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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열목굴·칠성굴·돌고래바위·촛대바위 등 기암괴석을 둘러볼 수 있다. 28㎞에 이르는 섬 일주도로(비포장)가 뚫려 있어 택시 등 자동차로 돌며 아기자기한 해안선과 포구의 경치를 감상하는 코스도 인기를 얻고 있다. 예리에서 본촌까지만 포장길이다. 대흑산도는 유배의 섬. 유적지들도 볼거리다. 손암 정약전은 15년간 유배생활 중 흑산도 주변 어족의 생태를 기록한 <자산어보>를 지었고. 면암 최익현은 일본의 강요에 의한 강화도조약에 반발했다가 2년간 유배생활을 하며 후학을 가르치는 데 힘썼다. 손암의 유적지는 사리에, 면암의 유적지는 천촌리에 있다.
세깨·배낭기미·가는개 등 3개의 해수욕장이 있으나, 양식시설 등으로 수질은 좋지 않은 편이다. 흑산도 명물 홍어를 빼놓을 수 없다. 어획량이 적어 칠레 수입산이 판치는 세상이 됐지만, 요즘은 그래도 ‘꽤 나오는 편’이란 게 주민들의 말이다. 옛날 해산물을 육지로 가져갈 때 일주일 이상 뱃길에 해산물이 상하기 일쑤였으나, 홍어만은 탈없이 먹을 수 있던 데서 삭힌 홍어가 유래했다고 한다. 화끈하게 쏘는 향과 맛이 일품이다. 요즘은 20여일 얼음에 묻어 숙성시킨 뒤 토막내 항아리나 냉장실에 보관해 판매한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막걸리를 곁들여 홍어와 삼겹살을 묵은김치에 싸먹는 삼합을 맛볼 수 있다. |
[유배의 땅 흑산도]
흑산도(黑山島)는 산과 바다가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다 하여 이름붙여졌다. 예로부터 해산물 양식이 활발하고 고깃배들이 반드시 거쳐가는 곳이기에 여기서 돈 자랑은 금물이다. 흑산도 예리항은 동중국해와 서남단 인근 어장의 전진기지로,많을 때는 2000여척의 어선이 모여 장관을 이룬다.
역사적 의미도 간직한,유배의 섬으로 수많은 문화유적이 있다. 다산 정약용선생의 둘째형이자 조선후기 문신인 정약전 선생이 유배 15년을 기록한 자산어보의 본거지다. 의병장 최익현 선생이 독립국임을 강조한 ‘箕封剛山 洪武日月’ 친필이 흑산면 천촌리 손바닥 바위에 새겨져 있다. 진리 지석묘군을 비롯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했던 귀신을 부르는 나무 초령목(招靈木)이 고사해 아쉬움을 준다. 상라봉은 흑산도와 홍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정상을 오르는 굽이굽이 길과 동백 군락지,흑산도아가씨 노래비와 봉수대,해넘이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섬 가운데 유일하게 대다수 주민이 천주교인이라는 점도 이채롭다.
섬 주변에 기암괴석과 검은 입을 벌린 동굴들이 홍도처럼 널려 있는 대흑산도 는 홍도 못지않은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게다가 홍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육상관광지가 있어 여행하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흑산도를 온전히 돌아보기 위해서는 홍도와 마찬가지로 유람선을 타는 것이 좋 다. 예리항을 출발해 열목동굴-홍어마을-범마을-칠성동굴-돌고래바위-스님바위 -촛대바위-남근석-거북바위 등을 돌아보는 데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이 중 장쾌한 흑산도 경관을 대표하는 해상관광 볼거리는 촛대바위와 칠성동굴 . 푸른 바다 위에 50m 높이로 솟아 있는 촛대바위는 촛불로 흘러내린 촛농을 비롯해 맹렬하게 타오르는 촛불을 연상시킨다.
그래서일까. 신라 때 장보고가 당나라와 교역을 할 때 이 바위가 등대 구실을 해주었다고 전해진다.
