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하철에서 보니 꽃을 든 젊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아마도 대학 졸업식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다들 표정들이 아주 밝지만은 않더군요. 어떻게 보면 대학생들과 졸업생들은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제가 대학을 다니던 1990년대 중반은 아주 좋은 시절이었습니다. 적어도 명문대생들에게 있어서는 말이죠.
그때는 학점도 필요 없고, 토익이니 토플이니 하는 영어점수도 필요 없었습니다.
자신의 꿈을 위해 고시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그때도 많았지만, 뭐 공부 안하면 그만입니다.
할 거 없으면 그냥 삼성이나 현대 같은 대기업에 들어가면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도 대학등록금이 적은 금액은 아니었으나, 한 학기 120만원 정도였으니 지금에 비하면 훨씬 저렴했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일주일에 두번만 가면 월 30-40만원은 벌 수 있는 과외자리가 널렸으니
학비를 직접 버는 일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때는 대학생들에게 낭만과 꿈이 있었습니다.
문학을 이야기하고, 사랑을 속삭이고, 세상을 걱정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대학생들은 고비용 저효율의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듯 합니다.
대학을 졸업해봐야 빚을 잔뜩 진 실업자가 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아직 젊은 분들입니다. 힘을 내기 바랍니다.
문득 18년전 제가 고등학교 졸업할 당시가 생각납니다.
당시 저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보기 좋게 낙방하였고, 아버지는 병원에 계셨습니다.
병원에서는 이미 아버지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상태였습니다.
제 인생에 제가 그렇게 위축되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너무도 비참한 졸업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음 해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하였고, 재학중에 사법고시를 패스했답니다.
저희 아버지도 그 후로 5년이나 더 사셨고요.
지나고 보면 그 당시의 아픔도 추억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