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시에 일어나니 천둥번개와 장대 같은 비가 오늘 산행을 걱정스럽게 한다.
나야 빗길 산행이든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 산행이든 어지간히 이골이 난지라
날씨와는 전혀 관계가 없지만
어디 다른 사람들이야 그리 쉬운 일인가?
회장님께 전화를 드려 마지막 문자를 한 번 더 드리도록 요청을 하고
집결지인 ‘모란 민속장터’로 나가니 최종인원이 37명이다.
회장님과 총무님들의 열정과 정성에 하늘이 도와서
이만한 인원이라도 모였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출발 예정시간 일곱 시를 20분이 지나서야
광주를 향해 출발하는 차창으로
한 풀 꺾인 가랑비가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 정도만 내려줘도 감사 할 텐데..-
11시가 조금넘어 ‘원효사지구 주차장’에 도착하니
다행히 내리는 비는 선비처럼 점쟎케 내리는 ‘가랑비’다.
저마다 형형색색 준비한 우의를 착용하고 11:20에 산행 시작!
산행을 포기한 두 명을 제외하고 35명의 대원들은
무겁게 내려앉은 비구름 속으로 ‘무등산’을 영접하러 떠나간다.
‘무등산’은
마한 백제시대에는 ‘무돌’ ‘무당’ ‘무덤산’이라 불렀고
통일신라 이후 ‘무진악’ ‘무악’..
고려시대 때 ‘서석산’이라 불리다
조선 시대에 이르러 처음으로 ‘무등산’이라고 하였다 한다.
전체적인 산세는 산줄기와 골짜기가 뚜렷하지 않고 완만한 산세로
어디서 보나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하고 푸짐한
마치 커다란 둔덕과 같은 홑산으로 대부분이 흙산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등산길은 거의 돌길이다.
공원 식당가를 지나고 ‘꼬막재’ 방향을 가르키는 이정표를 따라 계곡으로 들어서니
습한 산 내음과 계곡의 물소리가 반갑다.
산에만 오면 왜 이리 마음이 편안하고 설래임이 좋을까..
오늘 선발대장은 박기섭 대장
본대는 임화연 대장
후미는 변인환 대장이 맡아 수고해줄 것이다.
후미 변인환 대장과 맨 뒤에서 계곡으로 진입을 하다가 교신상황을 보니 선발대와 불통이다.
냅다 앞질러 뛰어가 선발대 박기섭 대장을 만나 확인하니 무전기는 이상이 없다.
적당한 곳에서 세 대를 다 모아놓고 다시 점검을 하기로 하고
다시 선발대와 본대를 앞세워 보내고
본대에서 떨어진 몇몇 사람을 자연스럽게 맡아 함께 오르다 보니
천둥소리만 간간히 들려 올 뿐 비도 어느새 그치고 더는 오지 않을것도 같다.
30여분을 오르다 잠시 휴식을 하면서 우비도 벗어 챙겨 넣고
후미대를 만나 다시 오르기 시작하니 한결 시원하고 가벼웁다.
습관처럼 고개를 들어 휘~휘 돌라보는데
와~~
이거 아무리 봐도 분명히 향나무는 향나무인데
어떻게 이렇게 크게 자랄 수가 있을까?..
감탄을 하며 만져보고 올려다 보며 다시 뒤돌아 보면서 오르는데
이번에는 곧게 자란 소나무들이 쭉~쭉
참 시원스럽게도 하늘높이 솟아있고
열병하는 름름한 군인들처럼 절도있게 늘어서 있다.
능선에 오르니 딱 자리를 펴고 쉬기 좋은 안부라서
-여기가 ‘꼬막재’인가?..-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런 표시가 없다.
잠시 능선을 앞질러 정상쪽을 바라보니
두터운 비구름에 가려진 ‘천왕봉’은 커녕 100m 앞도 보이지 않는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추적추적 걸어 도착한 ‘꼬막재 약수터’에서는
‘음용불가’라는 게시판의 글만 읽고 돌아서 다시 걷는데
이건 숫제 길마다 물이 흥건하게 흐르니
신발에 물을 담고 산행을 하게 될 님들이 문득 걱정이 된다.
폴짝 폴짝 어찌 물 한 방울이라도 신발에 덜 적셔보려고 개구리 뜀뛰듯 걷다보니
어라?
