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즐거움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인데 유독 산에서만 아무런 준비 없이 즐거움만 취하려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준비된 자만이 즐거움을 누릴 자격이 있고, 리지화는 암릉등반시 준비해야할 장비 중 가장 기초적인 준비물일 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경등산화가 암벽화 창을 만났을 때 [글 이마운틴 김수석 객원기자]
원래 영어권에서의 ‘리지(Ridge)’ 개념은 암릉(岩陵) 뿐만 아니라 설릉(雪陵)이나 일반적인 산등성이처럼 상태나 특징에 관계없이 산릉(山陵)을 통칭하는 말이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험준한 바위능선만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바위로 연결된 암릉이 많은 우리나라 산의 특성 때문으로 암릉등반이나 리지등반이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바위 구간을 통과하는 형태의 산행을 즐기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런 자연적 특성 때문에 나타나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암릉등반은 암릉이 지닌 지형적인 특징 때문에 짧은 암벽등반과 로프 하강 그리고 걷기를 반복하며 오르내리는 형태의 등반이다. 즉, 일반적인 걷는 산행과 본격적인 암벽등반의 중간 형태로 이 두 가지가 혼합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찰력이 좋은 대신 발의 고통이 심하고 충격흡수력이 거의 전무한 암벽화 대신 ‘리지화’라는 우리나라 특유의 명칭을 가진 신발이 애용되는 것도 이러한 등반 형태 때문이다. 리지화는 운동화처럼 편안한 경등산화의 바닥창(밑창, Outsole)만 암벽화창으로 대체한 신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만일 암벽화를 신고 암릉 중간에 나타나는 숲길을 오래 걷는 경우라면 발가락이 아파 고생할 것이 틀림없다.
외국에는 본격적인 암벽등반 대상지까지의 ‘접근’에 편리한 신발, 즉 바위와 흙길, 돌과 흙이 혼재된 복잡한 지형에서 편하게 신기 좋은 어프로치 슈즈(Approach Shoes)란 개념은 있어도 우리네 경우처럼 암릉등반 만을 목적으로 하는 리지화라는 명칭은 없다. 완전히 동일한 신발이 외국에서는 어프로치 슈즈로 또, 우리나라에서는 리지화로 판매되는 것도 서로 다른 등반문화 때문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암릉등반은 일반적인 산행에서의 위험과 암벽등반에서의 위험을 동시에 내포하기에 훨씬 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마땅히 기본적인 등반수칙을 지켜야 하고 각종 등반장비를 갖추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하는 사람들이 많아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암릉등반은 풍광이 수려한 암릉을 따라 걷는 편안한 산행이 아니다. 전체 등반시간과 구간 구간의 난이도를 고려해 적절한 확보체계를 선택해야 하기에 암벽등반 이상의 경험과 판단력이 필요한 전문등반이라고 보아야 한다. 리지화도 암릉등반의 필수장비 중 하나에 불과할 뿐 그 자체가 필요한 장비의 전부가 아니다.
일반적인 등산화는 5~10mm 정도 큰 사이즈를 구입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리지화의 경우엔 안전한 등반을 위해 딱 맞는 신발을 사는 것이 좋다. 천연가죽, 합성피혁, 인조섬유 등 갑피(Upper)의 소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오래 신다보면 한 치수 정도 늘어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길이보다는 폭이 넓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신발 앞 끝부터 조이게 만들어놓은 특징 때문에 지나치게 늘어난 경우에도 5mm 정도의 크기는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시중의 장비점에서는 당일산행에 적합한 경등산화와 리지화를 구분하지 않고 판매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것은 등산로 곳곳에 화강암 바위가 드러나 있는 서울 근교 산의 특성 때문이지만 암릉등반을 하지 않는 일반적인 등산객들에게 리지화는 결코 편한 신발이 아니기에 마땅히 구분해야 한다.
리지화는 특히 장시간 산행을 하고 하산할 때면 발이 붓기도 하고 무릎이나 허리에 충격이 심하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산행의 성격에 맞추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암벽화가 그러하듯 리지화의 생명 역시 바닥창이며 리지화의 창개발은 암벽화 창개발의 연장선상에 있기에 이 둘을 떼놓고 언급할 수는 없다.
