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원 경희대 호텔관광대 교수 요즘 녹색혁명이 우리 생활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원래 녹색은 자연의 상태로, 현대 문명으로 파괴돼 가는 우리 생활의 지속가능성을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이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기도 하지만, 즐거움을 가지고 여가를 향유하는 존재(호모 루덴스, Homo Ludens)이기도 하다. 가장 이상적인 여가 형태는 즐기는 자의 ‘마음의 상태’로, 여가 활동의 결과로 얻는 행복감이나 마음의 흡족한 상태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연과 함께 녹색을 즐기는 여가활동이 최적의 마음의 환기상태를 불러일으키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여가활동에는 소모적 활동과 감상적 활동이 존재한다. 비록 자연을 대상으로 여가 활동을 하더라도 낚시, 갯벌체험 등 자연을 소모하면서 즐기는 여가활동은 지속가능한 여가라고 할 수 없다. 자연과 생태환경을 눈으로 감상하고 체험하면서 보존하는 활동이야말로 지속가능성을 가진 여가라고 할 수 있다.
자원 소모형에서 감상형으로 여가 형태 바꿔야 녹색으로 즐기는 여가는 바로 감상형 여가활동이다. ‘보존의 당위성’과 ‘이용의 합리성’을 함께 추구하는 활동인 것이다. 감상형 여가활동은 소극적 개념이 아니고, 파괴된 환경을 복원하고 지속가능성의 원칙을 가지고 즐기는 자의 흡족함을 최대화하기 위하여 자원을 합리적으로 개발하는 적극적 개념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그린웨이(Greenway)가 있다. 도심의 수변공간을 녹색화하고 여가공간을 창출하여 걷고 싶고, 뛰고 싶고, 자전거도 타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그린웨이의 개념이다. 일찍이 영국, 미국 등에서 적극 활용하였고, 우리나라도 한강 고수부지, 양재천, 중량천, 안양천, 청계천 등에 그린웨이 개념을 도입해 ‘녹색으로 즐기는 여가 공간’을 창출, 도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여가활동의 다양성과 만족도를 향상시키고 있다. 더 많은 숲 공간 조성, 생태하천 복원 등을 통해 더 많은 녹색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도시 및 지역의 자연녹지와 산, 자연휴양림 등을 활용하여 녹색으로 즐기는 여가 공간을 조성하고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등산은 녹색 여가 활동의 좋은 예이지만, 등산객의 발로 토사를 유실시켜 자연이 파괴되는 것을 방지하고, 시간적 여유가 없고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높은 산은 친환경적인 케이블카 설치를 활성화해야 한다. 호주의 케언즈 사례는 케이블 카 ‘스카이 레일’의 설치로 오히려 자연이 보존이 되고 방문객들의 환경 의식이 더욱 높아진 대표적 사례이다. 케언즈 협곡 국립공원에는 약 7.2km 길이의 스카이 레일이 설치되어 있어,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을 보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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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정부는 케언즈 협곡에 스카이레일을 설치해 등산객의 편의를 높이는 한편 자연훼손을 막고 있다. |
캐나다 등 그린투어리즘 적극 육성 녹색으로 즐기는 여가활동의 또다른 사례는 캐나다 토론토의 생태관광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캐나다 토론토는 생태관광이 잘 개발되어 도시에 적용된다면 방문객들이 덜 파괴적인 행위를 하게 될 것이며 동시에 보다 REAL(Rewarding, Enriching, Authentic, and Learning)한 경험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토론토는 홍보를 통해 방문객과 주민들에게 생태관광의 원칙을 전달하는 한편, 그린투어리즘 산업을 육성하고, 방문객들로 하여금 그린경험(greener experience)을 하게 했다. 또, 이런 노력에 동참하는 중소규모의 사업체에게는 새로운 사업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생태관광을 통하여 여가공간을 조성하고, 사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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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녹색관광을 홍보하는 캐나다 토론토의 홍보 책자 | 또다른 사례로는 농장 체험관광이 있다. 프랑스의 그린투어리즘은 전국 최대 민박 조직인 ‘지트 드 프랑스(Gite de France)’ 전국연맹의 민박 사업과 농업회의소에서 공동 상표 네트워크로 운영하는 “농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Bienvenue a la Ferme)” 사업으로 크게 성공하고 있다.
영국과 일본도 농촌 방문을 유도하여 국민들의 여가활동이 녹색관광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였다. 우리나라도 그 동안 농촌관광에 많은 투자를 했지만, 기대했던 것 보다 가시적 성과는 거두지 못하였다. 그러나 최근의 녹색성장 트렌드를 활용하여 농촌관광이 녹색을 즐기는 대표적인 여가활동이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 호주 등에서는 방문객이 호텔 대신 농가에 머물면서 유기농 작물 재배를 돕고 현지에서 직접 먹을거리를 해결하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식재료 수송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즉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을 줄이기 위해서다. 여가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총량 중 25%는 숙박시설과 식사 등에서 배출되기 때문에 방문객에게도 환경과 현지인에 대한 책임의식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미래 녹색여가 시장 급성장 전망 이러한 형태의 녹색 여가활동은 특수한 사례처럼 보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보편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녹색여가 시장이 매년 20~35%씩 성장하고 있으며, 국제 에코투어리즘 이사회(TIES)는 2012년쯤이면 시장 규모가 한해 4,730억달러로 전 세계 여행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해외 사례들이 시사하듯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겸한 우리만의 녹색 여가환경 조성이 절실해진다. 정부는 기존 시설 중심의 소비형 여가 활동에서 벗어나 자연 친화적으로 지역 문화를 체험하는 새로운 녹색 여가 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여가 인프라를 구축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에 집중 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환경친화적 여가활동을 생활 속에 정착시켜야 한다.
앞으로 녹색 여가활동에 대한 관심이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도시 및 지역의 수변공간과 자연녹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농촌과 산촌지역의 풍부한 산림자원과 아름다운 경관, 깨끗한 자연과 공기, 물 등 자연을 활용한 녹색 여가공간을 조성할 수 있도록 창의적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