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한 논바닥 푸슬푸슬한 밭두둑
일기예보에 눈과 귀 묶어두고
고개 떨군 밭곡식 바라보는 어미 마음
못내 안쓰러운지
강풍과 먹장구름 , 갑자기 달 별 몰아내고
가로등 불빛 한데모여
목청 돋우며 의견 분분하다
상중리 대나무집 성모 할머니가유
넘 들은 벌써 고추심어 뿌리 내리는디
온제 심냐구 새벽 검정 빛 만 벗겨지면 텃밭 나와
하늘 보며 종종걸음 치던디유
그래서 엊그제 구름 창고 안 물탱크 여는 김에
골말 영식이네 노타리까지 치게 넉넉히 열자고 했잔유
시늉만 하지 말고
그러니께 이번 에는 좀 넉넉히,
빨리 물꼬 터줘야 한다구유
그들 착한 대책회의 무르익어가고
쇼핑센터에서 돌아오는 길
단호한 바람 목소리에 내 머리칼 막춤 춘다
단맛 나게 상쾌한 이 가슴
내일은 고향 들녘, 희망의 웃음꽃 피겠다.
<소리는 진행형이다>
새벽2시, 방 안 모기 공습경보 사이렌 소리 들린다
그 소리, 늘 경계태세 갖추며 손 휘졌다
내 뺨 열 번 때리다가 어쩌다
한 번쯤 성공이라도 하면
얼굴, 손끝 피로 그은 획 보며 터득한 결과
그 불온한 사이렌 소리,
사냥 시작 알림 방송인줄 알았는데
이미 그는 작업진행 상태였고
부어오른 배를 쓸어내리며
가쁜 숨 헉헉 대는 소리,
오늘도 흡혈귀 놀림에
소득 없이 뺨만 내리쳤다
한데 영락없이 피 강탈당한 거 뻔하고
군데군데 독소 자리 잡았다 생각하니
피뢰침 같이 솟은 분통에 방 불 확 켰다
눈에 독기 살기 가득 품고
소리는 어디론가 진행형이다
미움 앞서도 도시 어쩔 수 없는,
너도
<뚝심 좋은 누에>
세 잠 잔듯 한 누에
부평시장 건강원 출입문 옆
귤 박스 안
곰실곰실 거린다
시장 통 지나던 한 아줌마
“어머 저건 무슨 벌레야 징그럽게”
몸 웅크리며 지나간다
그 말, 열 받을 법도 한데
누에 빙그레 미소 지으며
아줌마 향해
“아줌니 남의 속도 모르고
그런 소리 하지 마유
지들 꼴 이래도
십정동 삐쩍 마른 강 사장님
지들 갔다 약 해 드시고
많이 좋아 지셨다네유
지들이라고 명주실 꿈꾸지 않았겠어유
부디 아줌니 가족이나
지들 찾지 마세유
이만하면 봐 줄만 하지 안남유“
<빗장을 걸며>
찬바람 일으키며 떠난 사람
다시 돌아오지 않을거라 알면서도
혹시나 찾아와 닫혀진 문
영영 마음 돌릴까
그대 향한 미련의 덧문
닫지 못했습니다
살짝 지그려 놓은 문 틈 사이로
한날은 폭풍 밀려와 마음 헤집어 놓고
한날은 한기 파고들어 온 몸 싸늘히 묶여도
오직 한 생각, 견딜 수 있었는데
새 날 밝아
넝쿨장미 피고 지고
장맛비에 짙은 녹음 싱글벙글 춤추는데
더 이상 감당키 힘든 진 빠진 그대 기다림
이제는.
<간단프로필>
이 름 : 강명미(姜明美)
예산 대흥 출생
월간 문예사조 신인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서정시마을 회원
시마을 회원
저서 : 시집 "엄니 조금만 기다려유"
"무시래기의 꿈"
첫댓글 수고 많으십시다..편 수는 골라서 실어 주세요..감사합니다 ^*^
풋풋한 고향 내음 물신 풍기고 작자의 손끝에서 묻어나는 글은 요술쟁이마냥 아름다움으로 표현되고 .... 미치겠어유. 님의 글에
ㅎㅎ한고석시인님 감사합니다..부족함 많아도 잘 부탁드려요..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니까요..바쁜 일상 오늘도 하루 마무리 하는 시간 입니다..좋은 저녁 행복하세요 ^*^
우리도 뚝심좋은 누에처럼 자긍심과 자존심을 가지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