초창기엔 걷기용과 암벽등반용 창이 분화되지 않았기에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까지 인수봉, 선인봉 등의 암벽등반 대상지에서 ‘클레타 슈즈’라는 비브람(Vibram)창 재질의 신발이 애용되었다. 현재와 같은 형태의 암벽화는 피에르 알렝(Pierre Allain)과 에밀 보데나우(Emil Bordenau)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선보인 카본 고무창의 신발이었다. ‘EB 슈즈’로 불리던 이 신발은 암벽등반 전용으로 출시된 최초의 신발로 1980년대 스페인의 보레알(Boreal)사에서 부틸고무창으로 만든 피레(Fire)라는 제품이 출시될 때까지 암벽화의 대명사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현재 생산되는 암벽화와 리지화의 창은 대부분 부틸고무(Isobutylene-Isoprene Rubber) 재질을 사용하는데 이는 영어 이름에서 드러나듯 이소부틸렌과 이소프렌을 혼성한 합성고무라고 할 수 있다. 부틸고무는 각종 기체의 투과성이 낮고 내열성·내노화성·내약품성·전기절연성·완충성 등이 뛰어나 자동차 타이어, 전선피복, 컨베이어벨트 등 공업 분야의 전반에 두루 사용되는 소재이지만 등산 분야에서는 암벽화창에 필요한 몇 가지 특징을 가공과정에서 조율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애용하게 되었다.
암벽등반용 창은 적당한 경도(硬度)와 점력(粘力), 그리고 완충성(緩衝性)이라는 세 가지 상충되는 특성 사이에서 최적화된 균형을 이루고 있어야 한다. 경도만 예를 들어도, 암벽화창에 체중을 실어 내디딜 경우 너무 딱딱하면 바위의 미세한 요철 사이로 고무가 파고 들어가지 않아 마찰을 일으킬 수 없을 것이고 반대로 너무 연하다면 등반을 마칠 때까지 창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이 세 가지 특성은 서로 상충되는 특징이면서도 서로의 특징을 보완하는 작용을 하고 있기에 최적화된 하나의 균형점, 즉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같은 부틸고무창이라도 성격이 조금씩 다른 여러 종류의 제품으로 출시될 수밖에 없다. 싸바(Cava)나 아나사지(Anasazi)와 같은 신발 브랜드가 사용하고 있는 스텔스(Stealth)창도 부틸고무로 만들어진 암벽화창의 브랜드 명칭이지 종류가 다른 별개의 소재가 아니다. 매드락(Mad Rock) 암벽화의 매드 러버(Mad Rubber), 네파(Nepa)나 이벌브(Evolve) 등의 암벽화가 애용하는 트랙스(Trax-USA)창, 트랑고(Trango)사의 그라나이트(Granite)창, 트렉스타(Treksta)의 하이퍼그립(Hyper-Grip)창도 조금씩 특성을 달리하는 부틸고무 소재의 창이라고 보면 된다. 부틸고무창이 암벽등반용 밑창의 대세이긴 하지만 모든 브랜드가 부틸고무창만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인기 있는 라 스포티바(La Sportiva)의 암벽화들은 아직도 합성고무 TDR(Thermo Dynamic Rubber)로 만들어진다. 부틸고무창은 일반적으로 화강암과 같은 강질 바위에서 사용할 때 마찰력이 좋은 대신 온도변화에 민감해 기온이 떨어지면 딱딱해지고 마찰력이 떨어지는 결점이 있다. 라 스포티바는 창의 소재로 부틸고무 대신에 연질의 비브람을 사용함으로써 온도변화에 관계없이 75% 정도의 일정한 경도를 유지하기에 급변하는 환경 속의 알파인 등반에서도 일관된 마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렇듯 창마다 특성이 다르기에 어느 한 브랜드의 신발이 가장 뛰어나다거나, 어느 소재가 최적이라고 섣불리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등반대상지와 등반시기, 등반자의 기호에 따라 가장 적합한 신발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고어텍스(GORE-TEX)나 이벤트(eVENT) 등의 방수·투습 소재를 사용한 제품도 많이 출시되고, 몇몇 국산 브랜드에서는 국내에서 개발된 방수·투습 소재인 힐텍스(Hill-tex)를 사용한 리지화를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부분의 리지화는 무게와 휴대성을 고려해 발목이 없는 형태(Low Cut)가 주종이지만 산행경력이 짧거나 발목 부상이 염려된다면 발목까지 갑피가 올라오는 형태(Mid Cut)의 제품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최근 암릉등반을 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짜릿한 스릴을 느끼며 사방으로 펼쳐지는 수려한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즐거움 때문일 것이다. 세상의 모든 즐거움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인데 유독 산에서만 아무런 준비 없이 즐거움만 취하려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준비된 자만이 즐거움을 누릴 자격이 있고, 리지화는 암릉등반시 준비해야할 장비 중 가장 기초적인 준비물일 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INFORMATION 적절한 시기의 창갈이가 수명을 연장한다
