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3때로 기억한다
친구들은 좋아하던 수많은 연예인을 정리하고 학업 모드에 들어갈 무렵이었다
( 남자친구는 커녕 동네 초등학교 동창 남학생과 함께 걷기도 부담스러운 시절이었으니 여중 여고생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연예인에게 모아졌고...)
티비에서 중계되는 세계 청소년 선수권 축구 경기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한 일본 선수에게 눈길이 갔다
나카타 히데토시
내가 누군데? 호들갑 떨면서 연예인 좋아하는 친구들.. 수시로 좋아하는 연예인 바꾸는 친구들을 내색은 안했지만 얼마나 비웃었던가? (건방이 하늘을 찌를 때였다)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ㅋㅋㅋ 그 시절 내 관심은 온통 축구와 나카타 히데토시 뿐이었다
대학때는
어떻게 일본 사람을 좋아할 수 있냐? 왜 그렇게 남자 보는 눈이 없어? 라며 친구에게 핀잔도 많이 들어야 했다
(이제 여고생도 아니고.. 남자로 좋아한 건 아니었는데 ㅠ.ㅠ)
나카타...
플레이도 인상적이었지만
축구 자체를 즐길 줄 아는 그 만의 여유와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열린 시선이 좋았다
해외 진출 후 그가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었다
사람은 다 그렇지 않을까? 일이 잘 풀릴 때 보다 어려움을 겪을 때 누군가가 필요한 법이다
진정한 팬으로 자처하는 내가 가만 있을 수는 없었다
처음으로 일본어를 할 수 있음 좋을텐데... 생각했지만 히라가나부터 시작해서 어느 세월에 글을 쓰겠는가?
그리고 그는 일어만을 고집하지 않을거라는 판단하에 영어로 스펠링 하나하나 꾹꾹 눌러 위로의 편지를 써서 보냈다
얼마 후 그는 다시 예전 기량을 되찾았고, 내 편지가 눈꼽만큼은 도움이 되었을거라 아주 야무진 추측을 하며
씨~익 웃었다
지난해 독일 월드컵 브라질과의 경기를 마친 후 그가 그라운드에 누워 울음을 터트린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가 웬일일까? 했는데 팬카페에 은퇴를 알리는 글을 남겼다. 나카타 다운 은퇴 소감앞에서 가슴 뭉클해지는 경험을 했다
“인생은 여행이며, 여행은 인생이다"
내가 [축구]라는 여행을 시작하고 거의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8살 겨울, 찬 공기의 고장 야마나시의 어느 초등학교 교정의 구석에서 그 여행은 시작되었다.
그 때는 볼을 차는 것에 정신이 팔리고
필사적으로 골을 넣는 것만을 목표로 했다.
그리고 한결같이 게임을 즐겼다.
축구공은 늘 옆에 있었다.
이 여행이 이렇게 길어지게 될 거라고는 나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다.
야마나시의 현 선발부터 관동선발, U-15, U-17, 유스, 그리고 J리그의 일원에.
그 후 나의 축구 인생의 반을 차지하는 유럽으로 건너갔다.
올림픽대표, 일본대표에도 선발되어
세계의 온갖 장소에서 수많은 게임을 치루었다.
축구는 어떤 때에도 내 마음 속 한 가운데에 있었다.
축구는 분명 많은 것을 하사해 주었다.
기쁨, 슬픔, 친구 그리고 시련을 내려주었다.
물론 평온하게 즐거운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주어진 모든 것이 나에게 있어서 놀라운 "경험"이 되었고,
"양식"이 되어 나 자신을 성장시켜주었다.
반년 정도 전부터 이번 독일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약 10년을 보낸 프로축구계로부터 은퇴하자 라고 결정해 있었다.
뭔가 특별한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니다. 그 이유도 하나가 아니다.
지금 말할수 있는 것은, 프로축구라고 하는 여행에서 졸업해서 "새로운 자신"을 찾는 여행을 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축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
그것만으로 많은 팬이 있고, 또 많은 저널리즘이 있다.
선수는 많은 기대와 주목을 받고, 그리고 승리를 위해 책임을 진다.
때로는, 자신은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착각할 정도의 칭찬을 받고
때로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모두 부정 당하는 것 같은 비판에 시달린다.
프로가 된 이후 「축구, 좋아합니까?」라고 질문을 받아도
「좋아해요」라고는 솔직히 말하지 못하는 내가 있었다.
책임을 짊어지고 싸우는 것의 고귀함에, 큰 감동을 느끼면서도
어렸을 적에 가지고 있던 볼에 대한 신선하고 아름다운 감정은 없어져 갔다.
그래도, 프로로서 마지막 게임이 된 6월 22일의 브라질전 후
축구를 사랑하는 것을 멈출 수 없는 내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되었다.
나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복받쳐 온 큰 감정.
그것은 상처받지 않도록 가슴 깊은 곳에 감추어 두었던 축구에 대한 마음.
두꺼운 벽을 세워 지켜온 마음이었다.
