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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자천의학 원문보기 글쓴이: 계지
중풍·파킨슨병 등 중증 마비 환자 침 맞고 걸어 나가│식물인간 상태의 교통사고 환자 침 맞고 일어서 다리 터질 듯한 환자 사혈 쏟고 그 자리에서 걷게 돼│의식불명 환자 머리에서 사혈 쏟고 정신 돌아와 침놓은 곳에서 뭉쳐 있던 죽은 피 '툭툭' 터져 나와│사혈 뭉친 곳을 직접 풀어 주기 때문에 효과 빨라 |
◈ 기혈 흐름 꿰뚫어 막힌 곳 뚫어줘
한화순(韓化順 취재 당시 72세) 옹은 활혈침(活血鍼)의 명의이다. 활혈침이란 인체의 사혈(死血)을 풀어 주고, 기혈(氣血)의 흐름을 원활히 잡아 주는 침이다.
그의 침을 맞으면 몸 구석구석에 맺혔던 죽은 피가 ‘툭툭’ 터져 나오고, 막혔던 혈(穴)이 뚫린다.
인체는 14경맥이 전신을 감싸고 있으며, 14경맥의 길을 따라 기혈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만약 14경맥 중 어느 한 곳이라도 막힌다면,
사혈이 뭉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만성피로·부종·신경통증·신경마비·관절염증·오장육부의 제반 병증 등 전신에 갖가지 병이 나타나게 된다.
한 옹이 시술하는 침법은 바로 14경맥 중 막힌 곳을 찾아 뚫어 주는 것이다. 기혈이 뭉치기 쉬운 관절 부위의 혈은 물론, 병의 근본 원인과 병증에 따라 막힌 혈을 하나하나 찾아내 빈틈없이 뚫어 주어 기혈 흐름의 물꼬를 터주는 침법이다.
이런 침법은, 오장육부의 상관 관계에 따라 적절히 기혈 흐름의 균형을 잡아 주어 차근차근 질병을 치유해 주는 침법과는 달리, 막힌 혈에 직접 대응하고 사혈을 풀어 준다는 점에서 속효성과 치료 효과가 크다는 면이 있다.
반면 머리에서 발끝까지 환자의 기혈 흐름 상태를 정확히 꿰뚫는 안목과,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기혈 흐름에 대처할 능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침법이기도 하다.
예전부터 침 한 방 잘못 들어가면 앉은뱅이나 벙어리가 된다는 말이 있었던 것도, 상황에 따라 기혈 흐름에 파장이 큰 혈을 파악할 안목이 없거나 터져 나오는 기혈 흐름의 물꼬를 적절히 터 줄 능력이 없이 침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 옹의 침법은 고도의 신침(神鍼) 경지에 이르러야 가능한 침법이라 하겠다.
◈ 중풍마비 환자 침 맞고 그 자리서 마비 풀려
아무튼 주위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한 옹의 침술 경지가 어찌나 높은지, 그간 그의 침을 맞고 난치병을 털고 일어나는 예가 허다하다고 한다.
일례로 중풍마비로 업혀 들어온 재일교포 할머니는 침을 맞고, “일어나 뛰어 보라”고 하자 거짓말처럼 그 자리에서 ‘깡충’ 뛴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 할머니는 자신의 치료 효과에 탄복한 나머지, 즉시 일본에 전화해 5~6명 신경마비 환자를 손수 데려와 모두 나아서 돌아갔다고 한다.
또 서울 잠실의 식물인간 상태의 한 남자는 한 옹의 침을 몇 번 맞고 마비에서 깨어나 돌아갔고, 양양에서 온 중풍 환자는 하룻밤 사이에 병이 낫자 다음날 걸어와 한 옹에게 절을 백배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 파킨슨병 고치고 지팡이 던지고 가
또한 파킨슨병에 걸렸던 경기도 고양시의 한 관료는 한 옹의 침을 맞고 회복된 후 지겹다고 평소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놓고 갔고, 서울의 모 정신의원 원장은 수년간 두통에 시달리다 한 옹의 침을 맞고 낫자 자신이 지금껏 해 온 의술에 회의를 느낀 나머지 낙향하여 다시 의술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 밖에 혈당치가 3백90인 환자가 완치되었다든지, 몇 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갑상선이나 식도암 환자가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멀쩡히 활동하고 있는 일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한 옹을 면허 없는 ‘돌팔이’라고 단속하는 공무원도 병원에서 낫지 못하는 환자가 있으면 공공연히 한 옹에게 가서 치료를 받으라고 권하거나, 병원의 의사들도 몰래 찾아와서 자신의 병을 치료받고 돌아가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무수한 이야기는 믿을 만한 사람에게 들은 것이지만, 처음엔 반신반의하였다. 아무리 침술이 뛰어나다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여 기적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취재하는 동안 그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나, 난치병에 걸렸다 회복된 환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한 옹의 침술 능력을 짐작케 해 주기 중풍과 파킨슨병 등 중증 마비 환자가 침
에 충분했다. 사례를 몇 가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맞고 마비가 풀리자 놓고 간 지팡이들.▶
◈ 경기도 군포시에서 온 이영애(취재 당시 59세 여자) 씨.
