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구의원 추모 기행
창원구씨 대종회장 구 재 운
2015년도 마지막 혹한이 기승을 부리는 2월 16일 이른 새벽에 제정구의원 제16주기 추모제에 참가하기 위해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예정된 07:30분에 40여명의 추모객이 승차한 관광버스는 경남 고성 제정구의원 묘소를 향해 달리기 시작하였다. 마침 제정호 재경고성향우회장과 제정보 선배가 동승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덕유산휴게소에서 경기도 시흥에서 출발한 2대의 참배객과 합류하여 중식을 하고 대가저수지를 지나 척곡마을회관에 도착하니 화창한 초봄의 날씨가 정겨웠다.
자실마을, 앞산 월영산의 능선과 마을 앞 실개천이 곧게 일자(尺)같이 뻗어있는 골짜기(谷)란 이름 ‘자실’인데, 한자로 척곡(尺谷)이라 하였다. 이 오지의 산골마을이 바로 아세아의 노벨상이라 일컫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참 깨끗한 정치인 제정구’가 태어난 고향이다.
이윽고 대나무 오솔길을 이리저리 돌아 올라서니 초라한 묘지 상석에 국회의원칠원제공정구지묘(國會議員漆原諸公廷坵之墓), 배정부인고령신명자부좌(配貞夫人高靈申明子祔左)라 살아있는 미망인을 합장(合葬)으로 제각(題刻)되어 있어 오직 ‘님 향한 일편단심’을 그 누가 알리오.
추모행사는 제정구선생기념사업회 유인태 이사장을 비롯하여 고성군수 등 200여명이 참배객중 이름도 생소한 빈민의 벗, 청계천 판자촌주민, 복음자리마을, 시흥 한독마을, 빈민사목회, 한국예수회 등의 회원들이 차례로 분향재배하는 모습을 보면서 도시빈민의 벗 제정구는 정말 위대하였다.
나는 추도사에서 고인과 나는 고향을 떠나 재경지역에서 서로 다른 길로 살았지만 본인이 재경고성중학교 동문회회장 시에 고인은 총동문회장으로 선임되어 경륜이 부족한 나를 깍듯이 선배 대접을 해준 그를 늘 고맙게 생각했었는데, 이제 그 정의를 갚을 길 없으며, 현생에서 못 다한 가짐 없는 삶, 다 함께 잘살아 보자는 고인의 공동체 정신, 깨끗한 정치개혁의 숙원은 다음 세대로 넘기시고 부디 따뜻한 고향산천에서 편히 쉬십시오. 추도사를 읽고 돌아서니 미망인 신명자 여사는 눈시울을 적시고 있었다.
가진 것 없는 힘없고 가나한 약자의 벗 제정구, 그의 육신이 고이 잠든 묘소에는 해마다 기일이 되면 경향각지에서 그를 기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한국 정치사에서 한 획을 그은 참 깨끗한 정치인 제정구, 그는 진정한 고성인의 자존심과 긍지를 심어주고 갔다.
바라건대 고성의 명예를 드높인 그를 위해 고성군은 묘소의 정화 및 생가 복원, 제정구 거리(street)지정, 등 몇 가지 사업을 추진해주기를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