회에 논문들을 발표했는데, 이 논문들이 [중간기의 선교]에 담겨있다. 파딜랴는 두 가지 신학적 접근 방법을 사용하는데, 하나는 비판적 과제로서 해방 신학과의 지속적인 논쟁과 교회 성장 선교 이론과 연구 방법의 신학적 전제에 대한 논쟁이라면(교회 성장 선교의 주장은 사회학적 관찰을 출발점으로 삼고, 선교 전략을 개발하나 성경적 뒷받침은 나중에 가서야 찾는다고 지적함), 다른 하나는 건설적 과제인데, 남미에서 복음주의 교회에 역동적인 선교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선교 신학의 발전에 관심을 둔다. 신약 성서 신학자답게 파딜랴는 현장에 맞는 선교 유형을 추구함에 있어서 영적, 사회적 변혁에 통전적으로 헌신하는 전통과 부합하는 새로운 선교와 전도와 제자도의 유형을 위한 구체적인 성경적 기초를 제공하기 위하여 노력을 경주한다.
복음주의자와 해방 신학과 카톨릭 선교학의 공통적 과제로 계속 연구되어야 할 주제는 세상에서의 기독교인 현존의 본질, 교회로부터 선교의 분리의 불가능성, 교회론 갱신의 요청, 가난한 자의 외침과 가난한 자들 가운데서 자라나는 기독교 신앙 형식의 진정성, 복음과 서구 이데올로기의 분리, 결단과 제휴와 대안을 요구하는 사회적, 정치적 문제들의 불가피성 등이다.
다섯째, 선교에 있어서 문화와 역사: Lamin Sanneh: Translating the Message: The Missionary Impact on Culture, Maryknoll: Orbis Books, 1989(전재옥 옮김, 선교 신학의 이해, 대한기독교서회, 1993)
잠비아 출신의 흑인 신학자 라민 싸네는 본래 이슬람에서 개종한 기독교인이다. 따라서 그는 이슬람의 신학과 생활에 친숙하며 특히 아프리카에서의 이슬람 신학의 발전과 역사적 사건들에 정통하다. 그의 책 [메시지의 번역] 혹은 [선교 신학의 이해]는 문화에 영향을 미친 선교에 대한 연구로서 높이 평가된다. 그의 저작에는 이슬람에서의 깊은 영성이 스며들어 있다. 싸네는 또한 종교 역사가로서 아프리카 선교 역사도 잘 알고 있다. 그는 문화와 문화를 오가며 교육과 훈련을 받고 가르치기도 하여 문화적 정체성, 번역의 과정, 문화 변천의 상황 안에서 기독교 신앙을 배우는 과정 등에 대하여 직접적인 지식을 갖고 있다. 선교 역사가의 감수성과 지각으로 그는 선교 행동의 수용자 가 가지는 성숙함을 대변한다. 따라서 "서구 선교의 주제는 좁은 식민지적 상황으로부터 분리되어야 하며, 아프리카 사회의 종교적 배경을 포함하여 아프리카 문화의 좀 더 넓은 배경을 토대로 해야 한다. ... 선교사들이 기독교의 유포에 가장 뛰어난 무대를 차지했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경우 그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L. Sanneh도, "The Horizontal and the Vertical in Mission: An African Perspective." IBMR 7(4) 1983:165).
