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신이란 볏짚으로 삼아 만든 신을 말한다. 가는 새끼를 꼬아 날을 삼고 총과 동기총으로 울을 삼아 만드는 신발이다. 다른 말로 짚세기·망리(芒履)·비구(扉屨)· 초리(草履)·초혜(草鞋)라고도 한다. 삼국시대부터 신어왔던 것으로 전해지는 짚신은 농업을 위주로 했던 우리나라에서는 구하기 쉬운 재료인 짚을 이용하여 만들었고, 서민들의 거의 유일한 신발이었다. 즉, 짚신은 흔한 재료로 누구나 만들어 신을 수 있었던 신발이다.
"짚신도 제짝이 있다."라는 속담이 있다.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흔한 짚신도 왼쪽과 오른쪽의 짝은 있는 법이니, 아무리 보잘것없는 사람도 제짝은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짚신은 정말 짝이 있을까? 우리가 신는 대부분의 신발은 짝이 있다. 운동화, 등산화, 고무신, 구두는 물론 실내화마저도 왼쪽과 오른쪽의 모양이 다르다. 그 왼쪽 과 오른쪽이 합쳐져야 한 켤레의 신발이 되는 것이다. 짚신도 그렇게 왼쪽과 오른쪽이 있어서 짝이 되는 것일까?
짚신은 오른쪽과 왼쪽을 구별하여 만들지 않는다. 길이는 같지만 좌우의 구별이 없이 똑같은 것이다. 길이도 만드는 사람이 적당히 맞추는 것이니, 공장에서 생산하는 기성품 신발같이 일정한 규격도 없다. 즉, 모든 짚신은 모양이 똑같은 것이니 엄밀하게 말하면 짚신은 짝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짚신도 제짝이 있다."는 틀린 속담일까? 필자는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짚신은 신는 사람이 왼쪽에 신으면 왼쪽이 되고, 오른쪽에 신으면 오른쪽이 된다. 그렇게 몇 번을 신으면 왼쪽에 신은 짚신은 왼발의 모양을 따라 왼쪽신이 되고, 오른발에 신은 신은 오른발의 모양을 따라 오른쪽신이 되는 것이다. 즉, 짚신은 애초에는 짝이 없었지만, 신는 사람의 발모양에 따라 한 켤레의 신으로 서로 짝이 된다.
남녀의 만남도 그런 것이다. 두 남녀는 서로 태어난 날도 다르고, 고장도 다르다. 애초에는 서로가 남남이었다. 마치 두 개의 짚신이 서로가 남남이었던 것처럼….
그러나 두 남녀가 만나서 가정을 이루면 두 사람은 배필, 즉 평생을 해로해야 할 짝이 된다. 좌우의 구별이 없었던 짚신이 주인을 만나 짝이 되면 왼쪽과 오른쪽이 되어 떨어질 때까지 함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서로 자라온 환경이 다른 두 남녀가 만나서 가정을 이루기까지에는 많은 갈등이 있을 것이다. 짚신 역시 그렇다. 똑같은 짚신이 주인의 왼발과 오른발에 맞추어 왼쪽과 오른쪽의 모양을 갖추게 되는 것은, 짚신 입장에서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짚신은 어느 한 쪽이 닳아서 못 신게 되면 나머지도 버리게 된다. 한 쪽이 새 짚신, 다른 쪽은 헌 짚신이면 발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양쪽을 똑같이 소중하게 여기며 신어야 한다. 두 남녀의 만남도 그런 것이 아닐까? 어느 한 쪽이 잘못된다면 어디서 그런 짝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짚신도 제짝이 있다."
이 말은 ' 아무리 보잘것없는 사람도 제짝은 있다.'는 것으로만 단순하게 생각할 속담이 아니라고 본다. 두 개의 짚신이 주인의 발에 맞추어서 왼쪽과 오른쪽이 되어 함께 하는 것처럼, 두 남녀도 가정의 보금자리에 맞추어서 남편과 아내로서 함께 하라는 옛 사람의 지혜가 담겨있지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