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6년1월에 댕겨온 겨울 여행후기 --
떠남의자유 - 강원도 태백편
내 유년의 겨울방학은 어떠했는가 !
팽이치고 낙동강에 얼음얼면 앉은뱅이 스케이트 타고 놀던 옛 추억이 아스라하다.
여기 우리가 살고 있는 가락국에는 좀처럼 겨울눈이 없는 관계로 아들의 겨울방학은
우리들의 옛 추억과는 거리가 있다. 하여 그 유년의 아스라한 기억을 보듬어 안아
아들에게 내 유년의 향수를 심어 주고자 이번 겨울여행은 석탄분진 풀풀 흩날리는
강원도 태백으로 떠나보고자 한다.
여행에서는 배울것이 많다.
그 첫째가 부피를 줄이는 연습이다.
우리는 늘상 쓰지도 않는 물건을 집안 구석구석에 처박아 놓는것을 좋아한다.
일년이 가도 한번도 쓰이지 않는 그릇들이며, 무슨 행사용 기념품 플라스틱 용기들
각종 커피잔, 먼지 덮힌 장식용 책장으로부터 냉장고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도 모를
잡다한 부식들 까지....
이런 쓰잘때 없는 것들로 인해 우리의 닭장식 아파트는 점점 더 좁아져
더 넓은 곳으로의 비상을 준비하는지도 모르겠다.
있으면 더 가지고 싶고 없으면 불안에 떠는것이 우리내 삶이라면
난 그런 속박으로 부터 벗어나 또하나의 자유를 갈망하고자 할것이다.
그것은 무소유의 자유 !
각설하고, 여행에서는 부피를 줄이는 연습이야 말로 신나고도 즐거운 일이다.
무릇 행선지와 숙박 패턴이 정해지면 그것에 필요한 물품들이 정해지기 마련이다.
세면도구로 부터 옷가지들 그리고 여행중에 먹을간식과 여러가지 소품들
달랑 세식구 2박3일 여정에 필요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싸놓은 짐보따리를 보니
어디 피난이라도 갈 참이다.
이것 줄이고 저것 줄여도 부피가 많은것은 어쩔 수 없다.
유독 추위에 약한 아내의 전투복장은 태백이라는 낮선곳으로의 기후에 대한 불안감을
털어낼수 없어 한가지라도 더 챙기려는 집착임에야 부피가 조금더 커진다 하더라도
삼박함을 좋아하는 내 성질을 수그릴수 밖에 ...
그러나, 꼭 필요한 것만을 챙기는 연습이야말로 내 인생의 삶의 방식이 되었으면 한다.
언젠가는 가지고 있는것을 다 털어 버리고 떠날것이 우리의 인생이라면 ....
자~ 출발이다.
여행 첫 코스로는 태백시를 지나 삼척방향으로 38번 국도로 가다 보면
동양최대의 석회암 동굴지대인 환선굴 탐험 여행으로 정했다..
환선굴은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에 위치해 있으며 천연기념물 제178호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다.
영주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봉화를 거쳐 태백을 지나는 길은 험준한 길이다.
눈길에 대비해 우레탄 체인을 준비해 갔으나 다행히 체인을 쓸 일은 없었다.
태백 진입로 철길 건널목에서 뒷좌석에 앉아오던 아들이 멀미에 시달려
결국 토해내는 불상사를 빼고 나면 그저 신나는 여행이다.
환선굴은 주차장에서 매표를 하고 산길을 30여분 올라야 만날 수 있다.
매표를 마치고 나니 9시에 출발했던 시간이 오후2시.무려 5시간을 운전해온 것이다.
길가에 녹지 않고 쌓인 눈을 뭉쳐 아들과 장난치며 산길을 올랐다.
강원도에는 집들이 너와 나무껍질을 이용해 지붕을 얹었다 하여 너와집이 유명하다.
산길을 오르니 물방아를 만날수 있었는데 물방아 공이 위에 너와나무 껍질을
원뿔모양으로 쌓아 올린 물방아를 민속문화 자료로 관리하고 있었다.
<너와 물방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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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아를 지나면 너와집을 만날수 있는데 식당으로 쓰이고 있었다.
그곳에서 따뜻한 국물이 있는 갈비탕으로 주린 배를 채우고 힘겹게 산길을
오르니 드디어 환설굴 입구로다.
<환선굴 입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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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선굴은 넓은 지하광장을 연상하면 된다. 입구에서 철계단으로 우측으로 돌아
좌측으로 한바퀴 휘돌아 나오는 코스로 정해져 있다.
다른굴에 비해 넓은 폭과 높은 천장으로 인해 머리를 숙이고 지나가는 일이 없다.
그에 비해 다른 굴처럼 아기자기하고 정감이 가는 굴은 아니다.
사람마다 느끼는 정감은 다르겠지만…
암튼 거기도 사람형상 비슷무리한게 있으면 성모상이라고 이름 붙이는
우리 내 정서를 엿볼 수 있다.
도깨비 방망이 밑으로 흘러 떨어지는 석회물이 석순을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볼수 있으며
벽면에 하트 모양의 구멍등 여러가지 모양의 벽면들을 감상하다 보면 1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입구로 되돌아 나올수 있다.
사람눈을 피해 살아가는 동식물 전시판도 좋은 관찰 자료이다.