라민 싸네는 좀 더 성숙하게 선교 역사를 보게 한다. 선교사를 성자나 천사로 볼 것도 아니고, 혹은 단순한 비평주의와 그에 대한 방어로 볼 것도 아니라고 한다. 단지 선교 역사와 명암을 가진 그 영향의 전체성을 보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성경과 역사와 신학을 보고 형성한 것이 그의 [메시지의 번역]이다. 기독교는 그 기원에서부터 번역의 필요성을 느끼고 선교적 과제로 삼았는데, 역사의 흐름과 함께 이중적 힘을 행사하였다는 것이 이 책의 중심 주제이다. 하나는 기독교가 유대적 기원을 상대화하여 유대적 기원의 중요한 양상을 촉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다른 하나는 기독교가 이방 문화의 오명을 제거하고, 이방 문화를 새로운 종교적 삶의 자연적인 확장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상대화'와 '오명 제거'는 상호 밀접하게 연관되어 후자는 전자를 보완하였으며, 둘 다 새로운 종교의 이미지 형성에 중요한 것이었다. 이 책에서 싸네는 비기독교 문화권에서의 기독교의 전파(제1장), 그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파생결과, 특히 성경 번역의 가능성에 대한 결과들을 신학적, 역사적으로 조사하는 데 현대 아프리카에 초점을 맞춘다. 그가 탐구하는 주제들은 성경번역과 문화적 자기이해, 지역적인 긍지, 사회적 자각, 종교적 갱신, 타문화권 대화, 전파와 수용, 선교에 있어서의 상호교환성 등과 같은 관련된 주제들 사이의 깊은 연관성을 보여주고자 노력한다(제2장). 선교와 식민주의(제3자), 아프리카 특정 지역어의 번역판 성경과 토착어적인 민족주의간의 연계성(제4장), 각 지역어 번역의 종교적이고 신학적인 면에 중점을 둔, 상호성의 측면에서 토착적 기관과 선교사 주도권 문제(제5장), 번역의 철학적 가정들(6장), 번역상 비교 종교적 관점의 논리를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교 및 기독교의 번역 가능성"을 주제의 개괄요약으로 한다(제7장). 이 책에는 기독교와 이슬람 양자의 선교적 충동과 접근에 대하여 조심스럽게 비교하는 것이 담겨있으며, 상호 다른 방법론을 형성하는 양자의 충동의 핵심이 무엇인지 탐구되어 있다. 싸네가 제시하는 하나의 중요한 방법론적 이슈는 역사와 신학의 관계이다. 이것은 과거의 선교 연구의 과정과 미래에 이루어 질 선교의 노정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고 에스코바는 평가한다. 싸네는 선교 역사를 다룰 때 선교의 내적인 힘뿐만 아니라 종교적 현상을 형성하는 외적인 상황에도 동일한 주의를 기울인다. 그는 기독교를 경전 혹은 교의적, 신앙교리적 체계로서 보다는, 물론 이러한 것의 중요성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하나의 '종교적 운동'으로, 혹은 하나의 '토착어 번역 운동'으로 보면서 선교 역사를 묘사한다.(1989:7) 따라서 그는 전래의 서구 중심적인 사관이나 해석의 노선을 그대로 취하지 않고 비판적 점검을 한다.
번역을 기독교 선교의 중심에 자리잡게 하면서 싸네는 하나의 해석 원칙을 발전시킨다. 이것은 선교 역사를 새로운 열쇠를 가지고 읽도록 도와주며, 옛 사실의 의미를 캐어내며, 설명되어야 할 새로운 사실을 규명하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접근 방법에 따라 그는 기독교 선교의 초기 문서들과 누가와 바울의 저서들을 다루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바울은 예수님이 선포했다고 믿었던 종교에 필연적인 성취로서 다원주의를 형성했다. 이러한 다원주의는 바울에게 있어서 이방인 선교의 약진에서 그 뿌리를 내렸는데, 그것은 다시 기독교 선교에 있어서 타문화 관용을 정당화시켰다."(1989:47) 이러한 결론과 함께 싸네는 우리 시대에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때때로 20세기말의 독특한 현상으로 생각하는 이슈들을 바울의 의제에 연결시킨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의 저서는 어떻게 성경의 이야기와 선교 역사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신학적인 전망으로부터 볼 때 번역 가능성의 원리(the principle of translatability)는 우리 신앙과 메시지의 핵심적 사실, 즉 성육신 하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지시한다. 이 원리는 하나님을 중심에, 문화들을 변두리에 놓는다. 또한 이러한 번역 가능성의 원리는 우리에게 기독교 신앙에 필수적인 선교적 본성을 환기시킨다. 신앙의 선교적 확장은 한 분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에 대한 한 믿음으로 지탱되는 문화들의 역동적 다양성을 만들어 왔다. 모든 문화들은 하나님에게 이른다는 점에서 동일하기에 다양성이 있을 수 있다. 동시에 어느 문화도 그 자체로 초월적인 진리의 관점에서 온전히 적절하지는 못하다. 복음은 어떤 문화적 형식을 벗어나서 표현되지 못한다. 한편 복음은 어떤 주어진 문화적 형식에 의해서도 제한되지는 않는다. "우리의 이러한 진리에 대한 지각은 하나님과의 올바르고 충만한 관계를 얻는 것과 뗄 수 없다. 구속적 고난은 도덕적 진리의 바로 그 핵심에 있다."
