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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과 임금에게 직언하는 올곧은 선비가 되어라 외 1편
1. 임금에게 직언하는 올곧은 선비가 되어라 ― 김홍도 '게와 갈대'
게 두 마리가 갈대 이삭 하나를 놓고 각축을 벌인다. 게와 갈대는 흔히 함께 그려지는 짝이다. 비교적 단순한 조합이다. 무슨 뜻일까?
먼저 갈대의 의미를 읽어보자. 갈대는 한자로 로蘆다. 게가 갈대를 물어 전하면 '전로傳蘆'인데, '전려傳臚'란 말에서 나왔다. 로蘆와 려臚는 우리말 음으로는 달라도 중국음은 모두 '루'다. 전려는 예전 과거시험을 볼 때 합격자를 발표하던 의식이다. '려'는 전고傳告, 즉 전하여 알린다는 뜻. 궁궐의 전시殿試에서 황제께서 납시어 합격자를 발표한다. 황제가 이름을 부를 때마다 각문閣門에서 이를 이어받아 외쳐, 섬돌 아래까지 전한다. 그러면 호위 군사가 일제히 큰 소리로 그 이름을 외친다. 한 사람씩 호명될 때마다 각문 밖에선 탄식과 환호가 엇갈렸다. 생각만 해도 근사한 장면이 아닌가. 이후로 전려는 과거에 장원으로 급제한 사람을 부르는 호칭이 되었다. 갈대의 의미는 그렇다 치고 왜 하필 갈대를 무는 것이 게였을까? 게는 한자로 해蟹다.
예전 과거 시험은 각 지역의 향시鄕試에서 합격한 사람만 중앙으로 올라가 전시殿試에 응시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발해發解다. 해解와 해蟹의 음이 같다. 발해에 뽑힌 사람[게]이 다시 전시에서 전려(갈대), 즉 급제하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게다가 게는 등딱지가 갑옷처럼 되어있어 그 자체로 갑제甲第의 뜻도 있다.
이제 화제를 풀 차례다. 여백에 경쾌한 필치로 "바다 용왕 앞에서도 옆으로 걷는다海龍王處也橫行"는 글귀를 썼다. 횡행개사橫行介士는 게의 별명이다. 게는 옆으로 걷는다. 말 그대로 횡행橫行한다. 개사介士는 강개한 선비란 뜻이지만 집게까지 든 갑옷 입은 무사이기도 하다. 횡행한다는 것은 제멋대로 거리낌 없다는 말이다. 게 그림의 화제에 횡행사해橫行四海라 쓴 것도 많은데 천하를 마음껏 주름잡으란 뜻이다.
그러니까 화제의 의미는 임금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히 바른 말을 한다는 뜻이 된다. 당나라 때 시인 두목杜牧의 '영해咏蟹' 시의 한 구절이다. 원시는 이렇다. "푸른 바다 못 봤어도 진작 이름 알았나니, 뼈 있으되 도리어 살 위로 생겨났네. 생각 없이 번개 우레 겁먹는다 하지 마소. 바다 용왕 앞에서도 옆으로 걷는다오未遊滄海早知名, 有骨還從肉上生. 莫道無心畏雷電, 海龍王處也橫行." 모든 동물은 살 속에 뼈가 있다. 게는 뼈 속에 살이 있다. 걸핏하면 구멍 속으로 쏙쏙 숨는다고 겁쟁이라 얕보지 마라. 바다 용왕 앞에서도 삐딱하게 옆으로 걷는 강골이라는 말씀이다.
갈대 이삭을 문 게로 과거 급제를 축원했다. 두 마리를 굳이 그린 것은 소과 대과에 연달아 합격하란 속뜻이 있다. 합격에서 그치지 않고 화제로 급제한 후에 천하를 주름잡는 큰 인물이 되어 임금 앞에서도 직언하는 올곧은 선비가 되라는 주문까지 담았다. 게의 두 가지 상징을 절묘하게 겹쳐놓은 것이다.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
입력 : 2008.06.06 14:33 / 수정 : 2008.06.07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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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단어
직언하다 : [동]옳고 그른 것에 대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기탄없이 말하다.
올곧다 : [형]마음이나 정신 상태 따위가 바르고 곧다.
선비 : [명] (옛날에) 돈벌이나 벼슬보다는 공부에 열중하던 사람.