높이 20m, 깊이 100m 정도인 칠성동굴은 입구는 한 군데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7개 동굴로 이루어져 있는데 유람선을 타면 이곳에 잠시 들를 수 있다. 이곳에 들어와 소원을 빌면 성취된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반면 흑산도 육상관광 코스는 이곳 관문인 예리항에서 출발한다. 섬을 둘러싸 고 24㎞에 이르는 일주도로가 있어 굽이굽이마다 숨어 있는 비경을 감상하기에 그만이다.
예리항에서 건너다 보이는 흑산도 행정 중심지인 진리마을에는 하얀 규사로 펼 쳐진 완만한 해수욕장이 있어 여름에는 피서객이 많이 찾는다.
조용한 데다 주변 경관이 아름다운 이곳에서는 신경통 피부병 무좀에 특효가 있다는 백모래 찜질을 할 수 있다.
또 진리마을에는 천연기념물인 수령 300년 된 초향목이 눈길을 끈다. 목련과에 속하는 초향목은 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와 흑산도에 각 1그루만 자생하는 희귀 목. 초향목 뒤에는 애절한 전설이 서려 있는 처녀당도 있다.
진리마을을 거쳐 봉화대까지 오르는 6㎞가량 길을 흑산도 관광도로라고 부른다 . 봉화대에서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면 섬 사이로 둥글게 갇힌 바다가 마치 백 두산 천지처럼 보인다.
예리항에서 택시를 타고 쉬엄쉬엄 섬을 둘러보는 데 2시간 정도 걸린다. 택시 요금은 3만~4만원.
그러나 도초-비금도를 가로 지르는 다리 밑을 지나면서 둔탁한 소리와 함께 한쪽 엔진이 꺼지고 말았다. 태풍이 훑고 간지 얼마 되지도 않아 배를띄워 서해의 용왕이 화라도 내신 건가. 배는 그럭저럭 절름발이 신세로 흑산항에 도착했다.
흑산도 하면 먼저 홍어가 떠오른다. 연간 300마리 정도밖에 잡히는 수가워낙 적은 홍어는 한때 100만~200만원씩을 호가, 일부 특정계층만 맛볼 수있었다. 그러나 최근 수확이 다소 회복되고 외래산 수입이 늘면서 마리당40~50만원대로 떨어졌다. 그래도 겨울철(12~4월)이 제철인 홍어는 여름철엔 여간해서 구경하기 어렵다.
흑산도는 1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섬들의 집합체. 관광지로 유명한 홍도도 흑산도의 한 부속도서다. 동백나무, 후박나무 등 잎이 두터운 아열대성활엽수가 짙은 숲을 이뤄 해를 가리기 때문에 섬의 이름이 흑산도이다. 흑산도의 인구는 6,000여명. 다른 농어촌과 마찬가지로 최근 들어 인구가 급격히 줄었지만 어업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은 여전하다. 날씨가 나빠지면 인근의 배들이 몰려 드는 피항지 구실도 한다.
흑산도 여행의 백미(白眉)는 유람선을 타고 주변 섬들을 도는 해상관광.
기암괴석들은 해안 절벽에 갖가지 형상을 그려 내며 33가지 절경을 연출해놓았다. 썰물 때는 걸어서도 접근이 가능한 칠성동굴은 그 옛날 ‘해상왕’ 장보고가 악천후를 피해 잠시 쉬며 해신제를 지냈던 곳이다. 높이 50여미터의 돛대바위는 육중하고 잘 생긴 외모에 멀리서도 식별이 가능해 장보고와 그의 선원들이 이를 등대 삼아 항해를 했다는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또 바닷물이 침식해 만든 홍어동굴은 마치 홍어와 같이 생긴 커다란 아가리에 100톤급 유람선이 여유 있게 드나든다. 이 밖에도 여기저기 흩어진섬들 주변엔 학바위, 원숭이바위, 촛대바위 등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낸다.