환선굴 여행을 뒤로하고 태백시에 있는 황지 성당을 찾아 서둘러 태백시로 향했다.
토요일 특전미사를 봐야하는 여정이기에...
여행 출발전에 컴에서 검색한 황지성당을 찾아 삼척 신기면에서 태백시로
향하다 보면 도계읍을 거친다. 최근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문화관광부에서 받은
옥관문화훈장을 반납하고 1인 시위에 참가한 영화배우 최민식씨가 나오는 훈훈한 영화
"꽃피는 봄이오면의 촬영지" 이기도한 도계읍. 도계에는 도계성당이 있다.
우리 목적지는 태백 황지성당 이기에 도계에 들르지 않고 멀리 보이는 성당을 눈도장만 찍고
석탄 분진 흩날리는 지방도를 달렸다.
낙동강의 발원지 황지연못 옆에 위치한 원주교구 태백시 황지성당
바삐 서두른 탓에 5시30분에 성당에 도착했다.
미사시간은 6시30분. 시간이 남아 성당 근처에 숙박지를
정하고 미사시간을 기다렸다. 황지성당 주보성인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이다.
성전마당에는 겨울을 나기 위해 설치한 난로 화로가 2개 설치되어 있었다.
장작을 지펴 몸을 데우도록 한 세심한 배려가 좋았고 화로에 몰려든 교우분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미학이 다감 스럽다.
아들이 화로에 던져 놓은 장작불이 먼 거리를, 그것도 야간근무를 마치고 운전해 온
피로를 확 풀리게 하는 청량제 역활을 했다.
<태백 황지성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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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눈꽃축제가 있는 시기에는 보다 많은 신자들이 미사에 참석 한단다.
우리 가족이 미사에 참여 하는 것처럼.....
그날 따라 박영수(루가)신부님의 강론이 어찌나 내 맘을 후들겨 패든지...
죄가 많은 나에게 정신 차리라고 일깨워 주는 듯한 그런 따끔한 강론을 새겨 들었다.
변화 없는 회개는 반성일 뿐이라는 신부님의 강론이 또 한층 나의 신심을
강화 시켜 주었다.
태백에는 한우 숫불구이가 유명하다는 교우분들의 추천을 받아 저녁을 먹고
얼음 동산으로 꾸며논 황지연못을 둘러 보았다. 낙동강의 발원지라고 깨나 유명한 곳이란다.
스물스물 피어나는 물안개가 불빛을 받아 얼음속으로 투영되어 다가오는 환상의 꿈의 궁전이
환선굴의 꿈의 궁전보다 더 아름답게 비치더이다.
다음날 아침 8시 여행객들로 붐비는 해장국 집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식사를 마치고 태백산 눈꽃축제가 열리고 있는
태백산 도립공원으로 향했다.
9시부터 입장이 가능한데 10시에 도착하니 주차장은 벌써 만원이었다.
도로 옆 임시 주차장에서 공원입구까지 태백시에서 운행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입장 완료.
올해는 축제기간중 눈이 내리지 않은 관계로 아들이 서운해 하는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웰컴투 태백”을 얼음으로 장식한 문을 들어서면 군데군데 눈 조각상 및 얼음 조각상을
만날 수 있다. 겨울연가 주인공을 본 딴 눈 조각상에는 유난히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는 조각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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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온 기념촬영을 몇 군데서 하고 나니 별 흥미가 나지 않아 석탄 박물관 관람으로
발길을 돌렸다. 박물관 입장은 공원 입장료 티겟만 있으면 관람이 가능하다.
말로만 듣던 탄광촌의 실생활을 관람순서에 따라 관람 하다 보니 어린 시절 긴 겨울을
연탄과 석탄으로 따뜻이 지내게 해준 이 고장 주민의 노고에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궁핍하고 어려운 여건 속에 누군들 이 일이 좋아 이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었을까 싶다.
예전에 읽은책 ‘천국의 열쇠’로 잘 알려진 영국 작가 A.J. Cronin이 쓴 <성채>라는 소설에
광산촌 실생활을 적나라 하게 묘사한 부분이 있는데 그 소설에 들어온 느낌이라고 할까 !
암튼, 석탄 췌취 과정과 연탄 제작 과정은 어린이 들에게 좋은 학습 자료가 될 수 있다.
박물관 관람후 눈썰매장에 비싼 입장료를 주고 즐기려 갔지만
경남에서도 눈썰매장은 여러 번 타 보았기에 줄 서 기다리기에 짜증난 아들이
(이제 6학년 올라간다고 시시하다는 눈치다)한번 타고 나서 그만 하잔다.
아깝단 생각을 지우개로 지우고 앉은뱅이 스케이트 타는 곳으로 이동.
소실적 폼 나게 타던 실력을 고스란히 아들에게 전수해 주고 경주까지 즐겼다.
집사람은 내가 더 좋아 하는 것 같다고 우기지 만 서도….
이곳에 와서 가족간에 제일로 좋은 시간을 가진 것 같다.
2박3일의 여정으로 태백에 왔지만 축제기간 중 눈이 없는 관계로 이것으로
여행을 접고 집으로 귀가 하기로 가족회의로 결정.
태백이여 안녕을 외치며 오후4시에 집으로 귀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