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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웅호 전문사진작가를 읽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메일을 보내 사람책 작가 박종범이라고 소개하며 만나 보자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자신의 이력과 스토리가 어디 가서 내세울 정도는 아니라고 하며 거절을 했다. 하지만 갑자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 번 만나보자는 전화였다. 그렇게 민웅호 작가님을 만나러 갔다. 내가 만난 그는 제2의 인생을 달리고 있었다. 힘든 시절 자식들을 다 기르고 현재의 그는 그 시절보다는 여유로워져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와 대화를 하면서 느낀 것은 사진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청년시절 자의든 타의든 접었던 꿈을 지금에서야 마음껏 펼치고 있었다.
사진을 찍게 된 계기
고등학교 시절 여름방학 때 외갓집에 놀라간 적이 있었어요. 외사촌 매형이 시골 면소재지에서 작은 사진관을 하고 있었어요. 그 때는 주로 결혼식이나 회갑연 등 시골 잔치를 할 때 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결혼 맞선, 약혼식 또는 아기들 백일, 돌 사진이 전부였던 때였죠. 나무 삼각대에 시커먼 보자기를 뒤집어 쓰고 투명유리 파인더를 들여다 보니 대상이 거꾸로 보이고 암실 작업에서 인화과정 등이 모두 저에게는 신기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졌죠. 그 때부터 사진에 대한 매력이 이어졌어요. 군에서 제대한 후 여주에서 사진관(당시DP점)을 2년 정도 운영을 했어요. 그런데 사진으로 직업을 유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었죠.
그는 지금 70대이다. 어쩌면 그의 아들보다 어린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것조차 그의 사진에 대한 열정을 말해주는 듯 했다. 70대의 나이에 20대인 나에게 자신의 얘기를 저렇게 털어놓는 것이 쉬운 것일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어른이라 하면 나이 지긋하신 분들을 떠올린다. 젊은 사람들이 그들과 얘기를 할 때면 무언가 모를 답답함과 벽이 느껴진다. 그건 나이든 어른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젊은 세대와 나이든 세대의 소통이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적어도 한국사회에서는. 하지만 그와 얘기를 하면 할수록 정말 사진에 대한 열정이 넘쳐흐른다는 것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사진에 대한 열정
그 이후 직장을 다니면서도 당시 유명했던 일본 카메라 여러 대를 가지고 다니며 취미생활로 이어왔어요. 아이들을 다 키워 놓은 중년 이후로는 사진을 취미로 시작해 야생화 사진에 매료되어 주로 야생화 촬영을 했어요. 야생화는 체력 소모가 많은 사진작업이기에 좀 쉽다는 풍경사진으로 방향을 전향하며 노년을 즐기기로 했어요.
또한 사진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어느 출사지에 가도 많은 인파가 몰렸어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늘 공중도덕과 질서가 있어야 함에도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래서 인성교육과 소양교육이 절실하다고 느꼈어요. 사진가는 사진기계의 메커니즘 기술도 필요하지만 인성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해요. 그래서 저는 강의를 할 때 주로 인간관계, 소양교육을 많이 강조하죠.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는 예의가 필요하거든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사진 찍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 기본 바탕에는 인성과 소양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를 했다. 그의 경우 사진을 찍으러 다양한 곳에 다양한 사람들과 갔는데 그곳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관광객들의 크고 작은 다툼, 사진 찍는 사람들간의 갈등 등을 경험했다고 한다. 좋은 사진을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사단법인 한국디지털사진가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사진 교육강사로도 활동 중이며 다음 카페인 은빛포토갤러리도 운영하고 있다. 30여 차례의 사진 공모전 입상 기록이 있으며 현재는 협회의 공모전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사진 강의도 꾸준히 하고 있다. 강의할 때 다른 사진 작가와는 구별되는 그의 특징은 소양교육을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한계, 열정으로 극복하다
제가 사진을 찍으면서 3번 정도 한계를 느낀 적이 있어요. 약 1년 전에 사진을 비평해주는 사람에게 포트폴리오 식으로 배워 보겠다고 간 적이 있어요. 제 사진을 보고 광고 사진이라고 하더라고요. 요즘은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 작가가 의도한대로 찍는 거예요. 사진 속에 스토리가 있고 자기만의 생각이 있어야 된다는 거죠. 소위 말하는 감성사진이라는 거예요. 예전 세대는 사진은 6하 원칙에 의해 찍으라고만 배웠거든요. 시대가 많이 변했잖아요. 예전의 필름카메라 찍었던 시절이 아니거든요. 이제는 디지털카메라 시대이고 찍으면 바로 보이잖아요.
