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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경은>
1장 땡땡이 중
혜관 스님은 가희동에 있는 이상현을 찾아간다. 이상현은 처음에는 땡중이라고 생각하여 무시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얘기를 나누다 보니 최참판댁과 인연이 깊은 사람인 것을 알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서희일행과 길상이, 그리고 일제의 토지조사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또한 최참판댁을 점령한 조준구가 한 동네에 사는 것 같다는 이상현의 말을 시작으로 최참판댁의 사정에 대한 이야기를나눈다. 봉순이가 어떻게 자라왔는지, 그리고 조준구의 꼽추 아들에 대해서도...... 이상현과 혜관스님은 같이 술집에 갈 수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처럼 친해졌지만 끝에는 어디로 가겠다는 끝 인사도 없이 어물적 서로 헤어졌다.
2장 생명의 강
혜관 스님은 이상현을 뒤로하고 배를 탔다. 배에는 한복, 봉기, 서 서방과 놈부 셋이 있었는데, 그들은 두만네가 서울에 간 까닭이며, 양반 뒤꽁무니만을 쫓는 의병들 얘기며, 지리산에 숨어 있다는 동학당 얘기, 윤보얘기, 그리고 일제의 토지조사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그들은 일제의 횡포를 맹렬히 비난하면서도 끝에는 두만네의 잘난 아들을 얘기하며 각자의 살림살이를 걱정하느라 근심이 깊어진다. 혜관 스님은 나루터 화개에서 내려 산속에 있는 초막을 향해 간다. 그곳에는 운봉 노인이 있었고, 혜관 스님은 이상현에게서 들은 얘기를 알려준다. 그리고 환이를 만나 서희가 잘 있다는 말을 한다.
3장 의병과 동학당
혜관은 상현이 뜬금없이 오백 섬지기 땅을 군자금으로 쓰겠다고 말해 어리둥절하다. 하지만 자신은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마음대로 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환이는 의병 잡아먹는 동학군을 만들겠다며, 혜관 스님에게 같이 가자고 말한다. 결국 같이 길을 떠나는 혜관 스님과 환이는 중간에 강쇠를 만나 썩어빠진 의병에 관한 이야기며 의병들에게 잡힌 일본인 부부가 나무에 매여 있었다는 등의 얘기를 했다. 도착하여 환이와 강쇠는 장터에 나가 목기를 파는 척하며 앞에서 물건 흥정을 하고 있는 건달풍의 사내 서너명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 때 장꾼들 속에 순사가 나타나고, 건달풍 사내들은 빠르게 순사 둘레를 싸고 순사의 등에다 비수를 꽂았다. 환이의 목적은 혐의를 용줏골에 은거한 화적떼들에게 돌리는데 있었다.
4-6장 <보현>
4장 식민지의 젊은 그들
황춘배의 집 사랑방에서 임명빈의 일본어 교습이 끝나고 황태수가 잠시 자리를 떠난다. 그가 떠난 뒤 임명빈, 서의돈 그리고 이상현의 대화가 시작된다. 조준구의 광산 매입건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서의돈의 노골적인 임명빈 비꼬기로 이어지고 뒤따라 음식상이 들어온다. 술을 마시면서도 계속되는 서의돈의 조롱에 서의돈은 일본유학에 대해 자신을 변호하며 흥분하다가 쓰러져 잠이 든다. 서의돈은 이상현을 데리고 미인인 임명빈의 여동생을 보자고 하며 끌고 나간다.
5장 봉순이, 혹은 기생 기화
아내를 멀리하는 상현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억쇠를 불러 봉순이의 근황을 알아오라고 지시한다. 억쇠는 진주의 기생 연홍집에 봉순이가 있다는 소식을 가져오고 상현은 곧바로 떠날 채비를 한다. 전해야 할 말이 있다고 어머니께 알린 상현은 외로워하는 아내를 두고 진주로 떠난다. 연홍의 집에 도착한 상현과 억쇠는 동기에게 봉순이, 즉 기생 기화를 만나러 왔다 전한다. 그리고 그들은 마침내 그녀를 만난다.
