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난원11기 이소영
어디선가 풍겨오는 물빛 내음에 고개 돌리면
수줍던 네 미소는 어느새,
석류빛 홍조가 되어 반짝이고 있구나
눈부신 너의 모습에 넋을 잃고 보노라면
장미빛 수줍던 네 미소와 애달은 손길은
지쳐 있는 나를 살며시 감싸는구나
마치 하늘로 간 나의 친구인 양
낯설음 보다는 그리움이 묻어나는 너의 향기에
나는 옛추억의 그림자 속으로 스며든다
이제 새하얀 달그림자 밀려오면
떠나간 친구처럼 구름 뒤로 숨어버리겠지만
또 다시 밀려올 그리움 속에서
나느 너를 그리며 하루를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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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난원11기 한상미
천상과 지상을 이어 젖어드는 새벽노을
사랑방 문풍지를 두드리듯
가슴깊이 다가와 스미었네
아침햇살이 땅 끝에 낮게 깔릴즈음
대문을 두르리는 물장수의 땀방울은
어머니의 사랑띄운 냉수 한 사발에
이슬처럼 떨어져 흙 속에 맴돌고
어머니의 봄햇살 담은 손길은
바쁜 치맛자락에 매달려
옛 이야기 조르는 어린아이 가슴에
사랑의 씨앗으로 맺히었네
시골처녀 같은 수줍은 바람이
여물지 않는 어린 가슴에
고이 남겨준 어머니의 마음은
맑은 미소로 채워진 사랑방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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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덩굴 밖 세상, 그리고 나
난원11기 황수진
알알이 여름을 적시는 덩굴사이로
보랏빛 점성 익어가면
내 아련한 기억도 소리없이 익어가리라
흐르는 눈물에 말없이 떨구는 옛기억
초록빛 옛 할미의 손끝에 여실인 양
그렇게 자루마다 매달린 데굴한 정성은
잊혀진 세상의 손도 놓지 않으려하고
내 더러워진 가슴을 달콤하게 어룬다
어두운 덩굴속에 자라나는 눈동자
제 몸 가리고 익어가는 한 알,두 알
수많은 송이송이는 옛기억 더듬고
오늘의 식어버린 여름보며
어서 스미라 재촉하지만
덧없이 익어가는
내 영혼의 아실한 보랏빛 추억을 오늘이 아니리라
덩굴아래 고개숙인 여름
오늘도 송이송이 매달린 눈동자가
희뿌연 나를 노려본다
옛것아닌 세상을 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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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난원11기 배은영
소리새 울어대는 가을의 끝에서
한자락 적어보낸 시(詩)를 생각한다
바람에 스미는 지난날의 곱다한 추억
새벽빛 꿈과 함께 피어오르고
뉘엿이 지는 태양의 마지막 축복은
너의 순수한 영혼을 깨워
붉어진 꽃망울로 다시 태어난다
깊은 숨결을 지난 우리의 청조한 믿음
푸른 빛 바다위에 드리워지면
엷은 안개속에 물들여진 너와의 가을 풍경은
어느새 내 귓가에 조금씨 그려진다
싱긋이 내딛는 가을의 자취에서
아련히 떠오는 석양을 품으며
너를 따라 흘러간 내 그림자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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