침을 맞은 지 불과 5분 후 그녀는 만세를 하라 하니 거뜬히 팔을 들어 올리고 일어서 뛰어 보라고 하니 일어나 깡충깡충 뛰었다. 또 주먹을 쥐어 보더니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고 하고, 이리저리 걷더니 다리도 가볍다고 한다.
필자 역시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지만 침술의 놀라운 효력에 눈을 의심할 만한 일이었다. 그녀는 집에 가서 몸을 따습게 하고 운동만 하면 몸이 완쾌될 것이란 한 옹의 말에 연방 고마움을 표시하며 돌아갔다.
◈ 경기도 안양시에서 온 김현수(취재 당시 61세 남자) 씨.
혼자 화장실이라도 다닐 수만 있어도 원이 없었다. 그런데 3달 동안 5차례 정도 침을 맞고 이제는 왼발에 약간의 마비만 있을 뿐 거동하는 데 불편이 없다고 한다.
◈ 서울 방배동에서 온 이자인(취재 당시 29세 여자) 씨.
그런데 침을 두 번째 맞을 때부터 몸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대소변이 약간 불편한 것과 두통 있는 것 빼곤 완전 정상이다. 실제로 그녀는 올 초에 식물인간의 상태에 있었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활기차고 건강하였다.
◈ 서울 방배동에서 온 김성자(취재 당시 43세 여자) 씨.
처음에 한 옹에게 올 때만 해도 다리에 피가 쏠려 떨어져 나갈 것만 같았다. 침을 맞자 여기저기 뭉친 피가 정신없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침을 맞은 첫날 거짓말처럼 걸을 수 있었다. 같이 온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 모두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 후로 척추나 다리 아픈 적이 한 번도 없다.
◈ 서울 서초동에서 온 천인선(취재 당시 39세 여자) 씨.
세 번째 침을 맞고는 얼굴에 부기가 빠지고 본래의 혈색이 돌아왔다. 두통과 다리 마비 증상도 사라졌고, 뻣뻣했던 목도 부드러워졌다. 전신에 피로감이 여전하여 가끔 침을 맞고 있다.
◈ 경기도 오산시에 사는 김용철(취재 당시 65세 남자) 씨.
한동안 고치지 못하고 여러 곳을 전전하다 한 옹에게 와서 머리에 침을 맞았는데, 첫날 휴지 한 통이 다 들어갈 정도로 머리에서 피가 쏟아졌다.
그러고 나니 신기하게도 머리가 야물어지고, 펄펄 끓던 열이 싹 가셨다. 열이 가시니 살 것만 같았다. 그는 한 옹에게 올 당시만 해도 의식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고 들려 왔는데, 침 한 번에 낫은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하고 한다. |
◈ 외경정맥 등을 관찰하면서 기혈 막힌 곳 찾아
이런 사례는 활혈침의 뛰어난 효능과 한 옹의 침술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일이다. 그러면 한 옹은 어떤 식으로 침술을 하기에 그런 효과를 내고 있는가. 바짝 긴장하고 옆에서 침놓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먼저 울진에서 온 50대 여인의 경우를 보자. 그녀는 16년 전 자궁을 제거하는 수술을 한 후 가슴이 뛰고 괜히 마음이 허전해져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또한 머리 속도 심하게 흔들린다고 한다.