망망대해 한 가운데 섬 생활의 애환은 이제 섬 이곳 저곳에서 눈에 띄는당산나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금도 가끔 마을의 수호신이나 해신에게제사 지내는 이 곳은 흑산도를 비롯해 주변 섬들에 15개 정도가 남아 있다고 한다. 흑산도 일주도로를 타고 가다 ‘흑산도 아가씨’ 가 새겨진 노래비 앞에 서면 야경으로 유명한 용머리재의 구불구불 용트림하는 듯한 형상을 굽어 볼 수 있다.흑산도는 수산자원과 아열대성 특이 식물의 보고(寶庫)다. 이곳에는 120여종의 풍난이 자생하며, 인근 해역에는 국내 전체 어류 종(種)의 80%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그 유명한 영광굴비도 이곳 흑산도 근해에서 잡은 것을 가져 다가 말린 것이다. 조선후기 실학자 정약용의 형 정약전은 이곳에유배와 있는 7년 동안 주변에 서식하는 2,200여종의 어류들을 채집, ‘자산어보’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어류도감을 펴내기도 했다.흑산도 주변의 섬들 중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는 곳은 홍도. 홍도는 1965년아예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170호)로 지정됐다. 변성암의 일종인 규암이오랜 세월 거센 파도와 비바람에 씻겨 만들어진, 붉은 색을 띤 기기묘묘한바위들은 흑산도의 그것과 달리 더욱 여성적인 섬세함과 정교함을 자랑한다. 여의도 두 배만한 크기에 400여명이 주민들이 연간 15만명에 달하는여행객들을 상대로 오로지 관광 하나에만 매달려 사는 점도 흑산도와 다르다.
그러나 천연기념물과 국립공원으로 2중의 규제를 받고 있는 홍도는 낡은민박들과 자연경관을 헤치는 마구잡이식 돌제ㆍ방파제 공사로 보는 이들의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한 여행객은 “홍도의 수려한자연경관은 국보급이지만 지붕 없는 박스형의 콘크리트 건물은 이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자연과 인공의 건축물이 잘 어울리는 풍광을 만든다면여행객들로부터 더욱 사랑 받는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흑산도, 촛대바위ㆍ칠성동굴…탄성 절로]
배를 타고 멀리 나가 섬을 바라보면 산과 바다가 푸르다 못해 검다고 하여 이 름 붙은 흑산도. 특히 해안선 길이만 40㎞가 넘는 대흑산도는 육지와 멀리 떨 어진 섬 가운데 이만큼 큰 섬도 드물다는 생각이 들 만큼 제법 규모가 큰 섬이 다.
[국보급 비경 '흑산도']
배는 안개낀 다도해의 검은 바다를 헤치며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안개는 반드시 확인해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홍도·흑산도 여행은 가능하다. 그러나 안개가 낀 날엔 가면 안된다. 유람선이 뜨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동차에서도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세일여행사 이영주 사장은 “남도 섬 여행은 반드시 날씨를 챙겨봐야 한다. ”고 조언한다.
[둘러 볼 곳]
흑산도 내륙을 도는 일주관광은 지프형 택시나 하루 6만원짜리 렌터카를 이용한다. 섬 곳곳에 장보고, 정약전, 최익현 등 3대 선인(先人)을 기리는 유적지가 있다. 해상 관광은 별도의 유람선(061-275-9115)을이용한다. 홍어가 많이 잡히는 다물도와 그 주변을 도는 1코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며, 그 밖에 영산도를 도는 2코스, 흑산도 주변을 일주하는 3코스가 있다. 홍도는 해상관광만 가능하다.
[교통]
1.용산역에서 목포까지 고속열차가 매일 오전 6시 35분부터 밤 8시 35분까지 2시 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편도 4만1400원. 지금은 새마을호, 무궁화호 (서울역- 목포)도 다니고 KTX도 다님
목포역에서 여객선터미널까지 택시 기본요금, 목포항에서 동양고속(061 -243-2111)과 남해고속(061-244-915)이 하루 두 차례(오전 7시 20분, 오후 1시 20분) 흑산도를 경유해 홍도까지 쾌속선을 운행한다. 왕복요금 6만6800원. 홍 도와 흑산도 내에서는 관광유람선이 운행된다. 이용요금 1만5000원.