사진을 좀 더 배우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어깨너머로도 배우고 모 대학 아카데미에 가서도 배우고 여러 곳을 다니며 사진에 대해 배웠어요. 사진에 대한 담론적인 얘기들, 기초지식, 역사 등을 배웠어요. 이제는 그 배움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죠. 저의 사진 강좌를 듣는 분들에게 저는 다양한 것을 가르쳐 줍니다. 특히 사진은 눈으로 감상하여 마음으로 담는 것이에요. 어떤 대상을 보고 마음에서 우러나올 때 비로써 카메라 셔터를 누르죠. 그 사진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과 감흥 그리고 감동을 줄 수 있어야 돼요. 또한 그 사진 속에 스토리가 담겨 있어야 사진가의 의도가 보는 이에게 전달될 수 있다고 봐요.
나는 그의 나이가 70이 넘었다는 것을 나중에 프로필을 보고 알았다. 사진에 대한 열정이 너무 강해서 만났을 당시에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만의 열정이 있고 한 곳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늙음마저 피해가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수 많은 공모전에 참여하고 배우기 위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열정, 그 열정이 매우 놀라웠다. 그리고 컴퓨터로 사진을 수정하는 작업은 젊은 사람도 하기에 만만치 않고 좀 더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이다. 또한 그는 그 배움을 바탕으로 자신이 선생이 되어 사진 강의를 했다. 이 모든 것을 그는 스스로 하고 있었다. 나는 사람 책을 인터뷰하면서 나중에 프로필이나 경력사항을 요청하는데 너무 화려한 경력에 처음에는 놀랐지만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그의 사진에 대한 열정이 그 많은 결과를 창출해낸 것이다.
사진을 하면 치매 걸릴 시간도 없다
내 생각에는 나이 먹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면 좋은 점이 많아요. 우선 치매에 안 걸려요. 사진에 대해 생각할 부분이 너무 많아요. 각도, 구도, 대상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죠. 어디서 찍어야 할지도 고민하고요. 또 사진을 찍으러 같이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치매에 걸릴 시간도 없어요. 지난 번에는 우스갯소리로 복지관에 치매 프로그램에 등록한 사람들 모두 해약하고 사진을 찍으라고 했어요. 사진을 찍다 보면 머리를 쓰고 몸을 움직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굳이 치매 프로그램에 등록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는 자신의 열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열정과 지식이 공유되기를 원했다. 사람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나누는 것 또한 좋아했다. 특히 자신의 또래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주고 싶어했다. 분명 젊은 사진작가들도 대단하지만 사진만이 아닌 동년배의 공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사진을 찍으며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그 사람들과 함께 하면 그것이 즐겁다는 것이다. 그는 나에게 단순하게 얘기했지만 그것이야말로 진정 인생이 아닌가 싶었다. 오히려 인생 선배가 훈계를 통해서 나에게 알려주는 것이 아닌 자신의 모습을 통해 젊은 사람들 생각하게 만드는 방법 같았다.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도 70대에 저런 삶을 살 수 있을까? 자신의 분야에 매우 열정적이며 다른 사람들과 나누려는 삶, 그 안에서 나누고 행복을 찾는 것, 인생 선배의 이야기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