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특급내야수 정성훈이 들려주는 '3루 수비의 모든 것'(사진=스포츠춘추) |
Q. LG 정성훈 선수를 좋아하는 사회인야구 3루수입니다. 얼마나 좋아하면 등번호도 정성훈 선수의 59번입니다. 간혹 얼굴도 정성훈 선수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데요. 무엇보다 정성훈 선수처럼 저 역시 날카로운 스윙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수비는 ‘영’ 딴판입니다. 포구와 송구 모두 허점투성이입니다. 주변에선 캐치볼과 수비자세부터 엉망이라고 하는데요. 어떻게 하면 3루 수비가 좋아질 수 있을까요. - 대구 민영기 -
A. 정성훈은 저도 좋아하는 선수입니다. 겉에서 풍기는 이미지와는 달리 속이 '꽉' 찬 선수입니다. 경기가 끝나도 구장을 떠나지 않고 혼자 스윙연습을 하는 성실한 선수이기도 합니다. 정성훈이 있어 LG의 장래가 밝다고 한다면 지나친 믿음일까요? 각설하고.
3루를 가리켜 흔히 ‘핫 코너(hot corner)’라고 합니다. 빠르고 강한 타구가 많이 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번트와 같이 느리고 스핀이 묘하게 작용하는 타구도 적지 않습니다. 3루 수비가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3루수는 빠르고 강한 타구를 우선 몸 앞에 떨어트려 다음 동작으로 가져가야 하는 과감성과 침착함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3루 라인쪽의 타구를 정확하게 1루에 송구할 수 있는 강한 어깨도 필요합니다. 여기다 이상적인 3루수라면 민첩성, 스피드도 가미돼야 합니다.
그런 조건을 모두 갖춘 선수가 한국프로야구에 있습니다. 누구냐고요? 눈치채셨겠지만 그가 바로 정성훈입니다. <박동희의 원포인트 레슨>에서 정성훈 선수에게 ‘훌륭한 3루수가 되는 법’을 물었습니다. 돈 주고도 볼 수 없는, 어디서도 배우기 어려운 정성훈의 원포인트 레슨을 잘 보시고 그라운드에서 직접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LG 정성훈이 친절하게 설명하는 '3루 수비강습' 동영상
ㄱ. 캐치볼
“아마추어에서 잘 나갔던 선수라는데 막상 보면 ‘이게 선수인가?’ 싶을 때가 잦아요. 왜냐고요? 무슨 야구선수가 캐치볼도 할 줄 모른다니까요. 농담이냐고요? 저기 보세요. 아마 까무러치실 겁니다.”
지난해 어느 프로야구팀을 취재했을 때입니다. 그 팀의 2군 수비코치는 치통을 앓는 이처럼 인상을 찡그리며 구장 한쪽에서 캐치볼 중인 신인선수들을 가리켰습니다. 정말이지 처음엔 농담인가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게 계약금 1억 원을 웃도는 신인선수들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이 캐치볼을 할 줄 모른다니요. 하지만.
“세상에!” 당시 제 입에서 짧은 탄성이 새어나왔습니다. 야구의 기본 가운데 기본인 캐치볼을 할 줄 모르는 선수를 실제로 발견한 것입니다.
“저 선수들만이 아닙니다. 아마추어에 가면 저런 선수들이 태반이에요. 사정이 이러니까 프로 2군이 선수를 육성하는 곳이 아니라, 선수를 처음부터 가르치는 곳으로 전락하는 겁니다.” 수비코치의 말은 사실입니다.
프로 2군에서 신인선수들에게 캐치볼부터 가르치는 건 이제 생경한 일도 아닙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요. 아마추어 야구에 프로출신 지도자들이 대거 유입됐는데도 오히려 선수들의 기본기는 과거보다 못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 아버지와 아들의 캐치볼은 공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부자(父子)간의 정을 나누는 숭고한 행위다. 특히나 캐치볼은 상대에 대한 배려가 우선이다. 상대가 공을 잘 잡을 수 있도록 가슴을 향해 공을 던지는 게 기본이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대비해 대부분 학생이 국어, 영어, 수학에 매달리듯 아마추어 야구선수들도 프로에 들어가려고 타격이나 투구에만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학교와 수험생이 대학입시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음악, 체육, 미술을 등한시하듯 아마추어 야구선수와 지도자도 스카우트가 잘 눈여겨보지 않는 수비는 집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수들의 연봉산정 시 수비는 고려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선수들도 수비에 큰 비중을 두지 않습니다. 안타 하나로 득점을 내는 것보다 안타 하나를 잡아 실점을 막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간과하는 것이지요.
