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악보 독보법(Sight Reading)에 대해서
저는 독학으로 음악공부를 많이 해왔고(일명 길바닥에서 배웠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상대적으로
다른 연주자들에 비해 독보가 상당히 약한데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계신분들을 위해서 이것에 대해서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어느 음악 대학의 연주력 평가는 앙상블(Ensemble; 합주)
능력으로 하며 그 능력의 척도는 아래와 같은 몇 가지 사항을 종합해서 평가를 한다고 합니다.
1. 독보력 (Reading)
2. 악기 연주력 (Instrumental Skill)
3. 즉흥 연주력 (Improvisation)
4. 리듬감 (Rhythm, Time, Groove)
저도 예전에는 연주력의 평가를 2번에만 치중했던 적이 있었는데 여러 방면의 연주자로서 연주 활동을
하려면 위의 내용들은 필수적이지 않나 생각됩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특정한 것만 월등히 잘하면서
뛰어난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에는 적절히 분배된다고 생각합니다.
요즈음은 실용음악과나 고급 학원들이 많이생겼지만, 여러가지 여건상 체계적인 음악 교육이라곤
초중등 과정에서 밖에 받지 못하고 연주를 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아는데
(사실 저도 초등학교 음악 교육에서 배운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 같이
오선악보를 읽는데 어려움이 있는 분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많이들 아시다시피 Billy Sheehan이나 Art Blackey 같은 엄청난 실력의 연주자도 독보에 대해서는
상당히 약한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독보가 그렇게 중요한가 라는 의문이 생길지 몰라도
일반적인 경우에는 당연히 악보를 잘 읽는것이 상당히 유리합니다. 일명 '땜빵연주'라고 불리는 대타
연주와 같이 처음 접하는 곡을 악보를 보고 바로 연주해야 되는 상황에서는 악기 연주력을 떠나서
독보능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오선악보는 못 읽어도 탭악보(tablature)는 잘 읽는다.'는 분들도 많은줄 알고 있습니다. 현악기 자체가
동일한 음이 여러 위치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탭악보과 같이 왼손 운지 위치가 정확히 기록되어 있어서
'음악의 기록 수단'으로써 악보도 필요하고 (특히 slap과 같이 운지위치가 중요한 경우), 오선보와 같이
어느 연주자(피아노나 섹소폰 등)도 공유해서 읽을 수 있는 악보도 작편곡 후 전달이나 정보의 흡수라는
관점에서는 장점이 많이 있다고 보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베이스 교본에서는 친절하게 탭악보와
오선악보를 같이 표기하는 방법을 많이 이용하는데 일상의 경우에 탭과 오선을 같이 그리는 노력을
들이기는 쉽지않습니다.
베이스는 화음연주 보다는 단선율이 많고 반주 시 많이 사용하는 1 ~ 5 fret 사이의 음들(4현 기준)을
낮은음자리표에서 덧줄(leger line)을 아래위로 하나씩만 그려도 모두 표현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악기에
비해 오선악보 읽기가 상대적으로 쉽다고 보여집니다.
악보를 읽어야 뮤지션이고 못읽으면 양아치다, 혹은 오선악보만이 정식 음악이고 탭악보는 양아치다는
극단적인 편견은 아니더라도 강호무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초식과 권법이 많으면 많을수록 무술실력이
늘 수 밖에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봅니다.
여러 종류의 악보가 있겠으나 일반적으로 많이 볼 수 있는 몇 가지 종류의 악보를 보겠습니다.

<그림 1> 악보 종류
(종류1)은 오선악보로 정해진 음들 연주하는 것으로 여기에 코드가 기입되면 lead sheet가 됨
(종류2)는 코드에 리듬이 표기된 것으로 정해진 리듬에 맞게 코드를 적절히 연주하는 것
(종류3)은 코드만 표기된 것으로 연주자의 해석에 맞게 적절히 연주하는 것
여기서 '악보를 읽을 수 있다'는 개념이 조금 다를 수 있는데 몇 가지 예를 보겠습니다.
