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년만의 수학여행 [향교 동창회 계룡산 등정]
* 대개 초등학교 6학년 때에 졸업여행을 겸해 수학여행을 간다. 우리가 6학년 때이던 1964년도에는 수학여행 자체가 없었다. 2년 선배인 형이 6학년 때 장성 백양사에 수학여행 다녀오면서 '백양사 여행기념' 이라고 쓰여진 자(어머니들이 바느질에 사용하는 재단용 검은색으로 된 자)를 사왔었다. 지금 생각건대, 우리 학교가 시골학교 혹은 수가 적은 학교여서 수학여행이 없었던 것이 아니고 특별히 우리가 6학년이던 때에는 가뭄으로 형편이 안좋았던가 보다. 우리는 졸업하면서 그 흔한 졸업 앨범도 없다. 달랑 사진 2장뿐이다. 6학년 전체사진 한 장과 반별로 촬영한 사진 한 장이다. 그 당시 경제사정을 짐작케 할 사정들이다. ( *며칠 전 비밀경찰이 졸업사진을 까페 "가족앨범"에 올려 주었습니다.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04. 12. 27. 추가. ) 어떻든 우리는 수학여행을 가지 못하고 졸업했다. 이제 졸업한지 40년 만에 수학여행을 간다. 보호자인 선생님과 함께 하지 못한 채 우리끼리 나이 50이 넘어 수학여행 같은 여행을 한다. 기대하시라-
○ 일시 : 2004. 10. 24(일). 장소 : 충남 공주 계룡산 ○ 참석(동창20명, 가족1명) 광주 7명(김옥택, 김현영, 이갑영, 이옥자, 이용남, 이철환, 정병윤 ) 서울 8명(서동현, 이갑순, 이국범, 이규운, 이봉님, 이장존, 장양, 한용식) 천안 4명(김복순, 김옥련, 서정님, 이춘자) 울산 1명(김유문 부부) ○ 준비 : 내년 2월로 예정된 졸업 40주년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광주 서울 등 전 동창생들의 산행이 계획되고, 국토의 중심부인 대전 인근 계룡산에서 산행하기로 하다. 서울·천안에서 출발한 친구들은 서대전까지 기차로 집결하고, 광주에서는 35인승 소형관광버스를 대절하여 서대전에서 서울·천안 친구들과 합류하여 계룡산까지는 관광버스 투어를 겸하기로.
10.23(토요일) 오후 최종 준비모임으로 이갑영, 이용남 부부, 이철환 부부, 정병윤 6인 봉선동 뒷산 산행, 그리고 저녁식사.
○ 출발 : 아침 08:00에 우리 집 앞인 유안 초등학교 정문에서 버스가 출발예정. 평소보다 엄청 일찍 일어나 어젯밤 시장 보아 온 주류 등을 준비하고, 김밥가게에 준비확인 전화까지 마치고 세면하는데 정병윤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다. 아직 버스가 도착 안되었다고. 07시 30분이다. 아니 벌써 버스가 오겠나? 버스 기사가 정선생 자네처럼 오늘 산행을 목빠지게 기다릴 리도 없을 테고. 유안 초등학교 앞에서 정병윤, 김현영 그리고 나 3명이 탑승예정이다.
07:50 3명 모두 도착. 봉선동 유안 초등학교 정문에서 버스 출발!!! 김밥가게에서 잠시 도시락을 찾은 후 농성동 교원공제조합 건물 앞에서 이옥자친구 탑승(함평초등 동창 3명 대동하고), 문예예술회관 후문에서 김옥택, 이용남, 이갑영 3명 탑승. 고속도로를 질주하면서 서대전 역까지는 거의 예정시간에 도착하다(10:40).
계획대로 11:00경에 산행이 시작되려나 했는데, 웬걸, 계룡산 동학사지구 주차장까지 무려 2시간 넘게 걸리다. 아무리 단풍철이기로서니 서대전역에서 동학사까지 2시간이라니, 너무 너무 교통지옥이다. 동학사 입구 박정자 3거리에서 동학사 주차장까지는 도로와 주차장의 구별이 거의 안된다. 우리도 주차장까지 차가 들어가는 걸 기다릴 필요는 없다. 내려서 걸어야지. 두시간만에 겨우 동학사 매표소에 도착하다. 김유문이 부부가 승용차로 울산에서 올라와 주차장 부근에서 합류하다.
입장료 3,200원이다. 작년 겨울(2003. 12. 07.) 이곳에 왔을 땐 2,600원 이었는데 1년도 안되어 600원이나 오르다니, 몇 십% 상승인가. 요즘 같은 불경기에 수십 % 상승이라니, 이 곳은 대한민국 아닌감?