에스코바는 이상 9 가지 오늘의 선교에 대한 질문과 5 종류의 선교 신학의 주제를 소개하고 난 뒤 미래의 선교의 본질을 열어주는 열쇠로서 레슬리 뉴비긴의 글을 인용하고 마친다.
"복음의 진정한 승리는 교회가 세상적인 의미에서 강할 때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복음의 승리들은 교회가 연약함과 경멸과 거절의 한 가운데서 신실할 때 얻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많은 예들로 설명될 수 있는 내 자신의 증언을 간단히 첨가하자면, (복음의)옹호자가 스스로 일어서서, 종종 아주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세상의 지혜와 권세를 대적하고 부끄럽게 하는 말을 하게 된 것은, 복음에 대한 충실함이 교회를 전적인 연약함과 거부의 위치에 있게 한 상황에서였다."(Lesslie Newbigin, The Open Secret. Revised edtion. Grand Rapids: Eerdmans, 1995, 62쪽. 1978년에 나온 이 책의 초판은 한신대의 최성일 교수가 옮겨서 나왔다(선교신학개요. 한국신학연구소 1995).
제랄드 앤드슨을 기념하여 제임스 필립스(James M. Phillips)와 로버트 쿠트(Robert T. Coote)가 편집한 "21세기를 향한 기독교 선교"(Toward the Twenty-first Century in Christian Mission, Grand Rapids 1993)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 오늘과 내일의 선교 상황 및 이론과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이 제시하는 기독교 선교의 주체, 대상, 선교에 대한 기초적인 학문분야, 그리고 마주치는 특수한 도전들은 다음과 같다.
1. 오늘날의 세계 기독교 선교 주체: 복음주의자, 에큐메니칼 혹은 공의회 운동, 로마 카톨릭, 오순절파 및 카리스마주의자
2. 지역별로 본 선교 대상: 남아시아, 독립국 연합 (CIS), 아프리카, 북미, 남미, 오세아니아, 북동아시아, 유럽, 중동
3. 선교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 성서적 선교 모델, 선교 신학, 선교를 위한 영성 형성, 선교 전략, 상황화, 토착 신학들의 형성, 대중 종교
4. 선교에 있어서의 특수한 도전: 선교 교육, 선교에 있어서 여성의 역할과 비중, 선교와 돈의 문제, 선교와 사회정의, 도시 선교,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 기독교인과 무슬림과의 관계들, 선교와 교회-국가의 관계들
끝으로 최근 독일에서 논의된 선교학에서의 새로운 주제를 소개한다. 그것은 해석학과 커뮤니케이션의 우선 순위에 대한 문제로서, 선교의 주체(전달자)와 선교의 대상(수신자)과 관계 있다. 선교의 대상인 '타자'를 '이해'함이 없이 선교는 가능한가? 식민지적 선교 모델에서는 선교의 주체인 선교사가 이미 주어진 복음을 어느 누구에게나 아직 복음을 알지 못하는 불신자에게 전하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50년대 이후로 선교사, 복음, 선교 대상자인 타자는 자명한 주체, 메시지, 객체가 아니라 이 세 가지 요소 모두가 역사적, 공간적 제한성을 가지는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선교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이 세 가지 중심 요소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제기되었다. 