이런 그녀를 한 옹은 먼저 목 옆을 타고 내려오는 외경정맥의 운동을 유심히 관찰하였다. 또 손목의 고골(高骨)을 짚어 맥의 상태를 파악하고, 쇄골에 손을 짚어 쇄골하정맥의 흐름을 신중히 파악하였다.
그리곤 기혈이 막혀 있는 곳이 파악된 듯 10센티미터쯤 되는 금으로 만든 대침을 꺼내 들더니 경추 7번(대추 혈)을 중심으로 위아래 10여 군데(풍문·심유·신당·견중유·천종·천요·견정·견우 혈 등)와, 목덜미와 뒷머리 10여 군데(백회·풍부·천주·뇌공·규음·풍지·예풍·천유 혈 등), 양쪽 눈가와 양쪽 옆 이마 5~6군데(사죽공·동자요·현로·현리·곡빈 혈 등)를 손으로 짚어가며 비호같이 침을 톡톡 찌르며 지나갔다.
그곳엔 기혈이 막혀 있었음인지 침을 가볍게 톡 찌르고 지나갔음에도 여기저기에서 피가 터져 나와 주르르 흘러내렸다. 마치 피가 맺혀 터질 듯한 곳을 마침 톡 찍어 터뜨려 준 듯하였다.
◈ 기혈 막힌 곳 찾아 침 ‘툭’ 찌르자 사혈 터져 나와
이렇게 상체에 침이 끝나자 한 옹은 환자의 양손을 잡더니 다시 겨드랑이에서 팔 안쪽을 타고 내려오는 척측피정맥의 팔꿈치 부위를 유심히 관찰하였다.
또 팔목 안쪽(내관 혈)을 누르면서 기혈 흐름의 움직임을 파악하였다. 그리고 오른쪽 넷째 손가락 손톱 위(관충 혈)에 침을 찔러 피를 뽑아낸 후, 팔뚝 10여 군데(비노·곡지·외관·액문·소해·완골·후계·소택 혈 등)에 침을 툭툭 찔렀다. 그곳에서도 군데군데 피가 주르르 흘러내렸다.
침이 다 끝나자 한 옹은 자궁도 하나의 생명체로서 자궁을 제거한 바람에 상체에 어혈이 많이 차 있다고 환자에게 설명해 준다. 그리고 앞으로 침을 두세 차례 맞으면 어혈이 풀려 불면증과 우울증이 없어질 것이라고 일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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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순 옹의 침을 맞으면 체내에 뭉쳐 있던 죽은 피가 |
◈ 쇄골에 손을 짚어 쇄골하정맥 흐름 파악
이번엔 강릉에서 온 40대 여인의 경우를 보자. 그녀는 5년 전 아이를 낳은 후 산후 조리를 잘못했음인지 가끔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고, 온몸이 물먹은 솜뭉치마냥 무겁다고 한다. 특히 어깨와 허리가 무겁고 다리가 터져 나갈 듯이 아프고, 최근엔 방광염까지 겹쳤다고 한다. 얼굴에 기미도 심하였다.
한 옹은 이런 그녀의 기혈 흐름을 진단하기 위해 역시 목 옆을 타고 내려오는 외경정맥의 운동부터 유심히 관찰하였다. 또 손목의 고골(高骨)을 짚어 맥의 상태를 파악하고, 쇄골에 손을 짚어 쇄골하정맥의 흐름도 파악하였다.
그러곤 기혈이 막혀 있는 곳이 파악된 듯 허리를 똑바로 펴라고 하더니 대침으로 대추 혈을 중심으로 위아래 5~6군데(풍문·심유·신당·견중유·천종 혈 등)와, 어깨 5~6군데(천요·견정·거골·견우 혈 등), 목덜미와 뒷머리 7~8군데(백회·풍부·천주·규음·풍지·예풍 혈 등), 방광유를 중심으로 하여 허리 7~8군데(방광유·소장유·기해유·신유·요유 혈 등)를 손으로 짚어가며 비호같이 침을 찌르며 지나갔다.
침이 지나간 곳 여기저기에선 피가 터져 나와 주르르 흘러내렸다.
◈ 척측피정맥의 흐름 파악하며 팔뚝에 침
상체에 침이 끝나자 한 옹은 역시 환자의 양손을 잡더니 다시 겨드랑이에서 팔 안쪽을 타고 내려오는 척측피정맥의 팔꿈치 부위를 유심히 관찰하였다. 또 팔목 안쪽을 누르면서 기혈 흐름의 움직임을 파악하였다. 그리고 팔뚝 7~8군데(비노·곡지·액문·소해·후계·소택 혈 등)에 침을 찔렀다.