○ 산행 : 12시 50분. 일행 21명중 이옥자, 서정님, 김복순 3인 산행 포기하고 관광조로 편입만 시키고(관광은 알아서 하기로?), 18명 산행시작. [코스 : 동학사 매표소-남매탑-금잔디 고개-용문폭포-갑사]
동학사에서 남매탑까지는 계속 오르막길이다. 비싼 입장료를 받은 만큼 길 단장은 잘 되어있다. 바닥이 흙이 아니지만 돌로 통행로를 단장하여 말끔하다. 계단이 아닌 평탄 길로 바닥이 정비되어 크게 힘든 코스는 아닌 듯하다. 그래도 오르막인데, 김현영이는 등산 매니아답게 큰 배낭 들쳐 메고 냅다 내 달린다. 김옥련, 이춘자는 맨 후미에서 헉헉거린다. 충청도에 살더니만(천안) 동작까지 충청도가 되버렸남?
한시간 여를 오르자 남매탑이 보인다. 해발 640m 높이이니 꽤 가파를 수밖에. 어지간한 시골 장보다 더 많은 인파다. 삼불봉(775m)이 바라보이는 고개에서 점심식사(14:20). 김밥은 기본으로 준비해 갔는데, 여기 저기 배낭에서 맛있는 반찬들이 나온다. 김현영이 가져 온 김치와 찌개가 단연 인기 있었고, 술 중에는 용남이가 가져 온 과일주가 내 입맛에는 좋았다. 정선생은 쌩소주를 더 좋아한다.
15:00 출발. 금새 금잔디 고개라는 곳이 나타난다(15:10). 계속 내리막이다. 이제는 하늘도 쳐다 볼 여유가 생긴다. "봄 마곡이요, 가을 갑사"라던데 아직 단풍은 이른가 보다. 나무단풍보다 사람(의상) 단풍으로 산은 붉고 만원이다. 이규운이는 18번이 된 '딱따구리 아리랑'을 불러 댄다. 지나는 사람들도 킥킥거린다. 그래서 별명이 '딱따구리 경찰'이 되 버렸다. 비밀경찰(이국범)과 서로 별명을 불러준다. 16:00 경에 갑사에 도착하다. 10여분 절구경하다. 입장료 3,200원이나 냈는데 구경해야지, 절반인 1,600원이 "문화재관람료"라고 징수된 것 아닌감.
아는 것이 있어야 구경도 제대로 하지. 유홍준 선생 말씀 '아는 것만큼 느낀다'. 10여분 구경할 정도 수준인가 보다. 절 문을 나오면서 보니 일주문의 "鷄龍山甲寺"라는 현판이 그럴 듯 하고 갑사(甲寺)라는 이름도 예사롭지 않다. 앞서간 친구들 생각에 시간이 없다. 나중 기회가 있겠지 미루고 주차장으로 달리듯 오니 김옥택 친구는 관광버스 그늘에다 자리를 펴고 벌써 주안상을 거의 다 차려 놓았다. 돼지 머릿고기에 맥주, 쏘주. 이만한 주안상이 어디 있을꼬.
○ 뒷풀이 그리고 난감 : 서울 친구들 기차시간이 18:40이란다. 16:40분이니 다소 시간 여유가 있으렷다. 머릿고기에 소주 맥주가 너울거린다. 한시간이 너무 짧지만 기차시간을 감안 17:40 갑사 주차장 출발하여 서대전 역으로 간다. 한시간이나(?) 여유롭게 출발했는데 버스는 도무지 달릴 줄을 모른다. 단풍철이라고 하지만 너무 밀린다. 마치 추석명절 귀성차량 행렬 같다. 전라도에서는 생각지도 못할 교통체증이다. 시내 들어오기도 전에 18:40은 지나버리고---
그래도 즐겁다. 휘발류(酒)가 들어갔으니 즐거울 수밖에. 서정님이는 관광버스 춤에 조예가 있는 듯한데 친구들이 시원찮다. 이갑순이는 딸내미가 가수지망생이라고 하더니 자기도 가수 뺨치는 실력이다. 봉님이는 말 끗마다 보스기질이 넘친다. 춘자는 정 많은 옆집 아줌마이고. E.D.P.S. 중에는 이규운이의 딱따구리와 이국범이의 비밀경찰의 내역 설명이 백미다. 애들이 벌써 늙었나. 남자녀석들이 별로 맥을 쓰지 못한다. 정병윤선생마져 여인천하에 기가 죽었나. 너무 조용하다. 모처럼 동창모임에 나온 한용식이 학교댕길 때는 대게 부잡했는디 오늘 보니까 너무 신사다. 이장존이 장량이는 물론이고 서동현이도 며칠만 지나면 로맨스 그레이다. 떠오르는 스타 김태희의 아빠 김유문친구가 김태희와 이완이의 가족이야기도 들려주고.