2.목포에서 출발하는 쾌속선을 섬 주민들은 ‘멀미배’라고 부른다. 멀미약을 먹더라도 파도가 심하면 치명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오징어는 배멀미를 줄여줄 뿐 아니라 심심풀이로도 제격이다. 경치를 즐긴답시고 배의 앞부분이나 2층에 올라가면 안된다. 승무원들도 이곳은 피하는 장소로,배멀미를 극대화시킨다.
흑산도를 거쳐 홍도로 들어가는 배는 목포여객선 터미널에서 하루 3편이 왕복운항한다. 출발시간은 오전 7시50분,오후 1시20분,오후 2시이며 홍도 출발시간은 오전 10시20분,오후 4시이다. 목포에서 오후 2시에 출발한 쾌속선은 당일 빈 배로 흑산도에 왔다가 다음날 오전 9시30분 홍도를 출발,목포에 되돌아온다. 자세한 배편은 목포여객선터미널(061-244-9915)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
3.목포까지 자동차나 기차를 이용한다. 최근 개통된 고속전철(KTX)를 타면 3시간 20분 걸린다. 경부선 구간은 300km/h나 호남선 구간은아직 일반철도 속도다. 목포 여객선 터미널에서 동양고속(061-243-2111)이나 남해고속(244-9915)이 운영하는 쾌속선을 타면 흑산도까지 2시간, 홍도까지 2시간30분 걸린다.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소흑산도(가거도)는 흑산도에서 1시간 더 남쪽에 있다.
[먹거리]
남도여행의 즐거움은 역시 다양한 먹을거리와 볼거리다. 전국의 낙지 음식점 상호 중 가장 많은 게 ‘목포낙지’다. 그만큼 낙지는 목포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그 중에서도 세발낙지가 단연 입맛을 당긴다. 여객터미널 주변을 거닐다 보면 좌판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시중에서 마리당 3000∼5000원하는 세발낙지가 단돈 1000원이다. 말만 잘하면 어린 낙지를 서비스로 맛볼 수도 있다. 더욱 별미는 ‘탕탕이’다. 도마 위에 놓고 탕탕거리며 잘게 썬 낙지를 달걀 노른자와 섞어 내놓는데,숙취 해소는 물론 영양식으로도 충분하다. 한 접시에 1만원.
흑산도에 홍어가 있다면 홍도에는 전복죽과 일명 거북손으로 불리는 ‘보찰’이 있다. 1만 5000원인 전복죽은 내장을 모아 끓여주는데 육지에서 먹는 흰죽이 아니라 노란 유채기름을 뿌린 듯한 고소함이 묻어난다. 선착장 주변 광성횟집(061-246-2600)을 비롯해 어느 식당에서나 싱싱한 전복과 전복죽을 맛볼 수 있다.
유람선(요금 1만 5000원) 관광 중 바닷가에서 따먹는 자연산 미역도 색다른 경험.유일하게 무료다.
홍도는 거친 파도로 해산물 양식이 안돼 생선회 값이 육지보다 더 비싸다. 흑산도 홍어는 이름값이 대단하다. 4명이 맛이라도 보겠다면 최소 12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그보다는 흑산도에서 양식이 활발한 전복과 우럭을 먹는 편이 값싸고 알차다.
[숙소]
1.홍도·흑산도는 당일 관광이 불가능한 코스로 숙소 예약이 필수다. 특히 성수기인 7월 말부터 8월 중순에는 하루 2000여명이 방문,예약하지 않으면 숙소를 잡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대략 2인 1실 기준으로 비수기에는 2만 5000원,성수기에는 5만∼8만원 선이다. 40여개의 민박과 30개의 여관이 있다. 서해모텔(061-246-3764),홍도여관(061-246-2500) 등을 비롯해 흑산농협이 운영하는 내고향쉼터(061-246-4932) 등이 있다. 민박은 전남 신안군(061-240-1241)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2.홍도와 흑산도에는 화장실과 샤워장이 딸린 장급과 민박이 많다. 1박에 4만~6 만원. 흑산도에는 최근 문을 연 흑산비치호텔(061-246-0090)이 있다. 성수기 요금 7만원.