게 : [명]큰 집게발 두개를 합하여 열 개의 발이 있어 옆으로 기어다니며 온몸이 단단한 껍질로 싸여 있는 물에 사는 동물.
갈대 : [명]습지나 물가에서 숲을 이루어 자라며 줄기는 곧고 속이 비어 있으며 가을에 흰 꽃 같은 솜털로 덮인 씨앗을 맺는 키가 큰 풀.
이삭 : [명](벼,보리,옥수수 같은) 곡식의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리는 부분.
각축 : [명]서로 이기려고 다투며 덤벼듦.
조합 : [명]여럿을 한데 모아 한 덩어리로 짬.
비단 : [명]명주실로 촘촘히 짠 부드럽고 비싼 천.
담채 : [명]<미술>물감을 엷게 써서 그린 그림.
궁궐 : [명]임금님이 사는 큰 집.
전시 : [명]<역사>조선 시대에, 복시(覆試)에서 선발된 사람에게 임금이 친히 보이던 과거.
납시다 : [동]예전에, ‘나가시다’, ‘나오시다’의 뜻으로 지위가 매우 높은 사람에게 쓰던 말.
섬돌 : [명]집채의 앞뒤에 오르내릴 수 있게 놓은 돌층계.
호위 : [명]따라다니며 곁에서 보호하고 지킴.
호명되다 : [동]이름이 불리다.
탄식 : [명]한탄하여 한숨을 쉼. 또는 그 한숨.
환호 : [명]기뻐서 큰 소리로 부르짖음.
엇갈리다 : [동]서로 어긋나다.
근사하다 : [형]아주 그럴듯하고 좋다.
장면 : [명]1.어떤 장소에서 겉으로 드러난 면이나 벌어진 광경. 2.영화, 연극, 문학 작품 따위의 한 정경(情景). 같은 인물이 동일한 공간 안에서 벌이는 사건의 광경을 이름.
장원 : [명]<역사>과거에서, 갑과에 첫째로 급제함. 또는 그런 사람.
급제하다 : [동]1.시험이나 검사 따위에 합격하다. 2.<역사>과거에 합격하다.
하필 : [부]다른 방도를 취하지 아니하고 어찌하여 꼭.
향시 : [명]<역사>조선 시대에, 지방에서 실시하던 과거의 초시(初試). 여기에 합격하여야 서울에서 복시(覆試)를 치를 수 있었음.
뽑히다 : [동](여럿 가운데서) 선택되다.
등딱지 : [명]게나 거북 따위의 등을 이룬 단단한 껍데기.
갑옷 : [명]예전에, 싸움을 할 때 적의 창검이나 화살을 막기 위하여 입던 옷. 쇠나 가죽의 미늘을 붙여 만듬.
화제 : [명]<미술>1.그림의 이름 또는 제목. 2.그림 위에 쓰는 시문(詩文).
여백 : [명]종이 따위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남은 빈 자리.
경쾌하다 : [형]움직임이나 모습, 기분 따위가 가볍고 상쾌하다.
필치 : [명]1.필세에서 풍기는 운치. 2.글에 나타나는 맛이나 개성.
별명 : [명]사람의 외모나 성격 따위의 특징을 바탕으로 남들이 지어 부르는 이름.
강개하다 : [형]의롭지 못한 것을 보고 의기가 북받쳐 원통하고 슬프다.
집게 : [명]물건을 집는 데 쓰는, 끝이 두 가닥으로 갈라진 도구.
무사 : [명]무예를 익히어 그 방면에 종사하는 사람.
거리낌 : [명]1.일이나 행동 따위를 하는 데에 걸려서 방해가 됨. 2.마음에 걸려서 꺼림칙하게 생각됨.
주름잡다 : [동]모든 일을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주동이 되어 처리하다.
주눅들다 : 부끄럽거나 무섭거나 하여 기를 펴지 못하고 움츠러들다.
걸핏하면 : [부]조금이라도 일이 있기만 하면 곧.
겁쟁이 : [명]겁이 많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얕보다 : [동]실제보다 낮추어 깔보다.
삐딱하게 : [부]한쪽으로 보기 싫게 기울어지게.
강골 : [명]단단하고 굽히지 아니하는 기질.
축원하다 : [동]희망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마음속으로 원하다.
상징 : [명]어떤 사실이나 생각이나 느낌을 떠오르게 하는 사물, 또는 그 사물을 가리키는 말이나 표시.
절묘하게 : [부]비할 데가 없을 만큼 아주 묘하게.