6장 가난 속에 움트는 봄
정석은 물동이를 짊어지고 연홍의 집에 간다. 봉춘네는 그에게 숭늉을 권한다. 마당으로 나온 석이에게 기화는 어머니께 오시라고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석이는 길을 가며 기화의 어릴 적 모습과 아버지가 죽을 당시를 회상한다. 장터에 도착한 석이에게 관수가 나타나 그를 반긴다. 6년전 평사리 의병에 가담했기도 하고 자신을 놀리던 순사의 뺨을 갈기기도 한 관수는 그에게 쪼깐이네 집에서 국밥을 사주겠다고 말한다. 두만이의 아내이자 여주인인 쪼깐이가 석이를 홀대하자 관수는 쪼깐이를 비꼬면서 맞대응을 한다. 관수는 석이에게 저녁에 찾아오라고 하고 둘은 헤어진다. 집에 돌아온 석이는 솔가지를 훔치다 얻어맞은 누이들과 흐느끼는 어머니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누이들이 기생집에 가서 일하고 싶다고 투정을 부리자 석이는 밤중에 생솔가지를 훔쳐오고 관수를 만나러 집을 나선다.
7-9장 <유진>
7장 안타까운 희망
석이네는 보리방아를 찧다가 문득 꿈자리가 뒤숭숭했던 것을 떠올린다. 석이가 어디로 훌쩍 떠나버릴 것만 같은 이상한 예감이 머릿속에 맴을 돌면서 떠나지 않는다. 요새 관수에게 무명저고리를 얻어 입고 쇠고기를 받아 오며 관수와 어울리는 것이 몹쓸 날건달이 되어 떠나버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빨래를 마치고 아이들과 아침을 먹고는 그 동안에 봉순이에게 얻어먹기만 한 것 같아 관수에게 받은 쇠고기를 들고 봉순이네에 간다. 옥봉기화네 집에 갓을 때는 기화는 없고 봉춘네가 아랫방에서 내다보면서 반겼다. 방안에는 봉춘네 또래 처럼보이는 오십이 다돼뵈는 여자가 있었는데 국향이라는 퇴기였다. 이런저런 애기를 하는 사이에 기화가 왔다. 기화는 목소리에 힘이 없었으며 석이네를 쳐다보는 눈도 쓸쓸했다. 기화는 석이네에게 상현이 전해준 이야기를 눈물을 글썽이며 들려준다. 석이네도 영팔이와 용이, 원선이 애기가 나오자 눈물이 흘렸다. 기화는 들은 애기를 다 털어놨고 눈물도 다 짜냈건만 허하고 석이네도 그토록 듣고 싶던 애기를 들었어도 시원치가 않았다. 희망이 잡힐 것 같지만 손바닥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8장 새끼 동학당
관수와 석이가 나룻배를 내려섰을 때 석이는 집을 떠나올 때 근심과 의혹의 빛을 감추려고 애쓰던 어미의 눈을 생각한다. 하동의 아비의 산소를 둘러보겠노라 거짓말을 했었다.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돌아오는 길에 산소에 들을 심산이기도 했다. 관수는 석이보고 조준구를 죽여서 아비 원수를 갚아서 머가 해결되냐면서 살사람을 살아야한다고 한다. 관수는 윤도집에 들러 저녁을 먹은 뒤 모레 돌아온다며 석이를 혼자 버려두고 나갔다. 윤도집과 혜관스님을 밤늦게 까지 얘기를 하다가 모두 잠들었다. 하지만 석이는 잠이 오지 않았다. 그들의 애기를 하나하나 를 되새겨보느라고. 이튿날 조반 먹기전에 일찍 일어난 석이는 윤도집네 넓은마당을 쓸어주고 물을 길어다주고 또 나무도 패주었다. 쌀쌀해 보이던 윤도집의 마누라는 입이 함박만큼 벌어져서 좋아라 한다. 혜관은 석이에게 이곳에서 일 좀 배워볼 생각이 없냐고 물어는데 석이는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했다. 어매와 아아들이 걱정이 되지만 그들은 큰일을 경영하고 있었으며 그 큰일을 위해 가는 것은 동시에 아비 원혼을 위로하는 것임을 석이는 뚜렷하게 자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하겠다 했다. 신발을 벗어들고 아부지! 아부지이! 외치던 그 악몽, 총검이 바로 코앞에서 번득이고 하늘이 샛노랗던 악몽, 그 악몽 속에서만 자기 자신이 생생하게 살아서 핏줄이 굼틀거리는 것을 석이는 절감한다.......
9장 진달래꽃안개
환이는 술잔을 기울인다. ‘산에는 진달래가 필 텐데 말이예요.’ ‘그 꽃을 따서 화전을 만들어 당신께 드리고 싶어요. 당신께 드리고 싶어요. 당신께 드리고 싶어요. 싶어요. 싶어....’
