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시 : 2003년 8월 9일 토요일
장 소 : 흑성산 서편 이륙장
바 람 : 북서풍
기 체 : 누런 엑셀
함께 비행하신분 : 레드폭스 나팀장님 외 4분, 천안항공 4분, 하남에서 오신 1분
첫번째 비행...
약 3시경 세번째로 이륙했다. 먼저 이륙하신 분들을 보니 어느 정도 릿지가 되고 있었다. 맘 편히 이륙해서 카메라 렌즈를 보고 포즈도 한번 잡아보고 릿지 비행중...
그런데 머리 위의 시커먼 구름이 심상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한 3, 4미터를 들었다 놨다, 이리저리 흔들어 놓는다. 왼쪽 캐노피는 피칭처럼 숙여지고 오른쪽은 압이 빠지고... 정신없다.
결국 내려가기로 맘 먹고 귀를 접었다. 귀를 접어도 상승이 된다. 이런...
귀접고 구름 피해 이리저리 나댕기다 착륙.
'내가 너무 새가슴인가...쩝'
두번째 비행...
4시경 이륙장에 천안항공 팀과 같이 올랐다. 점점 바람은 세어지고 가스트도 만만치 않았다. 30분, 1시간...기다리다 지쳐서 우린 톱을 빼어들었다. 이륙장 카페트 중간중간에 자란 기다란 풀들을 향해 톱을 날렸다.
쓱쓱싹싹...
풀들이 쓰러졌다.
톱은 참 좋은 물건이다. 매미도 구조하고 풀도 베고...^^
착륙장에선 난리다. 왜 안 내려오냐고..착륙장은 바람 다 죽었다고...
우린 그랬다. 모르는 소리 마시라고...여긴 엄청 쎄다고...
기다리다 못한 천안항공 2분과 레드폭스 '영달 엉아'가 올라오셨다.
바로 그때 바람이 줄기 시작했다. (6시 반경)
천안항공 유사장님이 기체를 좌악 피더니 저녁 하늘에 퐁당 잠기는게 아닌가...석양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비행이었다.
이후 하나둘 이륙.
유사장님 이후 빨간여우님, 영달엉아님, choi님, 나, 바람의 전설님, 양선생님, 박도사님 이륙.
릿지가 절로 되는 아주 좋은 바람. 하지만 이륙장 좌우 골에서 갑자기 기체를 파닥이게 하는 아주 껄끄러운 바람도 있었다.
이륙장에서 연이어 피어나는 형형색색의 꽃잎들...
흑성산 하늘은 8대의 기체로 복닥거렸다.
서산 마루에 걸려있던 석양도 서서히 빛을 잃어가고 기체들도 하나둘 착륙장으로 향했다. 마지막 '영달 엉아'와 남았다. 한가해진 흑성산 하늘을 여유있게 거닐어 본다...
저 멀리 천안시내에 하나둘 등이 걸린다. 얼마후 천안 시내는 보석이 뿌려진듯 반짝 거리기 시작했다.
이젠 혼자 남았다. 밑에 계신 분들한테 죄송하기도 하고 선글라스 때문에 나는 이미 한밤중이다.
고도를 깎기 위해 윙오버를 시도했다. 좌우로 그네 타듯 흔들흔들 재미있었다. 그런데 바람이 내려주질 않는다. 아주 더디다. 더 깊이 당겨볼까 하다가 ...귀접기로 하강.
어둑어둑한 땅에 발을 붙이고 시계를 보니 7시 50분. 기체를 정리하고 나니 어느새 주위는 캄캄해져 있었다. 간만에 기분좋은 피로감을 느끼며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