고유명사
김홍도(金弘道) : 조선 후기의 대표적 화가 (1745~?). 호는 단원(檀園). 작품에는 〈소림명월도(疏林明月圖)〉, 〈신선도병풍(神仙圖屛風)〉, 〈선동취적도(仙童吹笛圖)〉 등이 있다.
간송미술관(澗松美術館) :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동에 있는 사립 미술관.
두목(杜牧) : 중국 당대(唐代)의 시인 (803~852).
연습문제
1. 다음 설명에 알맞은 단어를 써 넣으세요.
(1) 마음이나 정신 상태 따위가 바르고 곧다. ( )
(2) 임금님이 사는 큰 집 . ( )
(3) 집채의 앞뒤에 오르내릴 수 있게 놓은 돌층계. ( )
(4) 다른 방도를 취하지 아니하고 어찌하여 꼭. ( )
2. 본문의 내용과 같으면 O표, 다르면 X표 하세요.
(1) 게와 갈대는 흔히 함께 그려지는 짝이 아니다. ( )
(2) 전려는 예전 과거 시험을 볼 때 합격자를 발표하는 의식이다.( )
(3) 예전 과거 시험은 각 지역의 전시에서 합격한 사람만이 중앙으로 올라가 향시에 응시할 수 있었다. ( )
(4) 게 그림의 화제에 ‘횡행사해’라 쓴 것은 천하를 마음껏 주름잡으라는 뜻이다. ( )
(5) 모든 동물은 뼈 속에 살이 있는데 게는 살 속에 뼈가 있다. ( )
3. 다음 질문에 답하세요.
(1) ‘게와 갈대’는 누구의 그림입니까?
(2) 전려는 누구를 부르는 호칭이 되었습니까?
(3) 갈대 이삭을 문 게의 그림은 어떤 속뜻이 있습니까?
(4) 갈대 이삭을 문 게의 그림은 또한 어떤 주문이 담겨 있습니까?
2. 옛 선조들은 생활풍속을 그림에 담았다
풍속화는 말 그대로 우리 옛 선조들의 생활 풍속이 담긴 그림을 일컫는 말이다. 풍속화의 역사를 따지자면 먼 옛날 선사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시인이 그린 바위그림에는 그들의 신앙과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다. 바위그림에는 고래와 들짐승이 빽빽하게 새겨져 있는데 아마도 사냥감이 많이 잡히기를 기원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고구려 벽화도 풍속화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무덤 속 벽화에는 고구려 씨름이나 수박희(태껸), 귀족의 행차, 사냥 장면, 춤추는 모습, 마구간, 부엌살림, 심지어 재주꾼의 서커스 장면 등 온갖 생활 모습이 담겨 있다. 이 벽화를 통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고구려인의 풍속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미술의 역사에서 풍속화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조선 후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대에 이르러 비로소 풍속화가 하나의 미술 형식으로서 완전히 자리를 굳히고 크게 유행하게 되었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단원 김홍도나 혜원 신윤복, 긍재 김득신 같은 풍속화가들이 이 시대를 빛낸 주인공들이다.
이들의 풍속화를 들여다보면 조선 시대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김홍도는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화가였지만, 무엇보다도 풍속화에 탁월한 솜씨를 보여주었다. 지금도 그는 조선시대를 통틀어 최고의 천재 화가로 손꼽히고 있다. 김홍도의 풍속화는 후대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 중 대표적인 화가는 혜원 신윤복과 긍제 김득신이다. 두 사람은 김홍도에 버금가는 풍속화가로서 훌륭한 명작을 남겼다. 그들은 김홍도의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서로 다른 그림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김득신의 그림은 인물들의 생김새나 표정, 익살스런 분위기 등이 마치 김홍도의 풍속화를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신윤복은 그림의 소재나 표현 방법에 있어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서민들의 투박한 생활상 대신에 주로 양반이나 기생을 등장시켜 도시적인 낭만과 남녀 간의 애정을 그려내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풍속화를 통해 옛 선조들의 생활상 뿐 만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생각과 소망까지도 엿볼 수 있다.
장세현, 《한눈에 반한 우리 미술관》(거인, 2007) 중에서
새로 나온 단어
풍속화 : [명]<미술>그 시대의 세정과 풍습을 그린 그림.
선사시대 : <역사>문헌 사료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시대. 석기 시대와 청동기 시대를 이름.