그러고 다시 허벅지에서부터 종아리까지 유심히 관찰하더니 다리에 힘을 빼라 하곤 허벅지와 종아리 10여 군데(풍시·양릉천·현종·혈해·음릉천·은문·승산 혈 등), 발목과 발등 7~8군데(곤륜·복참·경골·구허·임읍·해계 혈 등)를 손으로 짚어 가며 침을 찔렀다. 그러자 허벅지와 발등 여기저기에서 피가 주르르 흘러내렸다.
침이 다 끝나자 한 옹은 환자에게 저녁에 피로가 많이 올 것이라고 일러 준다. 또한 손이 부으면서 손바닥에 끈적끈적한 게 나올 것이라고 한다. 그것은 풍기(風氣)로서, 그게 나와야 산후풍도 사라지고 얼굴 기미도 벗겨질 것이라고 한다. 침은 1주일에 한 번씩 2번 오고, 그 다음엔 본인이 알아서 오라고 이른다.
이런 침술 과정은 모든 환자에게 대체로 비슷하게 적용되었다. 다만 침을 찌르는 혈은 달랐다. 그것은 환자마다 기혈이 막힌 곳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어떤 환자에겐 부항기 안에 솜을 넣고 불을 붙이는 재래 방식의 부항을 뜨기도 했다. 사혈이 많이 뭉친 곳에는 부항을 떠야 하며, 재래법의 부항을 떠야 깊숙이 박힌 사혈을 빨아낼 수 있다고 한다.
침을 찌를 때 환자는 톡톡 찌르는 침이지만 심하게 아픈지 펄쩍 뛰기도 하고, 이를 악물고 얼굴을 찡그렸다. 환자에 따라서는 한 옹이 머리에 침을 놓을 때 ‘픽픽’ 바람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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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 안쪽을 타고 내려오는 척측피정맥을 살피며 기혈 흐름을 진단하는 모습(좌), 허벅지에서 종아리까지의 상태를 살피며 기혈이 뭉친 곳을 진단하는 모습(우). |
◈ 침 맞고 난 환자들 시원하고 살 것 같다는 표정
이렇게 침을 맞고 난 후 환자들은 시원하고 이제야 ‘살 것 같다’는 표정이다. 다리가 천 근같이 무거웠다던 환자는 다리가 파스 바른 것처럼 시원하니 가볍다고 하고, 오십견으로 팔이 올라가지 않던 환자는 거뜬히 팔을 올린다.
혈압으로 머리가 아프다던 환자는 머리에서 바람이 빠져나가는 듯하면서 머리가 개운하다고 하고, 눈이 빡빡하게 아프다던 사람은 골짜기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는 듯 눈이 부드럽다고 한다. 또 목덜미를 뒤에서 잡아당기듯이 묵직했다던 환자는 뒷목이 개운하다고 하고, 팔이 저리고 마비 증세가 있다던 환자는 아픈 증상이 없어졌다고 한다.
한 옹은 침이란 본래 속효가 있는 의술이므로, 만일 침을 맞고 그 자리에서 나아진 게 없다면 더 이상 그 의사에게 침을 맞을 필요가 없다고 한다. 더구나 활혈침은 어혈을 풀고 막힌 기혈을 터주는 침이니 속효성은 어느 침법보다 뛰어나다고 한다.
한편 흥미있는 일은 모 의과대학 교수가 부친의 중풍을 한 옹에게 나은 후 침을 찔러 흘러내리는 피를 모아 분석했다고 한다. 그 결과 모두 죽은 피였다는 사실에 어떻게 침으로 죽은 피를 찾아 빼내었는지 감탄했다고 한다.