아마추어나 프로야구 선수가 이런데 사회인야구 선수는 오죽하겠습니까. 사회인야구 현장에 가면 ‘캐치볼의 기본’을 모르는 분들을 여기저기서 만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캐치볼의 기본’을 아는 분을 만나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캐치볼이 야구의 기본인 이유가 있습니다. 야구는 확실히 타구를 잡은(포구) 뒤 재빠르고 정확하게 베이스를 향해 공을 던져(송구) 아웃카운트를 3개만 쌓으면 이닝을 종료하는 경기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야구의 본질입니다. 그 본질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캐치볼인 것입니다.
캐치볼이 왜 중요한지 잘 아셨지요? 다음은 캐치볼의 기본동작입니다. (오른손 던지기 기준)
캐치볼 송구할 때 글러브는 항상 캐치볼 상대의 가슴을 향해야 한다. 시선도 마찬가지다(사진=스포츠춘추)
1. 공은 세 손가락(엄지, 검지, 중지)으로 잡습니다. 간혹 “공의 실밥을 어떻게 잡아야 하느냐?”라고 물으시는데요. 투수가 아닌 이상 공의 실밥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세 손가락으로 가볍게 공을 쥐시면 됩니다.
2. 야수는 투수가 아니므로 팔 스윙을 크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투수는 구속이 빠르고 묵직한 공을 던져야 하지만, 야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재빠르고 정확하게 베이스를 향해 송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3. 송구 시 팔의 각도는 제각각입니다. 학생야구에선 최대한 팔을 올려 팔꿈치가 귀에 닿는 지점에서 공을 던지라고 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전형적인 오버핸드지요. 하지만, 정성훈은 쓰리쿼터로 던지는 게 재빠르고 정확한 송구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지금 한번 해보세요. 만약 쓰리쿼터 송구가 힘들다면 고개를 45도 정도 지면을 향해 숙여보세요. 그러면 팔도 자연스럽게 내려가 쓰리쿼터 송구가 가능하다는 게 정성훈의 조언입니다.
![]() 송구 시 팔의 각도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정면으로 오는 타구와 우측으로 오는 타구를 송구할 땐 오버 핸드로 던지는 게 좋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정성훈은 쓰리쿼터 송구를 권한다. 더 정확한 송구가 가능하다는 게 이유다(사진=스포츠춘추) |
4. 글러브는 캐치볼 상대의 가슴을 향합니다. 얼굴도 마찬가지입니다. 얼굴은 몸 회전의 중심입니다. 얼굴도 항상 상대방을 향해야 합니다.
5. 상대방 가슴을 향해 송구합니다. 송구 시 어깨와 팔꿈치에 지나치게 힘을 주면 안 됩니다. 어깨와 팔꿈치는 가볍게 회전한다는 생각을 하시고 손목 스냅에 집중하세요.
6. 송구는 하체활용이 중요합니다. 송구 시 내딛는 발(왼발)은 상대를 향하고 몸이 흔들리지 않게 양발의 발뒤꿈치는 지면에 확실히 붙입니다. 송구 시 허리회전을 얼마나 강하게 하느냐에 따라 공의 빠르기가 달라집니다.
7. 송구가 끝나고 나서도 자세에 신경 써야 합니다. 급하게 몸이 무너지면 엉뚱한 방향으로 공이 갈 수 있습니다. 공을 던지고 나면 오른손과 글러브를 쥐는 왼손을 가슴 쪽으로 모읍니다. 시선은 송구가 끝나고서도 계속 상대를 향합니다.
