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계방산의 트레이드 마크? 랄 수 있는 화장실은 이승복 생가 바로 위에 있더군요.
그걸 모르고 운두령과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노동계곡 쪽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주차장 옆에 큰 화장실이
있어 바로 여기구나 싶어 주차장에 차를 대고는 곧장 화장실 쪽으로 갔는데, 야외 화장실 치곤 너무(?)
깨끗해서 ‘와~ 강원도는 청정지역이라서 나비도 이런데 오나 보다’ 라고 농담하면서 화장실로 향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화장실 안에는 하루살이 쉐이 한 마리 안 보이더군요.
화장실 주변 넓은 공터도 횅~하기는 마찬가지였구요.
주변을 둘러보니 마침 ‘이승복 생가 - 1.4km?’ 팻말이 세워져 있길래 걸어서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도로를 따라 생가까지는 운동 삼아 걷기에도 좋았고, 도중에 다양한 나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표범류, 줄나비류(정확히는 잘 모름;;), 황오색, 번개오색, 선녀부전, 은판, 독수리팔랑 따위인데 이 중에서
몇 종을 제외하곤 다들 초면이어서 반갑게 맞이하고는 소중하게 삼각지에 담았습니다.
선녀부전은 처음 본 순간 직감적으로 이름을 제대로 지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무늬와
그 자태가 선녀의 이미지?를 충분히 연상시킬 만큼 이쁜 나비였습니다. 부전나비 치고는 꽤 큰 편이라
부전나비류를 전시할 때마다 애를 먹곤 했던 염려도 덜겠다 싶어 욕심을 내어 몇 마리 더 보탰습니다.
그리고 은판은 가까이 다가가도 잘 도망가지 않아 울 동네 애들보다 포획하기가 훨 수월했구요.
황오색, 번개오색도 예상보다 사이즈가 조금 아쉬웠지만 역시나 이쁘고 멋진 늠들이었습니다.
이렇게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서 주변 경관도 감상하고 심심찮게 날아드는 나비를 채집하는 도중엔 구름
사이로 햇살이 간간이 비추기도 해 기분이 상당히 고무되었고 먼 길인데 잘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일이라 그런지 생가 부근에는 포충망을 가진 사람도, 안 가진 사람도, 저희 외엔 없었습니다.
나비대장님께서 계방산을 나라안 최고의 채집지라고 소개한 바 있는데, 제가 보기엔 이 곳의 훌륭한 채집
환경도 감안하신 말씀이 아닐까 여겨질 정도로 생가 주변이 상당히 넓은 지역을 아우르는 평지로 조성되어
있고, 숲과 계곡, 화장실^^ 등 제반 환경도 최적의 채집여건을 갖춘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한편으론
승복이 행님 덕에 이렇게 훌륭한 채집지도 생겨나게 되었구나 하는 다소 엉뚱한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승복이 생가에는 은판 2, 번개오색 1, 황오색 1마리가 마당에서 저희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거두어 들이고, 주변을 둘러 보니 마당 앞에 승복이의 시신이 발견된 곳이라는 팻말이
있어 잠시나마 당시를 회상해 보며 숙연한 분위기에 고인의 명복을 빌었습니다.(정말입니다^^)
생가에는 조금 전 저희를 맞이했던 나비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며 마당에서 쉬어 가곤 하길래 저희도 멀리 가지
않아도 되어 편안하게 쉬어가면서 채집을 했습니다.
아마 못다 핀 꽃으로 억울하게 저 세상에 간 승복이의 영혼(psyche)을 달래기 위해 나비(psyche)들이 이렇게
수시로 위로차 방문하는 게 아닐까 혹은, 저 나비들 중에 혹시 승복이의 원혼이 있지나 않을까 하고 제 멋대로
상상해 보았습니다.