이런 분석이나 침을 맞은 후 환자의 반응으로 보건대 한 옹이 침으로 터뜨리는 피는 인체의 기혈 흐름을 막고 있는 어혈임이 분명하다. 또한 터져 나오는 피의 색깔이 육안으로 보아도 검붉은색이거나 먹물과도 같아 정상적인 피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 환자 내면 파악하기 전에 침 빼 들어선 안 돼
그렇다면 한 옹은 어떻게 막힌 기혈을 찾아내 터주고 있는가. 궁금증을 풀기 위해 그 비결을 물었다. 그러나 한 옹은, 그것은 환자의 몸 상태와 병의 근원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정신 통일이 있어야지 세세한 사항에 대한 설명은 부질없는 짓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설명을 해 준다. 한 옹의 설명과 임상에서 외적으로 드러나는 몇 가지 특징을 정리하여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한 옹은 침을 놓기 전에 환자의 심성·습관·체질·인생사 등 환자의 내면을 자기 몸처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또 환자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시술자를 신뢰하도록 하는 정신적인 치료가 선행되어야 한다. 의자(醫者)라면 무엇보다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다스려 줄 수 있는 깊은 수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게 이루어지기 전에는 침을 빼 들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이런 방편으로 한 옹은 환자가 오면 주변 상황에 적응하게끔 10분이고 20분이고 자유롭게 주위를 지켜보게 한다. 그런 연후에는 환자와 대화를 시작한다. 때로는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문진(問診,聞診)도 하고, 때로는 가벼운 농담과 우스갯소리로 환자의 마음을 안정시킨다.
또 살아온 인생사를 듣고 상담자가 되기도 하고, 환자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한다. 그 모습은 바로 ‘침술 기술자’가 아닌 ‘침술인’의 면모요, 심의(心醫)의 면모였다.
◈ 병 있는 사람은 경맥이 발랑발랑 뛰어
이런 대화 과정에서 한 옹은 환자의 목을 타고 내려오는 외경정맥의 운동을 유심히 관찰하였다. 어혈이 있고 속에 바람이 찬 사람은 외경정맥이 발랑발랑 뛰는 게 드러난다고 한다. 이 중 왼쪽이 발랑거리는 경우는 낫기 쉽고 오른쪽이 발랑거리는 경우는 낫기 어렵다고 한다.
또 손목의 고골(高骨)을 짚어 맥의 상태를 파악하고 쇄골에 손을 짚어 쇄골하정맥의 흐름을 파악한다. 해당 경혈에 어혈이 있고 속에 바람이 찬 사람은 역시 맥이 발랑발랑 뛴다고 한다. 이어 쇄골 끝을 눌러보아 통증이 있는지를 살핀다. 오른쪽 쇄골 끝이 아픈 사람은 방광과 장에 어혈이 차 있는 경우이고, 왼쪽 쇄골 끝이 아픈 사람은 아랫배에 가스가 차 있는 경우이다.
산후풍이 있는 경우엔 쇄골 안쪽이 아프다고 한다. 또한 양손을 잡고 겨드랑이에서 팔 안쪽을 타고 내려오는 척측피정맥의 팔꿈치 부위를 유심히 관찰한다. 역시 해당 경혈에 어혈이 있고 속에 바람이 찬 사람은 정맥이 발랑발랑 뛰는 게 드러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다리의 경우엔 해당 경혈에 어혈이 있고 속에 바람이 찬 사람은 털이 드러누워 있지 않고 퍼슬퍼슬한 상태로 서 있다고 한다.
◈ 환자의 목소리 듣고 질병 정확히 진단
것까지 짚어 내기도 하고, 전화 목소리를 듣고 어디가 탈 났으니 어떤 약을 구해 먹으라고 일러 줄 정도라 한다. 그것은 오장육부와 인체 각 조직에서 울려 나오는 미묘한 차이를 감지하는 한 옹만의 독특한 진단법이라고 한다.
꿩이 콩 한 톨 주워 먹더라도 이로운지 아니면 해로운지를 9번 생각하고 주워 먹듯, 침을 꺼내 들 때마다 생각했던 혈 자리가 정말 옳은지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생각한다고 한다.
주로 등·사지·머리·안면 등의 양경에 침을 하고, 가슴·복부 등의 음경은 침을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기혈은 양경에서 다 통하는 길이 갈라져 나오기 때문이라 한다. 또 마비 환자의 경우 마비된 반대쪽을 주로 많이 침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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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가 탁해져 암·고혈압·당뇨병 만연
한편 한 옹은 사람이 체내에 어혈이 없고 기혈 흐름이 원활하면 병이 없기 마련이라고 한다. 즉 피가 맑은 사람에겐 병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혈이 생기면 자연히 기혈 흐름이 막히고, 한번 흐름이 막혀 정체된 피는 죽은 피로 변해 신경마비는 물론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고 한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음식 등의 오염이 심하고, 화학약과 수술 등으로 몸을 버리는 일이 많아 피가 많이 탁해졌다고 한다.