여그가 ‘꼬막제’네?
그럼 워치됭겨~~?
계획대로라면 40분 거리를 70분을 걸었으니
이거 오늘 선발대와 후미 족히 한 시간 차이는 나겠네 그랴..
글먼 않되는디..
‘꼬막재 640m’라고 새겨진 검은 표지석을 지나가며 잠시 좌로 아래쪽을 바라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잿빛 비구름이 바다를 이루고
잔디로 잘 관리된 묘똥들이 도란 도란 단정하게 앉아있는 모습이 참으로 평화롭다.
‘무등산’은
가는곳마다 요란한 계곡물소리가 들리고
등산로가 물길이요 물길이 등산로이니
참 ‘물’이 많은 ‘산’인가 보다.
질곡의 역사속에
피맺힌 한(恨)이 많아
‘눈물’이 많은 산인가 보다.
55개 나무계단을 올라 오솔길 같은 흙길을 걷다보니
오른쪽 정상부근으로는 밤나무들이
왼쪽 능선 부근으로는 목장처럼 넓디 넓은 초원이
시원스럽게 뻗다가 구름더미에 덮혀버렸다.
‘꼬막재’부터 ‘장불재’까지는 ‘호남정맥’구간이니
나는 지금 호남정맥을 타고 있다.
이번에는 위 아래로 ‘넝쿨지대’이다.
너덜지대를 지나고
‘규봉암’ 푯말을 따라 급히 우측으로 꺾어들다 문득 고개를 드니
‘규봉암’의 종각이 야무지게 버티어 서 있고
반가운 ‘해사랑 님’들의 점심식사가 한참이다.
14:00
여전히 예정시간보다 30분정도 더 지나 있지만
‘꼬막재’에서 ‘규봉암’까지는 예정대로 도착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루’님의 부인 ‘정숙’님은 참 반찬도 가지가지 맛나게도 싸왔다.
짊어지고 오다 얼음이 녹지않아
가슴에 안고 녹이면서 올라온 막걸리 세 병을
사람이 많이 모인곳에 한 병씩 나누고
잔을 챙길것도 없이 밥을 담아왔던 빈 통에 한 잔을 받아
거침없이 넘기는 막걸리 맛이 얼~매나 시원하고 맛나던지..
단체사진을 찍고
본대의 후미쯤을 뒤따르다 ‘규봉암’을 올려다 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돌 기둥들의 참으로 멋지다.
분명히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우렁찬데 물길은 보이지 않는다.
커다란 돌 무더기 사이를 뜀뛰듯 건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귀를 귀우리니
신기하게도
이 너덜지대 바위밑으로 흐르고 있음이 분명하다.
-여기가 ‘지공너덜’이 아닌가?..- 갸웃하며
그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지 않을만큼 지나쳐 오는데도
물줄기는
그 처음도 끝도 끝내 보이지 않는다.
산죽(山竹) 군락을 지나고 풀숲 같은 숲길을 따라 능선에 오르니
구름인지 안개 속인지
돌기둥과 수풀들이 아름다히 어우러진 정원이 환상처럼 펼쳐져 있다.
아름답다..
정말 아름답다..
‘장불재 해발900m’
내 키보다 크게 서있는 표지석 꼭대기에는
누군가의 기도가 담겨있을 작은 돌들이 소담하게 올려있고
선발대도 저마다 갖은 포즈를 취하며 기쁨을 담는데 여념이 없는데..
오랜만에 ‘시계종주대’님들과 나도 한 컷 한 컷..
경치도 좋고 시원한 산바람도 둏~타..
‘원효사’ 방향의 군사도로로 잘못 들었다가 뒤돌아 오는 선발대와 다시 합류하여
아기자기한 숲속길을 걷듯 ‘입석대’를 올라서니
오매야~~
오각 육각 돌기둥들이
어떻게 이렇게 크고 웅장하게 솟아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구름이 감싸듯 풀어놓은 듯
꿈결처럼 신비스럽기까지 한
하늘까지 곧게 뻗은 입석’들이 참으로 장관이다.
용암이 식으면서 수축되어 생기는 ‘주상절리’로
7천만년 전에 생성된 돌기둥 이랜다.