고래 : [명]물고기와 같이 생긴, 바다에 사는 큰 젖먹이짐승.
들짐승 : [명]들에 사는 짐승.
빽빽하게 : [부]한 장소에 무엇이 꽉 들어차서 빈틈이 거의 없게.
사냥감 : [명]사냥하여 잡으려고 하는 대상.
기원하다 : [동]바라는 일이 이루어지기를 빌다.
추측하다 : [동]어떤 사실을 미루어서 다른 무엇을 짐작하다.
벽화 : [명]건물이나 동굴, 무덤 따위의 벽에 그린 그림.
씨름 : [명]<운동>두 사람이 샅바를 잡고 힘과 재주를 부리어 먼저 넘어뜨리는 것으로 승부를 겨루는 우리 고유의 운동.
수박희(택껸) : [명]<운동>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무예 가운데 하나. 유연한 동작을 취하며 움직이다가 순간적으로 손질, 발질을 하여 그 탄력으로 상대편을 제압하고 자기 몸을 방어한다. 중요 무형 문화재 제76호.
행차 : [명]웃어른이 차리고 나서서 길을 감. 또는 그때 이루는 대열.
마구간 : [명]말을 기르는 곳.
재주꾼 : [명]재주가 많거나 뛰어난 사람.
뒤안길 : [명]1.늘어선 집들의 뒤쪽으로 나 있는 길. 2.다른 것에 가려서 관심을 끌지 못하는 쓸쓸한 생활이나 처지.
익히 : [부]1.어떤 일을 여러 번 해 보아서 서투르지 않게. 2.어떤 대상을 자주 보거나 겪어서 처음 대하는 것 같지 않게.
탁월하다 : [형]남보다 두드러지게 뛰어나다.
솜씨 : [명]1.손을 놀려 무엇을 만들거나 어떤 일을 하는 재주. 2.일을 처리하는 수단이나 수완.
버금가다 : [동]으뜸의 바로 아래가 되다.
명작 : [명]이름난 훌륭한 작품.
생김새 : [명]생긴 모양새.
익살스런 : [형]재미있고 우스운 데가 있는.
투박한 : [형]1.생김새가 볼품없이 둔하고 튼튼하기만 한. 2.말이나 행동 따위가 거칠고 세련되지 못한.
양반 : [명]<역사>고려, 조선 시대에, 지배층을 이루던 신분. 원래 관료 체제를 이루는 동반과 서반을 일렀으나 점차 그 가족이나 후손까지 포괄하여 이름.
기생 : [명]잔치나 술자리에서 노래나 춤 또는 풍류로 흥을 돋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여자.
엿보다 : [동]짐작으로 알다.
고유명사
신윤복申潤福 : 조선 후기의 풍속화가(1758~?). 호는 혜원蕙園. 기녀, 무속, 술집을 소재로 한 풍속도를 많이 그렸다. 작품에 <미인도美人圖)> 등이 있다.
김득신金得臣 : 조선 후기의 화가(1754~1822). 호는 긍재兢齋. 인물화를 잘 그렸다. 작품에 <영모도翎毛圖>, <노안도蘆 雁圖>, <설경산수도> 등이 있다.
연습문제
1. 다음 설명에 알맞은 단어를 써 넣으세요.
(1) 그 시대의 세정과 풍습을 그린 그림. ( )
(2) 한 장소에 무엇이 꽉 들어차서 빈틈이 거의 없게.( )
(3) 말을 기르는 곳. ( )
(4) 짐작으로 알다. ( )
2. 본문의 내용과 같으면 O표, 다르면 X표 하세요.
(1) 풍속화의 역사는 먼 옛날 선사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 )
(2) 우리 미술의 역사에서 풍속화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바로 고려시대이다.( )
(3) 풍속화로는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알 수 없다 . ( )
(4) 신윤복과 김득신은 김홍도에 버금가는 풍속화가다. ( )
(5) 주로 양반이나 기생을 등장시켜 도시적인 낭만과 남녀 간의 애정을 그린 화가는 김득신이다. ( )
3. 다음 질문에 답하세요.
(1) 옛 선조들의 풍속이 담긴 그림을 무엇이라고 합니까?
(2) 원시인의 바위그림에 고래와 들짐승이 빽빽하게 새겨져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3) 인물들의 생김새나 표정, 익살스런 분위기 등이 마치 김홍도의 풍속화를 떠오르게 하는 화가는 누구입니까?
(4) 풍속화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