선교는 복음이란 보화를 가진 내가 복음을 접하지 못한 타인을 대상으로 하는 '나의 사업(business as usual)'도 아니고 타인에게 내 마음대로 주면 되는 것도 아니다. 선교는 타인을 만남이요 선교사인 내가 주는 자요 동시에 받는 자가 되는 것이다. 타인을 변화시키는 것이요 동시에 내가 변화되는 것이다. 따라서 선교에서 타인의 이해는 중요한 과제가 된다. 그런데 이 타인의 만남과 이해는 "타인을 주체적 존재(Subjektsein)로서, 문화적-종교적 정체성(Identitat)과 친화성(Eingebundenheit)을 가진 존재로 인정하고, 동시에 대화와 공생이 가능하며 차이점과 동질성이(Differenz und Identitat) 동일하게 인정되는 공통점(Gemeinsamkeit)을 열어주는 것"이어야 한다. 타인을 낯선 이방인으로서 그 주체성을 인정하는 관점에서, 그리고 동시에 주체들 혹은 공동체들과의 관계성 속에서의 이해가 이루어져야 함을 요청한다. 이것은 서구인이 콜럼버스이래 낯선 타인을 만나는 두 기본 꼴(모델)인 "차이와 동화라는 혹은 상이와 동등의 해석학적 원칙"(Das hermeneutische Prinzip der Differenz und Assimilation, der Ungleichheit und der Gleichheit)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한다(Theo Sundermeier(ed.), Die Begegnung mit dem Anderen. Gutersloh 1991). 준더마이어의 이 책은 1990년 4월 튜빙겐에서 개최되었던 '타인과의 만남: 간문화 해석학의 변호'라는 학술회의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모은 것인데, 여기에서 하이델베르그의 선교신학자 준더마이어(T. Sundermeier)는 '타인'의 '이해' 문제, 즉 해석학의 문제를 커뮤니케이션보다 우선적인 과제로 보는 반면에 베를린의 선교신학자 발즈(H. Balz)는 커뮤니케이션이 앞서야 함을 주장한다.
해석학이 선교에서 커뮤니케이션보다 먼저 논의되어야만 하는 중요한 이유를 준더마이어는 최근의 커뮤니케이션 연구가 보여주듯이 선교학에서 사용되는 커뮤니케이션 모델들이 진부한 것으로 판명되었다는 데 있다고 한다. 커뮤니케이션은 전달자와 수신자 사이의 일방적인 소통이 아니다. 수신자는 메시지의 단순한 객체가 아니요 주체이면서 동시에 전달자가 되며,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 과정에는 수신자 뿐만 아니라 전달자도 변화를 가져온다. 메시지 자체도 변화될 수 있다. 수신자들간의 계속적인 중개로, 문화적 환경의 변화로, 중개의 매체 그 자체로 인해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메시지 자체도 변형될 수 있다. 따라서 이해의 문제, 즉 해석학이 우선 논의되어야 할 당위성이 있다고 한다. 선교, 즉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의 역할은 '속달 편지 보내는 우체부'같은 것이 아니라 '연애 편지 전하는 구애자'와 같다고 한다.