리지화는 창이 빨리 닳는 편이기에 평상시에는 신고 다니지 않는 편이 좋으며 산행 전에 등반이 가능할 정도인지 바닥창의 상태를 보아 창갈이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대부분의 제품은 구입처에 맡기면 2~3만 원 선에 창갈이가 가능하지만 간혹 출시할 때부터 창갈이를 염두에 두지 않는 제품도 있기에 구입할 때 미리 판매자에게 문의해보는 것이 좋다. 창갈이가 가능한 제품도 적절한 창갈이 시기를 놓쳐 밑창 뿐 만 아니라 중창(Midsole)까지 닳게 되면 창갈이 비용이 배로 들거나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리지화의 중창과 밑창은 접착제로 붙여놓은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세탁기를 이용해 빨거나 뜨거운 차 안에 두었을 때, 또는 헤어 드라이어로 급속히 말릴 때 암벽화창이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리지화는 상온(15~25。C)의 물에 중성세제를 이용해 손빨래를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적절한 시기에 세탁을 해 바람이 잘 통하는 응달에서 말리면 악취를 상당히 줄일 수 있는데 그밖에도 파우더나 탈취제 등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리지화의 신발 끈은 평소에 바위면과 접촉이 많아 헤지기 쉽고, 크랙 구간을 통과하다보면 등반 중에도 끊어질 수가 있기 때문에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여벌을 준비해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등반 중에 신발 끈이 끊어지는 것이 얼마나 낭패일 지는 그저 상상에 맡겨 두기로 하자.[출처 : 이마운틴]
세상의 모든 즐거움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인데 유독 산에서만 아무런 준비 없이 즐거움만 취하려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준비된 자만이 즐거움을 누릴 자격이 있고, 리지화는 암릉등반시 준비해야할 장비 중 가장 기초적인 준비물일 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경등산화가 암벽화 창을 만났을 때 [글 이마운틴 김수석 객원기자]
원래 영어권에서의 ‘리지(Ridge)’ 개념은 암릉(岩陵) 뿐만 아니라 설릉(雪陵)이나 일반적인 산등성이처럼 상태나 특징에 관계없이 산릉(山陵)을 통칭하는 말이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험준한 바위능선만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바위로 연결된 암릉이 많은 우리나라 산의 특성 때문으로 암릉등반이나 리지등반이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바위 구간을 통과하는 형태의 산행을 즐기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런 자연적 특성 때문에 나타나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암릉등반은 암릉이 지닌 지형적인 특징 때문에 짧은 암벽등반과 로프 하강 그리고 걷기를 반복하며 오르내리는 형태의 등반이다. 즉, 일반적인 걷는 산행과 본격적인 암벽등반의 중간 형태로 이 두 가지가 혼합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찰력이 좋은 대신 발의 고통이 심하고 충격흡수력이 거의 전무한 암벽화 대신 ‘리지화’라는 우리나라 특유의 명칭을 가진 신발이 애용되는 것도 이러한 등반 형태 때문이다. 리지화는 운동화처럼 편안한 경등산화의 바닥창(밑창, Outsole)만 암벽화창으로 대체한 신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만일 암벽화를 신고 암릉 중간에 나타나는 숲길을 오래 걷는 경우라면 발가락이 아파 고생할 것이 틀림없다.