그 결과 기혈순환 장애가 생기고, 오장육부의 제반 질병을 비롯하여 암·고혈압·당뇨병·중풍·관절염·신경통·만성 피로·두통·부종 등의 병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병들을 치유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막힌 기혈을 뚫어 어혈을 풀어 주는 게 중요하고, 뭉친 어혈을 풀어 주면 병이 낫기 마련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릇된 섭생과 화학적인 치료에 주의하여 어혈이 생기지 않도록 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 깊은 정신 수양 이뤄야 활혈침 시술 가능
따라서 활혈침을 구사하려면 천지만물을 헤아릴 수 있을 정도의 안목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즉 단순한 침술법뿐만 아니라, 주역·풍수지리·수맥·정신수양 등의 공부를 두루 해야 침을 놓을 수 있다고 한다.
그도 24세 때부터 10년 동안 입산하여 정신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침을 잡을 때는 마음을 비우고 본심 그대로 해야 하지, 만일 돈에 눈을 뜨면 그 즉시 침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사리사욕에 얽매어 침이 흔들리다 보면, 분명히 큰 화를 당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한화순 옹의 가전 비방서
기가 허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침을 맞으면 당장 그 병은 나아도 나중에 다른 병이 온다고 한다. 따라서 그는 기가 허한 사람이 오면 침 대신 기를 보충할 수 있는 처방전을 써 주어 보낸다. 또 노화로 인해 진행되는 질병은 백 번 침 맞아 보았자 손해라고 한다.
이런 사람은 차라리 운동을 많이 하는 게 낫다고 한다. 따라서 그는 찾아오는 환자 중 노약자는 침을 놓지 않고 돌려보낸다. 또한 직접구로 뜸을 뜬 환자나 금침을 몸에 넣은 환자는 기혈순환이 방해되기 때문에 침을 놓을 수 없어 돌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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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 맞고 생명 건진 사람 안부 인사차 찾아와
한 옹은 40년 동안 침술을 하며 우여곡절도 많았다고 한다. 젊었을 적 한때는 침술을 하지 않으려고 농사일을 하기도 하고 어부 일도 하기도 하고 산림사업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환자들이 찾아와 침을 놓아 달라고 매달리는 바람에 결국은 침을 놓지 못하고 지금껏 살아왔다고 한다.
또 작년 4월에는 어떤 사람이 무면허 의료 행위를 한다고 경찰에 고발하는 바람에 경찰에 불려 가는 고초도 당했다고 한다. 그때 지역 유지와 환자들이 탄원서를 넣어 풀려 났지만, 좋은 일하고도 외면당하는 세상이 싫어 3개월간 전국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현재 그의 집에는 각종 난치병 환자들이 끊임없이 찾아 들고 있다. 그는 한 명의 환자라도 더 구료하려는 일념으로 끼니를 거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러한 무리로 최근엔 두 번씩이나 쓰러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는 의자(醫者)라면 일신의 안녕보다는 환자가 우선이라고 한다. 그리고 중풍 환자나 디스크 환자 등이 찾아와서 침을 맞고 걸어 나가는 걸 보면 그것보다 흐뭇한 게 없고, 자신의 조그만 능력이라도 남과 나누는 것만큼 행복한 게 없다고 한다.
또한 그간 자신이 고쳐 준 환자가 잊지 않고 찾아 와 인사할 때면 보람도 크다고 한다. 서울에 사는 한 사람의 경우에는 20년 전 갑상선 질환과 부종으로 생명이 위급한 걸 고쳐 주자 지금껏 생명의 은인으로 잊지 않고 휴가철이면 와서 안부 인사를 전하고 간다고 한다.
이렇게 길게 말을 이어 가던 한 옹은 언젠가 침을 놓는 대로 자신의 침구 경험방과 약방문을 글로 남겨 의술 인생을 마무리할 것이라며 말을 맺는다.
1.이 글은 저희 연구소 김석봉 소장이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향토명의를 소개하고자 쓴 글입니다. 따라서 찾아가 치료받는 것은 본인의 자유 의사에 따르며, 치료와 관련하여 개인적인 병력 차이로 인한 효과 또는 치료 결과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