발즈는 준더마이어의 견해에 부분적으로 긍정은 하지만 입장을 달리한다. 커뮤니케이션의 위기가 현실적인 일이라 해도 그렇다고 해서 해석학이 다시 등장할 분명한 근거를 찾지 못한다. 해석학과 커뮤니케이션을 분명히 구분할 필요도 못 느끼며 해석학보다 커뮤니케이션이 우선하며 중요하다고 한다. 준더마이어가 해석학이란 용어로 의미한 것은 포괄적인 기독교 신앙의 커뮤니케이션 모델에 포함되어질 수 있는 것이다
신앙의 커뮤니케이션과 통문화적 타자 이해의 새로운 해석학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고 오늘의 세계화된 선교 상황에서 연구와 논의의 주제로 삼는 것은 불필요한 안락의자의 놀이도 아니다. 선교는 순종이며 헌신이며 행동이다. 그러나 무반성적, 비신학적, 자기중심적 일은 아니다. 전통과 역사와 종교 등 문화 속의 선교는 타자에 대한 이해 없이 커뮤니케이션의 기술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마치 웅변 기술이 설교의 본질인 것으로 오해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선교든 설교든 깊은 영성과 성령의 충만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영성과 성령의 충만은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존재적인 것이요 사건의 의미를 지닌다. 발즈와 준더마이가가 커뮤니케이션과 타자에 대한 통문화적 해석학 중 어느 것도 놓치지 않는 것은 정당하며 "선교 신병"이며 "병아리"인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발즈도 신앙의 커뮤니케이션이란 주제가 통문화적 이해의 광범위한 해석학 범위 안에서도 뒷자리든 아래 자리든 자기의 적절한 자리를 차지 할 것이라는 데에는 기본적으로 이의가 없다. 그러나 그가 문제로 삼는 것은 우선 순위이다. 마치 오늘날 세계가 고립을 벗어나 하나의 지구촌이라 불릴 수 있을 정도로 통문화적인 인류상황을 만들어 낸 것은 일차적으로 타자에 대한 이해를 통하여 이루어진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커뮤니케이션은 해석학 보다 앞서야 한다고 발즈는 주장한다. 해석학은 언제나 나중에 나타남을 역사가 보여준다고 한다. 예를 들면, 막스 베버(Max Weber)가 말한 '카리스마적 지배(권위)'가 일정 단계의 전달 즉 커뮤니케이션 단계 이후에 그 카리스마의 제도화로 나타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위기가 '카리스마적 지배(권위)'를 폐기하게 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식민지 후기 시대의 통문화적 선교는 타자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타자의 이해, 즉 그 타자의 언어, 역사, 풍습 등 콘텍스트의 이해는 궁극적으로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초문화인 복음을 전하는 데 봉사해야 한다. 문화, 종교 속에 있는 타자 이해 자체가 중심 주제는 아니다. 그 이해의 대전제는 복음의 전달 즉, 커뮤니케이션이다. 또한 신앙의 커뮤니케이션이 타자에 대한 이해 없이 이루어질 때 맹목적이 되거나 자문화중심주의적 선교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커뮤니케이션과 타자의 이해에 대한 해석학 이 둘의 분명한 우선 순위에 대한 논의에 개입하기보다는 우선 양자를 선교 신학의 논의의 대상으로 삼는데 그 의의를 두며 이 두 가지를 변증법적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그리고 복음의 전달을 대전제로 하되 그 복음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하여 타자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전달자 자신과 시공간적으로 역사와 문화의 옷을 입고 있는 '전달자의 토착화된 복음'에 대한 해석학적 작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타자에 대한 이해가 서구인의 전통과 같이 결국 자기이해를 위한 수단으로 축소되어서도 안되겠지만 그 반면에 타자 이해와 콘텍스트 이해가 텍스트를 앞질러서도 아니된다(이 문제는 오늘날 신학계의 "뜨거운 감자"라 할 수 있는 종교다원주의와 종교신학에 대해서도 해당되는 것이라고 본다. 신중심주의적 모델을 주장하는 종교다원주의 신학도 "나사렛 예수의 관점에서의 엄격한 신학적 이야기"(eine streng theo-logische Rede im Blick auf Jesus von Nazareth)를 해야한다. 콘텍스트의 논의가 텍스트를 상실해서도 안되며, "시대의 징조를 인식하되 복음의 빛 아래서 그것을 해석하는"(Gaudium et spes 4) 자세가 견지되어야 한다. 