3.흑산도에 축협이 직영하는 1박5~6만원짜리 비치호텔(061-246-0090)이 최근 개장했고, 남도장(275-9003), 산호장(275-9393) 등이 있다. 홍도의 여관ㆍ민박시설은 최대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흑산도ㆍ홍도 전문여행사인 우리여행사(1566-1134/02-733-0882)와 세일여행사(061-242-9225)가 KTX를 타고 가는 2박3일 패키지 투어를 1인당 20~25만원에 판매중이다.
4. 조용하고 주민들의 따뜻한 정을 느끼시고 싶은 분들은 예리항의 반대 쪽에 위치한 사리(모래미) 마을에서 민박을 권한다. 가격은 흥정하기 나름이지만 바다와 작은 산과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연락처 061-246-3201 ( 사리 마을 100-1 꼴프 )
*검디 검은 섬, 제철맞은 홍어배 통통통… 흑산도 | |
《지난달 27일 오전 흑산도로 가는 쾌속선을 탔다.
빈자리가 거의 안 보인다.
전날 폭풍주의보 때문에 배가 뜨지 않았기 때문이다.
폭풍주의보가 풀린 직후의 바다는 겉으로 보기엔 평안했지만 먼바다로 나가자 본색을 드러냈다.
몇 m 높이의 파도가 쉴 새 없이 밀려왔다.
쑤욱 올라갔다가 휙 떨어지기를 수십 차례, 처음에는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즐거워하던 여행객들은 곧 신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뭍사람들이다.
섬이라는 공간의 본질을 한 마디로 말하면 단절이다.
단절은 섬사람에겐 현실이고 운명이다.
뭍사람들은 ‘섬’ 하면 ‘그리움’이니‘낭만’이니 하는 단어를 떠올린다.
바라보는 동안 섬은 관념적인 영역에 머물고 실제로 섬에 갈 때만 현실이 된다.
이날처럼 파도라도 높아지면 ‘그리움’은 바로 ‘괴로움’으로 바뀐다.
그래도 사람들은 섬으로 간다.》
○ 홍어잡이 배
2시간의 고통스러운 항해 끝에 도착한 흑산도 예리항. 이곳은 그 유명한 흑산도 홍어의 고향이다. 부둣가엔 수십 척의 고깃배가 묶여 있는데 그 가운데 홍어배도 끼어 있다.
전날 들어왔다는 제33 창진호 갑판에서 선원들이 주낙을 정리해 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홍어 배들은 20∼50t 규모로 한 척에 보통 7명 정도가 탄다. 요즘 이곳에선 10여척이 홍어잡이를 하고 있다.
홍어잡이 배는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40척 가까이 됐다고 한다. 그러나 97년 단 한 척으로 줄었던 적이 있다. 홍어가 잡히지 않자 수지타산이 안 맞아 다들 홍어잡이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당시 홍어 어획량이 급감했던 이유에 대해 중국의 저인망 어선이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해 홍어를 잡기 위해 쳐놓은 주낙을 끊어놓았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무분별한 남획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뭍에서는 ‘흑산도 홍어의 씨가 말랐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그러다 1998년 봄부터 어획량이 조금씩 늘었다. 정부에서 흑산도 홍어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지원금을 주면서 홍어잡이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90년대 중후반에 비해 요 몇년 새 홍어 어획량이 크게 늘어났지만 여전히 뭍에서 흑산도 홍어를 구경하기는 어렵다. 그새 수요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홍좋사모·cafe.daum.net/hongaclub)의 회원이 2000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홍어는 더 이상 일부 아저씨들이나 먹는 음식이 아니다.