별당아씨의 음성이 들린다. 돌아가신지 십 년이 된 최참판댁 마님, 아니 어머님에게 술에 취해 말을 하며 웃는다. 강쇠가 놀라며 쳐다본다. 강쇠는 무슨 심산으로 죽은 인이 집에 와소 묵고 갈라 캤는지 물어보지만 괜한 강쇠의 장가애기를 한다. 강쇠는 먼저 잠들었지만 환이는 사립문을 밀고 나와서 휘적휘적 마을길을 지나간다. 샘터까지 온 환이는 빨랫돌 위에 걸터앉아 담배를 빨아당긴다. “손님, 아무래도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내일이믄 손님은 떠나실거 아닙니까?” 과부, 죽은 인이의 아낙이다. 하룻밤을 청하러 온 듯 싶다. 환이는 여자의 얼굴을 뒤로 젖히며 목에 얼굴을 파묻어 “자아, 어서가요, 어서 가아. 풍류를 아는 게 병이라구? 흐흐흐...내 말 잘 들어요. 살려거든, 살아남으려거든 사팔뜨기한테 시집가라구.”라고 말하며 여자를 떼밀어 젖힌다. 다음날 아침 해장국을 먹고 가자던 강쇠의 말을 무시하고 주변 주막에 방을 잡는다. 그리고는 강쇠에게 “니 인이 집에 한번 가보겠나?”“죽지 말라고 말리러 가란 말이다. 그렇게 되면 소원성취 할지도 모르고...그 여자 지금쯤 복을 매달지 않았는가 몰라. 아무튼 알아서 해.”라고 말해두고 잠을 청했다. 강쇠는 거의 저녁때가 다 되어 기진맥진한 꼴을 하고 돌아왔다.‘빌어묵을 계집, 싫고 좋은 거를 임의로 하나? 마아 잘 뒤졌다. 저승에 가서 지 서방 인이나 마내지. 일진이 나쁠라 카이...세상에 성님 겉은 저런 사내를 좋아해봤자 계집치고 패가망신, 지 목심꺼지 줄이게 되는 기라.’ 라고 강쇠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10-12장 <유리>
10장 동학당 사나이들
11장 자학
12장 백정네 식구
운봉노인, 환이, 등이 모여 회의를 한다.
"어쨌든 그 동안 우리들이 일을 하면서 의견이 구구했고 불만도 있었던 게 실정이었소. 그리고 중론을 모아서 좋은 방안을 채택한 일도 없고, 해서 몇 가지 방안을 준비하여 여러분들의 의견을 묻고 한편 기탄 없는 가부의 토론을 바라오."
"도집어른!"
조막손이 손가가 성급하게 냅다 치듯이 큰소리로 부른다.
"말해보시오."
"지 말심이 매우 당돌한 것도 겉십니다마는 한 말 디리겄십니다."
침을 꿀꺽 삼키고 입맛을 다신다.
"누가 머라 캐도 우리는 생사를 같이할 동료 아니겄십니까? 그런데도 인사도 없이 지내는 사램이 있다믄 그기이 어디 도리겄십니까? 다 바쁘고 삼지사방으로 흩어져서 일을 하다보니께 역부러 찾아가서 인사를 닦는 일이사 임의로 할 수야 없지마는 한방에 앉아서 서로 얼굴을 빤히 보믄서도 남겉이 성명 삼자를 모리는 것은 말할 것 없고,"
"동학당의 명칭 이래, 또 신도라는 명칭 아래 보다 넓게 사람을 포섭하기 위하여 가파로운 일일랑 당분간 쉬어볼 수는 있지만 그러나 낮에 일하느냐 밤에 일하느냐 그것만은 확실히 작정해야 할 것으로 본인은 생각하고 그 결정에 따라서 일신의 거취도 정하겠소. 이 제의를 받아들인다면 여기 몇 가지 계획을 짜본 것이 있으니 여러분과 함께 의논해볼 심산이오."
"누, 누구요."
환이 돌아본다.
"아, 아."
중년을 넘어선, 그러나 훨씬 더 늙어 보이는 육손이가 벙어리처럼 소리를 낸다.
"아, 아, 니, 니는,"
"오래간만이네."
"구, 구천이--"
육손의 두 어깨가 축 늘어진다.
"집구석이 콩가리가 됐는데, 그 많은 땅도 남으 손에 넘어가고오, 하기사 뺏은 재물이니께 차라리 속시원할 때도 있지마는... 멀리 멀리 가서 돌아오지나 말 일이제."
"아마 돌아올걸 미친놈..."
"누구 얘길 하는 것꼬?"