외국에는 본격적인 암벽등반 대상지까지의 ‘접근’에 편리한 신발, 즉 바위와 흙길, 돌과 흙이 혼재된 복잡한 지형에서 편하게 신기 좋은 어프로치 슈즈(Approach Shoes)란 개념은 있어도 우리네 경우처럼 암릉등반 만을 목적으로 하는 리지화라는 명칭은 없다. 완전히 동일한 신발이 외국에서는 어프로치 슈즈로 또, 우리나라에서는 리지화로 판매되는 것도 서로 다른 등반문화 때문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암릉등반은 일반적인 산행에서의 위험과 암벽등반에서의 위험을 동시에 내포하기에 훨씬 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마땅히 기본적인 등반수칙을 지켜야 하고 각종 등반장비를 갖추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하는 사람들이 많아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암릉등반은 풍광이 수려한 암릉을 따라 걷는 편안한 산행이 아니다. 전체 등반시간과 구간 구간의 난이도를 고려해 적절한 확보체계를 선택해야 하기에 암벽등반 이상의 경험과 판단력이 필요한 전문등반이라고 보아야 한다. 리지화도 암릉등반의 필수장비 중 하나에 불과할 뿐 그 자체가 필요한 장비의 전부가 아니다.
일반적인 등산화는 5~10mm 정도 큰 사이즈를 구입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리지화의 경우엔 안전한 등반을 위해 딱 맞는 신발을 사는 것이 좋다. 천연가죽, 합성피혁, 인조섬유 등 갑피(Upper)의 소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오래 신다보면 한 치수 정도 늘어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길이보다는 폭이 넓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신발 앞 끝부터 조이게 만들어놓은 특징 때문에 지나치게 늘어난 경우에도 5mm 정도의 크기는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시중의 장비점에서는 당일산행에 적합한 경등산화와 리지화를 구분하지 않고 판매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것은 등산로 곳곳에 화강암 바위가 드러나 있는 서울 근교 산의 특성 때문이지만 암릉등반을 하지 않는 일반적인 등산객들에게 리지화는 결코 편한 신발이 아니기에 마땅히 구분해야 한다.
리지화는 특히 장시간 산행을 하고 하산할 때면 발이 붓기도 하고 무릎이나 허리에 충격이 심하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산행의 성격에 맞추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암벽화가 그러하듯 리지화의 생명 역시 바닥창이며 리지화의 창개발은 암벽화 창개발의 연장선상에 있기에 이 둘을 떼놓고 언급할 수는 없다.
초창기엔 걷기용과 암벽등반용 창이 분화되지 않았기에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까지 인수봉, 선인봉 등의 암벽등반 대상지에서 ‘클레타 슈즈’라는 비브람(Vibram)창 재질의 신발이 애용되었다. 현재와 같은 형태의 암벽화는 피에르 알렝(Pierre Allain)과 에밀 보데나우(Emil Bordenau)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선보인 카본 고무창의 신발이었다. ‘EB 슈즈’로 불리던 이 신발은 암벽등반 전용으로 출시된 최초의 신발로 1980년대 스페인의 보레알(Boreal)사에서 부틸고무창으로 만든 피레(Fire)라는 제품이 출시될 때까지 암벽화의 대명사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현재 생산되는 암벽화와 리지화의 창은 대부분 부틸고무(Isobutylene-Isoprene Rubber) 재질을 사용하는데 이는 영어 이름에서 드러나듯 이소부틸렌과 이소프렌을 혼성한 합성고무라고 할 수 있다. 부틸고무는 각종 기체의 투과성이 낮고 내열성·내노화성·내약품성·전기절연성·완충성 등이 뛰어나 자동차 타이어, 전선피복, 컨베이어벨트 등 공업 분야의 전반에 두루 사용되는 소재이지만 등산 분야에서는 암벽화창에 필요한 몇 가지 특징을 가공과정에서 조율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애용하게 되었다.