그런 상상을 하니까 생가에 날아드는 나비들을 더 이상 잡기가 좀 그렇더라구요.(생뚱맞지요? ㅎㅎ)
그래서 생가를 나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예의 그 화장실 쪽으로 가고 있었는데 앞서 가던 집사람이 갑자기
절 부르더니 ‘여보, 여보 저쪽에 당신 같은 사람이 또 있어요’ 무슨 대단한 발견을 한 사람처럼 호들갑을 떠는
바람에 ‘우잉 구래? 어디 어디?’ 하면서 다소 과장된 반응으로 집사람이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니, 화장실로
건너가는 다리 옆 수풀 길에서 때마침 나비를 발견했는지 포충망을 들고 안쪽으로 뛰어가는 사람이 보였습니다.
포충망 든 사람을 보고는 반가운 나머지 잰걸음으로 그 쪽을 향해 다가갔는데 그 분도 우리 일행을 보자 마자
반가운 얼굴로 다가와 직감적으로 울 회원이 아닌가 하고 예감이 들었지요. 아니나 다를까 서로 아이디를 확인
하자마자(happy님과 조우) 덥썩 손부터 잡고는 몇 마디 주고 받는 사이 금새 가까워졌습니다^^.
그렇게 해서 화장실과 계곡, 등산로 주변에서 채집하다가 운두령으로 가보자는 happy님의 권유로 울 나라에서
제일 높은 곳까지 따라 올라가 운두령에 주차해 놓고는 마침 배도 출출해서 천막식당에서 파는 메밀전과 가져간
컵라면, 그리고 즐거운 얘기로 점심을 맛있게 먹고 나서 또 채집을 하였지요.
여기서는 주로 큰 표범들 하고 놀았습니다. 처음 보는 녀석들이었지요.
채집을 하면서 happy님과 나비에 관한 얘기를 하는 동안 어느덧 happy님이 귀로에 오를 시간이 되어 아쉬움과
소중한 만남을 뒤로 한 채 뒷날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happy님 항상 happy하게 사세요~.
happy님과 빠이 빠이 한 후, 저희들은 다시 생가쪽으로 가서 나비들과 좀 더 놀다가, 다음 날이 마침 인근에
위치한 봉평의 장날이어서 일단 아침 일찍 장에 갔다가 이후의 채집계획은 날씨를 봐가면서 정하기로 하고,
몸도 고단한 관계로 근처의 ‘700 리조빌’이란 곳에 일찌감치 여장을 풀었습니다.
여기는 아는 회원님이 추천해 주셨는데 박당 3만원에 방도 널직하고 깨끗해서 그런대로 묵을만 했습니다.
친절한 여쥔장에게 근처에 저녁식사 할 만한 곳을 물으니 걸어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한 용바우 식당을
추천해 주어 샤워를 대충하고 숙소를 나서려는데 갑자기 사위가 어두워지면서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 담 시간에 계속 -
첫댓글 다음편도 기대되네요..........잘읽었습니다......감사
ㅋㅋㅋ 산제비나비님 시나리오에 엑스트라로 출연하다니...ㅋㅋㅋ 좋으네요~ (다른분들은 출연 못했으니까..^___^)
크아...재밌다...다음 편 기대 됨다...투비 컨티뉴~~
여전히 기대됩니당~~~^^;
박선생님! 감사합니다. (에라! 모르겠다.. 50대의 유명한 의사분도 저의 행님인데..그냥 편하게 행님이라고 하자) 행님 소설에 저의 닉네임도 나와서 감사합니다....그냥 제가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나비채집 그만하시고요...글쓰는 것이 좋을 듯 싶네요...그런데 마지막 시리즈까지는 마쳐 주세요..
하하^^ 호칭은 편하게 부르는게 최고지요. 저야 기분이 좋지만... 행 노릇 기대는 마시구요^^; 글구... 나비채집 그만하란 말씀은 제발 거두어 주시길... 안 그래도 요즘 사는 낙이 없는데...허허허^^