무엇으로도 담아내지 못할
그 아름다운 절경을 뒤로하고
다시 ‘서석대’로 향하다가
잠시 쉬기 좋은 바위로 오르니
시원한 산바람이 그렇게 좋은 명당 중에 명당이다.
모두들 모여 앉아 두 총무님들의 입담에 맑은 웃음을 마음껏 풀어놓고
정작 여기까지 힘들게 짊어지고 온 본인도
어차피 한 조각 차례밖에 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나누는 참외와 사과맛이 더없이 향기롭고 달콤하다.
생각했던 기대보다
발 밑에 딛고 선 평범한 바위들의 군락이 ‘서석대’라고 해서
조금 실망을 하고
정말 똑소리 나게 의자 같은 ‘의자바위’에 잠시 앉아있다가
에야디야~~~
야~~호~~~
저마다의 메아리를 남기고 되돌아 ‘장불재’로 내려왔는데
다른길로 돌아온 선발대원들 왈(曰)
우리가 ‘서석대’로 알고 돌아온 곳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큰 바위 애비바위를 작은바위 아들바위가 밀고 있어서 ‘후래자식 바위’라고 이름 붙인 바위도 있고 정~말 바위들이 멋지더라”는 말에
-그러면 그렇지..- 하면서도
내쳐 더 올라가 보지 못하고 내려온 것이 조금은 서운하다.
‘중머리재’에 내려서니 여기 저기 편하게 쉴 수 있는 의자까지 있는 널찍한 안부이다.
잠시 쉬었다 배낭을 추스리고 다시 ‘세인봉’ 방향으로 향하려니
“앞선 대원들도 모두 ‘세인봉’ 방향으로 직진하지 않고
바로 우측으로 꺾어 내려가는 ‘증심사’ 방향으로 내려갔다”며
우리도 ‘증심사’ 방향으로 그냥 내려가자는 여론이 대세이니 어쩔 수 없다.
오늘의 무사한 산행을 축하하듯
묘하게 엉켜져 이루어진 ‘나뭇가지 터널’을 기분 좋게 걸어나오니
식당의 간판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고
둘레가 4.8m나 된다니 성인 세 명이 팔을 벌려야 안을 수 있는 700년 된 ‘당산나무’가
아직도 기세좋게 울창한 가지를 뻣고 있다.
아치형 철골 옆으로 무궁화꽃이 담담히 피어있는 ‘신림교회 수양관’을 지나 ‘증심사’ 입구에 도착하니 18:10이다.
‘문빈정사’ 앞 주차장까지 20여분을 잡으면 18:30..
후미는 거의 일곱 시간 삼십 분의 산행이니 예정보다 한 시간 반이나 넘겼다.
뒤에 내려올 후미대를 기다리며
맥주 한 잔을 달게 받아 마시며 아무리 기다려도
와야 될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
계곡으로 들어가 개울물에 똥꼬까지 시원하게 닦고 내려오는
‘시계종주대 회장’님도 내려오는데
아무래도 이상해서 내쳐 내려와보니 아니나 다를까
내 뒤에 내려오던 님들이 이미 다른길로 다 내려와 있고
사고를 당해 ‘신림교회 수양관’쯤에 홀로 쓰러져 있는 아주머니를
‘119’에 신고를 해서 챙겨주고 내려오느라 늦었다며
맨 후미로 내려오는 후미대원들이 도착하니 벌써 일곱시가 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녘식사까지 여기서 해결한다면 자정안에 성남 도착은 어렵겠다.
일단 출발을 하면서
차 안에서 준비한 닭발 안주와 소주 맥주로 우선 간단히 요기를 하기로 하고
항상 수고하시는 회장님 두 총무님 임대장님의 손길이 부산해진다.
똑같이 산행을 하고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피곤하기도 할 터인데
웃음을 잃지않고 기꺼이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은 모습이
같은 회원으로써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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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동참해주신
‘시계종주대’ '푸른산악회' 마운틴산악회 백두대간종주대원'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꾸벅..
첫댓글 많은 회원님께서 참석 하였네요 회장님 흐뭇하셨겠습니다, 난도 같이 갔었으면 좋을걸 갑만에 가족과 해외 여행가느라 불참 아쉬웁네요 요셉씨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