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에너지에서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에너지 총량보다 밸런스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기류측정기로 재보면 내 기는 10정도의 수치밖에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낮은 수치다. 그러나 이 수치가 낮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에너지 분배와 효율만 좋으면 아무 문제도 없다.
오히려 숨을 헉헉거리며 호흡 횟수가 많은 것은 좋지 않다. 또 맥박이 빠른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참선 등의 수행에서는 호흡 횟수를 가급적 줄이려고 한다. 사람이 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맥박이 낮고 안정됐을 때다.
이런 점들로 미루어 보면 기의 측정치가 낮아도 별 지장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기공을 하는 사람들은 평균 수치가 매우 높은 대신 균형이 잘 잡힌 사람이 많다. 또 기를 쓸 줄 아는 사람은 자기 에너지를 남에게 방사해 병을 고칠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은 기의 균형도 최고조에 달해 있다. 이는 에너지 분배와 기의 방사가 깊은 상관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면 기의 균형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것은 병에 걸렸던 사람이 낫는 과정을 되짚어 보면 알 수 있다. 내 경험에 의하면, 난치병이 낫는 경우는 다음 세가지뿐이다.
첫째 '병을 단념한 사람',
둘째 '병을 잊어버린 사람',
셋째 '남을 위해 사는 사람'
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에너지를 병에 허비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숱한 류머티즘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이 사람은 절대로 낫지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다.
예를 들어 증상도 나쁘고 검사 결과도 최악인데다가 낫고자 하는 마음은 남보다 갑절이나 강해서 올때마다 " 고쳐 달라, 제발 좀 고쳐 달라" 고 귀신 같은 형상을 하며 졸라댄다. 난치병인 만큼 의사로서 이토록 괴로운 일은 없다.
솔직히 말해서 얼굴 대하기가 괴로울 지경이다. 그러던 환자가 한참동안 안 보인다 싶더니 오랜만에 불쑥 찾아 왔다. 그의 얼굴을 본 나는 깜짝 놀랐다. 얼굴 생김새가 전혀 딴 사람이었다. 온화하고 밝고 고즈넉한 웃음까지 띠고 있지 않은가.
"건강해 보이시네요. 어찌 된 겁니까?"
"선생님, 이제 단념했어요."
검사를 해보니, 염증 정도를 나타내는 CRP수치가 류머티즘 최고치인 6+까지 올라갔던 것이 마이너스로 뚝 떨어져 있었다. '고쳐달라'고 그토록 노래를 해도 낫지 않던 병이 단념을 하니까 감쪽같이 나은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증상이 꽤 좋지 않은 편인데도 병원에 오던 발길을 끊었다. 그러다 한참만에 얼굴을 내민 그의 사정을 듣고 본즉, '새로 태어난 손자 뒤치다꺼리에 정신이 없어 병원 오는 것을 잊어버렸다. 또 그새 약도 복용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이 환자 또한 검사를 해보니 극적인 차도가 있었다.
한편, 제 아픈 것은 제쳐두고 남을 위해 살다보니 쾌유가 된 사람도 있다.
자세한 것은 뒤로 넘기겠지만, 좌우간 병은 어떤 난치병이든
'깨끗이 단념한다'
'잊는다'
'남을 위해 산다'
는 이 세가지에 투철하면 신기하리만큼 좋은 결과를 낳는다.
그러면 이 세가지에서 공통적인 점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병 만드는 에너지를 딴 방향으로 전환시키는 것. 그 결과 마음이 편해지고 세상이 근사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를 설레임 속에 살게 된 것이 아닐까. 딴 사람처럼 환해진 환자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런 환자들의 기를 측정해 보면 잃었던 기의 균형이 용케 회복되어 있다.
또 한가지, 균형이 잘 잡히는 심리 생태가 있다. 바로 플러스 발상이다. 만사를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방향으로 생각한다. 이런 사고 자세를 가진 사람은 기의 균형이 잘 잡혀 있다.
비단 난치병뿐만 아니라 아픈 사람이라면 웬만해서 플러스 발상을 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이런 사람들은 '깨끗이 단념한다''잊는다''남을 위해 산다'는 세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실행하면 좋으리라. 왜냐하면 병이 치유된 사람들은 모두 그랬으니까. 이를 실천하면 반드시 모든 일이 좋은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