○ 홍어의 계절
홍어는 일년 내내 잡히지만 11월부터가 제철이다. 산란기를 맞은 홍어가 흑산도 근해로 몰려들어 많이 잡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겨울이라야 홍어의 찰진 맛이 살아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홍어 배는 한번 출항에 보통 4, 5일씩 걸리는데 항구에 돌아온 배들은 홍어를 내려놓고 그물을 손질하며 다음 항해를 준비한다. 배가 들어오면 바로 그 자리에서 경매가 열려 홍어는 중매인들의 손으로 팔려나간다. 어획량에 따라 다르지만 8kg 정도 되는 ‘1번치’들은 한 마리에 보통 수십만원씩 한다. 공급이 달리면 100만원이 훌쩍 넘기도 한다.
흑산도 홍어가 요 몇년 새 많이 잡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획량은 들쭉날쭉하다. 뱃사람들에게 “한번 나갈 때마다 얼마나 잡히느냐”고 물었더니 “한번 나갈 때 두 마리도 잡고 200마리도 잡고…”라고 대답한다.
홍어를 잡는 방법도 억척스럽지 않다. 홍어는 움직임이 빠르고 깊은 곳에 있기 때문에 첨단 장비로도 탐지가 잘 안 된다. 거의 선장의 경험과 감에 의존한다.
그물이 아니라 낚시로 잡는데 미끼를 쓰지 않는다. 수십m 되는 바다 밑에 미늘도 없는 ‘ㄷ’자형의 바늘을 촘촘히 길게 늘어놓은 뒤 홍어가 지나다 걸리길 기다린다. 낚싯줄을 감다가 홍어가 올라오면 꼬챙이로 일일이 찍어 올린다. 그래서 홍어의 몸통엔 꼬챙이 자국이 남아 있다.
○ 흑산도의 절경
홍어에 관심이 없다 해도 흑산도는 매력이 있다. 인근 홍도만큼 볼거리가 많은 섬이다. 40km에 이르는 해안선 곳곳이 절경이다.
흑산도를 제대로 둘러보려면 섬 일주도로를 타야 한다. 흑산도는 섬답지 않게 산세가 높고 험하다. 강원도 어느 산간 지방을 옮겨온 것 같다.
96년에야 섬 전체를 도는 도로가 뚫렸는데 여전히 비포장 구간이 많고 경사도 급하다. 제대로 돌려면 6만원을 주고 섬에 있는 지프형 택시를 대절해야 한다.
예리항을 출발해 시계 방향으로 섬을 돌았다.
사리는 정약용의 둘째 형 정약전의 유배지다. 그가 살았다는 초가집이 복원돼 서 있다. 그는 1801년 쉰이 넘은 나이에 천주교 포교 활동을 했다는 죄목으로 흑산도에 왔다. 이곳에서 부근의 어류에 대해 자세한 기록을 남겼는데 그게 유명한 자산어보(玆山魚譜)다.
1876년 강화도조약에 반대해 귀양살이를 했던 면암 최익현 선생의 당시 유배지도 흑산도였다. 면암은 천촌리에 3년간 머물렀는데 그가 바위에 직접 새겼다는 글씨가 남아 있다.
자산의 자(玆)나 흑산의 흑(黑)이나 모두 ‘검다’는 의미다. 섬 주민 이문웅씨(64)는 “섬 전체를 뒤덮은 상록 활엽수 때문에 섬의 색깔이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이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1시간 반을 돌아 상라봉에 도착했다. 일몰이 장관이라는 명성을 들은 터라 일부러 해가 떨어지는 시간에 맞췄다. 해는 불과 몇 분 남지 않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일몰 무렵 서쪽 하늘은 초 단위로 색깔이 바뀐다. 찬찬히 들여다보니 누런빛이 다소 잦아들면서 붉은빛이 점점 더해진다. 그러다 순식간에 해가 넘어가고 하늘엔 붉은 잔상만 남았다.
어둠이 내리자 저 너머 예리항에 하나둘 불이 켜지는 게 보였다. |
첫댓글 자세한 소개 감사 하고요 담에 흑산도 접수 하러 갑니다 미끼는 제주 흑돼지 뒷 다리 입니다..
흑돼지 맛있는데.... 여기도 접수시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