개념1) 악보를 보고 각 음의 높이와 길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음
개념2) 악보를 보고 실시간으로 연주가 가능함
개념3) 악보를 보고 실시간으로 노래할 수 있음
(개념1)의 경우는 초등학교 음악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경우에 누구나 가능하기 때문에 열외시키고
연주자의 입장에서 악보를 읽는다는 것은 (개념2)를 지칭한다고 봅니다. 또 더 나아가서 음악을 이해하는
뮤지션의 입장에서는 (개념3)도 가능해야 되지않나 생각합니다. 비슷하긴 하지만 개념2와 3은 별개의
것으로 분류한 것이 2는 되면서 3이 안되거나 3은 되면서 2가 안되는 경우가 있기때문입니다. (개념3)이
중요한 것은 음 높이가 어떤 것인지 뇌가 인지하는지의 여부인데 이것은 다른 사람의 연주를 듣거나
내가 연주하는 음을 이해하고 연주하느냐의 여부라고 생각됩니다.
시창(sight singing)이 잘되면 청음(ear training)이 늘고 청음이 잘되면 시창도 잘되기 때문에
'시창청음'이라고 같이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시창청음에 개념이 모호하신분은 시창부터 연습하는게
맞지않나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사설이 너무 길었는데 독보가 잘 안되시는 분들이 독보 연습을 하는 방법을 몇 가지 적어보겠습니다.
1. 형식(form), 스타일(Style), 악전(Musical Grammer)의 이해
처음 받은 악보를 연주하기 위해서는 곡의 형식(form)을 이해하는 것이 첫번째라고 봅니다. 이것은
형식을 이해못하면 중간에 엉뚱한 부분을 연주할 수 있고 형식을 이해해야 큰 그림 안에서 세세한 부분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죠.
AABA
ABA
ABC (일명 머리 가슴 배)
AB (일명 양념 반 후라이드 반)
12 bar blues, 16 bar blues
rhythm change
스타일은 Med. Swing, Up Tempo Swing, Samba, Funk, Rock, Ballard, Bossa-Nova 등의 리듬적인 스타일을
말하는데 이것도 형식과 같이 곡 전반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므로 가장 우선 파악해야되겠습니다.
악전은 대부분의 음악 교재의 첫부분에 소개가 되고 있는 것들인데 음자리표, 조표, 박자표, 임시표,
셈여림표, 빠르기표 등등의 기보법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됩니다. 특히 12가지(혹자는 14가지) 조표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를 하셔야 되고 이해가 안되면 암기라도 하시길 권합니다. (예를 들어 b이 4개
있는 조표는 Ab major 또는 F minor라고 바로 나오게끔) 이것에 대해서는 다른 참고 서적들이
주위에 충분히 있기때문에 설명을 생략하겠습니다.
2. 리듬 악보 읽기
음의 높낮이가 없는 음의 길이만 있는 리듬 악보에 대한 이해가 기본적으로 되어야 하겠습니다. 물론
탭악보를 보실 줄 아시면 기본적인 리듬은 읽을 수 있겠지만 세상에 음악이 간단한 것만 있는것이
아니라 상당히 복잡하고 읽기 어려운 리듬들도 수 없이 많기 때문에 리듬에 대한 연습이 확실하게
되어 있어야 오선보 읽기의 기초가 된다고 봅니다. 간단한 리듬 악보에 붙임줄(tie)만 몇개 추가해도
읽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3. 오선보 음 간격 읽기 연습
이것은 독보에서 상당히 유용한 방법인데 연습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빈 오선보를 준비해서 오선보에 빽빽하게 콩나물 머리를 무작위로 그립니다. 물론 음 길이는 없어도
되니 콩나물 줄기와 꼬리는 안 그리셔도 되고 음의 위치는 마음대로 그리시면 됩니다. 하지만 음
간격들이 너무 크면 읽기가 어려울 수 있으니 2도 간격(50%), 3도 간격(30%), 나머지(20%) 정도의
분배로 그리시면 적당하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한 페이지에 콩나물 머리만 수백개가 될겁니다.
