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브로의 축구화 광고는 ‘당신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카피와 함께 축구화를 신은 여자의 가학적 행위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피학을 즐기는 남자와 함께. 마치 영화 ‘거짓말’을 보는 것 같다. 채찍을 들은 여자. 발로 남자의 가슴을 짓밟고 있다. 그리고 수갑을 채워 묶어놓은 남자의 엉덩이를 힘껏 차기도 한다.
이윽고 남자는 개가 된다. 혀를 내밀며 여자를 등에 태운 것이다. 개 끈에 묶이듯, 팔이 묶인 채로 말이다. 등위의 여자는 의기양양하게 남자의 귀에 대고 무언가를 주문하는 모양이다. 담배 한 대의 휴식도 잠깐. 드디어 남자는 완전한 개가 되어 여자의 신발을 핥는다. 긴 혀를 힘껏 내밀어. 그래도 이쯤 되면 이제 우리의 시선은 제품에 한껏 모아진 셈이다.
남을 이기고 싶은 마음, 권력을 얻고자 하는 욕구. 비록 축구장을 뛰고 있지는 않지만 오늘도 우리는 가학증 환자의 하루를 산다. 그러면서 틈틈이 직장 상사의 잔소리 역시 즐기는 걸 보면 프로이트의 지적처럼 가학증과 피학증은 다른 게 아닌가 보다.
출처_ [글 : 양 웅 한양사이버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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