지금까지는 주변의 여러 상황에서 그것을 지키기 위해
어떤 때에는 정말 감정이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무기적으로, 또 어떤 때에는 무뚝뚝하게 행동했다.
하지만 최후의 최후, 내 마음에 존재하고 있던 벽이 무너지고 단번에 모든 것이 넘쳐 나왔다.
브라질전 후, 마지막 잔디의 감촉을 마음에 새기면서
울컥하는 기분을 다잡으려 했지만, 마지막에 스탠드의 써포터에게
인사를 했을 때, 한번 더 그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그리고 생각했다.
어느 나라의 어떤 스타디움에도 찾아와서
소리 높혀 온몸과 마음으로 응원해준 팬.
세계 각지의 어느 경기장에 있어도 들려온 「NAKATA」의 성원.
정말로 모두가 있었기 때문에, 10년의 긴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구나, 라고….
축구라고 하는 여행의 도중에도 「일본대표」는, 나에게 있어 특별한 장소였다.
마지막이 되는 독일에서의 싸움 속에서는 선수들, 스탭, 그리고 팬 모두에게
「나는 도대체 무엇을 전할 수 있을까」, 그것만을 생각하며 플레이했다.
나는 이번 대회, 일본대표의 가능성이 꽤 크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 일본대표 선수 개인의 기술레벨은 정말 높고, 게다가 스피드도 있다.
다만 한가지 유감스러운 것은 자신들의 실력을 100% 낼 방법을 몰랐던 것.
그것을 어떻게든 눈치채게 해주려고 나 나름대로 4년을 해 왔다.
때로는 격려하고, 때로는 고함을 치고, 때로는 상대를 화나게 해버린 일도 있었다.
하지만, 멤버에게는 마지막까지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
월드컵이 이런 결과로 끝나버려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가득했다.
내가 지금까지 축구를 통해 모두에게 무엇을 보여 준 것인지,
무엇을 느끼게 할 수 있었는지, 이번 대회 후에 여러가지 생각했다.
정직하게, 내가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전할 수 있었던 것일까…
조금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모두로부터의 메일을 모두 읽고서
내가 전하려고 했던 무언가, 일본대표에 필요하다고 생각한 무언가,
그것을 많은 사람들이 이해해주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을 알게 된 지금, 프로가 되어서 나의 "자세"는
틀리지 않았다고 자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
무엇도 전하지 못한 채로 대표 그리고 축구로부터 멀어진다. 라는 것은
매우 괴로운 일이라고 느끼고 있어다. 하지만, 나의 기분을 알아준 "모두"가
분명 다음 대표, J리그, 그리고 일본축구의 미래를 지탱해줄 것을 믿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안심하고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마지막에 이것만은 전하고 싶다.
지금까지 안고 온 "긍지"는,
지금부터도 내 인생의 기반이 될 것이고, 자신감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로부터의 "성원"이 있었기 때문에
지킬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두의 성원을 가슴에, 긍지를 잃지 않고 살아가겠다.
그렇게 생각 해야만, 앞으로의 새로운 여행에서 어떤 곤란이 있더라도
뛰어 넘어 갈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다.
새로운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이후, 프로 선수로서 경기장에 서는 일은 없겠지만
축구를 그만두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여행지의 골목에서, 풀숲에서, 작은 그라운드에서, 누군가와 말을 주고 받는 대신에
볼을 찰 것이다. 어릴 적의 신선한 기분을 갖고――.
지금까지 함께 플레이해온 모든 선수, 관련되어준 모든 사람들,
그리고 최후까지 믿으며 응원해 준 모두에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의 한마디를
"고마워"
그의 은퇴후 근황이 궁금하던 차에 최근 소식을 들었다
2006 독일월드컵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던 일본 축구스타 나카타 히데토시(29ㆍ사진)가 여행가로 변신해 반년 만에 지구둘레의 네배에 가까운 15만㎞를 답파했다.
일본 스포츠신문 ‘산케이스포츠’ 인터넷판은 25일 나카타가 세계 27개국 49개 도시를 방문해 15만4,059㎞를 여행했다며 이는 지구를 네 바퀴 가까이 돈 거리와 맞먹는다고 전했다. 나카타는 캄보디아에서 지뢰 철거 봉사활동에 참가, 손발을 잃은 아이들과 아픔을 함께했고 베트남의 한 고아원에서는 아이를 입양하겠다는 의향도 내비쳤다. 또 지난 2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방문해 지쿠 전 일본축구대표팀 감독의 아들 결혼식을 찾아 사제간의 정을 나눴다.
지난 9년간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활약했던 나카타는 앞으로 축구를 알리는 친선대사 역할을 맡아 세계여행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제 그라운드를 활보하는 나카타의 모습은 더이상 볼 수 없다
하지만 새로운 분야에서 또 다른 열정을 뿜어낼 것이며 그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나카타 히데토시...
예전에도 지금도 나중에도 좋아하는 축구 선수 있어요? 라고 누가 묻는다면
한결같이 "네, 나카타 히데토시에요" 대답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