캐치볼 포구할 때 캐치볼 포구 시에도 양발은 상대를 향해야 한다. 글러브는 가슴에 밀착하지 말고 글러브를 쥔 손의 팔꿈치와 가슴이 10~15cm 정도 이격을 유지하는 게 좋다(사진=스포츠춘추)
1. 다리는 어깨 정도로 벌립니다. 그때 발끝은 평행으로 상대를 향합니다. 무릎은 가볍게 굽혀 상·하·좌·우 어느 방향으로도 신속히 향할 수 있도록 합니다.
2. 포구 시 글러브는 가슴 바로 앞에 둡니다. (가슴과 팔꿈치의 간격은 10~15cm가 이상적)
3. 포구는 양손으로 합니다. 그래야 글러브에서 공을 빠르게 빼 송구할 수 있습니다.
ㄴ. 캐치볼 순서 캐치볼 워밍업 때는 송구 시 손목스냅만을 활용한다(사진=스포츠춘추)
1. 처음부터 격렬한 캐치볼은 금물입니다. 몸을 푸는 워밍업이 필요합니다. 상대방과 서로 마주 보고 ‘一’로 선 상태에서 송구와 포구를 합니다. 상대방과의 거리는 10m가 적당합니다. 송구는 가볍게 손목 스냅으로 합니다. 이 상태로 10~20구 정도 공을 주고받습니다.
2. 어느 정도 몸이 풀리면 차츰차츰 거리를 넓힙니다. 송구 시 손목뿐만 아니라 어깨와 팔꿈치, 허리회전에도 신경 씁니다.
3. 적당한 거리는 원 베이스입니다. 1루와 2루 사이의 거리는 27.43m입니다. 이 정도 거리가 캐치볼 하기엔 가장 좋은 거리라고 합니다. 외야수의 경우, 어깨가 강한 사회인야구 선수라면 50m 이상의 롱팩(멀리 던지기)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무리해선 절대 안 됩니다.
4. 캐치볼은 봄과 겨울은 30~50구 사이가 적당합니다. 여름과 가을은 30구로도 충분히 몸이 풀립니다. 빠르고 강한 타구를 대비해 3루수는 사진의 정성훈과 같은 자세로 대기해야 합니다. 수비가 약한 3루수들을 보면 대개 수비 준비자세가 산만합니다.(사진=스포츠춘추)
ㄷ. 수비 준비자세
글러브는 지면쪽을 향해 낮게 위치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속칭 '알을 까는' 실책이 나올 수 있습니다(사진=스포츠춘추)
ㄹ. 실전 포구
1. 공의 아래쪽을 포구한다는 기분으로 글러브를 벌립니다.
2. 무릎 위로 오는 공은 글러브의 바닥을 정면으로 향해 포구합니다.
3. 무릎 아래로 오는 공은 글러브 바닥 아래쪽에 넣는다는 감각으로 포구합니다.
4. 시선은 무릎 높이로 조절합니다.
5. 포구동작은 오른발→왼발→글러브 순입니다. 왼발을 앞에 뒀을 때 포구하는 게 가장 이상적입니다.
![]() 흔히 '가슴으로 공을 막는다'라고 하지만, 가슴으로 타구를 막다가 큰일이 발생할 수 있다. 가장 좋은 블로킹은 복근으로 막는 것이다(사진=스포츠춘추) |
6. 강한 타구를 블로킹할 때는 가슴이 아니라 복근으로 공을 막아야 합니다. 가슴으로 공을 막다가 큰일 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자칫 갈비뼈에 타구가 맞으면 공이 멀리 튈 수 있지만, 복근은 근육이라 공이 멀리 도망가지 않습니다.
![]() 정성훈이 설명하는 가장 이상적인 포구자세(사진=스포츠춘추) |
ㅁ. 실전 토스
토스 시 글러브 자세
1. 손목을 구부리지 않고 팔과 글러브가 일직선이 되도록 한 후, ‘○’ 위치에서 포구합니다.
2. 공이 글러브 안으로 들어왔다고 글러브를 닫으면 안 됩니다. 그대로 토스 해야 합니다. 그래야 보다 안정되고 빠른 토스가 가능합니다.
3. 토스는 손목을 틀지 않고 사진처럼 화살표 방향으로 띄웁니다.
|
첫댓글 내용이 대박이다.
그래도 34회와 9:9로 비겼다.
비긴것도 대단하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