그러할 때 비로소 우리는 신학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할 수 있다(참고: "Editorial: Theologie der Religionen" in: Zeitschrift fur Missionswissenschaft und Religionswissenschaft 78 Jg. 1994, Heft 4, p.257f). 그런데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텍스트를 선교사의 문화, 역사적 전통에서 형성된 신학과 구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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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문헌 정보
선교 실천과 이론에 관한 저서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앞에서 말했다시피 단행본, 논문, 전자 정보 등 수많은 자료들을 다 정리, 소개하기는 역부족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는 단지 선교 자료 및 정보를 어디에서 보고 찾을 수 있는 지에 대한 개괄적인 안내를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 중에서도 IBMR January 1977, p.33에 게재된 '1996년 나온 선교연구에 관한 탁월한 15대 저서'와 1980년대 중반부터 미국에서 하비 콘(간하배)이 발행하는 "Urban Mission" March 1996 p.52에 '1995년의 도시 선교에 관한 뛰어난 10대 저서'가 수록되어 있음을 알려둔다. EMQ(April 1996)는 '선교에 관한 기본적이고 뛰어난 30권의 책'(The 30 best and basic books on mission)을 소개하고 있다(206-213쪽 참고). 모두 영어로 된 저서라서 흠이라면 흠이다. 우리말로 된 선교학 문헌과 우리 나라 교회와 선교에 대한 국내외 저자들의 글들은 다음 호에 싣기로 약속한다. (선교학 문헌에 대한 종합적인 안내는 Karl Mueller, Mission Theology: An Introduction. Steyler Verlag 1987, chapter 8: "A Guide to Missiological Literature" pp. 206-225를 참고 바람.)
선교에 대한 문헌 정보 및 자료는 우선 선교 잡지를 보는 것(책, 오디오, CD 등의 소개와 서평이 실려있음)이 유익하다. 현재 나오고 있는 선교 잡지(주로 계간지임)로는 복음주의적 계통으로 미국의 OMSC(Overseas Ministries Study Center)가 발행하는 IBMR(International Bulletin of Missionary Research, New Haven 1950ff), 역시 미국에서 발간되는 EMQ(Evangelical Missions Quarterly, Washington 1964ff), Missiology: An International Review(Scottdale 1973ff, Practical Anthropology, New Canaan 1954-1972를 계승한 것), Urban Mission(1984) 등이 있고, 에큐메니칼적인 잡지로는 WCC가 발행하는 IRM(International Review of Mission, 1912ff, 잡지 이름의 단수 Mission이 1969년까지는 복수 Missions였음, 처음에는 런던에서, 후에 제네바), 이화여대 전재옥 교수가 회장으로 있는 국제선교학회(IAMS)가 발간하는 Mission Studies 등이 있다. 그 외에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나오는 Missionalia(Pretoria 1973ff)와 독일어로 나오는 ZMR(Zeitschrift fuer Missions- und Religionswissenschaft, Muenster 1911ff)과 ZMiss(Zeitschrift fuer Mission, Basel/Stuttgart 1975ff) 등이 있다.
최근 선교와 전도를 소개하는 컴퓨터 자료인 윈도우용 CD-ROM 두 장이 나왔다. "Information for the Church in Mission: The 20:21 Library"라는 이름을 가진 이 시디롬은 요한 복음 20장 21절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시디 1에는 책, 보고서, 전기, 지역 정보, 데이터베이스(The Mission Handbook, Operation World) 등으로 여러 개의 언어로 된 성경, 그리스, 히브리어 사전들, 9개 성경 주석, 족속과 언어 정보도 실려있고, 시디 2에는 전 지구적 사역의 맵핑 시스템으로 Atlas GIS 3.0, Global Mission Base Map등 여러 지도 자료를 포함한 지역 정보가 들어 있다. 값은 시디 1이 $299.95, 시디 2가 $399.95이다. 좀 비싼 것이 흠이다. 장신대 도서관에 구입을 의뢰해서 올해부터 컴퓨터를 통하여 찾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