"길상이놈,"
"뭐이라꼬?"
환이는 일어선다.
"잘 있게."
몸을 돌려 걸어나간다.
"이보라고! 길상이가 우쨌단 말고!"
"겁나서 그러나? 하하 하하핫..."
"동네 인심은 전과 같소?"
"말도 마시시오, 모두 뜨내기판인께로, 늙어서 죽고 의병 나가서 죽고, 조가놈 등쌀에 죽고 쫓겨나고, 옛 얼굴을 보기도 심드는디, 무슨 놈의 조석변동인지 땅 임자 작인이 조석으로 베끼니 이래 가지고는 마을인들 되겄단 말씨. 소문 들은께로 조가놈이 여거 옥답 몇 마지기를 읍내 왜놈헌티 기부혔다는 말도 있고 그러니 왜놈지주가 오죽헐 것이며 또 작인이란 작자는 어디서 굴러온 돌멩인지 뉘 알겄어라우? 동네가 아주 망해버린 거여."
"망해버렸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일껏 설명을 했건만 환이는 맨 마지막 말만 들었는지 되물었고, 일껏 설명을 한 영산댁도 자기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한 듯 환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금매 동네가 아주 망해버렸다 그 말 아니여라우."
"왜 그렇게 됐소?"
"아아 나라가 망혔인께로 자연고로 동네가 망허는 게 이치일 것이요만 여거 사정은 좀 다르단 말씨."
"어떻게?"
영산댁은 빈 술잔에 술을 부어놓고,
"망한 사단을 찾는달 것 겉으면 오랜 이야긴디 그걸 워찌 다 말헌다요? 한마디로 이 동리 사람들은 조상 대대로 최참판네 녹을 먹고 살았다 쳐도 과언은 아니여라우."
"최참판이 아니라 최임금이었구먼."
"얼굴 얘기가 났으니 말이지만 아까부텀 어디서 본 듯허다는 생각을 혔는디 이제 본께로."
"어디서 나를 보았소?"
"본 게 아니라 닮았어야."
"..."
"꼭이 닮은 건 아닌디, 비슷이 역력허당께로?"
"..."
"최참판네, 목 졸리서 죽은 그 양반 말씨, 어딘가는 몰러도 비슷이 있단 말씨."
환이 얼굴이 순간 새파래진다. 입술까지 새파래진다. 희미한, 아주 희미한 웃음이 입가에 번진다. 번진 채 얼굴이 굳어져버린다.
'그럴테지. 비슷한 데가 있구말구. 한뱃속에서 나온 처지니까.'
"손님, 워째 그런다요?"
환이는 빤히 쳐다볼 뿐이다.
"손님, 내가 못할 말 혔소?"
'어지간히 점은 잘 찍었네. 길목서 술장사 수십 년 이력이 있으니 눈이 맵긴 맵군.'
"목 졸리 죽은 사람을 닮았다 한께로, 맴이 안 좋았어라우?"
'가만있자아?'
걸음을 멈춘다.
'가만있자, 가만있자... 누구더라? 저게? 마, 맞다! 최참판네 머슴놈 구천이다아!'
긑봉은 오던 길을 되잡아 주막을 향해 사뭇 달려간다.
'허 참 뜬금없이, 그자가 여기 머힐라꼬 나타났이꼬? 죽었다 카더라마는 설마...'
그러나 끝봉은 자석같이 잡아끄는 그 눈을 똑똑히 기억한다.
13-14장 <채린>
13장 산놈으로 태어나서
환이는 춘매 파의 보살핌으로 하루만에 깨어난다. 춘매 노파는 환이에게 마음을 주고 어디서 누구한테 맙아 그리 되었냐는 춘매의 말에 훈이는 유부녀를 겁탈하려다가 말았고 대답한다. 훈이는 춘매에게 강쇠를 불러달라고 한다. 강쇠는 환이를 업어 산막에다가 환이를 눕혀놓고 불을 지피고 환이는 병을 이겨내려 소리를 치르며 헛소리를 한다.
14장 동행
운삼은 함춘관의 주인 추산에게 소화를 명창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며 관심을 보인다. 그리고 추산은 기화를 찾으러 온 혜관 스님을 남선이를 시켜 기화에게 데려다 준다. 혜관스님은기와화 상현을 만나 얘기를 나누는데 기화는 자신도 간도에 가고 싶다고 하고, 혜관 스님은 정한조의 아들에게 신식 공부를 시켜 달라고 상현에게 부탁하고 기화와 혜관은 기차를 타고 간도를 향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