두시간이 넘게 걸려서야 서대전 역에 도착하다. 황급히 알아본즉 지난 기차표는 반품도 안되고(이미 기차가 목적지에 도착해버리면 일부도 환불이 안 된단다) 22시 넘어서야 겨우 입석표가 있다는데 난감하다.
○삼행시(三行詩) : 서울사람들 서대전 역에 남긴 채 관광버스는 무심하게도 호남선을 출발한다(20:20). 이제 좀 정리가 되는가 보다. 행사준비에 분주했던 추진위원장 이갑영, 총무 이용남, 향교산악회장 김옥택, 해미아빠 정병윤, 소생 이철환 그리고 이옥자 등 친구들 긴장이 풀고 버스 속에서 소주 한잔씩. 김현영이는 버스 오르자마자 배낭 베고 주무시고.
오늘의 산행을 정리하자. 불현듯 3행시가 어떨까 스친다. "계룡산"으로. 적어본다.
계 (계룡산 산행길은 동학사가 초입이네) 룡 (용을쓰고 올라서니 남매탑이 반가웁고) 산 (산을넘어 내려오니 갑사도 거기 있네) [22:20 호남선 관광버스 안에서]
○ 22:40 아침 출발지인 봉선동 유안초등 정문에 버스도착. 40년만의 수학여행 끝. ( 2004. 10. 25. 자정이 넘었습니다. 순천에서 이 철 환.)
* (아래 글은 백두대간 이규운 친구가 계룡산 수학여행 다녀온 후 친구들에게 보낸 메일인데, 그대로 옮겨 실었습니다-요산요수)
★ 제목 KTX의 컵라면.. 보낸날짜 2004년 10월 26일 화요일, 오후 4시 56분 51초 +0900 (KST) 보낸이 "이규윤" <lky5045@naver.com> 수신거부에 추가 주소록에 추가 받는이 "산고수장" <kab-0@hanmail.net> 함께 받는이 "김민철" <slopt062@hanmail.net>, "김유문" <yoomun@intizen.com>, "손만수" <mbsook@nate.com>, "이국범" <6767467@hanmail.net>, "이용남" <yongn2@hanmail.net>, "이철환" <b-s20@hanmail.net>, "정병윤" <ham-papa@hanmail.net>, "조대형" <daehyoung123@hanmail.net>
층층절벽 우뚝하게 솟아있는 계룡산 맑은 기상 장백산에서 이어져온 것이네 산에는 못이 있어 용이 숨어 있고 산에는 구름 있어 만물을 적셔주네
내 지난날 그 사이에 노닐어보니 신령하고 기이함이 다른 산과 달랐었네 구름 모여 비가 되어 천하를 적셔주니 용이 구름을 부린 것이요 구름이 용을 따른 것이네
-서거정(徐居正)- 동국여지승람 중에서....
일요일 계룡산 산행에 광주 친구들이 정성 것 마련 해준 성의에 감사드리며...... 비롯 KTX 좁은 공간에서 컵라면을 끓어 먹었지만 즐거운 하루였네.
괸시리 갑순이. 봉님이 친구에게 미안한 따름이고 김헌영이가 누군가 했더니만 우거지 찌개를 맛있게 해온 아름다운 미인 친구가 아니었을까?....
선두가 너무 빨리 가서 후미에 따라온 친구들이 힘들게 해서 미안할 따름이고... 열차를 놓칠 바에야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천천히 자연을 노래 할 것을....
멀리 울산에서 참여해준 유문이 친구. 천안에서 참여해준 춘자 등 친구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이다음 산행 때는 용남이 친구의 오가피 주를 다시 맛보길 기대하며.......
10월26일 오후... 이규윤
★제목 아름다운추억 보낸날짜 2004년 10월 29일 금요일, 새벽 01시 33분 00초 +0900 (KST) 보낸이 "이규윤" <lky5045@naver.com> 수신거부에 추가 주소록에 추가 받는이 "요산요수" <b-s20@hanmail.net>
이랗게 늦은 시간에 술한잔에 취해 아무렇게나 글을 올리네.....
계룡산 추억은 영혼히 기억하고..... 계룡산 삼행시는 잘 읽어보왔요....
감기가 들고 술에 취해 KTX 조그만한 난간에서 컵나면을... 비밀경찰이야기가 그때 그사항을 자세히 이야기 하지 안았나고 하기에...
그냥 술에 취해 아름다운 추억이기에 적어 보왔네......
10. 29. 01:25 이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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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진까지 넣어 편집해 준 백두대간 어르신 감사합니다. 즐거운 여행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네. 이 철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