암벽등반용 창은 적당한 경도(硬度)와 점력(粘力), 그리고 완충성(緩衝性)이라는 세 가지 상충되는 특성 사이에서 최적화된 균형을 이루고 있어야 한다. 경도만 예를 들어도, 암벽화창에 체중을 실어 내디딜 경우 너무 딱딱하면 바위의 미세한 요철 사이로 고무가 파고 들어가지 않아 마찰을 일으킬 수 없을 것이고 반대로 너무 연하다면 등반을 마칠 때까지 창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이 세 가지 특성은 서로 상충되는 특징이면서도 서로의 특징을 보완하는 작용을 하고 있기에 최적화된 하나의 균형점, 즉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같은 부틸고무창이라도 성격이 조금씩 다른 여러 종류의 제품으로 출시될 수밖에 없다. 싸바(Cava)나 아나사지(Anasazi)와 같은 신발 브랜드가 사용하고 있는 스텔스(Stealth)창도 부틸고무로 만들어진 암벽화창의 브랜드 명칭이지 종류가 다른 별개의 소재가 아니다. 매드락(Mad Rock) 암벽화의 매드 러버(Mad Rubber), 네파(Nepa)나 이벌브(Evolve) 등의 암벽화가 애용하는 트랙스(Trax-USA)창, 트랑고(Trango)사의 그라나이트(Granite)창, 트렉스타(Treksta)의 하이퍼그립(Hyper-Grip)창도 조금씩 특성을 달리하는 부틸고무 소재의 창이라고 보면 된다. 부틸고무창이 암벽등반용 밑창의 대세이긴 하지만 모든 브랜드가 부틸고무창만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인기 있는 라 스포티바(La Sportiva)의 암벽화들은 아직도 합성고무 TDR(Thermo Dynamic Rubber)로 만들어진다. 부틸고무창은 일반적으로 화강암과 같은 강질 바위에서 사용할 때 마찰력이 좋은 대신 온도변화에 민감해 기온이 떨어지면 딱딱해지고 마찰력이 떨어지는 결점이 있다. 라 스포티바는 창의 소재로 부틸고무 대신에 연질의 비브람을 사용함으로써 온도변화에 관계없이 75% 정도의 일정한 경도를 유지하기에 급변하는 환경 속의 알파인 등반에서도 일관된 마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렇듯 창마다 특성이 다르기에 어느 한 브랜드의 신발이 가장 뛰어나다거나, 어느 소재가 최적이라고 섣불리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등반대상지와 등반시기, 등반자의 기호에 따라 가장 적합한 신발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고어텍스(GORE-TEX)나 이벤트(eVENT) 등의 방수·투습 소재를 사용한 제품도 많이 출시되고, 몇몇 국산 브랜드에서는 국내에서 개발된 방수·투습 소재인 힐텍스(Hill-tex)를 사용한 리지화를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부분의 리지화는 무게와 휴대성을 고려해 발목이 없는 형태(Low Cut)가 주종이지만 산행경력이 짧거나 발목 부상이 염려된다면 발목까지 갑피가 올라오는 형태(Mid Cut)의 제품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최근 암릉등반을 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짜릿한 스릴을 느끼며 사방으로 펼쳐지는 수려한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즐거움 때문일 것이다. 세상의 모든 즐거움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인데 유독 산에서만 아무런 준비 없이 즐거움만 취하려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준비된 자만이 즐거움을 누릴 자격이 있고, 리지화는 암릉등반시 준비해야할 장비 중 가장 기초적인 준비물일 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INFORMATION 적절한 시기의 창갈이가 수명을 연장한다
리지화는 창이 빨리 닳는 편이기에 평상시에는 신고 다니지 않는 편이 좋으며 산행 전에 등반이 가능할 정도인지 바닥창의 상태를 보아 창갈이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대부분의 제품은 구입처에 맡기면 2~3만 원 선에 창갈이가 가능하지만 간혹 출시할 때부터 창갈이를 염두에 두지 않는 제품도 있기에 구입할 때 미리 판매자에게 문의해보는 것이 좋다. 창갈이가 가능한 제품도 적절한 창갈이 시기를 놓쳐 밑창 뿐 만 아니라 중창(Midsole)까지 닳게 되면 창갈이 비용이 배로 들거나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리지화의 중창과 밑창은 접착제로 붙여놓은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세탁기를 이용해 빨거나 뜨거운 차 안에 두었을 때, 또는 헤어 드라이어로 급속히 말릴 때 암벽화창이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리지화는 상온(15~25。C)의 물에 중성세제를 이용해 손빨래를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적절한 시기에 세탁을 해 바람이 잘 통하는 응달에서 말리면 악취를 상당히 줄일 수 있는데 그밖에도 파우더나 탈취제 등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리지화의 신발 끈은 평소에 바위면과 접촉이 많아 헤지기 쉽고, 크랙 구간을 통과하다보면 등반 중에도 끊어질 수가 있기 때문에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여벌을 준비해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등반 중에 신발 끈이 끊어지는 것이 얼마나 낭패일 지는 그저 상상에 맡겨 두기로 하자.[출처 : 이마운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