이것을 이용해서 읽기 연습은 아래와 같이 합니다.
a. 악보의 첫 음을 '도'로 해서 순서대로 각각의 음들을 읽어나갑니다.
b. 악보의 첫 음을 자신이 원하는 음 (예 '솔')로 정해서 순서대로 각각의 음들을 읽어나갑니다.
c. 악보의 임의의 음을 찍어서 그 음을 원하는 음으로 정해서 순서대로 각각의 음들을 읽어나갑니다.
저는 매일 한것은 아니지만 매번 다른 오선보에 음을 한 페이지씩 그려서 이런 방식으로 한달 정도 읽는
연습을 하니 오선보 읽기가 조금 편해졌습니다. 물론 음 높이로 노래까지 한다면 시창연습까지 됩니다.

<그림 2> 독보 예제 1
4. 손가락 위치(Position)에 따른 독보 연습
우선 왼손 위치에 대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일렉베이스 기준)
1st position이란 왼손 1, 2, 3, 4 손가락이 각각 1, 2, 3, 4 fret에 위치해서 운지하는 것
2nd position이란 왼손 1, 2, 3, 4 손가락이 각각 2, 3, 4, 5 fret에 위치해서 운지하는 것
5th position은 5, 6, 7, 8 fret 에서 운지하는 것
물론 1st position에서 17th position까지 모두 연습하면 좋겠지만 아까도 말했지만 연습량이 너무
많으면 포기를 하고 안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아래와 같은 정도도 괜찮겠습니다.
a. 개방현 (open string)
b, 1st position
c. 2nd position
d. 5th position
e. 9th position
f. 12th position
시간이 되시면 1st position에서 5th position 까지 (1st ~ 5th)는 모두 충분히 연습하는게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13th position 부터는 1st position을 1 octave 올린 것과 동일하기 때문에 약간의
연습만 추가하시면 되리라 생각됩니다. 이것을 연습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 개방현 연습
a. 개방현의 음과 해당하는 오선보 위치를 암기 (E, A, D, G)
b. 동일한 리듬 (예 4분음표)으로 개방현 음을 무작위로 그리고 실시간으로 읽으면서 연주 연습
c. 각 음들의 길이를 변형 시켜서 b를 연습
d. 템포를 올리면서 b, c를 연습
* 1st position 연습
a. E string의 4개의 음(F, F#=Gb, G, G#=Ab)을 이용하여 개방현 연습과 동일하게 연습
b. A string의 4개의 음(A#=Bb, B, C, C#=Db)을 이용하여 개방현 연습과 동일하게 연습
c. D string의 4개의 음(D#=Eb, E, F, F#=Gb)을 이용하여 개방현 연습과 동일하게 연습
d. G string의 4개의 음(G#=Ab, A, A#=Bb, B)을 이용하여 개방현 연습과 동일하게 연습
e. 2개 이상의 string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멜로디로 a~d 를 응용하여 연습 (개방현 이용 가능)
f. 해당 포지션에 적당한 조표(key signature)를 이용하여 연습 (1st position에는 C, F, Bb 등)
이런 식으로 다른 포지션에서의 연습도 1st position의 연습과 유사하게 연습하실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제가 알고 있는 것으로는 화성(triad 또는 7th chord)을 이용해서 3~4개의 음을 덩어리로
읽는 방법이 있는데 글로 소개하자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림 3> 콘트라베이스 독보 예제 (half position)

<그림 4> 일렉베이스 독보 예제 (1st position)
여기에 설명한 것들이 독보의 전부는 아니지만 몇 가지 아이디어는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꾸준히 습관적으로 악기 연주에 익숙해지고 악보를 읽으면서 연주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독보력이 향상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